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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문단 합평회 ◈
◇ 조선문단 합평회 (제2회) ◇
카탈로그   목차 (총 : 6권)     이전 2권 다음
1925.3~8
현진건
1
『조선문단』 합평회 [제2회]
 
2
- 3월 소설창작 총평
 
 
3
평자(가나다順[순])
4
朴鍾和[박종화](月灘[월탄]) 廉尙燮[염상섭](想涉[상섭]) 羅 彬[나빈](稻香[도향])
5
梁建植[양건식](白華[백화]) 玄鎭健[현진건](憑虛[빙허]) 方仁根[방인근](春海[춘해])
6
崔鶴松[曙海][최학송[서해]]
 

 
7
잘못된 것은 잘 받아쓰지 못한 필자의 허물이오니 책망은 필자에게 내려주옵소서.
8
필자 최 학 송
 

 
9
춘해 : 이제부터 시작하시지요. 그런데 전번 합평도 예기보담은 원만하였지만, 이번은 더욱 원만하게, 좀더 성실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너무 길게 말고 간단간단히 합시다.
 
10
상섭 : 원칙으로 말하면 작가와 평가가 각각 따로 해야 할 텐데, 우리는 누구나 피차의 창작을 하면서 호평을 하니까 다른 사람이 보면 자기네 ‘그룹’ 안에서, 서로 찬양이나 하는 듯한 혐의를 받을 것 같습니다. 마치 작자가 현장에 앉은 것이 면구해서 싫은 것도 칭찬한 듯이 ─ 우리는 물론 그렇지 않으나 ─ 생각할 것 같애요. 일전 『개벽』 월평을 보더라도 다른 이것은 어떤지, 내 작품만 보더라도 우리와는 정반대가 되니, 우리 평은 현장에 있으니 그렇게나 되지 않았나 합니다.
 
11
빙허 : 그래두 우리 평이 정곡을 얻었겠지. 나는 그렇게 믿어요.
 
12
춘해 : 작자가 현장에 있으니 좀 어려울 듯하나 일변 생각하면 직접 면대했으니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3
「땅속으로」(『개벽』 3월호) 抱石[포석] 作[작]
 
 
14
춘해 : 『개벽』부터 시작하지요 「땅속으로」부터……. 적은 것을 가지고 오셨으면 다 내 놓으시오.
 
15
월탄 : 빙허 먼저 말하지?
 
16
빙허 : 월탄 먼저 하는 게 좋지!
 
17
─ 사이 ─
 
18
빙허 : 왜 말들 없어요? 암만해도 내가 먼저 말을 내야 하나? 그런데 거기(「땅속으로」) 웬 한자를 그리 썼는지?
 
19
춘해 : 그래요 부산역이니, 동경역이니.
 
20
도향 : 지명은 괜찮으나 그 밖에도 아니 써도 좋을 데 한자를 너무 썼어!
 
21
백화 : 처음보다도 2회에 가서 보면 너무도 과장이 많은 듯해요, 그것도 그렇거니와 그렇게 쓰려면 차라리 국한문으로 쓰는 것이 좋을 터예요.
 
22
백화 : ‘땅속’이란 표제가 이상스러워요. 그리고 작자가 너무 과장이 심해요.
 
