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명종(明宗) 대왕 시대에 판서 임백령(林百齡)이 소시에 나라에서 과거를 보일 새 어느날 밤에 노인 한 분이 와서
3
"당신이 큰 인물이 될 재목이니 이번 기회를 잃지 말라."
5
"제가 시서(詩書)에 능치 못하니 어찌 하겠읍니까?"
6
노인이 말하기를 당신의 이름을 회마(槐馬)라고 고치고 또 강(講) 받을 경서(經書)는 아무 장(棊章)이 반드시 나올 것이니 그 장을 잘 읽어 외우라 하였다. 꿈을 깨어 즉시 일어나서 그 장(章)을 찾아내어 필기하여 가지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숙독하고 이름은 고치고자 하였으나 그 무리(無理)함을 꺼리어 회마로 별호를 삼았었다.
7
과거 보는 날에 강지(講紙)를 본즉 과연 숙독한 장이므로 한 자도 틀림없이 강을 마치었다. 한 시관이 웃으며 말하기를 이 사람이 필연코 회 마로다 하였다. 백령이 한편으로 의아히 여기니 시관이 말하기를 내가 어젯밤 꿈에 노인이 와서 말하기를 이번 방(榜)에 회마하는 사람이 반드시 일세(一世)의 위인이 될 것이요 또한 경학(經學)에 정통하다 하더니 당신이 그 사람인 듯 합니다. 백령이 예하고 별호로 대답하니 시관이 치하하였다. 급기야 출세하매 윤원형(尹元衡)에게 붙어서 일 세의 간신(奸臣)이 되었다.
8
이것으로 보건대 소인(小人)이 나는 것도 그 시대의 하늘이 내는 것이다. 그후 병자(丙子)년에 백령이 사은정사(謝恩正使)로 의정(議政)을 차함(借啣)하여 북경(北京)에 유하더니 우연히 병이 나매 내가 장차 회복되지 못 하겠노라 하였다. 의정의 이름이 있고 오(午)년을 만났으니 신인(神人)의 이른 바 회마가 이를 말함인지 하더니 미구에 과연 죽었으니 대저 회(槐)는 의정(議政)을 가리킴이고 마(馬)는 오(午)년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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