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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윈 사람은 음식을 말하기를 즐겨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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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교실에서 세 시간이나 연달으게 되는 지나문학사(支那文學史)의 강의는 오정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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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요, 사계(斯界)의 권위인 노교수는 으레히 음식의 설화로 2, 30분씩은 시간을 다가서 강의를 마치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주문한 런치가 왔느니─ 오늘 점심은 라이스 카레니─식기 전에 먹어야겠느니─하면서 그것을 말하기를 확실히 즐겨 하는 눈치였고 우리에게는 강의가 빨리 끝나는 것이 기쁨이었다. 교수는 학의 기품을 갖춘 수신 척골(瘦身瘠骨)의 고명한 노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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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음식을 말하기를 즐겨 한다는 것은 그 노교수같이 박사요 고명한 학자라는 말이 아니라, 수신 척골은 아닌 지경이라도─말하자면 여윈 편이라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는 보제(補劑)를 5제나 쓴 결과 관반(寬半)이나 체중이 늘었던 것이 봄을 잡아들면서부터 도로 나무아미타불이었다. 올에는 약의 힘을 버리고 간유와 버터의 섭취를 위주로 했더니 요새 와서 여름보다는 3백 그램이 불었다. 그 모양으로 한겨울을 지나면 보제의 힘을 빌 것 없이 자연스럽게 관반은 늘 것 같다. 이렇게 내게 있어서 체중의 증감이 대단한 관심사인 것이며─다시 말하면 장대한 육체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음식의 설화가 수다스럽다고 하더라도 문책을 받을 것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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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가 인조로 변한 지는 오래다. 영양가는 순수한 것과 일반이라고 선전은 하나 속을 사람은 없을 듯하다. 첫째 향기가 없고, 둘째로 짠 맛이 부족하고, 셋째로 감촉이 눅진하지 못하고, 넷째로 기계 기름 냄새가 나고, 다섯째로 빛깔이 지나치게 누렇고 …… 영양가 운운의 문제 외에도 흠은 일일이 매거하기 어렵다. 순수한 것을 식료품점에 예약해 둔 지 거의 한달 만에 간신히 다섯 파운드를 구해 지하실에 저장해 두었다. 아마도 순수품의 마지막일 듯싶다는 것이다. 다섯 파운드가 많지는 못하나 한겨울 날 것은 될 듯 해서 버터에 관한 한 당분간 걱정할 것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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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저장한 것으로는 외에 시골서 온 사과와 배 두 통, 밤 한 통, 고구마 한 포대, 자반 정어리 한 통, 야채 등이요 진귀한 것으로는 포도주─ 가 아니라 자조(自造)의 머루주 몇 병이 있다. 몇 해를 두고 벼르던 것을 올에야 겨우 뜻을 이룬 것인데 도회에서는 머루를 구하기 힘들어 일부러 그 목적으로 시골서 보내게 한 것이다. 알을 따서 으깨서 독에 봉해 넣으니 며칠이 못 가 고이기 시작한 것이 일주일을 지나니 풍후한 냄새가 제법 독하게 풍기게 되었다. 짜서 가라앉힌 후 더욱 조미를 베풀어 병과 독에 넣었더니 이 겨울의 한 진미가 되었다. 알코올분의 양조는 위법행위라는 것이나 이 법률의 상식을 알게 된 것은 머루가 고이기 시작한 후였으므로 처음부터 법의 그물을 뚫은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설령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고는 하더라도 골드 스미스의 소설 「비커 오프 웨이크필드」의 주인공인 목사의 가정에서 구스베리 와인(갈매나무(?)에 풍설(豊雪)일 것이라고 추측이다. 기상학자가 아닌 그로서는 소위 원망(願望)의 사고(思考)일는지도 모르나, 그러나 그보다 또 떨어지는 나로서는 그의 그 윗시풀 싱킹을 믿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어떻든 올에는 눈이 많이 올 것으로 작정해 버리고 약간의 예비지식을 준비해 가지고는 우선 스키 현품의 실제적 답사를 할 양으로 거리의 운동구점을 몇 집 들렸던 것이다. 현품을 보고 품질을 묻고 가격을 타진한 결과 스키 일절 용품에 대한 대략 다음과 같은 숫자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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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의 고저가 있다고는 해도 약 백 원의 개신(槪算)이다. 