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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사는 참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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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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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隨筆]·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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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사는 참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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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번 東京[동경]을 갈 때는 열 다섯에 난 해 봄이었다. 그때의 연락선은 연락선 가운데 그 중 크다는 高麗丸[고려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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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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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어린애의 머리는 단순한 것이라 그 〈偉大[위대]〉의 정도가 대자연의 위대와 같으냐 다르냐? 다르면 어떤 점이 다르냐? 이런 생각의 의문은커녕 觀察心[관찰심]도 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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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三年[삼년] 때에 가을 수학여행으로 日光[일광]을 가본 일이 있다. 동양에 제일 큰 폭포 華嚴の瀧[화엄の롱], 물이 차고 맑기로 유명한 中禪寺湖[중선사호], 그 湖畔[호반]에서 멀리 뫼 위로 바라보이는 흰 눈으로 덮인 富士山[부사산] 裏見が瀧[이견が롱], 지금 생각하여도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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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좀 더 가서 日光東照宮[일광동조궁]을 들어가 볼 때에 그 위대함에 또 놀랐다. 기둥 꼭대기마다 붙은 木刻唐獅子[목각당사자], 처마의 鳳凰[봉황] 장식, 주석의 금장식(잊어버린 부분이 많아서 똑똑히 叙[서]할 수는 없으되), 그 위대함에는 둔한 나의 머리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 작으나마 내 머리에 떠오른 의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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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華嚴の瀧[화엄노롱]과 이 東照宮[동조궁]이 어느 것이 더 위대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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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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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勝一劣[일승일열]로 어느 편이 더 以上[이상]이다는 해결을 못 얻었다. 그 이듬해 봄, 아버지의 병이 위급하다는 전보를 받고 놀라서 귀국할 때에 나는 두번째 高麗丸[고려환]을 타게 되었다. 위대하다 할 만한 망망한 玄海[현해]와 이 또 위대하다 할 만한 사람이 창조한 高麗丸[고려환]을 대조할 때에 어느 편이 위대하냐 또 생각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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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작년에 신혼여행으로 金剛山[금강산]에 가서 그 위대한 자연과 그 위대한 절들을 비교할 때, 작년에 또 東京[동경]서 돌아올 때에 연락선 가운데 그 중 작은 對馬丸[대마환]과 玄海[현해]를 비교할 때, 今年[금년] 봄 九月山[구월산]에 가서 그 험한 산과 좋고 많은 절들을 비교할 때, 마음껏 사람의 정력의 결정의 위대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그 큰 자연의 위대보다 勝[승]한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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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하다. 왜 그러냐 하면, 사람은 〈過去[과거]〉라는 것은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아름답게 그리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심리로써 「자연은 위대하다」고 評定[평정]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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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자연]은 崇嚴[숭엄]하다. 偉大[위대]는 숭엄 그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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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자연의 偉大[위대]가, 어떤 자연의 崇嚴[숭엄]이 사람이 만든 그 중(모양으로나 실질로나) 작은 자의 위대에 미칠 수가 있을까? 자연의 위대라 하는 것은 〈생명 없는 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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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송장을 신성하다는 것과 같이 잘 생각하면 참 같지 않은 생각에 지나지 못한다. 생명 없는 偉大[위대]가 그 무엇이 그리 훌륭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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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비하여서 사람이 만드는 물건은 모양의 그 중 작은 〈바늘〉로서 모양의 그 중 큰 飛行船[비행선], 大道[대도], 심지어 공원까지라도 훌륭한 생명이 있다. 거기는 「참사람의 참의미의 살아 있는 모양」이 煇然[휘연]히 나타나있다. 더군다나 예술(과학과 예술의 구별이 있다 하면)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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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사는 모양의 표현보다 더 偉大[위대]한 것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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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科學[과학]과 藝術[예술]의 영역 경계선을 珊瑚[산호]를 동물이랄지 식물이랄지 구분키 힘드는 그 以上[이상] 힘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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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예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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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과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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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까? 