23
상섭 : 아마 이것이 그 사람의 처녀작이지? 나는 이때까지 그 사람의 사상여하를 몰랐다가 이것(「땅속으로」)을 보고 대강 짐작했어요, 그런데 대체로 봐서 그리 실패가 없는 작인 줄 믿습니다. 내용에 힘이 있어요. 소위 프로계급의 생활의 일면을 어느 정도까지 유력하게 그렸습디다. 내가 보기에는 작자 자신의 생활의 일면 같아요. 그런데 첫머리를 너무 상징적으로 끈 것이 덜 좋아요 그리고 중간에 굶은 어린애가 안집에서 밥 먹는 것을 우두커니 보는 것이며, 돈 꾸러 가는 데라거나, 갔다 돌아오는 데며, 와서 처자의 파리한 꼴을 보는 데라거나, 심리묘사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틈틈이 과장이 심해서 도리어 힘이 빠져 보입니다. 끝에 ‘강도다! 강도다!’ 하는 거기에 작자의 사회관, 인생관이 명확하게 나타났더라면 좋았겠는데 그것이 불분명하고, 거기서 보면 강도질이 오히려 마땅하다 할 것 같은데 거기 대한 인생관이라거나 사상이 통일이 못 되었어요. 그리고 꿈 이야기는 처음부터 꿈이다 하는 짐작을 가지고 읽었는데 꿈으로서는 너무도 현실에 가깝습디다. 그것이 꿈이거든 더 상징적 암시적으로 기교를 매우 힘썼더면 성공이 있었겠는 데 그렇지 못해서 좀 실패입니다. 그러나 처녀작이라는 의미에서 장래 좋은 작이 나올 줄로 믿습니다.
 
24
월탄 : 내 생각 같아서는 그것을 그대로 한 논문이나 감상으로 보면 어떨는지, 소설로 보면 소설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체 2회(「땅속으로」)를 보면, 백의인(白衣人)이니, 조선 사람이니 한 것은 신문지 일면 논설이나 읽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읽은 뒤에 무식한 감상이 난다고 하는 이가 있으나 그것은 논이나 감상문 같은 것을 보더라도 묵직한 감상은 생길 것입니다.
 
25
백화 : 글쎄, 좀 줄였더라면 그 흠이 없을 것 같습니다.
 
26
월탄 : 소설로 보면, 주인공이라거나 그 주위의 아기자기한 묘사가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퍽 희박하고 그 외 배치가 한 감상문 같습디다.
 
27
빙허 : 그 시골집에 가서 보기 싫은 마누라에게 대한 심리라거나, 집을 뛰어 나오다가 우물을 보고 마누라가 빠지던 것을 생각하던 데며 다시 들어가서 담요를 덮어주던데, 묘사 그것으로는 절박한 느낌이 없으나 사실 그것으로 보아서는 절절한 느낌이 일어나요. 이것이 소위 내용적 가치겠지요.
 
28
춘해 : 전체로 보아서 제일회가 좋아요.
 
29
빙허 : 제일회에 끊어도 단편이 넉넉히 되었겠지요.
 
30
백화 : 간간이 잘된 점이 있어요.
 
31
춘해 : 마누라하고 싸우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삼모자가 죽 누은 것을 볼 때에 주인공의 번득거리는 양심이 좋아요.
 
32
빙허 : 그래요.
 
33
상섭 : 담요 조각을 덮는데 참 그럴 듯하던데요.
 
34
백화 : 제목이 ‘땅속으로’라 한 것이 모호해요.
 
35
상섭 : 무엇을 상징한 것이겠지요. 어두컴컴한 기분을 내려고 한 의미지?
 
36
춘해 : 어두운 기분이라고만 단언키는 어려울 줄 압니다. 작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시키려고 했겠지요.
 
 

 
37
「광풍(狂風)(『개벽』 3월호) 星海[성해] 作[작]
 
 
38
춘해 : 이번에는 「광풍」.
 
39
백화 : 작자(星海[성해])는 무슨 동기로 썼는지, 막연하고 주인공의 성격이 퍽 흐리머리해서 무슨 느낌이 받아지지 않아요. 좀더 심각하고 전후가 폭류처럼 되었더면 광란이겠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40
도향 : 제목이 내용과는 딴 판이야!
 
41
빙허 : 필치는 퍽 건실하던데요!
 
42
백화 : 그런데 오자가 너무 많아요!
 
