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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明)과 암(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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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2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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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명]과 暗[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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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대략의 내용을 말하자면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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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라만차현에 ‘키사다’ 라는 늙은 신사가 있었읍니다. 부호라 할 수 없지만 자기의 땅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써 그다지 곤란하게는 지내지 않는 편이었읍니다. 자기의 조카딸과 하녀 한 사람을 데리고 동리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점잖이 살고 있었읍니다. 집안도 점잖은 집안이었읍니다. 상당한 두뇌와 지식도 있었읍니다. 말하자면 평화롭고 존경 받을 만한 시골 신사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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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다는 이러한 평화로운 가운데서 때때로 사냥이나 다니고 그렇지 않은 때는 독서나 하면서 늙은 독신자답게 아무 구애도 없이 지내고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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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다는 즐겨서 騎士物語[기사물어]를 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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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발달사’ 를 논하자면 길게 딴길로 뻗어나갈 것이매 약하기로 하거니와 소설이라 하는 것이 지금의 이런 형식으로까지 발달하기에는 그 중간에 기사물어 전성시대라 하는 한 시기가 있었읍니다. 기사물어라 하는 것은 중세기의 도덕관과 전국시대의 영웅 숭배열과 사람의 본능인 의협심, 求奇性[구기성] 등의 산물로서 말하자면 한 가공적 흥미물어였읍니다. 기사들은 창과 칼과 방패와 한 마리의 말― 이것을 가지고 세계를 골골이 편답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 각처에서 실행되고 있는 온갖 죄악과 불법과 强暴[강포]를 응징합니다. 기사는 온갖 곳에서 처녀를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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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보호합니다. 한 번 기사가 휘두를 때는 그곳에서 실행되고 있는 불법과 강포는 즉시로 없이되고 맙니다. 거기 만족의 웃음을 던지면서 새로운 모험을 찾으러 또 다시 길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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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는 간 곳마다 그곳 황녀든가 왕비들 혹은 백작 부인들의 연모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나 도덕심이 견고한― 인류의 최고 전형인 기사들은 그런 의 아닌 유혹에 걸코 걸리지 않습니다. 자기의 사랑하는 한 개의 공주― 그에게 대하여 끝까지 정절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 한 곳으로 향한 赤心[적심]은 그들 기사로 하여금 더욱 용감하게 만듭니다. 기사를 미워하는 많은 거인과 마술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邪[사]는 正[정]을 당치 못하는 지라, 때때로는 자기의 절대절명의 위급한 경우까지 이르지만 마침내는 사를 정복하고 그들의 빛나는 이름을 더욱 크게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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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몸, 자기의 고생, 자기의 위험을 돌아보지 않고 여자와 老幼[노유]와 그 밖 약한 자의 보호신으로서의 사명을 어떻게 하여서든 다하여 자기의 이름을 만년 뒤에까지 남기는 것― 이러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즉 기사물어외다. 그리고 그것은 가공적 傳奇物語[전기물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론 史上[사상]의 인물 사실을 기사물어화한 것도 없는 바는 아니지만 도대체 공상적 영웅숭배물어에 지나지 못합니다. 동서를 무론하고 어느 나라이든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때 독서계의 유행이 안 된 나라가 없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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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키사다는 노후의 심심하고 지리한 날을 기사물어를 벗하여 지내는 동안에 어느덧 기사물어에 심취하고 말았읍니다. 그리고 여기 심최하여 버린 키사다는 그 모든 가공적 이야기를 차차 ‘진실로 있는 이야기’로 믿게까지 되었읍니다. 