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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달열전(溫達列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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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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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達列傳[온달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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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이르러 와짝 일반화해버린 고구려의 「愚溫達[우온달]」 ── 바보온달 이야기 같음이 우선 그 일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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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平岡王[평강왕][시]에 온달이라는 사람이 있으니, 용모는 우묵우묵 우스꽝스럽게 생겼으되, 속은 훨씬 틔고 잘났었다. 집이 구차하여 비럭질로 노모를 봉양할새, 누더기 옷과 떨어진 신으로 巿中[불중]에 왕래하매, 사람들이 바보 온달이라고 놀려먹었다, 평강왕께 귀여운 공주가 있어 항상 울기만 잘하거늘, 왕께서 실없는 말씀으로 「네가 저렇게 우지 노릇만 하니, 자라서 어찌 貴人[귀인]의 실내가 되겠느냐. 암만해도 바보 온달에게나 내어줄 밖에 없다」하기를 例談[예담]으로 하셨다. 공주님이 二八當年[이팔당년]이 되어 고구려에서는 한골 귀족이라 할 上部[상부] 高氏[고씨]에게로 下嫁[하가]시키려 하신대, 공주가 가로되, 상감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를 온달의 지어미를 삼으리라 하시더니 이제 前言[전언]을 고치심은 어찌함이니이까, 필부라도 일구이언을 못하겠삽거든, 만민의 主上[주상]이 되셔서 그리하실 수가 있으리까, 예로부터 일러 오기를 王者[왕자]는 無戱言[무희언]이라고 하옵거니와, 이번 분부는 事體[사체]에 어그러지는 것이오니, 제가 그냥 奉承[봉승]할 길이 없읍니다고 하였다. 왕께서 노하여 가라사대, 네가 나의 하라는 대로 좇지 아니하면 내 자식이 아니니 내 집안에 둘 수 없은즉, 이 길로 나가서 온달에게로 갈 테면 가거라 하시매, 공주가 寶釧(보천) 수십을 팔뚝에 잡아매고 대궐에서 나가 혼자 온달을 찾아갈새, 길에서 물음물음하여 간신히 그 집으로 당도하였다. 앞 못 보는 温達母[온달모]가 계시므로 앞에 나가 절하고 아드님이 시방 어디 계실까요 한대, 노모가 더듬더듬 만져보며 가로되, 내 자식이란 천하고 변변치 못하여 귀인의 찾으실 바 아니거늘, 아가씨의 냄새를 맡은즉 향기가 대단하고, 아가씨의 손을 만진 즉 부드럽기 명주 고름과 같으시니 분명 천하의 귀인이신데 어떤 내력으로 여기를 오셨읍니까, 내 자식놈은 주리다 못하여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러 산에 간 지가 오래건만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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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거기서 나와서 山下[산하]에 이르러 온달이 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반겨 달려들어서 전후 수말을 이른대, 온달이 역정을 더럭 내어 가로되, 여기가 어린 색시의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다, 네가 사람이 아니요 필시는 여우나 귀신이 사람을 홀리려 하는 것인즉, 빨리 물러나거라 하고, 다시는 돌아다보지도 않고 그만 훌훌히 가버렸다. 