불과 20원이면 될 스케이트에 비하면 약 5배의 입비(入費)인 것이다. 점원이 허리를 얕게 하고 말을 달게 해서 스키의 공효(功效)와 흥미를 아무리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해도 사치한 스포츠임에 틀림없음을 알았다. 이상 품구(品具)외에 옳게 익히려면 교칙서도 필요한 것이요, 구장 등지를 번번이 내왕하려면 노자도 적지 않을 것이니 백 원에다 훨씬 이상의 것을 플러스해야만 될 것이다. 어찌 사치한 스포츠가 아니랴. 백 원을 얻으려면 원고지 200매를 채워야 하고, 원고지 200매를 채우려면 피나는 노력의 한달을 허비해야 한다. 즉 스키는 한달 노력의 값인 것이다. 확실히 비싼 대상(代償)이다. 한달 노력에 드는 육체와 정신력의 소모를 한겨울 동안의 스키의 단련이 열매의 술)을 만든 것이 허물이 안된 것같이 머루주의 몇 병쯤도 이를 허물할 것 없이 차라리 일종의 풍류로 돌림이 너그러운 일일법하다. 목사 집 부부가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손수 만든 구스베리주(酒)인 것이 솜씨를 자랑한 것같이 나도 내 머루주의 솜씨를 찾는 손님에게 자랑하려는 것이다. 이 정도의 허물없는 다반사인 것이 알코올을 진짬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머루주를 저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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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와 머루주 외에 땅속에는 김장도 두어 독 묻었고 좀 있다. 황해도로 갔다는 단골 굴장사가 굵은 굴을 가져오면 젓도 담을 수 있을 것이요, 시골서는 과실이 또 몇 통 오기로 되어 있다. 쌀도 얼마간 찧어 놓고 석탄도 간신히 약간 구해 놓았고─이만하면 겨울 준비가 대충은 된 셈이다. 날이 추워져도 눈이 와도 그다지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 두렵기는커녕 눈은 즐거운 것의 하나가 되었다. 눈이 없다면 겨울은 얼마나 삭막한 시절일까. 눈이 있기 때문에 겨울도 다른 시절에 밑지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다. 눈송이 날리는 아침과 저녁, 눈 쌓인 상록수, 하아얀 거리, 신발 밑에서 빠작빠작 올리는 눈 쌓인 행길, 기온이 낮아졌다가 별안간 차진 아침, 수림의 휘추리에 만화(萬華)의 그림을 그려 놓는 수빙(樹氷)─이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겨울은 다른 시절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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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에 들어서 눈이 특히 더 좋게 생각되고 기다려지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벼르던 스키를 올에는 짜장 시작해 보려고 마음 먹은 것이다 스케이트를 버린 지 십여 년이다 그것을 회복시켜 볼까 스키를 고를까 생각하다가 드디어 후자의 장쾌함에 마음이 끌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가지를 겸해 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다 요행 가까운 모란봉 뒷동에 지난해부터 스키장이 되었다는 것이요. 기차로 왕복 하룻길 되는 구장(球場)에도 철도국의 신설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눈이다. 눈이 많이 와야 무시로 스키를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므로 기다려지는 것이 눈이다. 그러나 이것도 스키어의 말을 들으면 금년에는 여름에 비가 적었던 까닭 설령 회복시켜 준다고 치더라도 비싼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여름의 수영은 수영복 한 벌만을 가지고 강에 나가면 그만이요, 운동장에서의 축구는 신은 신발 그대로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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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은 그렇다고 해두고 그 숫자가 결코 스키에 대한 나의 흥을 덜어 주지는 못하며 도리어 더욱 불지를 뿐이다. 사치 여부를 묻지 않고 나는 스키를 시작할 것이다. 좀 있으면 신품이 온다니까 눈 오는 날 아침 즉시로 나는 점원에게 한 벌을 날라 오도록 분부할 것이다. 눈 오는 날이 내게는 전에 없이 유달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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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 날리는 아침과 저녁─눈 쌓인 상록수─하아얀 거리─만화의 그림을 그려 놓는 수빙─이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서 눈 쌓인 산등이 가장 그리운 것으로 기다려진다. 눈과 스키─계절의 원망(願望)은 우선 지금 이것뿐이다. ─11월 30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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