그리고 기사물어에 과도히 심취한 그는 자기 몸소 그 명예스런 기사가 되어 보려는 욕망을 억제치 못하여 마침내 廻國[회국]을 하려 결심하였읍니다. 과부와 처녀와 약자를 보호하고 강하고 暴[포]한 자를 몸소 꺼꾸러뜨리기 위하여 이 용감한 노인은 무장을 하기로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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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다라는 이름은 시골 양반으로는 적당하나 기사답지 않은 이름이었읍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자기의 이름을 하나 만들려고 여드레 이상을 생각한 결과 돈키호테라 하기로 하였읍니다. 기사의 승마에는 당연히 또한 이름이 있어야겠읍니다. 집에 한 마리의 騎馬[기마]를 가지고 있던 그는 나흘 동안을 연구한 결과 그 기마에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였읍니다. 청간에서 낡은 갑옷을 내어다가 닦고 다 떨어진 투구를 쇠줄과 종이로써 얽고 붙여 투구 비슷이 만들고 창과 칼도 모두 수선하고 이리하여 기사로서 떠날 준비를 대략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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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물어에 의지하건대 기사는 백인이면 백인이 다 한 사람씩의 의중의 애인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거인이나 폭군들을 항복받은 뒤에는 그 꺼꾸러진 거인(혹은 폭군 혹은 기사)에게 자기의 애인에게 가서 시종을 들게 명하는 것이었읍니다. 어떤 모험을 만날 때든 기사는 마음으로 자기의 애인에게 무형의 조력을 빌면서 감연히 모험을 향하여 돌진하는 것이었읍니다 ―. 말하자면 기사는 반드시 한 사람의 애인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읍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 용감한 독신 노기사 키사다― 변하여 돈키호테는 애인이 없었읍니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하려고 며칠을 연구한 결과 키사 씨의 사는 동리의 곁동리에 어떤 농촌 처녀로서 얼굴이 그만하면 꽤 쑬쑬하다는 알돈자 로렌조라 하는 알지도 못하는 처녀를 애인으로 삼기로 작정하였읍니다. 그러나 알돈자 로렌조라는 농녀의 이름을 기사의 애인으로 할 수가 없으므로 여러가지로 생각한 끝에 돌시니아 데르 토보소라 명명하기로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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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명실공히 기사로 떠날 준비는 다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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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나라를 지키고 경찰이 백성을 보호하는 태평시대에 태어난 키사다 였지만 많은 기사물어에서 얻은 기괴한 관념 때문에 정신에 이상이 생긴 이 노신사는 귀로는 각처에서 울려 오는 과부와 처녀와 약자의 구원을 청하는 부르짖음을 은연히 들으면서 눈으로는 기사도라는 색안경을 통하여서만 볼 수 있는 변태적 모험을 관찰하면서 투구와 갑옷으로 몸을 무장하고 창과 방패를 휘두르면서 로시난테에 몸을 싣고 평화로운 가도로 나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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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 판자라 하는 從士[종사]도 하나 구하였읍니다. 인제 자기가 어떤 나라를 정복하면은 그때에 그 나라 혹은 거기 부속된 어떤 섬의 총독이라는 지위를 주겠다는 조건 아래 자기의 소작인인 산초 판자를 종사로 데리고 전고미문의 모험을 떠난 것이었읍니다. 그리하여 돈키호테의 모험 여행이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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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旅舍[여사]를 보면 돈키호테는 꼭 그것을 어떤 성곽인 줄 믿습니다. 여사의 하녀는 공주나 백작 부인으로 봅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서로 인식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희극이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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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가 있으면 그는 그것을 거인으로 보고 그 거인에게 감연히 전투를 개시합니다. 길에서 여러 사람이 행렬을 지어 가는 것을 보면 그는 꼭 거기에는 무슨 모험이 있을 것이라 하여 그리로 달려가서 없는 모험이라도 만들어 놓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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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지나 양의 무리를 커다란 군대로 알고 거기 향하는 선전포고를 합니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있으면 그는 꼭 거기는 박해자와 피박해자가 있을 것을 臆斷[억단]하고 약자를 돕고 강자를 누르는 기사도의 사명에 의지하여 자신이 박해자라 인정한 인물에게 무력적 간섭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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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주로 몸을 엄중히 무장한 이 기사는 태평한 시대에 안락한 시골의 산촌을 자유로 횡횅하며 온갖 기괴한 희극을 演[연]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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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이 허약한 사람이었읍니다. 