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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혜사화탑(廣惠寺華塔) 답사기-1
허베이성의 천년 도시 정딩현을 방문하여 광혜로(廣惠路)를 지나가다가 버스 유리창을 통해 본 광혜사화탑(廣惠寺華塔)은 정말 놀라움의 극치였다. 탑을 유심히 보니 상단부에 많은 보살상과 연꽃,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있어 더 화려했다. 다음 날 아침 임제사를 일찍 방문해 참배하고 나오면서 햇살에 밝게 빛나는 광혜사화탑을 높이 바라다보았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로 눈이 부셔 감탄사가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
학자들은 탑이 중국 전통 건축인 누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누각식(樓閣式) 벽돌탑으로 분류하며, 건축 양식과 외관이 아주 독특하고 화려하여 중국 5대 탑으로 인정한다. 누각은 중국의 전통 고건축 유형으로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상당히 넓게 활용되었다. 누각식 탑은 누각의 모양을 본 따 만들어 사람이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고, 층마다 탑 문과 창을 내었다.
외부에는 평좌와 난간을 설치하여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11년(A.D.68)에 천축인(天竺人) 중인도 불교 승려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대월지(大月氏, 아프카니스탄)에서 만난 왕준, 채읍(蔡愔) 등 후한 사신을 따라 흰 말에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등 여러 경전과 불상을 싣고 수도 낙양(洛陽, 뤄양)에 도착했다. 황제는 너무 기뻐서 이를 기념하여 최초로 건립한 탑이 백마사(白馬寺) 탑이다. 백마사 탑은 건립할 때 전통방식인 누각식으로 지어 이후 장강(長江) 이남에 널리 전파되었다.
▲ 광혜사화탑
광혜사는 당 정원 연간(785~804)에 창건되어 정딩현의 8대 사찰로 굉장하게 큰 사찰이었으나, 오래 세월 내려오면서 사찰의 세력이 약해져 현재는 임제사(臨濟寺) 옆 300m 지점에 탑만 홀로 남았다. 학자들은 광혜사화탑 건립 연대를 당나라 고조(古祖) 이연(李淵) 시기에 창건설, 오호십육국 때 창건설, 당나라 때 보수되었다가 금나라 황통(皇統) 연간에 훼손되어 대정 연간에 다시 건립했다는 여러 가지 설을 주장한다. 광혜사는 명과 청나라 때 사세가 굉장히 강했으나, 청나라 말기에 이르러 황폐해져 건물터 주변에는 근대 건축물로 뒤덮여 있었다.
▲ 1910~1912년, 광혜사화탑 (사진:야먀모토 찬지로)
청나라 말기 · 중화민국 초기(淸末民初)에 일본인 사진작가 야먀모토 찬지로는 중국 혼란기에 중국 땅을 밟아 사진을 촬영하여 1924년에 출간한 《震旦舊迹圖匯, 진단구적도회》에 수록하고 정딩현 문물 고적을 소개했다. 사진가 야마모토 찬치로(山本赞七郎, 1855~1943)는 일본 오카야마(岡山)에서 태어나 1882~1897년 도쿄에 사진관을 열고, 1895년에 중국에 건너가 베이징에 야마모토 사진관을 열었다. 초기에는 청 황실(皇室)에서 복무하면서 사진을 좋아하는 서태후와 황족들의 사진을 촬영했다.
1900년 6월 영국 해군 중장 시모어가 이끄는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로 구성된 침략 연합군은 의화단(義和團)의 반제국(反帝國) 투쟁을 근절하고, 중국에서의 이익을 수호하며, 중국에 대한 침략을 확대하기 위해 톈진 조계에서 베이징으로 진격했다. 이때 사진가 야마모토 찬치로는 동료 사진가 오가와 잇진(小川一真), 시바타 쇼요시(柴田昌吉), 후카타니 고마요시(深谷驹吉) 등과 종군하여 경자국변(庚子國变, 庚子事变)을 촬영하여 기록하였다. 1901년에는 톈진(天津) 자죽림(紫竹林) 영국 조계에 야마모토 사진관 지점을 열고, 베이징의 풍광을 엽서와 작품집을 제작해 팔았다. 사진가의 중국 행적을 조사한 학자들은 정딩현의 사진을 찍은 시기는 1900~1912년 사이로 보았다.
