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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문정공(范文正公) 중엄(仲淹)은 송(宋)나라 명재상인데 아직 벼슬 하기전 어느날 유명한 관상장이를 만나서 첫 말에 묻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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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는 한참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대답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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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본 상격(相格)으론 노형(老兄)은 정승은 못 되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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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그럼 내가 의원(醫員) 노릇을 하면 잘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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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이 정승을 하겠느냐 물을 적에는 어찌 그리 뜻이 높더니 의원 노릇을 하겠느냐 물으니 뜻이 어찌 그리 낮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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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어보았다. 이는 송나라 그때 풍속이 선비가 벼슬을 살아야지 의원 노릇은 아무리 사람을 살리는 것이나 천(賤)한 사람의 하는 일로 생각하였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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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하 백성을 구원할 생각이 많기로 정승이 되어야 권세를 얻어 마음대로 하여 보겠는데 그를 못할 바야 차라리 의원 노릇을 하여 천하 백성을 병에서나마 구원코자 함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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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이 나더러 정승을 못하겠다더니 지금은 하겠다 하니 무슨 까닭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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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골상(骨相)이 색상(色相)만 못하고 색상이 심상(心相)만 못한 것인즉 노형이 골상이나 색상으론 정승이 못 되겠으나 심상으론 넉넉히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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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니 과연 범씨가 정승이 되어 송나라 명상 가운데도 제일로 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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