무술의 무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읍니다. 그의 탄 말은 騎馬[기마]중의 타마로서 게다가 빨리 달리지도 못하는 노마였읍니다. 따라서 그는 온갖 곳에서 창피를 보았읍니다. 어느 한곳서도 승리를 하여본 적이 없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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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통행인, 마부, 승려 다닥치는 대로 이러한 모든 사람을 그는 기사로 오인하고 힘을 다하여 전투를 하였지만 그 결과는 돈키호테가 앞니가 부러지든, 이마가 터지든, 팔이 부러지든 하는 비참한 참패를 당하는 것뿐이었읍니다. 그러나 이렇게 참패에 참패를 거듭할지라도 그의 용기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읍니다. 오인했건 어떻건 좌우간 그로서는 10만 대군으로 인정한 양의 무리에도 그는 단신 용감히 뛰어들어서 전쟁을 선고하였읍니다. 그가 魔神[마신]으로 오인한 술 부대에도 조금의 공포도 없이 정의검을 가하였읍니다. 짐승의 왕인 사자에게도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맞섰읍니다. 누가 그에게 보호를 청하면 저편 쪽의 역량 세력을 고찰치 않고 즉시로 쾌락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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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를 보호하고 강포한 자를 꺾는 기사도의 정화― 小縣[소현] 라만차를 역사상에 영구히 빛나게 장식할 인류의 자랑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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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러한 이름을 부르면서 방방곡곡으로 학대받는 약한 이를 찾으러 돌아다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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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군마로 보고 도야지 무리를 대군대로 보고 세수대야를 유명한 古[고]기사의 투구로 보고 여사를 성곽으로 보고 매음녀를 공주로 보고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그리고 때때로 그의 기사도적 색안경으로는 도저히 해석치 못할 현실적 착오를 만나면 거기서는 그는 서슴지 않고, ‘이것은 자기의 武名[무명]을 시기하는 마신이 자기의 이름을 꺾기 위하여 꾸며낸 일이다’고 거부하여 버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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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없어진 기사도를 위하여 만장의 기염을 토하면서 돌아다닌 그의 행적은 비록 그 결과는 인식의 착오에서 생긴 눈물겨운 희극으로 되었다 하나, 그러나 그의 열과 성과 용과 굽지 않은 의지와 겁을 모르는 기개는 독자로 하여금 돈키호테의 앞에 뜻하지 않고 머리를 수그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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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무수한 모험은 그의 발이 이르는 곳서마다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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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騎士[광기사] 돈키호테의 이름은 어느덧 스페인의 방방곡곡에 퍼졌읍니다. 돈키호테의 인식 착오에서 생겨나는 온갖 기행은 차차 세상의 인기를 끄을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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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대한 영지를 가지고 있는 공작이 돈키호테를 자기의 저택으로 데려다 두고 기사물어를 참작하여 가면서 그럴듯한 여러가지 연극을 꾸며 냈읍니다. 그러나 이것을 연극으로 알지 못하고 사실로 안 우리의 노기사는 열과 성을 다하여 공작의 저택에서 꾸며 낸 연극에 출연(?)하였읍니다. 뭇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속으로 박수를 하면서 즐겨하였읍니다. 돈키호테의 종사 산초 판자를 공작의 영역의 어떤 골의 총독으로 파견하였읍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산초 판자에 의하여 몇 가지의 희극이 연출되었읍니다. 그러나 안일한 생활은 돈키호테의 바라는 바가 아니었읍니다. 그는 心耳[심이]로써 무수한 약자의 원성을 들었읍니다. 이 수없는 약자들을 구원해 줄 사람은 이 너른 천하에 자기 한 사람 밖에는 없었읍니다. 그러한 중대한 사명을 띠고 있는 자기가 공작의 집에서 평안히 먹고 놀고 있을 수가 없었읍니다. 총독으로 갔던 종사가 쫓겨 돌아오는 기회로 그는 또 다시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났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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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모험에도 마침내 종언의 날이 이르렀읍니다. 돈키호테와 동향 사람인 得業士[득업사] 카라스코라는 사람은 자기의 친구 키사다가 이렇게 반 광인이 되어서 돌아다니며 세상의 웃음을 사고 있는 것을 분하게 생각하여 이 호인 노신사를 자기의 본성에 돌아오게 하려고 어떤 방법을 취하였읍니다. 그것은 카라스코 자기도 기사로 가장을 하고 ‘銀月[은월]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돈키호테와 單騎[단기] 결투를 한 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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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의 조건으로는 은월의 기사가 지면 돈키호테는 마음대로 그 생명을 처분할 것이며 돈키호테가 지면 1년간을 고향에 돌아가서 근신할 것 ― 이것이었읍니다. 