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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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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수의 세상이야기     오문수의 지식창고 2018.05.17. 10:56 (2018.05.17. 10:56)

【기사】독도에서 산 50년... "태풍 와도 잠만 잘자요"

[독도 탐방기] 한국판 '노인과 바다', 독도지킴이 김성도씨를 만나다
▲ 날씨가 좋아져 독도를 떠나는 우리를 선착장까지 태워다 주는 김성도씨. 뒤에 김성도씨와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보인다 ⓒ 오문수
 
"인자 서울까지 가니더?"
 
독도 이장인 김성도씨가 나한테 한 질문이다. 동행했던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의 통역을 듣고서야 "가니더?"가 "갑니까?"의 공손한 표현이라는 걸 알았다. 2박3일 예정으로 독도게스트 하우스에 머물 계획이었지만 강풍으로 게스트하우스에 4박5일 동안 갇혀있다 날씨가 좋아져 서울로 떠나는 우리한테 김성도씨가 한 말이다.
 
필자가 독도 주민 김성도씨를 만나게 된 것은 영토학회회원들과 울릉도 독도탐사(4.27~5.1)차 독도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면서부터다. 나이 들어 청력이 약해진 김성도(79세)씨와 대화하려면 큰소리로 말해야 한다. 거기다 김씨가 말하는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언제나 안동립 대표의 통역이 필요했다.
 
 
▲ 왼쪽에 독립문바위가 보이고 오른쪽 큰 바위와 독립문 바위 사이에 한반도 를 닮은 한반도바위가 보인다 ⓒ 오문수
 
일행이 독도에 들어가기 전 안동립 대표가 김성도씨에게 전화했을 때 부부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일행이 독도에 도착해 여객선에서 내리자 마중 나온 김성도씨가 보트로 일행의 짐을 숙소로 운반해줬다.
 
독도게스트하우스와 김성도씨 집까지의 거리는 아파트 통로에서 맞은편 집을 연상하면 된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안동립 대표와 함께 김성도씨 집으로 건너갔다. 둘만의 대화다.
 
"아재요! 아프다더니 어떻게 섬으로 들어오셨어요?"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자네 온다고 하니 왔지. 봐라! 간이 아파 5년 동안 세 번이나 수술했는데 수술할 때 마다 수백만원이 들어요. 할멈도 넘어져 뇌진탕으로 입원했는데 곧 퇴원할거래. 독도에서 한 50년 살았다. 독도야 뭐... 나하고 독도에서 같이 살았던 사람은 다 죽었다. 이제 나도 데리고 갈라고 한가 봐."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가 불룩하게 솟은 배를 보여주며 세 번에 걸친 수술 자국을 보여줬다. "한번 수술에 7백만원이 들기도 했다"는 그는 "왜 그렇게 수술비가 비싸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월남전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타기도
 
그의 이력을 들어보니 파란만장했다. 월남전에 1기로 파병되어 보초 서다 수류탄으로 9명을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타기도 했다. 산더미만한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제주도 해녀 출신 부인(김신열 81세)과 독도 미역을 울릉도에 가서 팔았지만 쫄딱 망했다. 해녀비용,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옛날 흔해 빠진 오징어가 요새 금징어가 돼 열 마리짜리 한 묶음에 5만원 한다는 소리를 듣고 "허허!" 하며 웃었다.
 
▲ 월남전에 1기로 참전한 김성도씨가 보초서던 중 수류탄으로 9명의 적을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탔다고 한다. ⓒ 안동립
 
▲ 몇년전 독도에 상륙한 관광객들에게 독도기념품을 팔고 있는 김성도씨 부부와 정광태(맨 왼쪽) 가수. 정광태씨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 가수다 ⓒ 안동립
 
울릉도가 고향인 그는 독도 최초주민인 최종덕씨 밑에서 선장을 했다. 15마력짜리 배를 타고 울릉도를 출발해 독도로 오면 10시간 걸렸다고 한다. "독도수비대장이었던 홍순칠씨가 나를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셨다"고 자랑한 그는 독도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김성도씨 말에는 욕이 들어있어 불편했지만 곧 이해가 됐다. 험한 파도와 외로운 바다를 이겨내야 하는 강인한 섬사람의 기질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그가 유독 안동립씨와 14년간 교류하며 80일 정도 숙식을 함께 한 사연을 들어보았다. 안동립씨의 얘기다.
 
