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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U와 프랑스 보르도 와인 박물관
2011년 4월 전곡선사박물관을 성공적으로 개관한 프랑스 건축가 아누크 르장드르(Anouk Legendre)와 니콜라 데마지에르(Nicolas Desmazières)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 박물관 설계 수주를 하여 박물관 건립에 나선다.
니콜라 데마지에르는 한국에서 공간 전시를 통해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도주에 대해 혁신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와인 박물관 설계를 하려고 여러 날 생각하던 중에 와인을 포도주잔에 따랐다. 그때 우연히 포도주잔에서 놀라운 소용돌이를 보았다. 건축가는 이때 영감을 얻어 지금의 와인 박물관을 설계하고 건축한다.
▲ 보르도 와인 박물관(사진:La Cité du Vin)
포도주잔 속에 소용돌이에서 영감을 얻게 된 것은 캄보디아 왕국 앙코르와트 사원의 물의 요정인 압사라(Apsara)와 비슷하다. 압사라는 힌두교 신화와 불교에서 나오는 구름과 물의 요정으로 님프, 선녀 등으로 번역한다.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압사라는 불교가 중국을 거쳐 신라에 전해져 성덕대왕 신종(聖德大王神鍾)에 있는 비천상(飛天像)으로 바뀌었다. 캄보디아 무용수들은 압사라 춤을 매우 잘 춘다.
압사라는 젖소가 생산한 신선한 우유를 컵에 담가 흔들면 거품 속에서 탄생한 여신으로 우아하며 손동작이 아주 독특해 압사라 춤을 원숙하게 추는 무용수는 손동작을 익히는데 무려 10년 이상의 힘든 연습을 매일 반복한다.
▲ 압사라(Apsara)(사진:위키백과)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580km 떨어진 보르도 시는 누벨 아키텐(Nouvelle-Aquitaine) 지방의 중심 도시이다. 보르도에 건축한 와인 박물관은 2016년 6월 개관한 이래 1년 내내 와인에 관한 전시, 쇼, 와인 박람회, 무비 상영 및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와인 박물관(Cité du Vin)의 상설 전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5개 대륙의 포도나무와 와인의 세계를 여행하게 되어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온 관람객은 와인의 세계를 구경하려고 시간과 대륙을 넘나드는 모험으로 18개의 모듈로 나누어진 6개의 우주를 통해 방문한다.
와인 박물관에서는 매년 특별 전시를 계획하여 2020년 4월 10일 〈신들과의 술 한 잔〉 전시회는 코로나 19로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2021년 4월 9일부터 8월 29일에 개최하였다. 필자는 전시회 제목이 너무 멋있어 〈신들과 함께 마셔요!(Boire avec les dieux!)〉를 외쳐보았다.
▲ 〈신들과 함께 마셔요!〉(사진:La Cité du Vin)
특별 전시는 루브르 박물관, 제네바의 간두르 미술 재단,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대여한 50여 작품을 현대적인 음향 및 시각 장치를 활용하여 몽키버드 같은 현대적인 아티스트도 참여하고,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에서 와인과 신과 인간 사이에 형성된 관계를 작품으로 전달했다.
관람객은 구입한 입장권 옵션에 따라 2~3가지 와인을 벨베데레 시음장(Le bar du Belvédère)에서 마지막에 테이스팅을 한다. 이 전시회의 목적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us) 이야기를 알리는 것으로 전시회 내용은 다음 편에 상세하게 다루겠다.
▲ 벨베데레의 술집(사진:La Cité du Vin)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6000년경 흑해 연안의 중앙아시아 조지아 지방에서 시작하여 기원전 5400~4000년경에 이란. 이라크로 전파되고, 기원전 4000~3000년경에 레반토 지역의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집트로 전파되고, 바다 건너 에게해 지역 그리스로 전해졌다.
▲ 조지아 트리빌시 와인박물관 와인 전파도(사진:슈미 와이너리 와인박물관)
필자가 고대 이집트 문물을 보기 위하여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이집트박물관장은 “신성한 과즙, 포도주는 신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사제들이 나누는 지상 연회의 음료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집트 노동자들의 식사로 빵과 맥주가 제공되었다.
기원전 3000년경 이전의 선왕조 시대에 이집트는 레바토 지역에서 포도주를 수입했다. 점차 포도 묘목이 반입되어 기원전 3000년경 초기왕조 때는 포도주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삼각주 서쪽에서 생산되었다.
당시 이집트는 맥주가 일상화되어 누구든지 맥주를 먹었지만, 포도주는 사원의 제례, 장례식, 천식을 치료하는 의료용으로 사용되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포도를 심기 좋은 땅을 찾다가 알렉산드리아 삼각주 서쪽에 포도나무를 처음 심어 재배에 성공했다.
고대 이집트의 포도 재배 및 양조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고대 이집트의 암포라(amphora)에 와인이 존재한 것을 밝힌 학자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있는 노바(Universitade Nova de Lisboa) 대학 영양학과의 마리아 로사 구아쉬 자네(Maria Rosa Guasch-Jané) 교수이다.