카라스코의 생각으로는 무론 자기가 이길 것이고 자기가 이기어서 돈키호테에게 1년간 근신을 요구하면 기사도의 약속이며 법칙을 매우 존중하는 돈키호테는 어김없이 그것을 실행할 것이며, 그것을 실행만 한다 하면 그 1년간에 돈키호테는 키사다인 자기의 본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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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는 시작이 되었읍니다. 그러나 시작되는 순간에 벌써 끝이 났읍니다. 노기사 돈키호테는 젊은 은월의 기사의 적이 아니었읍니다. 낙마, 참패 ― 이것이 우리의 노기사가 받은 쓴 잔이었읍니다. 아직껏 많고 많은 참패의 역사를 거듭한 돈키호테였지만 이번의 참패와 같이 낙망한 일이 없었읍니다. 아직껏은 비록 참패하였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부터는 또 다시 새로운 모험을 찾아서 돌아다닐 권리가 보유되어 있었거늘 이번의 참패의 뒤에는 1년간을 근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읍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명예 있는 기사로서 도저히 하지 못할 노릇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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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 년 동안을 쉬는 그동안에 이 세상 온갖 곳에서 실행될 포학을 생각할 때는 치가 떨렸읍니다. 돈키호테는 비분한 마음으로 무장을 끄르고 고향으로 돌아왔읍니다. 그리고 불명예의 1년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는 병들어서 불귀의 객이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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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참패를 한 뒤에 아직껏 돈키호테의 광태를 즐기는 한 신사는 은월의 기사의 정체인 카라스코에게 이렇게 나무람을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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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보세요. 이 다시 없는 재미있는 광인을 본성으로 돌아가게 한 그것은 당신이 전세계에 가하는 커다란 죄과로서 용서키 힘든 일이외다. 돈키호테가 회복이 되었기 때문에 얻는 이익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미친 때문에 세상에게 주는 쾌락과는 결코 필적할 것이 아니외다. 나는 그 사람이 회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이 회복되면 단지 키사다라는 시골 신사가 되는 뿐 그 이상 무엇이 있읍니까?”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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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쓰고자 하는 것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해설이 아니외다. 「돈키호테」가 소설 사상에 가지고 있는 지위에 언급코자 하는 것도 아니외다. 이야기를 주로 삼고 성격을 부로 삼던 아직껏의 소설의 예를 깨뜨리고 성격을 주고 삼아 가지고 성격의 발전으로써 이야기를 발전시킨 이 소설은 소설사상에도 귀중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해설하려 함도 아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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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도덕적 일면을 보자 하는 것도 아니외다. 당시의 스페인뿐 아니라 서구 제국에는 기사물어가 전성하여 각 계급의 사람이 기사물어에 심취하고 그 가공 사건과 인물에게 滿腔[만강]의 경의를 표하는 악풍조를 痛罵[통매]한 세르반테스의 용기를 칭찬하자 함도 아니외다. 이 소설 안에는 각 곳에 기사물어를 통매한 연구가 있읍니다. 기사물어는 모두 몰아서 불살라버릴 것이라고 극언까지 하였읍니다. 그러나 나는 그 통 에 공명하여 이 붓을 잡은 것도 아니외다. 그렇다고 돈키호테의 광태를 비웃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용기를 칭찬하려 하는 것도 아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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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집필함에 너무도 작자로서의 성의와 열과 존경심이 없었읍니다. 온갖 곳에 허물이 보이고 無頓着[무돈착]이 보이고 부주의가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장면에서 어떤 여자가 과도한 경악으로 기절을 하였읍니다. 그리고 기절하였다가 다시 정신이 들었다는 말은 없는데 그 여자는 어떤 담화에 참가하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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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참 더 내려가다가 “모는 인제야 겨우 기절했던 데서 피어났다” 고 하였읍니다. 이러한 부주의는 도처에 있읍니다. 나는 그 부주의를 책하려는 것도 아니외다. 나는 직접 「돈키호테」에 대한 해설이며 비평이면은 문헌에 너무도 많이 남아 있읍니다. 