이것을 똑똑히 구별하는 사람의 머리를 나는 이상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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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建築物[건축물], 陶器[도기], 이런 것들이 모두 그 당시에는 한 工業[공업]으로 알았더니, 지금 이르러서 그것을 보니 그것은 훌륭한 예술품이므로 建築[건축]도 예술이다. 工業[공업] 밖에 <美術工業[미술공업]>이라는 것이 있어야겠다 하여, 이런 새 熟語[숙어]를 만들어 내었다. 지금의 기차가 몇 千年[천년] 후에는 「二[이]○세기의 예술」이라고 감상될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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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품(이라 하는 것)도 그 실로는 예술이다. 어떤 작은 과학품이든 그것은 사람의 煇然[휘연]한 살아 있는 모양의 象徵[상징]이다. 예술의 목적이 이것 ― 사람의 살아 있는 모양의 표현 ― 어떤 어떤 科學品[과학품]이라도 不知不覺[부지불각] 중에 예술이 되어 버린 것은 정한 일이다. 암만 예술과 꼭 같은 것이 되었다 하여도 목적이 藝術[예술]에 있지 않으니 역시 예술이 아니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런 사람은 南大門驛[남대문역]에서 釜山[부산]을 가려고 차를 잘못 타서 義州[의주]를 가 놓았어도 「내가 釜山[부산]을 가려 했으니 역시 여기가 釜山[부산]이다」고 고집부리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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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바늘, 지팡이, 펜, 어느 것을 보아도 사람이 만든 물건에 자기의 참 살아 있는 모양이 안 든 것은 없다. 이치로 생각하여도 사람이 만든 물건이 어찌 사람과 비슷도 안한 것이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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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 예술을 그리 蛇術視[사술시], 그리 蛇蝎視[사갈시]하는 과학자들도 그 실로는 예술을 위하여 일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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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 물건이 예술의 덩어리라 한다. 그것이 낳은 물건이 어찌 예술의 반대야 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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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科學品[과학품](이라는 것)이 그 기술에 의하여 예술인 동시에 그 물건 자신도 또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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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術[예술]의 偉大[위대]가 自然[자연]의 偉大[위대]보다 생명이 있고 더 큰 것은 정한 일이 아니냐? 사람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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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 아니, 하느님이라면 오해가 생길 터이니 自然[자연]이라 하자 ― 자연과 사람의 開戰[개전]은 벌써 오랬다. 有史[유사] 몇 萬年[만년] 전, 사람이 生存[생존]이라는 것을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亂戰[난전]이요, 難戰[난전]이었었다. 그러나 사람의 힘은 자연을 대개 거꾸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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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처음에 옷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이렇게 하나씩 자연을 거꾸러 쳐서 지금에 이르렀다. 차차 사람에게 편리하게 될 때마다 그 필연적 결과인 불편이 또 생겼다. 최근의 예를 들면 文明[문명]으로 말미암아 생긴 〈소리〉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영리하였다. 이런 것에 屈[굴]할 〈사람〉은 아니었다. 저기 黑靴[흑화]라 하는 것이 一九[일구]세기 말에 생겨났다. 黑靴[흑화]는 一九[일구]세기 말의 가장 큰 발명이라 나는 부르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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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聲銃[무성총]이 생겼다. 점점 점점 소리 나는 것은 없어져 가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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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결과인 불편 가운데 〈소리〉보다 더 나쁜 자는 〈精神放散[정신방산]〉일 것이다. 복잡함으로 말미암은 精神放散[정신방산], 그러나 여기도 사람의 힘이 自然[자연]의 〈精神放散[정신방산]〉을 막기에 넉넉하였다. 즉 老人[노인]이나 病人[병인]만 쓰던 지팡이로써 사람은 정신을 集注[집주]하여 보려 하여 성공하였다. 이것이 一八[일팔]세기의 최대 발명이라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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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하나씩 하나씩 사람은 자연을 擊[격]하였다. 이제 몇 해를 안 가서 이 세계는 「사람이 참 의미에 살아 있는 모양」으로 변할 것은 해를 보는 것보다도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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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自然[자연]>의 武器[무기]인 바람을 자기 좋은 대로 이용하였다. 자연의 무기인 추위, 더위를 가장 잘 방어하고 가장 잘 이용하였다. 자연의 어두운 밤은 휴식에 썼다. 자연의 모든 힘은 柔道[유도]의 원리와 같이 사람의 힘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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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偉大[위대]할진저 ― 사람의 힘이여! 사람은 과연 아직까지 헛길을 들지 않고 곧추 나왔다. 그리하여 유토피아 건설은 눈앞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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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學[과학](이라 하는 것)과 藝術[예술]의 握手[악수], 이것만 되면 여기는 아름다운 유토피아가 건설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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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末世[말세]라는 사람의 말이 참말이다. 과연 지금은 과도기의 末世[말세]다. 이제 장차 올 파라다이스 ― 그것은 우리의 바라는 바 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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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신문이나 잡지에 이 글과 반대되는 말을 내가 써 본 일이 있으면 이 글 발표와 함께 그 글을 지워 버린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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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一年[일구이일년] 一月[일월] 〈創造[창조]〉 所載[소재])
【원문】사람의 사는 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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