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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三代) ◈
◇ 홍경애 ◇
카탈로그   목차 (총 : 42권)     이전 2권 다음
1932년
염상섭
1
삼대(三代)
2
2. 홍경애
 
 
3
주인 여편네는 손님이 심심해하는 양을 보고 가까이 교의를 끌어다놓고 두 사람을 타서 앉으며,
 
4
"오늘도 주정허시랍니까, 주정허시면 내쫓습니다."
 
5
"내가 주정을?..."
 
6
하고 깜짝 놀란다. 사실 그날도 점심 저녁 다아 굶고 술을 과히 먹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지금 어렴풋도 하지만, 혹시는 평시에 계집에게 담백하니만큼 일시 희롱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생각을 하여보았다.
 
7
"시치미 딱 떼고 딴전을 붙이시는군요. 약주 취한 체하고!"
 
8
주부는 이야깃거리를 만들려고 여전히 병화의 주정부리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병화는 재미없었다.
 
9
"사실 그런 게 아닌데... 당신 같으면 붙들고 시달렸을지 모르지만- 하하..."
 
10
"호... 그랬더면 큰일났게!"
 
11
주부가 이런 소리를 하려니까,
 
12
"다다이마(지금 옵니다)."
 
13
하고 역시 일복한 여자가 목욕 대야를 들고 들어오다가 손님이 있는 걸 보고 오뚝 서 버린다.
 
14
무심코 건너다보던 덕기는 얼음장을 목덜미에 넣는 듯이 모가지를 움츠러뜨리며 눈을 술잔으로 보냈다. 들어오던 여자도 주춤하고 서는 기척이더니 소리없이 살며시 돌쳐나간다.
 
15
"경애!"
 
16
덕기는 속으로 이렇게 불러보고는 두 눈이 확 달면서 더운 것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물이 날 지경은 아니었다.
 
17
다만 칠분쯤 남은 술 고뿌가 위아래로 춤을 추는 것 같고 술을 아무리 못 먹어도 그만 술에 취할 리가 없겠는데 머리가 아찔하고 앉은 자리가 휘휘 둘리는 것 같았다.
 
18
"어떤가? 놀라 자빠지지는 않겠나? 허허허... 내 눈도 자네 눈만큼은 높지?"
 
19
하며 남의 속은 모르고 취기가 돈 병화는 껄껄 웃는다.
 
20
"그야 미인보고 예쁘다 하지. 그렇지만 놀라 자빠질 지경이야..."
 
21
주부는 여자 본능으로 엷은 시기를 느끼는 눈친지 병화에게 이런 핀잔을 준다.
 
22
"오바상! 술을 또... 그리고 아이꼬상더러 어서 나오라고 해주슈."
 
23
'아이꼬상'이라는 것은 이 집에서 경애라는 애 자를 일본말로 부르는 이름이다. 주부는 발딱 일어나서 들어갔다.
 
24
"여보게! 그것 누군 줄 아나?"
 
25
주부가 안으로 들어간 뒤에 병화가 웃으며 묻는다.
 
26
"누구라니?"
 
27
덕기는 위아래 어금니가 맞닿는 소리로 대꾸를 하며, 무엇에 놀란 표정으로 친구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이 친구가 그 여자의 내력을 빤히 아는가 싶어 무서웠던 것이다.
 
28
"아아니, 지금 그애가 일녀인 줄 아나?"
 
29
병화는 또다시 싱글싱글 웃는다.
 
30
"그럼 조선여자란 말인가?"
 
31
덕기는 역시 자기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한층 더
 
32
무거워졌다.
 
33
"허허허... 나도 처음 봤을 때는 못 알아보았네마는 알고 보니 수원 나그네-가 아니라 수원 여자라네! 이름은 홍경애..."
 
34
친구의 입에서 홍경애라는 이름까지 듣고 나니 덕기는 새삼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다. 아무 말도 못 하였다.
 
35
병화는 덕기가 깜짝 놀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과 달리 아무 대답도 없이 한 모금 술에 발개졌던 얼굴이 해쓱하여지는 것을 보고 무슨 의민지 해석할 수 없다는 듯이 머쓱한 낯빛으로 친구를 한참 바라보다가,
 
36
"자네 그 여자를 아나?"
 
