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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희(孫秉熙) 동학(東學)에 입도(入道)한 해에 지목이 일어나서 청주 교졸들이 병희의 조카되는 손천민을 잡으려고 나와서 손병희의 집을 수사 한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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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은 벌써 피신하여 없는고로 천민의 가족을 대신 잡았다. 그러매 병희가 조카 손천민을 존중히 생각하던 터이라 손천민은 내 조카니 그 가족을 잡아 가지 말고 나를 대신 잡아가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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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졸들이 천민의 가족을 다 놓고 병희를 잡아가지고 청주로 가다가 청주 부문 밖 주점에 이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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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의논이 났다. 병희는 주점 주인에게 우리 일행이 일곱 사람이니 술 일곱 사발을 부어놓으라 하여 일곱 사발을 부어놓았다. 병희는 그 일곱 사발을 혼자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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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 없으니 술값을 너희가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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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교졸들이 기가 막히어 아무 말을 못하였다. 또 나는 술이 취하여 가지 못하겠으니 나를 업고 가자 하였다. 교졸들이 할 수 없이 업고 청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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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에 영장이 병희를 잡아 들여 성명과 주소를 묻고 네 조카 손 천민을 잡아오면 너는 놓아 보내마 한다. 그래서 병희는 그리 하마고 승낙 하였다. 그 이튿날 교졸을 데리고 나와서 며칠 찾는 체하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잡지 못하겠다고 도로 청주로 돌아갔다. 영장이 어찌하여 네 조카를 잡지못하였느냐 하니 그의 말이 교졸 때문에 잡지 못하였다 한다. 어째 그러하냐? 조카의 있는 곳을 가되 교졸이 따라오니 벌써 소문을 듣고 다른 데로 피신 해서 잡을 수 있겠소? 한다. 그러면 혼자 가면 찾겠느냐? 혼자 가면 꼭 잡아 바치겠읍니다. 그러면 교졸은 그만두고 혼자 가서 잡아 바쳐야 하지못 잡아왔다는 큰코 다칠라 하거늘 병희가 혼자 나와서 그 길로 도망 하여 충청도 단양으로 가서 해월 선생을 만나 그로부터 교훈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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