더구나 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 라는 논문은 너무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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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과 불활발과 번민의 전형인 햄릿과 열과 용기와 진취와 실행의 전형인 돈키호테, 이 두 가지의 인물의 비교는 투르게네프의 붓으로서 지나쳤다고 하고 싶도록 철저히 논평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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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쓰려는 것은 직접「돈키호테」에 대해서가 아니라「돈키호테」에서 부산적으로 있는 논리적 一鎻[일쇄]에 대하여서외다. 거기에 나타나 있는 명암의 일면에 대하여 한 마디 써 보고자 함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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得業士[득업사] 카라스코는 자기 동리의 신사 키사다가 광인이 되어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마땅치 않게 보고 그러한 광적 생태에서 키사다를 구원하고자 최후의 수단을 색출하여서 그 목적을 달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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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악덕 가운데 가장 큰 악덕은 남의 감정을 희롱하는 것이외다. 기사도에 과도히 심취하기 때문에 반 광인이 되어서 각곳을 돌아다니며 전고미문의 기괴한 희극을 연하는 키사다는 말할 것 없이 가련한 사람이외다. 자기의 행하는 모든 상식에 벗어난 기행을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연하는 그야말로 우리의 상식으로 보자면 가장 동정하여야 할 사람이외다. 못가에 매어 있는 한 어선을 보고 그것을 마선으로 오인하고 그 배를 타기만 하면 저절로 구원을 청하는 어떤 수인의 갇혀 있는 곳까지 가게 될 줄로 믿고 서슴지 않고 그 배에 뛰어오르는 키사다는 도저히 우리의 상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광인이외다. 그러나 그에게는 열이 있고 용이 있었읍니다. 전투에서마다 참패를 당한 그였었지만 어디 약자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는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또한 구원하려 폭 달려갑니다. 늘 참패는 당하였지만 아지껏 한 번도 어떤 모험의 옆에 있든 뒷걸음을 친 일이 없었읍니다. 이러한 용기와 의협심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그의 광행으로 그를 비웃기보다 먼저 그의 철저한 의기에 감복할 수밖에 없읍니다. 따라서 또한 그러한 의기를(그가 광인이라는 이유뿐으로) 놀림감으로 보고 희롱적 기분으로 감상하려는 부박한 세태를 밉게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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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업사 카라스코가 자기의 의기 있는 친구가 세상의 놀림감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묵시할 수가 없어서 一計[일계]를 안출해서 몸소 친구를 중인의 놀림감이라는 비참한 경우에서 구하여 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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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다의 광적 모험 여행은 결코 이것을 희롱적으로 완상할 종류의 것이 아니외다. 동기가 엄숙한 데서 나온 광태는 오히려 그것을 동정의 눈으로 볼 것이지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볼 것이 아니외다. 광인의 행하는 변태적 행동을 감추어 주지는 못하나마 이를 더욱 선동하고 추어서 더욱더 광태를 연출케 하는 것은 비열한 행동으로서 신사의 취하지 않을 바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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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업사 카라스코가 은월의 기사로 기장을 하고 돈키호테를 지운 뒤에 돈키호테의 광행을 즐기던 안토니오 모레노오라는 신사에게 말을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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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혼테의 광태며 어리석음은 그 사람의 근본을 잘 아는 우리들에게는 연민의 정을 알게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나는 가장 그것을 통분히 생각한 한 사람이외다. 그래서 그 사람을 전쾌케 하려면은 고향의 자택에 고요히 한동안을 보내게 하여야 될 것을 알고 이번의 이런 일을 했읍니다. (중략) 그것은 기사도의 문제만 제외하고는 그 밖에는 비상히도 才智[재지] 있는 한 신사를 다시 옛날의 재지 있던 그 사람으로 회복케 하기 위하여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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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옳은 말이외다. 인도상으로 보든지 인정상으로 보든지 한 개의 사람이 뭇 사람의 희롱품이 되어서 지내는 것을 그런 경우에서 건져 내려 하는 것은 가장 온당하고 당연한 일로서 거기는 다시 문제가 생길 나위가 없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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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의 광태를 즐기며 그것을 더욱 조장케 하여서 그 조장된 광행에서 더 큰 유쾌를 취하려 하는 것은 잔학한 행동으로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외다. 단지 자기네의 쾌락을 취코저 정신에 착란이 있는 사람을 더 놀려댄다 하는 것은 신사의 취하지 않을 가장 비열한 행동이겠읍니다. 