37
하고 물어보았다.
 
38
"몰라!"
 
39
덕기는 약간 떨리는 듯하면서 침통한 소리로 간단히 대답을 하면서도 자기의 낯빛이 친구에게 이상히 보일까보아 술 고뿌를 선뜻 들어서 입에 댄다.
 
40
껄떡껄떡... 반 이상이나 한숨에 켰다.
 
41
병화는 덕기가 술을 이렇게 단김에 켜는 것을 처음 보았다.
 
42
"웬일일까?'
 
43
병화는 혼자 의아하였다.
 
44
손뼉을 쳤다. 그러나 '아이꼬'가 술을 가지고 나오는 게 아니라 주부가,
 
45
"미안합니다."
 
46
고 소리를 치며 나온다.
 
47
"아이상은 왜 안 나오우?"
 
48
병화가 물었다.
 
49
"머리 빗어요. 이제 나오겠지요."
 
50
주부는 술을 덕기에게도 따랐다. 한 고뿌 다 마셨으니, 다른 때 같으면 덕기는 싫다고 할 터인데 잠자코 있다. 덕기는 어떻게 할지 속으로 망설이었다. 어서 병화를 일어나게 해서 그대로 가버리고도 싶고 이왕이면 좀더 앉았다가 그 미인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가고 싶은 충동도 없지는 않다.
 
51
"여보게, 그만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세."
 
52
덕기는 암만 생각하여도 자리를 뜨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하며 발론하여 보았다. 그러나 뒤숭숭한 마음은 조금 안정된 것 같기도 하였다.
 
53
"왜 그러나? 모처럼 왔다가 미인도 안보고 가려나?"
 
54
병화는 둘째 잔을 반이나 한숨에 마시고 움직일 생각도 없이 매우 유쾌한 모양이다.
 
55
"자네두 어서 좀 먹게. 오늘은 좀 취하세그려. 오래 또 못 만날 텐데..."
 
56
"왜 이 양반 어디 가시나요?"
 
57
주부는 병화의 말에 덕기를 아까보다도 친숙한 눈치로 쳐다본다.
 
58
"아직 공부하는 어린 자식놈이 보구 싶기에 동기 방학에 불러왔다가 내일 떠나보내는데 지금 송별연을 차린 거라우."
 
59
하며 병화는 껄껄 웃었다.
 
60
"호호호... 부자분이 아주 의초가 좋으십니다그려."
 
61
하며 주부가 웃으려니까,
 
62
"미친 사람!"
 
63
하고 그제야 덕기가 픽 웃는다.
 
64
"학교는 어디시게요?"
 
65
"경도 삼고"
 
66
덕기가 딴생각에 팔려서 잠자코 앉았으니까 역시 병화가 대꾸를 하였다.
 
67
"예에, 경도? 경도에 오래 계세요?"
 
68
하고 주부는 경도라는 데 반색을 하면서 덕기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69
"예에 한 이태쯤!"
 
70
덕기는 얼빠진 사람처럼 앉았다가 대꾸를 해주고,
 
71
"어서 일어서게."
 
72
하고 또 재촉을 한다.
 
73
"왜 그러세요? 오시자마자."
 
74
주부는 장사치의 인사로만이 아니라 어쩐지 이 젊은 사람들을 더 붙들고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다.
 
75
"떠날 준비도 있고 어디 가서 밥을 먹어야지."
 
76
덕기는 경애를 단연코 만나지 않고 가리라고 생각하였다. 그 여자에게 자기로서는 아무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나 어쩐지 만나기가 가슴 아팠다.
 
77
더구나 이런 자리에서 수집 작부로 떨어진 경애와 만난다는 것은 의외라도 이런 의외가 있을 리 없고 자기인들 아무리 타락하였기로 만나려고 할 리가 없을 것이니 얼른 피해 주는 것이 옳다고도 생각하였다.
 
