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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수집(屑穗集) ◈
◇ 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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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2. ~7.
계용묵
1
설수집(屑穗集)
 
2
 
 
3
이웃에 사는 무슨 중령인가 한 이의 아들 여섯 살짜리가 요 며칠째는 매일같이 우리 집에 와서 다섯 살 난 내 손자놈 하고 얼려 논다.
 
4
오늘 아침도 내가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중령의 아들이 손자놈을 찾으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5
내 곁에서 책 뒤적이는 것을 보고 앉았던 손자놈은 중령의 아들이 들어와 앉기가 바쁘게
 
6
“이마, 이 책 봐, 우리 할아버진 책이 이렇게 많다!”
 
7
하고 책장을 가리키며 자랑을 한다.
 
8
“그까짓 책만 많으면 제일이냐, 우리 아버지가 높은 사람이야.”
 
9
하고 그는 목세를 쓴다.
 
10
“이마 책이 많아두 높은 사람이야. 우리 할아버진 책을 볼 땐 저렇게 안경을 낀다!”
 
11
“기까짓 안경. 우리 아버진 안경 없는 줄 아니”
 
12
“우리 할아버진 안경 둘이야. 밖에 나갈 땐 또 다른 안경을 껴.”
 
13
“우리 아버진 또 부대루 갈 땐 권총을 차구 지프차를 타구 가아.”
 
14
“지프차가 뭐 좋은 줄 아니, 합승이 좋지. 우리 할아버진 학교루 나갈 땐 늘 가방을 들구 합승을 타구 가아.”
 
15
“합승? 합승은 누구나 타는 거야, 우리 아버진 중령이니까 지프차를 타는 거구.”
 
16
순간 손자놈은 말문이 막힌다. 할아버지가 높은 사람인 줄을 알기는 아는데 남 다 타는 합승만 타는 할아버지라, 합승만 타는 그 이유의 해명에 궁한 모양이었다. 눈이 새침해서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의 턱밑에다 제 턱을 바짝 드려다 대며
 
17
“책 많은 사람두 높은 사람이지. 응 할아버지!”
 
18
하고 나에게 응원을 청한다.
 
19
“이마, 중령이 높은 사람이라니깐. 우리 엄마가 그랬다, 우리 아버진 중령이 돼서 높은 사람이라구. 그렇지요, 중령이 높은 사람이지요”
 
20
하고 중령의 아들도 또 나에게 자기의 엄마 말이 참말이라는 것을 입증하여 달라는 듯이 내 앞으로 무릎을 바싹 한 걸음 다가앉는다.
 
21
자기네 어버이의 지위를 높이 가짐으로 그것을 자기네들의 자랑으로 삼으려고 서로 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입론이 어쩌면 귀엽기도 해서 나는 아무 대꾸도 없이 속으로 웃고만 앉았노라니. 발칫목에서 제 꾸어진 양말 뒤축을 꿰매고 않았던 식모아이가 불쑥 그들의 입론에 뛰어든다.
 
22
“넌 중령 위에 대령이 있는 줄 모르니? 밤낮 중령 중령 하고. 우리 성하(손자놈의 이름) 아버진 대령이라는 걸 알아야 해.”
 
23
하니까, 중령의 아들은 금시 얼굴이 시무룩해지며 아무 말도 없이 눈을 푹 내려깐다.
 
24
“성하 아버지가 이제 미국서 돌아오면 너의 아버지는 성하 아버질 보기만 해도 기착을 딱하고 경례를 꼬박 붙여야 하는 판이야. 뭘 알기나 하고 그러니. 그러면 너의 엄마두 한풀 꺾이는 날이구.”
 
25
하고 재차 냅다 쏘아 놓으니. 눈을 여전히 내려깔고 듣고만 앉았던 중령의 아들은 그만 푸시시 일어나 문을 밀고 나간다.
 
26
“그 자식 약올랐나 보다!”
 
27
하고 손자놈은 승리의 쾌감이나 느끼는 듯이 만면에 화기가 이럭거리고 있었다.
 
28
“약올랐음 어때, 난 걔 어머니가 밉상스러워서 그랬다. 저의 남편이 중령이라구 근처 여자들은 사람으루 보는 줄 아니 그게. 걔두 제 에미에게 듣구서 저의 아버지만 높은 사람이라구 뽐을 내며 돌아가지. 아이, 난 걔 어머닐 보면 구역질이 나아, 배퉁은 왜 그리 내밀구 흔들거리겠니, 이질이질하면서. 그건 누구나 만나도 인사법두 없다! 아마 이사온 지가 반년은 넘었을 거라. 그래두 근처 집 문턱에 발 한번 들여놔 본 적 없을걸.”
 
29
하고 식모아이는 괜히 저 혼자 흥분해서 두덜거리고 있었다.
 
 
30
그런 지 이틀이 지나선가였다. 중령 부인이 우리 집엘 찾아왔다. 쟁반에 다 떡을 한 쟁반 듬뿍 담아서 꽃보자기를 씌워가지고 인사차로 왔노라고 했다.
 
31
이웃에서 떡이나 그런 별다른 음식을 마련하면 이웃간에 서로 들고 다니는 것이 인사였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는 받아 본 적도 없고 또 주어 본 적도 없었다. 금방 삶아내서 담아 가지고 온 것 같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떠오르면 송편과 시루떡이 참으로 먹음직하였다.
 
32
떡 쟁반을 받아 든 집사람은, 그 여자가 누구인 줄은 아지마는 언제 만나서 이야기는 고사하고 인사 한번 주고받아 본 적이 없었던 처지라, 송구스러워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를 몰라 꽃보자기만 한 반 쯤 열어제친 그대로 부인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33
“진즉 찾아뵌다는 게 이렇게 늦어서요. 어디 여느 댁과 달라서 맨손으로야 인사를 올 수가 있어야지요.”
 
34
“아이 무슨 천만에 이웃간에서. 떡을 이렇게 원 많이두…… 누구 애들의 생일이우?”
 
35
“아녜요. 그저 좀 했지요. 그런데 대령님의 안부는 종종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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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령?’
 
37
집사람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를 몰라 대답을 못하고 의아한 눈만을 둥그렇게 뜨고 부인을 바라보았다.
 
38
“저 미국 가 계시는 대령님 말씀이에요.”
 
39
“미국 가 계시는 대령님”
 
40
더더구나 알 수 없는 말이었다.
 
41
“대령이라니! 미국 가 계시다니요! 누구 말이에요”
 
42
집사람은 의아한 눈이 한층 더 둥그레서 부인을 바라보았다.
 
43
“아니, 성하 아버지 되시는 이 말씀이에요. 그 대령님이 미국 가 계시지 않아요?”
 
44
“내 아들이오? 내 아들이 대령! 미국은 웬 미국이오? 내 아들이야 육군 중사루 있다가 재작년에 제대가 되어서 지금은 학교 교사루 나가구 있는데요.”
 
45
“녜! 아니 그럼 무슨 말을 걔가…….”
 
46
“글쎄 모를 일이군요. 우리 애야 대령이 다 뭐에요. 졸병으루 있었는데 - 미국은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요즘 벼르고는 있나 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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