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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중(李侍中)이 급거히 해주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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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날 밤, 정몽주(鄭夢周)는 난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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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에 인사를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왕자를 맞으려 해주까지 갔던 이시중은, 거기서 심심소일로 사냥을 즐기다가 실수하여 낙마를 하여 다리를 상하였다. 며칠간 해주에 누워서 다리의 아픔을 좀 낫게 하여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거늘 이시중은 급급히 왕도(王都)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몽주는 자기의 몸에 다닥쳐 오는 비상한 위험을 직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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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세력대치─ 이시중의 세력과 몽주 자기의 세력의 대치 ─ 다시 말하자면 반역자의 세력과 애국자의 세력의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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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지려는 나라의 운명을 오로지 자기의 늙은 어깨에 짊어지고, 쓰러지려는 국운을 어떻게든 다시 바로잡아 보려는 자기의 노력과, 한편으로는 쓰러지려는 나라를 부숴 버리고 다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이시중의 운동─ 이 두 가지의 운동이 차차 노골화하고 맹렬하여 갈 동안, 몽주는 침식을 잊었다. 온갖 다른 일을 잊었다. 그리고 나날이 쇠약하여 가는 국운을 어떻게든 만회하여 보고자, 자기의 가진 힘을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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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중의 세력이 너무도 강성하여 가므로 그것을 좀 꺾어 보고자 이번 시중이 해주로 내려간 기회를 타서 시중의 심복지인인 남은(南誾), 정도전(鄭道傳) 등을 손빨리 조정에서 멀리하고, 나아가서는 시중까지도 어떻게든 처치하려고 꾀하는 이때에, 시중이 급급히 해주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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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이 이렇게 급급히 환경한 것은, 시중의 다섯번째 아들이요, 지금의 이시중 일파의 운동의 참모격(參謀格)이 되는 방원(芳遠)이 밤을 세워서 자기의 아버지를 모시러 해주까지 갔던 때문이다. 방원이 출발한 것이 즉 조정에서 정도전, 남은 등을 멀리한 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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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미루어 이번 시중이 급급히 돌아온 그 이유도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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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껏 서로 암암리에 저편 세력을 꺾어 버리려던 두 개의 세력은 여기서 비로소 정면으로 충돌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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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는 서로 비밀의 책동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 이시중이 돌아온 이상에는 당연히 시중이 잡은 군대의 위력으로써 자기에게 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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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껏 숱한 노력으로서 자기를 반역당 가운데 끌어 넣고자 운동하였지만, 인제부터는 자기와 표면으로 정면으로 충돌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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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이 몸을 나라를 위하여 바치는 것이 무엇이 아까우랴만, 자기 한 사람만 없어지면 이 나라는 기름 마른 등잔같이 꺼져 버릴 것이다. 태조 왕건 때부터 오백년에 가까운 날짜를 전면히 물려온 이 나라가 꺼져 없어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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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이 몽주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무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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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에서 봄은 익어서, 먼 산은 저으기 자주빛이 돌아 보이되, 조정의 두 개의 암류 때문에 갈피를 차리지 못하는 서민들의 마음에는 봄이 이르지 못하였다. 음침하고 암담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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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문안을 핑계삼아 이시중을 찾는 몽주─. 행차도 없이 간단히 녹사(綠事) 하나를 뒤에 달고, 음침한 봄의 길을 이 시중의 집으로….
21
이전 자기가 섬긴 삼대의 임금의 면영이 걸핏걸핏 몽주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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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비 노국공주를 잃고 외로운 여생을 보내다가 폐신(嬖臣) 홍륜(洪倫)이며 최만생(崔萬生) 등에서 시를 당한 공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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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辛氏)라는 누명 아래 강화로 쫓겨 갔다가 참혹한 죽음을 당한 우왕(禑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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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드님이요, 또한 이시중 때문에 참화를 본 창왕(昌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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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롭지 못한 최후를 본 이 전 삼대의 임금의 지극히도 착하고 어질던 면영이 봄날 하늘 가에 나타나서 몽주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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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을 찾아가는 기러기가 하늘을 길게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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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행하려던 사람─ 방금 처치하기를 의논하던 사람이 병 문안을 핑계삼아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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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식, 그 견식, 그 인격─ 당대의 사표되는 인물이요,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인 이 몽주를, 물론 자기네의 당파 안에 끌어 넣을 수만 있으면 이 위에 더 양책은 없을 것이다. 몽주를 자기네의 당파에 끌어 넣기 위하여 그런 뜻을 몽주에게 보일 때에, 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다시 죽어, 백골이 진토되고 넋이라도 있건 없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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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 한 마디로 왕씨의 사직에 대한 자기의 변함 없는 마음을 비추어 보인 것이었다. 이 왕씨의 사직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가지고 있는 몽주는, 이씨의 일파에게는 커다란 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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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를 그냥 두자면, 몽주에게 비록 군대의 위력은 없으나마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재상이니만치 몽주의 생전에는 이 사직에는 흔들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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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를 없이하자니, 왕조에 이성된 몽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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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왕씨를 떠나서 이시중에게로 오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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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없이 왕씨의 사직을 없이하고 서서 왕이 되게 되었다. 이러한 체재 좋은 구실을 꾸며 나가려는 이시중에게 있어서는 노골적으로 반역자란 이름은 또한 듣기가 역겨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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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이 괴로운 존재에 대하여 지금도 한참 의논을 거듭할 때에 몽주가 병문안이라는 핑계로서 이 집에 뛰쳐들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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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비교적 낭패하지 않았다. 그의 먹은 나이의 덕으로 마음의 낭패를 감추고 몽주를 맞았다. 그러나 시중의 다섯째 아들 방원은 분명히 낭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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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으시다니 천행이외다. 젊지도 않으신 몸, 어쩐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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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몽주가 눈을 들었다. 