공주가 하는 수 없이 혼자 뒤를 밟아서 그 집 柴門[시문]밖에 와서 밤을 지내고, 아침에 다시 들어가서 모자를 향하여 전후 사정을 낱낱이 말한대, 온달은 어리둥절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 어머니는 말하기를, 저 변변치 못한 자식이 어찌 귀인의 배필이 된다는 말입니까, 아이구머니나, 이 더러운 오막살이에 귀인이 어떻게 거처를 하신다는 말입니까 하거늘, 공주가 가로되, 옛말에 한 말 곡식도 양식이요 자투리 헝겊도 옷감이 된다고 하였으니, 마음만 합하면 살지요, 부귀한 사람만이 室家[실가]를 만드오리까 하고, 가지고 갔던 寶釧[보천]을 내어 팔아서, 田土[전토]도 장만하고 노비도 얻고, 우마도 사고 기구도 준비하여 살림이 금세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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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도 馬[마]를 살 적에는 공주가 온달에게 당부하여 가로되, 장에 나오는 심상한 말을 사올 것 아니라, 나라 말의 병들어 여위어서 내어 파는 놈에게 골라 오시오 하여, 온달이 그 말대로 하매 공주가 가꾸고 먹이기를 정성껏하여, 오래지 아니하여 훌륭한 名馬[명마]가 되었다. 고구려의 古風[고풍]에 매년 春三의[춘삼]월 三 [삼]일 이면 都城[도성] 곁의 산야에서 會獵[회렵] ─ 上監[상감] 親臨[친임]의 사냥질 경기를 하여, 잡히는 猪[저]·鹿[록]으로써 天神[천신]과 山川神[산천신]을 제사하는 법이 있는데, 이 날에 왕께서 樂浪[낙낭]의 벌로 납시고, 군신과 五部[오부] 병졸이 다 會同[회동]하였더니, 그 중의 어느 사람의 탄 말 하나가 항상 앞을 서서 나가고, 또 그 사냥하는 바가 가장 많아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거늘, 기특하여 왕께서 앞으로 불러다가 성명을 물으신대, 대답하되 저는 온달이올시다 하므로, 왕께서 깜짝 놀라심을 말지 못하였다. 이리한 지 미구에, 支那[지나]의 後周[후주] 武帝[무제]란 이가 大軍[대군]을 거느리고 遼東[요동] 방면으로 入寇[입구]한 일이 있어, 왕께서 장졸을 거느리시고 肄山[이산]의 벌에서 맞아 싸우실새, 온달이 선봉이 되어서 용감하게 싸워서 수십여 급을 斬[참]하매, 諸軍[제군]이 기세를 타서 들이쳐서 大捷[대첩]을 얻으니, 및 논공하는 마당에 衆口一致[중구일치]로 온달이 上上功[상상공]임을 말하였다. 이에 왕께서 嘉賞[가상]하시고 감탄하여 가라사대 과연 내 사위로다 하시고, 禮[예]를 갖추어 새로 맞아 들여다가 爵[작]을 封[봉]하여 大兄[대형]이라는 높은 位[위]를 주어, 이로부터 寵榮[총영]도 대단하고 威權[위권]도 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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陽岡王[양강왕]이 즉위한 뒤에 온달이 아뢰어 가로되, 신라가 우리 한강 북방의 영토를 앗아간 뒤로 백성들이 痛恨[통한] 하여 일찌기 父母之國[부모지국]을 잊어버리지 않는 터이오니, 원컨대 대왕께서 臣[신]을 어리석게 보지 마시고 군사를 내어 주시면, 한 번 가서 기어이 그 땅을 찾아 드리겠읍니다 하거늘, 왕이 허락하신대 떠나는 마당에 맹세하여 가로되, 鷄立嶺[계입영]·竹嶺已西[죽영이서]를 도로 찾아 놓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를 않겠노라 하고, 出軍[출군]해가서 신라국으로 더불어 阿旦城下[아단성하]에서 會戰[회전]하다가 流矢[유시]에 맞아서 중도에 죽었는데, 葬事[장사]를 하려해도 棺[관]이 움직여지지 않다가, 공주가 와서 棺[관]을 어루만져 가로되, 死生[사생]이 이미 작정된 바에 자 가십시다 하여, 그제야 棺[관]을 쳐들어 安葬[안장]함을 얻고, 이 기별이 國都[국도]에 들리매 대왕께서 크게 悲慟[비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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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고구려에서 三[삼]월 三[삼]일의 명절을 타서 무엇보다 騎射[기사]의 取才[취재]를 보인 것은 사실이요, 따라서 후일 一國[일국]의 영웅된 이가 많이 이 기회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함도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고구려의 樂浪會獵[낙낭회렵]은 正[정]히 희랍의 올림피아 경기에 비할 것이었읍니다. 또 平岡[평강]·陽岡[양강] 양왕의 代[대]에 온달이라는 명장이 있어, 남북 여러 전장에서 용명을 드날린 것도 대개는 역사적 事實[사실]임을 거부할 이유야 물론 없읍니다. 그러나 현재〈삼국사기〉의 溫達列傳[온달열전]은 분명히 一[일]편의 戱曲[희곡]이요, 줄잡아도 희곡적 기교를 더한 한 작품임에 의심 없읍니다. 사실이 소설보다 奇異[기이]하다는 말이 있지마는, 너무도 소설스러운 사실은 사실이란 점보다 소설로 생긴 그것이 우리의 흥미를 끌게 합니다.
【원문】온달열전(溫達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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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