더구나 돈키호테의 광적 행동을 더욱 조장시키며 그것을 즐긴 사람들은 공작, 志士[지사], 귀족 등등 모두 상류 계급이요 지식 계급에 속하는 인물들인지라 그들의 죄과는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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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참한 경우에 돈키호테를 구하여 낸 득업사 카라스코의 우정 또한 감복할 만한 일이외다. 그리고 그 방면에 돈키호테의 광태를 즐기던 신사 제군에게 질책의 일별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그러나 여기 이르매 그들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경구가 났읍니다.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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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광인을 본상에 회복케 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 귀중한 오락물을 없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용서치 못할 죄과외다.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때문에 이익이 미친 때문에 세상에 주는 오락에 결코 비길 것이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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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다라 하는 한 아이가 라만차현 어떤 동리에 났다. 그는 차차 자랐다. 소작료를 받아서 곤궁치 않게 평화로이 차차 컸다. 사냥과 독서로써 심심한 무위의 날을 보냈다. 끝끝내 독신으로 지냈다. 어느덧 늙었다. 사람마다 한번씩은 다 만나는 죽음도 어느덧 그에게 이르렀다. 이리하여 키사다는 이 어느 세상의 한편 구석에 고요히 나서 고요히 자라서 고요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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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그의 일생이 이러하였다 하면 이것이 지구상에 생존을 경영하는 인류의 거의 전부가 밟는 평범한 길로서 있었으나 아무 痛痒[통양]도 없는 변변찮은 존재겠읍니다.
 
53
키사다는 기사도에 관한 책을 읽었읍니다. 그리고 거기 과도히 심취된 끝에 마침내 정신이 이상이 생겨서 몸소 기사로서 분장을 하고 세상에 뛰쳐나갔읍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인식 착오에서 생겨나는 희극을 연하였읍니다. 심심하고 갑갑하던 이 세상에 갑자기 뛰쳐나온 괴물 돈키호테는 유쾌한 존재였읍니다.
 
54
만인은 그의 기행에 박수를 하고 그의 광태에 갈채를 하였읍니다. 이리하여 시골 구석에서 무위히 일생을 보내다가 스러져 버릴 뻔한 키사다는 기사광이 되기 때문에 인류에 한 귀한 봉사(심심풀이라 하는)를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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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의 존재와 필요와 가치가 나타납니다. 사람이라는 것에게 목적이라는 것이 없고 무위한 일생을 보이다가 죽어 버리는 것이 전 인류의 운명이라면 다시 할 말이 없거니와 만약 봉사라 하는 것일 한 조목 넣을 필요가 있다 하면은 키사다는 미쳤기에 그의 귀중한 사명을 다하였지, 미치지 않았더라면 무의미하고 싱거운 일생을 보냈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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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키사다를 회복케 하고자 고향으로 끄을고 간 득업사 카라스코는 不知不祥中[부지불상중]에 키사다의 중대한 사명을 방해한 원수가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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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카라스코의 그 호의는 키사다를 망치가 한 호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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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물에는 明[명]한 일면이 있으면 반드시 또한 暗[암]한 나머지의 일면이 있읍니다. 암이 따르지 않은 명한 면은 결코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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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스코는 돈키호테를 동정하던 나머지에 그를 그의 廻國[회국] 여정에서 자기의 고향으로 데리고 돌아갔읍니다. 그러나 그 사건도 한 번 뚜껑을 열고 다시 살필 때에 온전히 모양이 다르게 생긴 또 한 면이 홀연히 뛰쳐 나오는 것을 어찌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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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만드신 하나님 또한 그림자도 만드시기를 결코 잊지 않으셨읍니다. 이 세상 원칙에 어그러지는 일을 어떻게 보든가 행하든가 하겠읍니까. 아이가 장성하기는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장성이라 하는 것은 환언하면 일각일각 죽음의 여정을 채이는 것에 지나지 못합니다. 자식이 많기는 누구나 원하지만 ‘자식이 많은 자는 근심이 많으나니’ 라고는 벌써 4천 년 전에 전도자가 갈파한 배외다. 구시대의 봉건제도는 귀족과 평민의 새를 너무 트게 하였읍니다. 여기서 생겨난 불평은 마침내 산업혁명으로서 일어났읍니다. 귀족은 없어졌읍니다. 사해의 백성이 모두 평민이 되어 산업에 힘을 썼읍니다. 이리하여 현대화된 것이 찬란한 금세기의 과학과 문명이외다. 이 뒤로 문명이 어디까지 발달될는지 그것은 豫斷[예단]을 허락치 않되, 이 찬란한 20세기의 문명은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의 발달이 맺은 아름다운 열매임을 부인할 수가 없읍니다.
