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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6
여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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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과 상해생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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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에서 20여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보내었고, 그 중에도 상해에서 14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다닌 곳은 구주와 만주와 아세아 일폭(一幅)으로 그곳은 대개 다녀보았으나 미국만은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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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에 있어서 가장 재미난 이야기요. 하도 많으니까, 다 말할 수 없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인상에 깊은 것은 대정 10년(1921년) 11월 하순경에 고비사막에서 10일간이나 야숙을 하며 그 사막을 지나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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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이라고 하면 누구든지 다 잘 아시겠지만, 그 광막하고 끝이 없는 사막을 지나며 밤이면 양의 가죽을 쓰고 사막에서 지나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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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은 북부 아시아의 일부요, 더욱이 때가 11월 하순이라 영하 30도나 되어 춥기도 여간이 아니지만, 밤이면 푸른 별들이 누구를 부르는 듯 반짝거리고 그 아래는 나 홀로 누워있는 듯 쓸쓸한 사막의 밤은 가장 즐겁고도 유쾌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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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인이 되었던들 그 웅장한 사막의 밤을 한 번 노래해 보았을 것입니다. 낮이면 낙타로 사막을 지나가고 밤이면 양의 가죽을 쓰고 그날그날을 지나던 나의 생활은 그야말로 영원의 표랑객과 같아서 퍽이나 유쾌하더군요. 나는 그때 고비사막을 지나서 시베리아로 들어갔는데, 먹고 입을 것이 없어서 기아에 헤매는 그때 러시아인들은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네의 건설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그네들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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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해외생활에서 있어서 가장 고생한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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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야 많이 했지요. 그러나 고생 중에도 먹을 것 없는 고생이 더 하더군요. 나는 상해에서 14년을 지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객식구가 많아서 20여인이 먹고 살았지요. 일정한 수입이 없어서 고생한 때가 많은데, 어떤 때는 칼러나 넥타이 등 양품을 가지고 서양인 집을 돌아다니며 방물장사 노릇을 한 때까지 있었습니다. 하루에 2백 원까지 돈을 번 때도 있지만은, 어떤 때 허탕을 치는 날이면 20여 식구가 먹을 것이 없어서 딱하기 짝이 없더군요. 참말 기막힐 때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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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통쾌한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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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장개석 씨의 북벌 당시에 조선인도 참가하여 승승장구하던 것도 유쾌하고, 한X에서 북벌 승리의 축하연회가 열렸을 때, 그때 그 석상에서 나도 한마디 통쾌한 연설을 한 것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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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가장 즐거운 에피소드는 내가 상해 복단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비율빈(필리핀)체육회에 초대되어 갔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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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중국인 행세를 하였으나 마침 전부터 알던 나바쓰라는 비율빈 신문기자를 만났는데, 그이는 내가 상해 있을 때에 조선을 지나는 씨를 위하여 당시 장덕수 씨에게 소개한 일까지 있고, 경성에서 장씨를 만나 명월관에서 조선 기생 구경도 하고 매우 환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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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나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며 악수로 환영하고 그날 저녁에는 ‘조선 명사 여운형 선생 필리핀 방문’이라고 굉장한 기사를 신문에 내고, 28단체의 환영회까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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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은 바지에 넥타이도 아니 매고 일개 운동인으로 그 자리에 참석하여 답변을 하다가 비율빈에 대한 미국의 교묘한 정책을 공격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각 신문에 모두 게재되고 또는 비율빈을 맹주로 남양공화국을 건설하라는 쓸데없는 나의 소견까지 게재되어 그 다음날에는 경찰에 취조를 받고 여행권까지 빼앗기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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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다음날 학생들은 상해로 돌아왔으나 나는 일주일이나 더 있다가 비율빈 연설가들의 비호로 무사하게 되어 하루에 10원씩의 손해금까지 받고 무사히 상해에 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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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문학》,1935년 6월호)
【원문】고비사막과 상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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