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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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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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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동서를 물론하고 어느 나라에도 고래(古來)로부터 있어 오는 것이지만 조선의 그네처럼 조선의 정조(情調)를 나타내는 그러한 특색을 가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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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공원이라든가 그러한 원유지(園遊地)에 시설해 놓은 아동유희(兒童遊戱)의 그네 그것은 어느 나라에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거기서 조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옛날 궁중에서 한식절에 경쟁적으로 남녀의 구별이 없이 노닐던 그네에서도 조선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한식절에서 단오절로 그 그네의 철이 바뀌면서부터 비로소 조선이 아니면 찾을 수 없는 그러한 표정을 그네는 가져 왔다. 사내들은 씨름터를 찾아가고 부녀들만이 마을에 그냥 남아, 이 하루를 그네로 즐기게 되는 데서 그네는 부녀만이 노는 유희가 되어 조선의 정서를 길러 온 것이다. 단오절의 바야흐로 잎이 기름진 신록의 높다란 가지에 까암하게 공중 드리워 맨 굵다란 무동줄의 그 그네인 줄을 알게 되고 새빨간 댕기를 넌지시 질러 느리운 적령기의 처녀가 그네줄을 풍긋이 잡고 올라서 그네줄에 올라 앉았음을 연상하게 된다. 참으로 이 단오절의 그 그네 속에 조선의 표정은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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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자유를 못 가지고 규방을 지켜 오다 자유가 허여(許與)되는 이 하루이므로 능히 그네줄에 올라설 수 있는 여자이면 상하 귀천 할 것 없이 모두 집을 떨쳐나 새 옷 새 신발에 마음껏 이 하루를 즐기기에 시간이 아깝게 그네줄을 찾아 이 마을 저 마을 밀려다니게 되는 것은 이미 한 개의 풍속이 되어 있거니와, 옥색 모시 치마에 분홍의 빈사 적삼을 산뜻이 받쳐 입고 그네줄에 올라서 빨간 댕기를 공중에 날리며 ‘5월 수리 드근 드근이야’소리를 규방 처녀가 소리 높이 질러 보는 이 풍경이야말로 조선의 그네에서가 아니면 그 어데서 능히 찾아볼 수 있을 것일까. 그것은 5월 조선의 아름다운 한 구(句)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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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 지방(西鮮地方)에서는 소위 모기 날림(그네를 뛰여서 모기를 날려야 그 해 여름에 모기에 적게 물린다는 미신)이라 하여 가지고 그네줄에 올라 설 건강을 이미 잃은 늙은이들도 앉은 그네나마 한 번씩은 대개 다 뛰여 보는 욕심을 가졌다. 그만큼 그네는 부인네의 관심의 적(的)이 되어 해마다 단오의 가절(佳節)이면 조선의 표정이 이 부녀들로 하여금 마을마다 아름답게 무르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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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몇 해째는 단오절을 기하여 현상 추천(懸賞鞦韆)이 성히 유행함을 보아 온다. 이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그네에 대한 관심이 커 가는 데서라고도 볼 수 있으나 그 성질이 일반을 상대로 하는 그러한 것이 아니요, 다만 선수의 그것이 되는 데서 일반 부녀로선 그네줄을 잠깐이라도 잡아 볼 권리가 없게 된 것이 한긋으로는 그 재래의 아름다운 풍속미가 무시되어 그토록 아름다운 정서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여간 섭섭하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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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이 이름부터가 조곰도 한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조선말로 되어 그 어감에서조차 우리 내가 나는 우리 것이다. 그네가 옛날 초나라에서는 ‘施鉤(시구)’라고 불렀고, 열반경(涅槃經)엔 ‘冒索(모색)’이라는 기록이 있고 또 일본에선 ‘由左波利(유좌파리)’라고 하였다니 이들 이름과 그 그네라는 이름과를 대비해 보아도 조곰도 그 어데에서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 그네다. 이러한 역사적 존재를 가지고 조선의 부녀들과 같이 길이 단오절에 조선의 정서를 빛내 내려온 그 그네이므로 이것이 앞으로 한 개 역사적 사실로 남아지기보다 그대로 조선의 정서를 길이 빛내며 있어야 할 것이 우리의 자랑임을 현상자(懸賞者)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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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조광(朝光)》
【원문】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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