 
61
그러나 명한 일면이 있으면 반드시 암하다는 일면이 좇나니 극도로 발달되는 자본주의의 이면에서는 암운이 일고 또 일었읍니다.
 
62
자본주의는 인류의 본능과 욕망의 필연의 결과로서 생겨난 것으로서 거기는 이론이 세기보다 먼저 실천이 앞섰읍니다. 자꾸 전진하는 ‘실천’의 뒤를 ‘이론’ 은 숨을 허덕이며 따라갔읍니다. 이론이 실천의 뒤를 따랐다 생각할 때는 실제의 현상은 벌써 이론보다 훨씬 앞서서 딛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이론이라 하는 들러리를 뒤에 달고 20세기라는 궤도를 전속으로 닫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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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 마침내 실천의 뒤를 따라갈지 못 갈지 이것은 의문이거니와 이렇게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이론이 전속력으로 경주를 하는 동안에 떨어져서 원망의 눈을 흘기고 있는 한 떼의 계급이 있으니 즉 勞農大衆[노농대중]이외다. 지금 앞서서 닫고 있는 자본가와 뒤떨어져서 통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노농대중과는 본시 동지였읍니다. 그들은 힘을 아울러서 귀족제도를 깨뜨려버렸읍니다. 그때의 같은 피학대자이던 그들은 힘을 아울러서 자기네의 公敵[공적]인 귀족사회를 꺼꾸러뜨렸읍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평민의 세상이라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하였읍니다. 그런 뒤에 평민의 힘으로서 사회를 운전하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러나 얼마만큼 운전하여 나아가다가 이 평민 계급의 어떤 일부분이 “이것은 좀 별나다” 하고 번쩍 정신을 차린 때는 벌써 사태는 글러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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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의 사회에는 어느덧 자본가와 무산자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계급이 새로이 생겨났읍니다. 그리고 두 계급의 새는 벌써 꽤 멀어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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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달라고 고함을 친다 해도 결코 기다리지 않을 것이외다. 이전에 자기네의 공통된 원수인 귀족 계급을 꺼꾸러뜨릴 때는 힘을 같이한 동지였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해가 상반되는 두 개의 계급으로 나누어졌읍니다. 뿐만 아니라 나누어진 순간부터 優者[우자]인 자본가들은 이전의 자기네들의 원수이던 귀족의 흉내까지 내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리고 지금은 劣者[열자]가 된 이전의 동지들을 마음껏 학대를 하기 시작하였읍니다. 여기서 배반함을 받은 동지들은 처음에는 반성을 요구하여 보았읍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마이동풍에 지나지 못하였읍니다. 그래서 그들은 둘째번 수단으로 사회주의라 하는 폭탄을 배반한 동지에게 던져 보았읍니다. 그러나 인제는 극도로 마음이 교활하게 된 자본가들은 그만 投機[투기]에 놀라기에는 너무도 든든한 성곽으로서 그들 자신의 주위를 무장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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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되 정치, 가로되 종교, 가로되 교육, 가로되 경찰, 가로되 금전, 가로되 권리, 가로되 무엇, 가로되 무엇 등등. 여기서 배반당한 동지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사회주의의 이론으로 무산 대중을 지도하여 그 세의 힘으로써 전력으로 대항하려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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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발달에 있어서는 그 실천이 앞선 데 반하여 사회주의에 있어서는 이론이 앞서서 민중을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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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발달은 각 개인 개인의 소유욕과 점령욕에 의하여 달성된 것임에 반하여 사회주의는 대중의 단결에 의하여서만 달성될 것이므로 이와같이 그 밟는 길에도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달성에도 그 흔적을 현저히 남길 것이외다. 이리하여 그 그칠 바를 모를 듯하던 자본주의에도 흔들림이 보이게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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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반면에는 반드시 암이 있읍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국가가 되면은 거기는 반드시 행복과 안락이 있을까, 이것 또한 우리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의문이외다. 명의 반면에는 반드시 암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거기도 또한 최량의 희망을 절대로 붙일 수가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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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능에서 소유욕과 정복욕을 根除[근제]할 수가 없는 한 안에서는 영구 평화의 세상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외다. 그리고 또한 사람의 본능에서 그런 욕망을 근제할 수가 있다 하면 그것을 근제한 뒤의 인류사회는 마치 거세당한 것과 같을 것으로서 우리는 그런 싱거운 사회는 거부하고 싶습니다. 이리하여 인류의 사회에서는 영원히 투쟁이라 하는 것은 그칠 날이 오지를 않을 것입니다. 맑스주의의 가장 커다란 암초로는 종교 거부, 정서 거부 등 극단의 유물주의에서 생겨나는 '인류 기계화'의 커다란 사실이외다. 20세기 과학문명에 끝없이 시달린 인류는 빵의 문제 때문에 할수 없이 침묵을 지키고는 있지만 마음으로는 절실히 심령 방면의 위안을 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우리 인류에게 향하여 심적방면을 모두 거부하고 유물로 달아나라고 명하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착오라 아니할 수 없읍니다. 맑스주의에도 대수정이 가하여지기 전에는 일시적이나마(영구적이라는 것은 사람의 세상에 있어서 절대 불가능이니까) 전 인류의 지지를 받기가 힘들 것이외다.