78
"이 사람아, 밥은 밤낮 먹는 거 아닌가? 좀 가만 앉았게그려."
 
79
"술이라면 떨어질 줄을 모르니, 어쩌잔 말야, 자네 그 유명한 청년의 머리를 술에 절여 버리려나?"
 
80
덕기는 좌석이 거북하니만큼 거의 노기를 품은 소리로 이렇게 비꼬아 본다.
 
81
"사실은 나는 밤낮 먹는 그 밥도 없네마는 술도 못 얻어먹으면 냉수나 마시고 살라는 말인가? 대관절 나 같은 놈에게서 술마저 뺏으면 무에 남겠나? 그래도 술을 먹지 말라는 말인가?"
 
82
"암 그렇고말고요! 퍽 유쾌하신 모양입니다그려?"
 
83
별안간 이런 소리를 치면서 '아이꼬상'이란 여자가 내달아서 주부 옆에 와 서며 덕기에게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고,
 
84
"긴상(김씨), 저런 도련님과 무얼 그렇게 설교를 하고 앉으셨소? 자아 술이나 잡수세요."
 
85
하고 주부 앞에 놓은 술통을 들고 달려든다.
 
86
"사실 아이상 말이 옳지? 자아 당신부터 한 잔..."
 
87
하고 병화는 의기양양하여 빈 고뿌를 내어민다.
 
88
"나두 먹죠."
 
89
하고 경애는 선뜻 잔과 술통을 바꾸어 받는다.
 
90
병화는 선 채 내미는 경애의 잔에 술을 따랐다.
 
91
경애가 고뿌 술을 받아서 마시는 것을 보고 덕기는 외면을 하였다. 처음에 소리를 치며 해롱해롱하며 내닫는 그 꼴에도 가슴이 내려앉듯이 놀랐지만 그 술 마시는 데에 한층 더 놀랍고 밉고 더럽고 가엽고 한 복잡한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92
부친에게 이 꼴을 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부친에게 대하여 이때껏 느껴 보지 못한 반항심이 부쩍 머리를 들어오는 것을 깨달았다.
 
93
그러나 경애가 술을 이렇게 마구 먹는 것을 보고 놀란 사람은 덕기만이 아니었다.
 
94
"어쩌자구 이래? 오늘이 무슨 일 났나?"
 
95
주부는 경애가 장난으로 대객삼아 그러는 줄만 알고 웃으며 바라보다가 정말 반 고뿌 턱이나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자 질겁을 하면서 경애의 입에서 술잔을 빼앗아 버렸다.
 
96
"에구 이에 얼마야! 이러구두 사람이 배기나!"
 
97
하며 주부는 내려 놓은 고뿌의 술 대중을 본다.
 
98
그 말이 지나는 인사거나 주인으로서 부리는 사람을 꾸짖는 어투가 아니라 주책없는 어린 동생이나 나무라는 것같이 다정스러이 들리었다. 두 청년은 그것이 자기에게나 당한 일같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99
"나두 이만한 술은 먹어요."
 
100
경애는 언제 들으나 도리어 얄미울 만큼 혀끝이 도는 일본말로 이런 소리를 하고 무슨 대담한 장난이나 한 뒤의 어린 아이처럼 엉너리치는 웃음을 생글 웃어 보이다가 거기 놓인 피존 한 개를 꺼내 붙인다.
 
101
덕기는 담뱃불을 붙이는 동안에 경애의 얼굴을 잠깐 엿보았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새빨간 눈에 성냥불이 어리어서 눈물이 글썽글썽한 것 같다.
 
102
'그래도 우는구나!'
 
103
고 덕기는 도리어 가엾은 생각이 났다.
 
104
예전에 같이 보통학교에 다니고 교당에 다니던 생각을 하면 이렇게도 변하였으랴, 이렇게도 타락하였으랴 싶건마는 지금 이렇게 술을 먹는 것도 화풀이 술이요, 하등 카페의 여급 모양으로 무람없이 손님의 담배를 제 마음대로 피워 무는 것도 화풀이로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눈물을 머금는 것을 보니 그래도 아직 타락하지 않는 곳이 남아 있는 것같이 보이고 그렇게 생각할수록 측은하여 보이었다.
 