43
월탄 : 나는 광란에 감심(感心)할 수 없어요, 아주 무성의하게 장난으로 쓴 듯한 ─ 흐리머리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납디다. 읽고 난 뒤에 마치 활동사진을 영사하는 중간에 툭 뛰어 들어간 것처럼 무슨 아지 못할 어수선한 희극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영화하는 중간에, 뛰어들어도 어떠한 요령이라거나 맥락이 있고, 처음에 청계천 청계천 하여 무얼 늘어놀 것 같다가 회사로 갔는데 그 다음은 또 별안간 양복을 입고 돈을 가지고 기생을 부르고 하였는지 참 부득요령이어요.
 
44
상섭 : 당장에 양복을 입고 툭 튀어 나오는 것이 퍽 우스워요.
 
45
춘해 : 글쎄, 그 사이가 몇 시간이라고는 했으나 너무 싱거워요.
 
46
상섭 : 기생 앞에서 돈 내놓은 것이라든지 수작한 것이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할 일이 못 되지요. 그리고 그렇게 끌고 나갔으면 작자는 사회관이나 인생관에 어떠한 단안이나 암시가 있을 텐데 당초에 막연하여 알 수 없습니다.
 
47
도향 : 작자는 현사회에 대한 불평을 나타내려고 한 겐데!
 
48
상섭 : 그런데 우물쭈물해서 알 수 없어!
 
49
춘해 : 한 감상문 비슷하게 되었는데 순영의 생각을 독백으로 한 것이 좀 신기한 듯합니다.
 
50
상섭 : 이 사회에서는 청탁을 가릴 수 없다 하는 것인데!
 
51
도향 : 절대에는 선악이 없다는 것인데!
 
52
월탄 : 이것은 좀 우스운 소리지만 따따식이라 할는지?
 
53
상섭 : 따따식이면 그래도 모든 기성한 관념에서 벗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아니 보여요.
 
54
빙허 : 신기한 것이 없어요. 그저 평범해요.
 
55
백화 : 나는 청계천 청계천 하는데 호기가 있었는데 나종에 가서 절망이라 할는지? 일종 섭섭한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56
춘해 : 절반까지는 좋던데요.
 
57
백화 : 청계천 쓴 것도 방향이 틀린 것이 많아요.
 
58
월탄 : 글자 같은 것이 틀린 것은 그대로 넘을 수 있으나 소설에 독백이 많은 것은 퍽 안되었어요.
 
59
백화 : 그것은 독백이 아니라 생각이겠지?
 
 

 
60
「어촌(漁村)」(『생장』 3월호) 星海[성해] 作[작]
 
 
61
월탄 : 「어촌」은 「광란」보다 재미있던데요.
 
62
빙허 : 「광란」보다 휠씬 좋아!
 
63
도향 : 제재는(「어촌」) 조선에서 처음일걸요?
 
64
백화 : 소설이라기보담 소품이라는 것이 적당할 듯해요. 그리고 처음에 나타난 붉은 주머니의 부작 그것이 암시라느니보담 너무 미신을 정신(正信)으로 만든 감이 불무하며 그 안해나 자식의 행동이 퍽 부자연스럽고 심각치 못합니다.
 
65
도향 : 그런 것은 심각보담도 아주 그림처럼 곱게 산뜻하게 묘사했으면 더 좋을 게지요.
 
66
백화 : 그리고 그 아들애의 말하는 것이 앞뒤가 아주 딴판 ─ 딴 사람 같은 느낌을 주어요.
 
67
빙허 : 그런데 실감이라고는 아주 없더군! 작자가 아주 보지도 못하고 생각도 깊이 하지 않은 것처럼 개념적이예요.
 
68
월탄 : 첫 들머리 어촌 묘사가 산뜻하게 못 된 것이 큰 흠(欠)이지요. 북소리가 둥둥 난다는 그 언저리에 어촌의 기분이 좀더 농후해야 할 텐데.
 