▲ Wine in Ancient Egypt: A cultural and analytical study자자 Maria Rosa Guasch-Jané(사진:위키백과)
마리아 로사 구아쉬 자네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Universitat de Barcelona) 대학교에서 약학(1991-1996)을 공부했다. 그녀는 바르셀로나 대학원(UAB)에서 영양학 및 식품과학 석사(1998)와 동양학-이집트학 석사(2000) 학위를 받고, 2005년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고대 이집트의 와인: 문화 및 분석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 논문으로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고대 이집트 무덤의 도상학에 관한 왕의 재탄생과 관련된 와인의 상징성을 연구하기 위해 포르투갈의 FCSH-UNL, Faculdade de Ciencias Sociais E Humanas에서 박사 후 연구(2007-2011)를 수행했다. 그녀는 포르투갈의 노바대학교(Universitade Nova de Lisboa)에서 서지학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집트 무덤에서 백반 병아리와 포도주 제조 장면의 말뭉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대 이집트의 Irep en Kemet/와인〉 연구 프로젝트(2010년 12월 31일 - 2014년 4월 30일)의 책임자를 지냈다.
▲ 리스본의 노바 경영 경제 대학원(노바 SBE)(사진:위키백과)
노바대학교는 분산형 대학으로 1973년 8월 11일에 설립되었다. NOVA에는 현재 20,077명이 넘는 등록 학생과 1,800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노바 경영경제대학원(Lisbon’s Nova School of Business & Economics, or simply Nova SBE)은 리스본과 휴양지 카스카이스 사이의 중간에 있는 해안 마을 카르카벨로스에 최첨단 캠퍼스를 건축했다.
노바대학교 경영경제대학원의 새로운 캠퍼스는 포르투갈 지방 자치도시 오에라스와도 가깝다. 이 캠퍼스는 2017년에 600명 미만의 석사 과정 학생을 유치하여, 현재 약 3,000명의 학생을 확보했다.
▲ 투탕카멘의 암포라(사진:이집트박물관)
이집트박물관에 들어서면 미라와 석관 등 문화재가 무척 많아 놀랐다. 필자는 미라를 구경하다 2층에서 와인을 담았던 항아리 암포라(amphora)를 보고, 투탕카멘(Tutankhamun) 황금마스크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현재 이집트 사람들은 알코올이 있는 술을 먹지 못하게 되었지만,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맥주나 포도주를 먹을 수가 있었다. 당시 필자의 부모님은 양평군 지제면에서 20여 년간 포도 농장을 하여 포도주를 담은 항아리가 더욱 인상에 남았다.
이집트 제18왕조 투탕카멘(Tutankhamun) 왕은 기원전 1332~1323경의 파라오였다. 투탕카멘 파라오의 무덤은 ‘왕가의 계곡’ KV62에 있으며, 파라오의 무덤은 4개의 방과 입구, 계단, 복도로 구성되어 있다. 왕의 무덤은 다른 파라오의 무덤 벽의 틈새에서 훼손되지 않은 채 기적처럼 우연히 발견되었다.
▲ 투탕카멘(Tutankhamun)왕 (사진:AFP, 2019.9.21)
투탕카멘 파라오 무덤에 있는 항아리 암포라에는 생산품목, 년도, 지역, 포도 재배자의 이름이 모두 적혀있다. 마리아 로사 구아쉬 자네 박사는 매장실에서 발견된 세 개의 와인 항아리 암포라의 내용물에 대한 조사를 위해 액체 색층분석법과 ‘스펙트럼’을 함께 사용한 결과 시링산(Syringic acid)를 찾아냈다.
시링산은 식물의 대사 산물로 발견되는 자연 생성 페놀 화합물이다. 항아리에 담긴 대부분의 추출물은 분해되어 사라졌지만, 시링산의 놀라운 발견을 통하여 암포라에 저장되었던 물질이 레드 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통치자였던 이집트 파라오들은 레드 와인을 즐겨서 사용했다는 가설이 입증되었다.
▲ 사카라 계단 피라미드(궁인창, 2002년 촬영)
카이로 시내에서 남서쪽 24km에 있는 사카라 (Sakkara, Saqqara)에는 4600년 전에 축조된 계단식 피라미드를 비롯하여 많은 유적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필자는 이집트 문명을 탐방하고 돌아와서 지금까지 이집트 문명사를 공부하고 있다.
이집트를 관광하면서 현지 가이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시리스(Osiris)를 설명했다. 오시리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농업, 생명, 부활, 풍요의 신으로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그래서 통치자 파라오는 오시리스를 생명의 화신으로 받들었다.
▲ 오시리스(Osiris)(사진:위키백과)
이집트에서 궁금했던 것은 오시리스의 그림이나 조각상이 녹색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최근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는 오시리스가 죽어서 온기를 잃어버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의 피부색을 상징하는 것이다.
생산의 신인 오시리스는 이집트의 파라오로 사람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지만, 이를 시기한 세트에 의해 살해되어 나일강에 뿌려졌다. 그러나 이런 광경을 우연히 보았던 이시스에 의해 수습되어 살아난다. 오시리스는 지상에 나오지 못하고 명계(冥界)의 왕으로 이후 죽은 자들을 심판했다.
▲ 보르도 와인 박물관과 범선(사진:La Cité du Vin)
한국의 전곡선사박물관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아누크 르장드르와 니콜라 데마지에르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 박물관을 건축할 때 한국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영감을 그대로 되살려 프랑스에서 새로운 와인 박물관을 창조했다.
와인의 역사(歷史)와 신화(神話)를 범선(帆船)을 타고 항해(航海)하면서 천천히 살펴본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