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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문덕 ◈
◇ 주인 마누라 ◇
카탈로그   목차 (총 : 11권)     이전 9권 다음
1948
김동인
1
국향이가 묵어 있는 여막의 주인 마누라에 비친 국향이는, 진실로 알고도 모를 색시였다.
 
2
처음에는 그 절묘하게 생긴 얼굴 모습에 마음이 끌려, 하루 저녁 묵어 가 기를 허락했던 그 초동(국향)이, 이튿날 몸에 탈이 나서 의원을 불러다 보이니까, 태중이라 하여 그 예쁜 초동은 사실은 사내가 아니요, 여인인 것이 정작 드러났지만, 대가집 며느리로라는 국향이의 말은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 몸가짐이며, 몸태도며 말씨며, 모두 대가집 며느리답게 똑똑하였다.
 
3
주인 마누라에게는 국향이는 딸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차차 정이 들었다.
 
4
그런데 이 여막에 되놈이 하나 와서 묵고 차차 머슴 비슷이 되자, 그 국향이라는 색시는 그 되놈과 본시부터 알던 듯, 국향이의 간청에 의지하여 되놈을 손님 비슷이 묵히게까지 되었다.
 
5
되놈이 뻔뻔스럽게 아낙네의 방에 숨어들고 한다고 주인 마누라가 주의시킬 때에 색시는 기위 처녀 아닌 이상에는 한 번 겪으면 어떠냐고 웃어 버렸다.
 
6
드디어 그 되놈이 국향이의 방에 기어들었던 모양이었다.
 
7
그런데 국향이의 몸에는 아무 탈 없고 백 근이나 될 그 되놈이 뜰 복판 가운데 딩굴어 넘어져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무슨 완력이랴!
 
8
"색시두 무슨 힘이 그리 세우? 백 근이나 될 되놈을 빈대집어 던지듯 뜰에 내던지니?"
 
9
"하느님이 사람을 내실 때에, 아낙이 제 몸 보호하고자 할 때는 백만 인의 힘을 낼 수 있도록 마련해 만드셨지요.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10
"그 되놈은 허리 안 부러진 게 다행이지. 괘씸한 놈 같으니!"
 
11
"사내가 여인을 보려면 또 목숨도 내걸기를 사양치 않는답디다그려!"
 
12
"여인이 시집을 간다는 것도 제 목숨이고 뭐고 사내에게 바치는 게 아니오? 더구나 아이를 낳는다는 건, 내 목숨 당신 댁에 바치오 하는 게 아니오?"
 
13
자기는 이왕 한 아이를 을지가문에 바쳤다. 그리고 이제 몇 달 안으로 둘째 아이가 나올 것이다. 그 첫아이를 낳을 때의 아픔이며 고통을 회상하면, 평생 다시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 그러나 여인된 도리로서 첫 아이를 낳으면 또 둘째 아이를 낳고 싶은 이 본능은 하늘이 여인에게 주신 귀여운 책무일 것이다.
 
14
"저 되놈은 색시더러 공주님, 공주님 하니 대체 어떻게 된 셈이요?"
 
15
"어려서부터 그렇게 부른 버릇이 그냥 남아서 그런 모양이지요."
 
16
"대체 색시허구 저 되놈허구는 어떻게 되오?"
 
17
"집안 하인이야요."
 
18
"저런 괘씸한 놈 같으니! 그래 상전댁 소저를 겁간하러 들어간담?"
 
19
"상전댁 소저고 무에고, 자기는 사내요 나는 아낙이니까, 사내가 아낙 건드려 보려는 건 하늘의 분부겠지요."
 
20
국향이는 그래도 장량이를 사사에 두호하였다.
 
21
주인 마누라에게 있어서는 국향이라는 색시가 장량이라는 되놈에게 어떤 심경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한 일이었다.
 
22
상식으로 생각하여 괘씸하고 밉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3
그런데 색시는 되놈을 그다지 밉게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24
국향이 자신이 뜰로 집어 팽개쳐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장 서방을 색시는 다시 몸이 성하도록 성심으로 간호해 주는 것이었다.
 
25
그것뿐 아니라, 자기를 겁간하러 들어왔던 악한을 자기 방에 눕혀 두고 몸 추세도록 돌보아 준 것이었다.
 
26
내외지간이 아니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더러운 시중까지도 색시가 몸소 당해 나갔다.
 
