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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鴻大)하옵신 성은(聖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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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8.3
채만식
1
鴻大[홍대]하옵신 聖恩[성은]
 
 
2
8월 1일로 뜻깊고 감격 큰 조선의 징병제도는 마침내 실시가 되었다. 이로써 조선땅 2천 4백만의 백성도 누구나가 다 총을 잡고 전선에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 방패가 될 자격이 생겨진 것이다. 조선동포에 내리옵신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성은(聖恩) 홍대무변(鴻大無邊)하오심을 오직 황공하여 마지 아니할 따름이다. 2천 4백만 누구 감읍치 아니할자 있으리요.
 
 
3
나라는 백성의 모체다. 나라 있고서의 백성이다. 세상엔 나라 없는 백성이 노상 없음은 아니나, 그런 백성은 죽은 백성이다. 국기(國旗)의 배경 없는 백성은 천하의 천민이다. 백성은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 일러오지 않았던가. 나라가 편안하여야 백성도 업(業)에 안(安)할 수 있으며, 나라가 융성하여야 백성도 생(生)에 안락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쟁은 국난이다. 국난은 백성이 나서서 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 되어 최대의 의무요 아울러 최고의 영광은 나라를 위하여 피를 흘리는 즉 전쟁에 나아가 한 목숨이 죽을 수 있는 군인 될 자격을 가지는 것이다. 반대로 만일 그 백성이, 나라가 방금 국운(國運)을 내어걸고 전쟁을 하는 날에 떳떳이 달려나가 전야(戰野)에 피를 흘림으로써 나라의 방패가 되지 못하는 자라고 한다면, 그는 나라에 대하여 한낱 불구자적인 기생충적인 부끄러운 존재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다. 충(忠)의 극치는 거듭 말하거니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데 있다. 나라에 충하지 못하는 백성이야 무엇으로 백성답게 할 것인고.
 
4
비근한 비유,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무서운 불길이 황황 타올라 순신간에 집을 삼켜버릴 기세다. 온 가권(家眷)이 진화(鎭火)에 날뛴다. 그러는 급한 마당에 가령 수족이 병신이든지 장님이든지 한 불구의 가권 하나가 있어 물 한 동이 퍼나르지 못하고 번연히 바라다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그는 얼마나 보람없고 딱한 존재일 것인고. 나라에 유사(有事)한 때 장정의 몸으로 전장에 나가지 못하는 백성은 사가(私家) 같으면 이런 비참한 가권과 다름없는 백성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반도민중은 대단히 보람없고 딱한 백성임을 면치 못하였었다.
 
5
그러나 이 소화 18년 8월 1일 역사적인 날로부터는 조선 2천 4백만의 백성도 어깨가 우쭐하여 “나도 오늘부터는 황국신민으로 할 노릇을 다하는 백성이로라” “나도 오늘부터는 천하에 부끄럽지 아니한 황국 신민이로라” 고 큰소리를 쳐도 좋게 되었다.
 
6
나는 신병으로 골골하는 부실한 건강도 부실한 건강이려니와 일왈(一曰) 나이가 이미 병정 갈 나이를 훨씬 지나친 몸이다. 일종의 노후물(老朽物)인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커다란 감격과 영광을 직접 몸으로써는 느낄 길이 바이 없다. 천추의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자라는 2세가 있다. 그놈이 앞날에 나의 이 유감을 풀어줄 것이다. 그것으로 미흡하나마 위안을 삼는다.
 
 
7
<每日新報[매일신보] 1943.8.3>
【원문】홍대(鴻大)하옵신 성은(聖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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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하옵신 성은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4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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