69
상섭 : 그런데 지금 말씀들 하신 것같이 제재가 퍽 좋아요. 현문단에 나오는 작품이 거개 도회생활의 유탕문학(遊蕩文學)이라 할까? 그런 방면이요, 혹 도회의 암흑면을 쓴다고 해야 엷은 것, 통속적 연애 같은 것이 흔한데, 그런 것을 보고, 이것(「어촌」)을 보면 퍽 좋은 제재예요. 여러분도 하신 말씀같이 가장 인상적으로 철두철미하게 ─ 그리고 기분 중심이 되어 성공하였겠는데 그런 모든 것이 평범해져서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보면 좋다할 데 있으나, 대체로 모호해요, 끝에 어부들이 죽었다 했으나, 다른 이는 그만 두고 나는 이러한 제재로 소설을 쓴다하면 살아서 돌아온 것으로 쓸 테예요. 왜 그러냐 하면 소설은 어느 때든지 대립이 되어서, 선과 악, 비와 희, 피차 모순되는 점이 있어야 말거리가 생기고 사건이 생길 것입니다. 다른 것은 다 제지하고, 즉 예술 조건은 다 돌보지 않고 흥미만 가지고 보더라도 풍랑이 몹시 일면 죽기 쉬울 것이니 거기서 살아오는 것이 맛이 있습니다. 만일 사실만 쓴다면, 누가 아츰 몇 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뒤를 보고 회사에 가고 하는 것처럼, 풍랑이 일었다, 죽었다 하면 그게야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만일 죽었다 하더라도 남은 가족의 비통 즉 아내라거나 자식의 비참한 기분이 끓을 텐데 그것이 전혀 없어요.
 
70
도향 : 그런데 작자가 힘쓴 것은 미신이에요. 부작 주머니며, 주발에서 물 떨어진다는 것이 그것인데, 내 생각 같아서는 어부가 살아오지 않았더라도 어부의 시체를 찾고, 안타까워서 비통하는 일면을 농후하게 그렸더면 퍽 좋았을 것 같습니다.
 
71
빙허 : 그런데 배가 떠났다, 바람이 불었다, 사람이 죽었다 하는 것 뿐인데, 아일란드(愛蘭[애란]) 극작가 싱의 「해의 기사」에서 힌트를 얻은 듯 싶습니다. 만약 거기(「어촌」) 배가 떠났다, 바람이 불어서 물결이 사나운 것을 말하겠으면 대자연의 위력과 사람의 생의 고투를 그리거나, 또는 바다라는 괴물이 어촌에 던져 주는 어두운 그림자로 말미암아 사람의 하잘 것없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납니다.
 
72
상섭 : 빙허의 말씀이 퍽 유리합니다. 만일 사내가 살아와서 부부간의 고조된 심리 같은 것을 그려도 퍽 좋지요.
 
73
월탄 : 내 생각은 그것이 남편의 죽은 것을 쓴 것이 아니라, 모든 시체를 찾는 때에 그 남편의 시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보면 그들은 주발 뚜껑에서 물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남편과 아버지가 죽지 않은 줄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남편과 어버이를 잃은 비통한 느낌을 심절하게 그리지 않아도 관계치 않을 것 같습니다.
 
74
빙허 : 그것은 작자의 추리에 지나지 못하지요.
 
75
백화 : 아까도 말했지만 구상도 철저치 못할 뿐더러 부적이라거나 주발 뚜껑 물 떨어진 것을 암시로 쓴 모양인데 너무 미신을 사실로 나타나도록 하지 아니하였나 합니다.
 
76
춘해 : 전체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째 희미해요.
 
77
도향 : 평범한 한 사건이지!
 
78
춘해 : 글쎄, 그 사건의 중심이 무엇이 될까?
 
79
빙허 : 아까 말같이 목적이 나타나지 못했어요.
 
80
월탄 : 하여간 목적이라면 부적 주머니, 주발 뚜껑으로 무엇을 나타내려는 것이거나 어촌에서 일어난 한 비참한 일을 그대로 그려 놓은 것이겠지요.
 
81
빙허 : 미신은 작자가 기교로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요.
 
82
백화 : 기교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83
도향 : 제재를 더 침통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84
상섭 : 그런 것은 글이 아름다워야 좋을 텐데!
 
85
도향 : 그래, 물결같이 아름다운 문장이면 좋지!
 