"일본이 2005년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듣고 독도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5월초에 독도를 방문했어요. 처음 김성도씨를 만났을 때 조그맣고 새까만 사람이 눈을 부릅뜬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기가 질렸어요. 30%는 욕이었습니다. 처음 들은 사람들은 욕으로 알겁니다. 대단히 무서웠죠. 술을 마시면 병으로 마셔 처음엔 이질적이었습니다. 조심스러웠죠. 2년째에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3년째에야 마음을 열더라고요. 독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놀러와 '밥먹을 데 없냐?'고 질문합니다. 부부는 물 한모금도 목숨처럼 아끼는데 하룻밤 자고 가면서 무슨 훈장인 것처럼 여긴대요. 하지만 부부는 제가 지도 제작하려고 독도 구석구석을 기록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 김성도씨가 커다란 문어 한마리를 잡아가지고 왔다. ⓒ 오문수
 
▲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는 김성도씨와 14년째 교류하며 80일간 숙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 오문수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독도 바다가 제일 편해"
 
그 후부턴 김성도씨가 항상 식구처럼 대해줬다. 필자가 김성도씨를 찾아온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숙소 뒤 급경사계단이 80도 정도 되어 보였고 튼튼해 보이지 않는 계단 옆에 펼쳐진 응회암 바위나 흙돌이 언제 떨어질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물골로 넘어가는 계단이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냐?"고 묻자,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포항에서 258.3㎞, 울릉도에서 87.4㎞ 떨어진 섬에서 아내와 함께 험한 파도와 외로움을 이겨낸 김성도. "태풍이 와도 괜찮냐?"고 묻자, "잠만 잘 자요. 독도관리소 직원들이 동도로 피하자"고 하면 "너희들이나 가라고 말했다"는 그가 커다란 산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그에게 "바다가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바다만큼 편안한 곳이 없어요. 속 터질 때 바다에 나가면 편안해져요. 바다에 대해 겸손해야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해요. 내가 욕심이 없어요. 돈 있으면 다 줘버려요. 그래서 내가 독도에 삽니다. 독도에 와서 미친 사람도 있었어요. 괜히 산에 올라가 머리가 이상해져 미쳐버린 사람도 있었어요."
 
▲ 독도의 험한 파도와 외로움을 이겨내고 50여년째 독도에서 사는 독도지킴이 김성도씨는 한국판 <노인과 바다> 같았다 ⓒ 안동립
 
▲ 김성도씨가 방어를 잡고 있다 ⓒ 안동립
 
젊었을 적 문어, 해삼, 소라, 전복, 오징어를 잡기도 했고 아내가 새벽부터 바다에 나가 홍합을 잡아 울릉도 식당을 돌며 배달했지만 재미를 못 보기도 했던 김씨. 바다에 사는 사람들은 외롭다. 그래서일까 그는 독한 술을 좋아했다. "젊어서 고생시킨 할멈이 불쌍하다"는 그가 바다에 사는 재미를 들려줬다.
 
"보트 타고 30분만 가면 볼락이 줄줄이 올라와요. 고기가 줄줄이 올라오면 정말 재미있어요. 돈을 몇 천 만 원 줘 봐도 그런 재미와 비교가 안 되죠. 고기 잡는 재미로 살다 이렇게 골병이 들었어요."
 
젊었을 적에는 무서울 게 없었지만 나이에는 장사가 없다. 고엽제 환우, 간암, 당뇨, 무릅관절, 허리 등 아픈 곳이 많으면서도 "오늘은 바다가 괜찮아질라나"라고 혼잣말을 하며 바다상황을 살피는 그를 보면 천상 바다사나이다. 아니! 이제 나이 들었으니 한국판 <노인과 바다>랄 수 있다.
 
날씨가 약간 좋아지자 고기 잡으러 가는 그를 따라나섰다. 옛날 강치들이 살았다는 가제바위 인근에서 김씨가 방어잡이를 시작했다. 낚시를 바다에 내리고 기다릴 동안 김씨의 방어잡이에 몇 번 따라 나섰던 안동립 대표가 "방어잡이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제일"이라며 방어잡이 동영상을 보여줬다.
 