105
"그 술잔을 내게 돌려보내 주어야지! 괜히들 술 못 먹게 하는군! 아이상! 어서 그 잔을 마시고 내줘."
 
106
병화는 가만히 앉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만 보다가 남은 술을 또 경애에게 권한다.
 
107
"난 그만해요. 우리 합환주 하십시다. 부잣댁 도련님 술은 얻어먹어두 나 먹던 술은 더러워 못 자시겠에요?"
 
108
어느 틈에 병화와 덕기의 새에 돌아와 앉은 경애는 이런 소리를 거침없이 하며 자기가 먹던 술잔을 들어다가 병화의 앞으로 밀어놓는다.
 
109
덕기는 경애의 시치미 뚝 떼고 비꼬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가슴이 선뜩하면서
 
110
무심코 놀란 눈을 경애에게로 보냈다.
 
111
대관절 이 여자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도리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112
"자아 마시세요."
 
113
하고 경애는 제가 먹던 잔 위에 더 부어 가득 채운다.
 
114
병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뜻 들어서 벌떡벌떡 켠다.
 
115
"이젠 가세."
 
116
덕기는 병화가 안주도 들 새 없이 재촉을 하였다.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아서 이제는 더 앉았을 수가 없었다.
 
117
"가만 있게! 아이꼬상 말마따나 부잣댁 도련님 술을 얻어먹자니 힘도 무척 드네. 먹을 것 먹어야 가지 않나?"
 
118
하고 병화는 주기가 차차 도니만큼 불쾌스럽게 대꾸를 하고 오뎅을 어귀어귀 먹는다.
 
119
주부가 깔깔 웃으려니까, 덕기는 좀 머쓱해졌다. 실상 주부가 웃는 것은 병화가 게걸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웃는 것이나 덕기 생각에는 병화나 경애가 비꼬는 듯이 주부 역시 자기를 우스꽝스럽게 보고서 비웃는 것인가 하여 열없었던 것이다. 덕기는 잠자코 앉아서 세 사람의 눈치만 보는 수밖에 없었으나 아무리 보아도 그 세 사람이 자기와는 딴 세상 사람 같았다. 세 사람이 입을 모으고 자기만 따돌려 센 것같이 섭섭한 생각도 들었다.
 
120
"참 이 양반도 약주를 좀 잡수세요. 색시처럼..."
 
121
주부가 인사성스럽게 다시 덕기에게 알은 체하고 술을 권하려니까 경애가,
 
122
"아직 도련님을 술을 먹여 되나요. 내나 먹지!"
 
123
하고 덕기 앞에 놓인 술잔을 얼른 들어오면서 조선말로 덕기만 알아들을 만큼,
 
124
"빨아먹을 수만 있다면 부자의 피를 다아 빨아먹겠는데."
 
125
하고는 바로앉는다. '부자'라는 말은 '아비 아들'이란 말인지 돈 있는 부자란 말인지 알 수 없다.
 
126
경애는 그 술잔을 들어서 입에 대려고는 아니하였다. 다만 부자의 피라도 빨아먹겠다는 한마디가 하고 싶어서 일부러 덕기의 술잔을 빼앗아 온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일부러 한 것은 내가 너를 몰라본 것이 아니라는 예기 지름을 하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127
- 이 술잔은 조상훈이의 아들 조덕기의 술잔이거니 하는 생각을 잊어버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28
상훈은 누구요 덕기는 누구냐?...어쨌든 한때는 내 남편이요 따라서 아무리 연상약한 어릴 때의 학교 동무라 하여도 아들이라는 이름이 지어 있던 사람이다!
 
129
이런 생각이 앞을 서기 때문에 경애는 덕기의 술잔을 끌어다가는 놓았어도 입에 대려고는 아니하였던 것이다.
 
130
덕기는 모든 것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죽치고 앉았을 뿐이었다.
 
131
도리어 경애가 술이 취해서 괴둥괴둥 제 내력을 이야기할까보아 속으로 애가 씌었다.
 