86
상섭 : 有島武郞[유도무랑]의 「生[생]れ出[출]づる惱[뇌]み」라는 작중 북해도의 바다를 그린 것을 보면 참 훌륭해!
 
87
빙허 : 그런데 여기는(「어촌」) 바다도 없고 풍랑도 없고 참 아모 것도 없어요.
 
88
백화 : 외국에는 바다 그린 작이 퍽 많은데 그것이 그리기 여간 어렵지 않은 모양이야!
 
89
빙허 : 다눈치오도 바다를 잘 그렸어!
 
90
상섭 : 이제부터는 조선에도 해양문학이나 향토문학이 일어나야 될 것이예요. 달콤한 흙냄새 나는 문학이…….
 
91
백화 : 그런데 해양 같은 것을 그리려면 용어가 퍽 어려워! 우리와 같이 빈약한 것으로는 만족히 그리기 어려울걸요.
 
92
빙허 : 그것도 직접 그 자리에서 그리면 좀 낳을 게야.
 
93
춘해 : 그 자리에서 쓰면 현실 기분에 너무 눌릴 수가 있을 거예요.
 
94
빙허 : 그렇기도 하지만 일본 어느 작가가 한 말에 여자를 그리려면 현재 접촉하면서 그리는 것이 좋겠느냐 접촉 후에 상상해서 그리는 것이 좋겠느냐 하는데 암만해도 접촉하는 현재에 그리는 것이 더 농후하다고 해요.
 
95
상섭 : 나는 거기 반대요. 행위와 관조가 병행치는 못해요. 주관이 굳세게 활동할 제 객관을 용납지 못하니까.
 
96
도향 : 나도 반대예요. 쉬운 예를 들면 우리가 몹시 슬픈 때에 그 슬픔을 현장에 쓰겠느냐 하면 쓰기 어려워요.
 
97
상섭 : 부모가 돌아가신 후 슬피우는 때보담 나종에 가만히 앉아서 깊이 관조할 때에 그 슬픔이 더욱 고조되어지는 것입니다.
 
98
백화 : 금강산도 가보는 때보담 보고 와서 그린 것이 많고, 또 그렇게 그린 것이 더 잘 그려졌어요.
 
99
빙허 : 그런데 바다를 그리려면 많이 보고 듣는 것이 낫겠지!
 
100
도향 : 암, 아니 본다는 것은 아니지. 물론 많이 보아야 할 일이지!
 
 

 
101
「어느 회사원(會社員)」(『생장』 3월호) 金浪雲[김낭운] 作[작]
 
 
102
도향 : 「어느 회사원」은 지난번 「영원한 가책」만 못합디다.
 
103
월탄 : 보통 평범한 기술이에요.
 
104
도향 : 우리 눈으로는 이 작(「어느 회사원」)에서 신기한 것을 찾을 수 없어요.
 
105
빙허 : 작자로서는 이것이(「어느 회사원」) 사실이라면 그 회사원이라는 친구에게 대한 애착을 가졌을는지 모르지만 제삼자로는 아모 흥미도 없어요.
 
106
도향 : 회사원이라는 것을 통하야 현대사회의 이중생활하는 어떤 친구를 동정한 것인지, 퍽 희미해요.
 
107
월탄 : 그래요.
 
108
빙허 : 회사원이라는 친구의 성격이 보이지 않아요.
 
109
도향 : 저런 소설은 시일을 급히 하는 것이 늘 좋지 않아요.
 
110
빙허 : 시일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야!
 
 

 
111
「살인(殺人)」(「조선문단」 3,4,5,6호) 方春海[방춘해] 作[작]
 
 
112
상섭 : 이번에는 춘해의 「살인」!
 
113
빙허 : 내가 서두를 먼저 내지. 제1, 2회는 매우 흥미를 끌어요. 기차 안의 기분과 심리를 세밀히 그린 것과 사내 타고 또 계집애 타고 하는 방면이 퍽 좋아요.
 
