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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김동인
1
○씨
 
 
2
○○은행 사무원 ○씨는 남에게 자기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3
“길 좀 비켜주.”
 
4
“이게 노형의 길이오?”
 
5
○씨는 첫마디로 성을 냅니다. 그러므로 그의 친구들도 ○씨를 대단히 무서워하여 할 수 있는 대로 멀리하려 하였습니다.
 
6
이 남한테 지기 싫어하고 교만한 ○씨가 이즈음 한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외다. ○씨가 매일○○은행으로 다닐 때에 그의 맞은편에서 오는(매일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보기 싫어서외다. 그 ‘어떤 사람’은 코를 잔뜩 하늘로 쳐들고 ‘이 세상에 나밖에 사람이 어디 있어’ 하는 듯이 뚜거덕 뚜거덕 걸어옵니다. ○씨는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목이 저절로 어깨로 수그러들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7
“개자식!”
 
8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씨는 스스로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9
그러나 분한 마음은 삭지를 않았습니다.
 
10
하루 아침은 ○씨는 오늘은 꼭 그 자식을 흘겨 꺼꾸러뜨리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11
‘어떻게 하나?’
 
12
그는 조반을 먹은 뒤에 시간을 맞추어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13
어디 보자. 그는 마음을 결박해가지고, 늘 그 모르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즉 그 사람은 저편 모퉁이에서 ○씨의 편으로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역시 그 사람의 코는 하늘로 향하였습니다. 입에서는 담배의 연기가 가장 자기 주인을 경배하는 듯이 너울너울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14
○씨도 힘을 다하여 눈을 흘겼습니다. 충혈된 그의 눈은 아프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씨의 눈 같은 것은 이 세상에 그 존재의 여부조차 모른다는 듯이 태연히 걸어갔습니다.
 
15
‘또 모욕당했다.’
 
16
은행에서 사무를 보는 하루 종일 ○씨의 머리에서는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17
“이 자식을…… 음, 이런! 원! 에, 분해…….”
 
18
그날 밤 그는 밤새도록 헛소리를 탕탕 하도록 열까지 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영문은 모르고 은행에서 뉘한테 따귀라도 얻어맞았는가 하고 대단히 걱정하며 간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그는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출근하겠느냐’는 아내의 묻는 말에 당연한 일이라고 고함을 친 뒤에, 조반을 먹고 또 나섰습니다.
 
19
‘에, 이 자식을 오늘은 어제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20
그는 어제 그 사람의 담배 물었던 것이 더욱 자기를 업신여기던 것 같아서 오늘은 자기도 그 사람을 업신여기는 뜻으로 담배를 붙여 물고 뚜거덕뚜거덕 걸었습니다.
 
21
그 사람은 역시 그 모퉁이에서 나왔습니다. 이놈. ○씨는 마음을 단단히먹고 어제 원수를 꼭 갚아야겠다고 아주 거만한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22
그러나 그 사람은 역시 ○씨와 그의 담배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한 다는 듯이 걸어옵니다. ○씨는 너무 답답하여 그 사람과 자기의 사이가 10여 보쯤 까지 가깝게 된 때에 에헴, 하고 기침을 했습니다. 즉 그때였습니다. 그 사람은 눈을 한번 껌벅하더니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피곤한 듯한 오만한 눈알을 천천히 굴려서 ○씨에게로 향하였습니다. ○씨는 뜻하지 않고 눈을 내리 떴습니다.
 
23
아차! ○씨가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눈을 다시 들 때는, 그 사람과 ○씨는 벌써 너덧 걸음 둥지게 되었습니다.
 
24
○씨의 마음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런 수치가 어디 있어! 왜 내가 눈을 내리떴단 말인가. 바보! 바보! 이튿날 아침에 한강 하류에서 송장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 송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유서로 그것이 ○씨의 죽음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25
유서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26
나는 어떤 자에게 욕을 보고 그것이 분하여 세상을 버리오.
27
— 철교 위에서.○
【원문】X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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