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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집필태도(執筆態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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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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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필 태도(執筆態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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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작에 있어 나는 실제로 붓을 들고 쓰는 시간보다 붓을 들기 전의 그 소요 시간이 더 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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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붙잡혔다고 해도 구성이 안 되면 붓이 들리지 않고 또 구성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작하여야 할 서두가 떠오르지 않아서 역시 붓은 들게 되지 못한다. 서두에서 그 작품이 말하려는 전체의 의미를 단 한 마디로 던져 놓게 되어야, 그러면서 그 첫마디가 또한 어감도 좋고 평범한 말이 되지 않아야 붓끝에 흥이 실리게 된다. 그리하여 이 첫마디가 흡족하게 되지 않으면 다 된 구상으로도 물건을 만들지 못하고 며칠 몇 달, 심지어는 해를 넘겨 가면서까지 생각을 계속하여 본 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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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써 온 작품 가운데서 어느 정도나마 그 첫마디에 이렇게 그 작품 전체의 의미를 던져 놓았다고 보는 것은 단 두 편「유앵기(流鶯記)」와 「캉 가루의 조상」에서였다. 그러나 이것은 청탁 없이 썼던 작품이므로 시일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무한정으로 생각을 계속하는 여유를 가졌던 것이기 마련이지, 기한이 있는 작품일 때는 이렇게 무한정으로 내 본래의 태도(취미라 고 함이 어떨까)를 고집할 수는 없다. 그 첫마디를 생각하다 하다 시일이 박두하게 되면 하는 수가 없이 본래의 태도를 버리고 안이한 수법을 쓴다. (나는 이것을 안이한 수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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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구성을 하여 놓은 그 내용의 10분의 3 정도를 처음 위로 잘라 놓고 4분 정도에서 첫 서두를 내되, 그 부분의 사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를 골라, 한마디 던져 놓고 앞으로 써 내려가면서 위에 잘라 놓았던 3 정도의 부분을 1, 2, 3의 순서로 형편을 보아 가면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소에 간간이 삽입을 한다. 이런 수법을 쓰는 것이 지나 본 경험으로 볼 때 별로 구성을 파탈이 없이 무난하게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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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붓만 들리게 되면 그 적에는 일사천리로 붓끝은 달린다. 평균 한 시간에는 십 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 절을 끝내고 딴절이 시작 될 때 또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 절에 있어서도 역시 첫마디가 마음에 들 어야 하는 데다가 그 절에서 또한 그 부분의 취사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비를 거쳐 가며 달리기 시작한 붓이면 그 작품이 끝날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아니 며칠이라도 계속이 된다. 일단 집필을 하게 되면 나는 붓을 놓았다가는 못 쓴다. 6, 70매의 단편이면 대개 이틀 정도가 보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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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이 끝나고도 표제 때문에 며칠의 시일이 걸리기가 또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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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나는 이 표제에 무척 신경을 쓴다. 구상 도중에서부터 생각하는 표제 를 작품이 끝남과 동시에 그 즉석에서 붙여 본 예는 한번도 없다. 「캉가루의 조상이」에 이르러서는 실로 그 표제가 붙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요하였던 것임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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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동아일보》(1959)
【원문】나의 집필태도(執筆態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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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