114
도향 : 석찬, 혜숙, 경자의 성격이 불분명한 듯해요. 그러구 처음 붓대를 들면서 종결을 맺으려고 한 듯이 처음 몇 회는 좋은데 3,4회는 급행 열차식이 되었어요. 작자가 독자의 흥미를 끌려고 했는지 기교를 보이려 함인지 종이 뭉텅이에 칼 쌌다는 것이 과장 같고 부자연스러워요.
 
115
상섭 : 하관(下關)까지는 순조로워서, 경성서 부산까지의 기차 속에서 지낸 혜숙의 심리는 좋아요. 그런데 하관에서부터 전개되는 장면이 덜 좋아요. 종이 3백장으로 쌌다는 뭉텅이에서 무엇이 나올 듯 나올 듯해서 그것이 독자를 동경까지 끌고 가서 마지막 장에서 칼이 나온 것이 너무 기교에 기울어진 것 같아요. 그리구 혜숙이의 처음 나타나는 성격은 연애의 경험도 있고 세상에 닳은 여자 같은데 나중에 석찬과 관계를 맺고도 그의 주소까지 모르도록 숫저운 여성이라는 것이 이상스러워요.
 
116
백화 : 전체로 보아서 흥미는 퍽 끄는데 석찬의 성격이 모호하고 칼 나오는 데서부터는 최대급행이 되었어요. 내 생각 같아서는 몇 더 연재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117
상섭 : 암 여유가 퍽 있지요.
 
118
춘해 : 제가 고백하지요. 서해 군과도 말했지만 몇 더 연속하려다가 지리한 생각이 나서 얼른얼른 써버리노라고 그 꼴이 되었어요.
 
119
상섭 : 그것은 안 돼요. 잡지 경영하는 때의 방인근 씨와 작가로서의 방인근씨는 태도가 달라야 하지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서야 됩니까?
 
120
월탄 : 그런데 갈피를 찾을 수 없어요. 꼭 마치 오리무중에 방황하는 느낌이 나요. 처음에 여자가 오르고 남자가 오르고 또 여자가 오르고, 그 셋이 연애를 하고, 질투하고 하는 데가 너무 급하고 부자연스럽게 생각나요. 그렇게 깊은 연애라거나 심한 질투가 있자면 시일관계가 있겠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아요.
 
121
상섭 : 그것은 현대 데카단 기분이니 그렇기 쉽지!
 
122
월탄 : 현대 조선인으로서야 그다지 심할까?
 
123
상섭 : 아니, 그래도 지금 학생들은 안 그래요.
 
124
월탄 : 온천까지 가도록 그렇게 급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125
도향 : 응,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가기 쉬워요.
 
126
빙허 : 차안 장면 그린 것은 그림 같애!
 
127
상섭 : 잘 됐는데, 죽이려 가는 데가 너무도 흐리마리해졌어요. 만일 혜숙이 그렇게 나까노벌을 나간다면 그 장면에 침통한 기분과 아기자기한 고민을 암시한 저기압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이 없고, 그리고 혜숙이 S란 여자를 찾아갔는데, 그 때까지 혜숙이가 소문을 못 들었다는 것이 퍽 의아해요.
 
128
백화 : 어쨌거나 종이 뭉텡이가 동경까지 끌고 갔어요. 나만 거기에 호기심을 가진 줄 알았더니 다들 그렇구려.
 
129
도향 : 군더더기야.
 
130
상섭 : 하관서부터 생각지 못했어!
 
131
도향 : 혜숙이가 배에서 내렸을 때 석찬의 패를 한번 만나는 건데……, 못 만나게 한 게 실패야!
 
132
상섭 : 그렇지 한 번 만날 게지.
 
133
춘해 : 그것은 석찬이가 피했지요.
 
134
상섭 : 그러면 피했다는 말이 있어야지요.
 
135
빙허 : 칼은 무슨 의미인지?
 