▲ 광혜사 화탑, 임제사 징령탑, 천녕사 능소탑, 개원사 수미탑1910~1912년경, 야마모토 찬치로(山本赞七郎) 正定四塔 촬영 사진
100년이 지난 사진을 보면 탑들이 무너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나라, 당나라 때 건립된 탑들이 정딩현에 굳건하게 있는 것은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병란과 혼란기에도 불교 세력이 축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찰에 많은 승려가 살면서 부처님에게 예불을 드리고, 참선하고, 신도들이 사찰을 출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중화민국 시기에 광혜사화탑은 주탑만 남고 아래 4개의 방은 전쟁 중에 모두 파괴되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년에 걸쳐 완전 수리를 하여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탑을 다시 쌓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태평흥국(太平興國) 4년(979)과 희녕(熙寧) 10년(1071)의 제각(題刻)을 발견하였다. 광혜사에 놀러 왔던 여행객이 돌에 글씨를 남겨 최소한 이 탑의 건립 연대가 북송(北宋, 960~1127) 이전임을 알게 해주었다.
당나라 때 건립된 광혜사화탑은 금(金) 세종(世宗) 대정(大定, 1161~1189) 연간에 중수(重修)가 되었다. 1층 탑신의 평면은 팔각형이고 정동, 정서, 정남, 정북의 4방향 외벽 탑신은 각 면 3칸에 탑실로 직통할 수 있는 문이 정중앙에 열려 있다. 그중 북문은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마주 보고 동북, 동남, 서북, 서남의 4방향에 각각 탑과 연결된 육각형 편평한 단층 방이 있다. 방은 정자 누각 모양으로 꼭대기에는 청기와가 있고, 탑신과 방의 지붕 처마 밑에는 벽돌로 만든 지붕 받침이 있다.
2층 탑신의 평면은 정팔각형이고 외벽은 각 면에 3칸씩 열리며 정동, 정서, 정남, 정북 사면 한가운데에 감문, 감문 옆에 격자무늬 창, 동남, 동북, 서남, 서북 사면 한가운데에 직선 무늬 창이 있고 양쪽에 격자무늬 창이 있다. 2층 탑의 몸 위에는 벽돌로 만든 아치가 있고, 탑 처마를 받치고 있다. 탑 처마 위에는 팔각형 평좌가 있고, 평좌 위에는 세 번째 탑신이 있다. 2층 탑실은 회랑형 구조로 1층 계단에서 2층 남쪽 회랑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회랑 안쪽에 작은 불감 2개가 있다. 2층 회랑의 서쪽은 계단을 따라 3층 외부 회랑의 북문으로 나오고, 외부 회랑을 따라 남문으로 3층 탑실로 들어갈 수 있다.
3층 탑신은 2층에 비해 내부적으로 크게 수용되어 2층 탑신 상부에 넓은 평좌를 형성하고 둘레에 난간을 둘렀다. 3층 내에 2개의 불상이 봉안되어 있고, 탑신에는 정남면에만 방문(方門)이 있다. 정동, 정서, 정북의 3면은 모두 가문(假門)이며, 꼭대기에는 탑 처마, 탑 처마 위에는 4층 탑신이다. 두 불상 모두 약간 통통하고 어깨가 넓고 편평하며 목에 세 개의 연도가 있다. 목에는 염주를 걸고 있고, 법복을 입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있으며, 결가부좌 연꽃 자세로 앉아 있다. 이존불 배후의 양 어깨 중앙부와 허리와 수미좌 뒷부분의 양 모서리에는 장방형의 묘공이 뚫려 있다. 불상 동쪽의 남쪽, 북쪽, 동쪽 내벽에는 벽감(壁龕)이 있는데 악기 비파(琵琶), 공후(箜篌), 훈(塤), 생황(笙生)을 연주하는 악기상이 있다. 훈(塤)은 음색이 소박하고 독보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어 2013년 중국 베이징 여행 때 이화원에서 악기를 샀다.
집에 와서 작은 타원형 악기를 입에 대고 손가락으로 6개의 구멍을 누르며 오카리나처럼 연습을 시도했는데 소리를 제대로 못냈다. 이후 중국 훈 연주자의 CD를 들으며 만족하고 있다. 훈의 기원은 한족 선조들의 노동 생산 활동과 관련이 있다. 고대 사람들은 새와 짐승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진흙으로 악기를 구워 만들고 사냥감을 유인했다. 이후 음공을 늘려 경쾌하며 애절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멜로디 악기로 만들었다. 훈(塤)은 악기 중에서 도교(道敎)에서 추구하는 천상에 가장 가까운 음색을 내는 악기이다.(계속)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