 
 
71
명과 암. 이것은 우리 인류의 길을 지도하는 커다란 두 개의 깃발이외다. 밝은 일면만 바라보고 달아가다가 급기 다다라서 어두운 잔면을 발견하고 실망과 낙담에 싸여서 쓰러지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외다. 그때에 통곡한대야 쓸데없는 일, 어두운 이면이 반드시 있을 것을 예기하고 가야만 될 것이외다. 낮이 지나면 밤이 이릅니다. 볕이 비치면 그림자가 있읍니다. 출생이 있으면 사망이 있읍니다. 세상의 만사가 이러하거늘 그 가운데서 어떠한 한 가지의 일뿐에서 특수한 情態[정태]를 구하려 하며 암흑을 제외하려 한들 그것이 어찌 능히 되겠읍니까, 좀더 좋은 것으로― 이것은 무론 우리가 끊임없이 부르짖으며 나아갈 길이외다. 그러나 영리한 우리는 '절대로 좋은 것'은 요구하기를 주저합니다. 그것을 바랐다가는 커다란 실망 밖에는 살 것이 없을 줄을 잘 알므로. 이리하여 우리 인류는 영구히 좀더 좋은 곳으로 좀더 좋은 곳으로 비통한 부르짖음을 연속하여 내며 방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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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좀더 좋은 곳이다 믿고 찾아간 곳은 언제든 어느 곳이든 또한 어두운 한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외다. 이 어두움에 실망을 하고 우리는 또 다시 어두움이 섞이지 않을 곳을 찾으며 새 길을 떠날 것이외다. 그러나 이 세상에 어디 어두움이 섞이지 않은 곳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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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히 만족이라 하는 것을 맛보지 못하고 지날 것이외다. 어찌되면은 만족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외다. 만약 어찌어찌 되어서 거기서 만족할 수가 있는 사람이라 하면 그는 지금의 이 현상에서도 또한 만족히 지낼 수가 있을 것이외다. 상식으로 판단할 수가 있는 우리 인류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만족히 여길 줄을 모르는 욕심꾸러기외다.
 
74
우리는 나아갑시다. 좀더 좋은 곳이라고 믿기어지는 곳을 향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갑시다. 그러나 행복의 파랑새는 결코 우리의 손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외다.
 
75
面前三尺[면전삼척]에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듯 영구히 우리를 끄을고 돌아다닐 것이외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는 우리의 본능으로 낡은 곳에서보다는 조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니깐, 이것이 비록 지극히 고식적인 방책임에는 틀림이 없을지나 새 곳으로 流轉[유전]하면서 거기에 임시적 안락과 임시적 만족이라도 끊임없이 맛보아서 이 명암이 병립하여 있는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 나아가는 쓰라림을 그때그때나마 잊도록 하여보아야겠읍니다.
 
76
사람의 세상은 왜 이다지도 사람에게 불편하게 생겼겠읍니까.
 
77
고해― 고해 과연 고해라는 탄식이 막을 수 없이 나옵니다.
 
 
78
(〈每日申報[매일신보]〉, 1931.12.18~30)
【원문】명(明)과 암(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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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193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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