136
월탄 : 그것은 여자동맹회에서 보낸 게지. 그런데 이 소설이 삼인칭이나, 엄밀하게 보면 혜숙의 일인칭 소설인데, 혜숙이가 처음은 왜 창녀가 되고 나종은 순결한 여성이 되었어요.
 
137
상섭 : 그런데 통히 인상적으로 안 쓴 것이 흠이야요. 아까 「어촌」의 산호동 곳을 그리는데 인상적이래야 할 것처럼…방인근 씨의 글은 좋은데 어떤 데는 말 한 마디로 할 것을 여러 말을 늘어놓아요. 다른 것을 그린 것을 보면 그만한 역량을 가지고도 힘을 덜 쓰는 듯해요. 그리고 숙희의 표정, 언어, 태도를 표현하는 용어가 처음은 거슬거슬하다가 중간은 순결해졌으니 말이 주는 관념을 등한히 볼 수 없을 줄 믿습니다.
 
 

 
138
「탈출기(脫出記)」(『조선문단』 3월호) 崔曙海[최서해] 作[작]
 
 
139
백화 : 근래에 내가 본 중으로는 이렇게(「탈출기」) 인상 깊은 작은 처음 보았습니다.
 
140
상섭 : 3월 창작 소설중으로는 제일이어요.
 
141
도향 : 내 생각 같아서는 작자의 체험이 아닌가 합니다.
 
142
상섭 : 두부 끓는데 같은 것은 그런걸.
 
143
월탄 : 두붓물 끓는데, 노란 기름 뜨는 것 같은 것은 체험이 없이 어려울걸요.
 
144
도향 : 그것이 사실이라면 인생으로서 그만한 아픈 경험을 한데 얼마간 존경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말씀하셨지만 두붓물 끓는 데라거나 나무 도적질하는 데서 얼마간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145
상섭 : 아내 귤 껍질 먹는 데가 참 절실한 느낌을 주던데요.
 
146
도향 : 아까 월탄 군이 「땅속으로」를 소설로 보기 어렵다고 한 것같이, 이것을 소설이라구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얘요. 만일 소설이라구 하면 다른 데는 다 좋은데 집에서 나오는 동기가 불분명해요.
 
147
상섭 : 그렇지 않아요.
 
148
도향 : 탈출에 철저한 무엇이 없어요.
 
149
빙허 : 그런데 첫째로 감복하는 것은 군말이 없고 귤 껍질 먹는 데가 참 좋아요. 박실(朴實)한 느낌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프로계급을 쓴 데는 실감이 없던데 여기(「탈출기」)는 실감이 있어요. 그러구 나도 처음에는 나 군처럼 탈출하는 장면에 어떠한 묘사가 더 있었더면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대로 넘는 것이 좋아요.
 
150
상섭 : 탈출한 동기가 불분명하다 하나 그렇지 않아요. 맨 끝에 가서 탈출한 원인을 알 수 있어요. 즉 말하면 자기 속에 어떤 사상이 일어나는 그것을 붙들어서 자기 생활의 태도를 정하는 거기에 그 주인공의 인생관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생의 충동, 생의 확충, 그것을 생각할 때 움이 돋은 자기의 생활관을 거부치 못하여 탈출하는 것이 밝게 나타났습니다. 나는 주인공의 생활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151
빙허 : 작자의 낙천가적 쾌활한 면목이 수처에 나타나서 매우 유쾌해요.
 
152
상섭 : 그리고 표현으로 보아 한 마디도 버릴 말이 없고 기교로 보아서 나뭇짐지는데 (‘후에 지기 편하도록’)한 것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은은한 가운데 그 기분이 나타나야 좋지 양철 지붕에 볕이 비치는 듯이 너무 쨍쨍해요.
 
153
월탄 : 인간생활의 한 모퉁이를 간명하게 그린 것이외다. 이것이 확실히 작자의 체험이라고 믿습니다.
 
154
도향 : 근래에 이런 작이 없어요.
 
155
백화 : 나는 퍽 깊은 인상을 받았는걸요.
 