아직 쉰 여섯, 그다지 늙은 축은 아니로되, 자기의 어깨로 나라의 커다란 운명을 짊어지고 그 때문에 많은 노심을 한 몽주는, 그 눈가에 벌써 육십이 훨씬 넘은 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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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조준, 남은, 정도전 등 몇 사람을 조정에서 멀리한 것을 대감도 들으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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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들었다. 들었기에 밤을 도와서 서울로 달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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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이 서울 계셨으면 당연히 대감과도 의논을 해 가지고 처결을 할 일이지만, 대감은 멀리 계시고 의논할 사람은 없고… 혼자서 애를 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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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 사람들은 모두 대감께서 신임하시던 사람들 ─ 일이 급하지만 않으면 전인해서라도 대감과 의논을 할 것이지만, 일은 급하고 그 위에 대감도 고려의 지주(支柱)시매, 나라를 위해서 한 마음해서는 그다지 나무람도 없으시리라고 억단을 하고 혼자 생각으로 처치를 한 일인데 대감의 의향은 어떠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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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이었다. 잘하였다고 하기는 싫은 일이었다. 이름을 <고려에 대한 충성>에 붙였으매 못하였다고 비난도 못할 노릇이었다. 시중은 잠시 뒤에 한 마디 의미 명료치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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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가 시중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방원이 여러 번 들락날락하였다. 밖에서 흥분돼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간간 들렸다. 방원과 그의 아버지 시중의 사이에 불길한 눈짓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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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불길한 계획이 진행되는 것이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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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밟고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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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집에서 나선 몽주는 녹사를 돌아보며 명하였다. 그러나 녹사는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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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어디 들를 데가 있다. 먼저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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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옵니다. 들리실 데가 계시면 소인도 들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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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한 봄의 거리─ 서로 기분이 어그러진 것 같은 이상한 감정으로 몽주는 앞서고 녹사는 뒤서서 다시 몽주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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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앞서서 가던 몽주는 어떤 집 앞에 문득 발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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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그러나 언제 질는지 알 수 없는 꽃이로다. 적적한 꽃─ 적적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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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는 그 집으로 앞서서 들어갔다. 녹사도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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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자리를 펴고 술상을 마주 한 잔 두 잔 석 잔 ─ 봄날 꽃 아래서 들이키는 술─ 그러나 적적한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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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춤출께 보아라. 최후의 춤이로다. 잘 보아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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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감, 그게 무슨 말씀이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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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서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이 없느니라. 최후의 춤 ─ 잘 보아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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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주는 일어섰다. 꽃 아래서 도포의 소매와 자락은 어지럽게 뛰놀았다. 일곡, 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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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대완(대(大)완(椀))에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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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풍세가 괴악도 하다. 자, 대완에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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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여 마시고 연하여 춤출 동안, 몽주의 늙은 눈 가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87
그러나 자기 한 사람만 없어지면, 고려의 사직을 붙들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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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난무하는 동안, 몽주는 속으로 연하여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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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 나온 몽주의 주종은, 선지교(選地橋)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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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러졌던 몽주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주위에는 벌써 쇠망치며 칼 가진 사오인의 장정이 둘러섰다. 몽주의 머리에서는 피가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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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섰거라!』 두번째의 쇠몽치가 그를 향하여 내려오려 할 때에, 몽주는 벽력같이 고함쳤다. 이 고암 소리에 괴한들이 멈칫 설 때에, 몽주는 넘어지기 때문에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북향하여 꿇어 엎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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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감마마, 가옵니다. 신은 먼저 가옵니다. 신만 가오면 상감마마를 누구가 붙드오리까? 통촉합소서. 통촉합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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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께 하직을 고한 몽주는 다시 이번은 종묘쪽으로 돌아 앉았다. 먼저 가신 공민왕, 우왕, 창왕, 삼대의 임금께, 이 세상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하직을 드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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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감 계신 나라로 신도 가옵니다. 상감께서 신께 짊어지워 주신 이 고려의 사직 보전할 이가 없사와, 신이 그냥 짊어진 채로 상감 계신 나라로 가옵니다. 다시 받아 주시옵소서. 이 세상에서 보존치 못한 사직─ 내세에서 길이길이 보전하옵소서. 신도 상감마마께로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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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섰던 녹사가 와락 몽주에게 달려 들었다. 그와 같은 찰나에 무사의 칼이 몽주를 향하여 힘차게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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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주종의 몸집은 네 동강이 나서 선지교의 돌다리를 붉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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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주의 나이 쉰 여섯, 그 때 같이 순사(殉死)한 녹사의 이름은 불행히 사가(史家)에 놓친 바 되어 전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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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오백 년 간, 몹쓸 비와 찬 눈에 씻기우고 또 씻기운 그 돌이로되, 몽주 주종의 흘린 피의 흔적뿐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어서 그의 충혼을 조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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