▲ 풍랑주의보가 내린 독도 부채바위에 강풍이 몰아치고 선착장이 잠겼다. 육지바다는 조용해도 먼바다인 독도바다는 상황이 달라 여객선이 접안을 못하고 빙 한바퀴 돌고만 가는 경우가 많다 ⓒ 오문수
 
▲ 김성도씨가 사는 주민숙소 뒤 낮으막한 바위에는 "영원한 독도주민 최종덕"이라는 기념비가 있다. 작고한 최종덕씨는 1963년부터 1987년까지 독도에 거주했었다. 1991년 11월 17일 독도에 주민등록 등재한 김성도씨 부부는 후임 독도주민이랄 수 있다. 미역 건조장에 세워진 비석이 괭이갈매기 배설물로 뒤덮혀 풀로 닦은 후 촬영했다 ⓒ 오문수
 
방어는 한번 물기 시작하면 여러 마리가 올라왔다. 김씨가 보트 위로 끌어올린 고기를 올려 허벅지 사이에 놓고 꽉 눌러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 물통에 집어넣는다. 보트에 끌어올린 방어를 놓치는 순간 팔딱팔딱 뛰는 방어가 낚시줄을 흐트려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10분에 3마리까지 잡아보기도 했는데 큰 것은 1미터가 넘는 것도 있어요. 방어가 물면 따라다니면서 낚시줄을 당겼다, 놨다를 계속하다 기운이 빠졌을 때 끌어 올립니다."
 
그는 잡은 고기를 팔지 않고 독도경비대원들한테 선물한다. 독립문바위 쪽으로 가며 문어잡이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옛날 뗏마를 타고 3일씩 머물며 문어를 잡으면 뗏마 한 대당 200㎏씩 잡았어요. 그런데 통발과 그물로 고기를 잡으면서 고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후포, 속초, 주문진 배들이 독도근방 고기를 싹쓸이해 버려 고기가 씨가 말랐습니다."
 
표류한 북한배를 발견하기도
 
다음날 숙소를 나와 보니 시멘트 선착장 한켠에 나무 조각들이 쌓여 있어 무슨 나무판자인가를 묻자 북한 배라고 하며 "선원들은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작년(2017년)에 고기잡이 나갔다가 원산에서 독도까지 온 배를 발견해 독도로 데려온 사연을 들려준다.
 
▲ 고기잡이 나갔다 표류한 북한배를 발견한 김성도씨가 나무판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관계당국에서 조사 후 분해했다고 한다. 판자사이를 대마와 콜타르로 막은 조악한 모습으로 "남한에는 이런 배가 없다"고 한다. 김성도씨 말에 의하면 "모두 죽었을 것"이란다 ⓒ 오문수
 
"바다에 나갔더니 원산에서 출발했다는 배가 있었어요. 선원들한테 '너희들 북한가지 말고 여기서 살아라'고 말하자. '원산에 처자식이 있고 부모님도 있어 가야합니다'라고 말해 '네 말이 맞다! 부모님과 처자식이 있는 집으로 가거라'라고 말했습니다. '담배 피워도 되겠습니까? 라고 물어서 맘대로 피워도 된다'고 했습니다."
 
집 떠난 지 일주일째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날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안동립때표는 "날씨 때문에 2주일 동안 독도에 갇힌 적도 있다"고 하며 "오늘 독도를 떠나야 한다"고 짐을 싼다.
 
"인자! 서울가니더?"라고 말하는 그의 눈망울 속에 슬픔이 배어 있었다. 안동립씨가 "아재요! 내년에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을라나?" 하고 말하며 보트를 운전해 선착장으로 데려다준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하자 씨익 웃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 바다를 향해 나간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는 안동립 대표가 멀리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육지로 나갈 배를 기다리며 바다 한가운데를 보니 반짝이는 바다 속에 나뭇잎 같은 보트하나가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나왔다를 계속한다. 방어잡이하는 김성도씨다. 마음속으로 한국판 <노인과 바다>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빌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우리 땅 독도바다를 지켜주세요.
【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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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