156
춘해 : 김기진 씨와 박영희 씨는 종래 오시지 않는구려.
 
 

 
157
「난륜(亂倫)」(『조선문단』 4,5,6호)任英彬[임영빈] 作[작]
 
 
158
도향 : 월전 평에도 말했지만 1회에 끊었더라면 좋았겠어요. 그 사람이 인물묘사를 한꺼번에 하려는 것이 흠인 줄 압니다.
 
159
빙허 : 내 할 말을 자네가 다하네.
 
160
상섭 : 끝까지 보니 1회에 끝냈더라면 성공이 있었을 줄 믿습니다. 이 사람의 결점은 사람 하나를 보면 그대로 늘어져 붙는 것이야요. 그렇게 말고 사실을 미루어 나가는데 그 인물의 성격이 나타나게 했으면 좋을건데…….
 
161
빙허 : 2회부터는 사건이라고는 없던데.
 
162
상섭 : 2회부터는 한 이서(裏書)여요.
 
163
월탄 : 그러나 1회에 끊었으면 좋았겠다고 나는 월전 평에 하지도 안한 말을 한 모양으로 썼습디다마는 1회에 끊으면 새서방이며 용진의 성격이 없을 것이니 작자로서는 불가불 그렇게 됐지요.
 
164
상섭 : 단편에서는 그 여러 인물의 성격을 다 나타내기가 어려울걸요.
 
165
월탄 : 그래두 감역(監役) 부부며 용진의 설명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니오?
 
166
빙허 : 물론 그렇지요.
 
167
상섭 : 물론 전체를 실패케 하는 것보담은 낫겠단 말입니다. 1회를 그대로 못 끊은 것은 감역 부부의 성격을 늘어놓은 까닭이야요.
 
168
빙허 : 그런데 작자의 진실한 노력이 작에 나타나요.
 
169
춘해 : 2회만 빼고 두미(頭尾)를 붙쳤으면 좋겠어요.
 
170
도향 : 그래 중간은 군거야!
 
171
월탄 : 그런데 한자의 다용과 따라서 오자가 많아요. 대부(大父)를 대부(大夫)라 쓰고 고모라 할 것을 중숙모(重叔母)라고 했어요. 그리고 순국문으로 썼더라면 더 좋았겠던데…….
 
172
상섭 : 이 작자에게서 흙의 고소한 냄새에 도취하는 그러한 애토적(愛土的) 문학이 나기를 바랍니다.
 
173
빙허 : 인물 묘사에 농담(農談) 명암(明暗)이 없어. 작중에…….
 
174
월탄 : 전체로 보아서 이번 평중에서 무게는 「난륜」이 제일 나을 것 같아요.
 
175
춘해 : 3회 끄트머리는 좋더군!
 
176
월탄 : 용진이가 색시 방에 들어가서 부시 쌈지를 기워 달라는 데가 농후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흠(欠)이야요.
 
177
상섭 : 그렇게 노골적으로 하지 말고 은은하고 화려하게 했더라면 좋았지요. 남녀가 안고 부르르 떠는 데는 좀 과하던걸.
 
178
빙허 : 그런데 작자가 신적 태도로 작중에 나오는 인물의 성격을 개개의 기리기는 어려울걸요. 어떤 푯대를 세워 놓고 하는 것이 좋겠어요.
 
179
춘해 : 그런데 「난륜」에 나오는 많은 인물을 모조리 그리는 데도 각각 다르게 개성을 나타낸 것은 퍽 잘했습니다.
 
180
월탄 : 너무 심해!
 
181
상섭 : 그것이 많으면 중요한 인물의 성격이 박약해져요.
 
182
월탄 : 장편이었더라면 좋았겠지요.
 
183
춘해 : 그러나 그 인물에 다 특점이 있어요. 그렇게 그리기가 어려울 게요.
 
184
빙허 : 단편보담, 장편을 썼더라면 성공했겠지요.
 
185
월탄 : 글쎄, 더 늘렸더면…….
【원문】조선문단 합평회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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