132
"아이꼬상! 왜 이래? 또 애인 생각이 나는 게로군?"
 
133
주부가 경애를 웃으며 바라보다가 놀리는 듯하면서 이렇게 타일렀다.
 
134
'애인 생각!'
 
135
하며 덕기는 가슴이 찌르르하는 것을 깨달았다.
 
136
"실없는 소리 마슈! 오늘은 유쾌해서 죽을 지경이니까 좀 먹을 테야."
 
137
하고 경애는 앞에 놓인 술잔(덕기의 술잔)을 들어서 가운데 놓인 재떨이에 조르르 쏟더니 다시 술잔을 병화에게 내밀며 따르라고 한다.
 
138
이번에는 병화가 반 잔만 따랐다.
 
139
"저게 무슨 짓이야! 손님 잔을..."
 
140
하고 주부가 또 나무라니까 경애는 거기에는 대꾸도 아니하고 덕기에게로 향하여,
 
141
"각세이상(학생 양반)! 당신은 안 자시니까 그래두 상관없지?"
 
142
하고 보통 손님에게 대하듯이 상냥스럽게 묻는다.
 
143
덕기는 얼떨결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응'이라고 하였는지 '예에'라고 하였는지 자기도 알 수 없는 대답을 얼버무려 들였다.
 
144
"재가 이렇게 술을 먹는다고 누구든지 타락하였다고 하겠지? 허지만 타락하였으니까 술을 먹는다는 말도, 술을 먹으니까 타락하였다는 말도 안 될 말이지. 또 여자가 술을 먹는다고 타락하였다면 술 먹는 남자는 모두 타락하고 술 안 먹는 목사님 같은 사람은 모두 천당 가신다는 말이지? 네? 긴상(김씨) 정말 그런가요?"
 
145
하고 병화의 무릎을 탁 친다.
 
146
경애는 술이 도니까 점점 웅변이 되고 하느작거리는 교태가 여자의 눈에도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147
그러나 경애가 목사를 끌어내는 말에 병화는 하려던 말을 멈칫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덕기를 쳐다보았다.
 
148
병화의 아버지가 현재 장로요, 덕기의 아버지도 목사 장로는 아니나 교회 사업을 하고 있는 터이다. 물론 경애가 병화나 덕기의 부친을 알리 없으니 빗대놓고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병화는 현재 자기가 장로인 부친과 사상충돌로 집을 뛰쳐나와서 떠돌아다니는 신세이니만큼 평범한 그 말이 몹시 가슴에 찔리었다. 그러나 덕기는 경애의 말을 결코 무의미한 말로 듣지는 않았다. 무의미는 고사하고 자기더러 들어보라고 한 말임을 짐작하자 뒤달아 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 이제는 정말 일어서버려야 하겠다고 속이 달았다.
 
149
"난 결단코 타락하지 않았어요! 설사 내가 타락하였더라도 그것이 남의 탓이라고 칭원을 하지는 않지만 재가 타락하였다면 이 세상 연놈은 어떻게 하게요? 난 천당에 자리를 비워놓았대도 가지 않겠지만..."
 
150
경애는 점점 더 취기가 돌아서 가다가다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지만 목사니 천당이니 하는 소리를 연발하는 것을 보면 이 여자가 어떤 교회 학교 출신인가 하는 생각을 병화는 하였다.
 
151
"그렇구말구요. 그런 소리는 마시우.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이 있으니까... 당신은 언제든지 그런 생각으로 굳세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152
병화도 얼굴이 시뻘개져서 맞장구를 치고 공연히 흥분이 되었다.
 
153
"헌데 당신은 대관절 무얼 하는 양반요?"
 
154
경애가 별안간 병화에게 이렇게 묻고 이야기판을 차리려는 듯이 달려든다.
 
155
"나? 나요? 흐흥... 당신 눈에는 무얼 하는 사람같이 뵈우?"
 
156
하고 병화는 여전히 웃는다.
 
157
그러나 문이 휙 열리면서 다른 손님 한 축이 서넛 몰려들어오는 바람에 말허리가 잘렸다.
【원문】홍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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