27
그렇다고 장 서방에게 몸을 허락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은 모양으로, 장 서방이 정욕에 흥분되어 무엇을 조르는 꼴을 주인 마누라는 여러번 보았다.
 
28
주종의 관계랄까 무엇이랄까, 색시는 그 한계(限界)를 엄하게 금그어서 그 것을 지키는 모양이었으나, 사내의 심정으로 장 서방은 그 한계를 지키기 힘들어, 그 한계를 넘어서려고 적지 않게 꾀하는 모양이었지만, 색시는 그 한계에서 한 치〔寸〕도 넘어서지 못하게 엄수하는 모양이었다.
 
29
처음에는 주인 마누라가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꽤 지켜 주었지만, 색시의 일정한 한계를 본 뒤에는 마음 놓고 색시의 자유에 맡겼다.
 
30
색시는 어떤 날,
 
31
"장 서방 장가들 만한 얌전한 규수를 하나 골라 보아 주세요."
 
32
하는 부탁을 하였다.
 
33
"저 김 서방 집 암캐는 어떨까요?"
 
34
"암캐는 싫다던걸요. 주제에― 어느 고구려 색시가 서방 없어 장 서방 따위에게 시집가겠소? 그렇지만 하나 골라 보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게 장가들겠다고 성화니까 귀찮아서…."
 
35
"색시 서방으로 맞아 보구료!"
 
36
"예끼! 되레 수캐를 맞지."
 
37
"그럼 수캐만도 못하담? 수캐만도 못한 사내를 남편으로 섬길 고구려 계집 애는 없는걸!"
 
38
"말갈 계집애라도, 좌우간 당자가 암캐는 싫다 하니까 암캐 아닌 사람의 종자로 하나 제발 골라 보아 주세요."
 
39
"색시 소청이니 내 골라는 보리다."
 
40
이런 의논이 있은 며칠 뒤, 주인 마누라는 희색이 만면하여,
 
41
"여보 색시! 있소, 있소! 장 서방 마누라가음이 있소."
 
42
하면서 들어왔다.
 
43
저 아무개네 집 딸인데, 얼굴도 모란꽃 같이 실하고 잘났지만, 웬 셈인지 그동안 세 번이나 시집을 갔었는데, 사흘이 못 지나서 소박맞고 돌아오고 한 소박데기 색시가 있다는 것이었다.
 
44
"얼굴은 씀직해요?"
 
45
"얼굴 생김생김은 떠오르는 달 같구 피려는 모란꽃같이 일색이지요."
 
46
"사타구니에 ××야 있겠지?"
 
47
"그게야 있구말구."
 
48
"그러면 됐지!"
 
49
이리하여 국향이도 부른 배를 움켜안고 그 색시가음을 가 보았다.
 
50
국향이와 함께 나선 주인 마누라로서는 국향이의 마음보를 당초에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51
자기를 사모하던 사내라 하면 여자된 마음에 아무리 해도 좀 아깝고 아쉬워할 것이다.
 
52
더우기 만여 리 길을 뒤쫓아 왔다는 장량이를 국향이로서도 그저 밉다고 볼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내를 딴 처녀에게 장가들 이기 위하여 벌떡 하여 앞장서 가는 국향이의 마음보는 주인 마누라로서는 이해하기 곤란한 것이었다.
 
53
"색시 얼굴이 몇인지상(人之上)이나 됩디까?"
 
54
"십인지상은 될 것을 ― 소박을 맞았기에 말이지 판대기는 제법 잘생겼어요."
 
55
"나하고 어때요?"
 
56
"만인지상인 색시와 야비교하겠소?"
 
57
진나라 삼천 후궁이 감히 비길 자 없었으니 만인지상이라 하는 것도 과히 과장된 칭찬이 아닐 것이다.
 
58
벌써 꽃 시절인 양, 들에는 온갖 화초가 만발하여 그 빛깔을 자랑하고 있다.
 
59
"그런데 색시는 그 장서방을 꼭 장가들여 주고 싶소?"
 
60
"그렇지 않으면 아주머니께나 내게 장가들자고 덤벼드는 걸 어떻게 해요?"
 
61
"색시 객고두 풀 겸 한번 들어 주구료."
 
62
국향이는 몸을 떨었다. 이 내 몸에는 을지 승상의 씨가 들어 있다. 그 혈통을 더럽히는 행동을 하였다가는 고구려 만성의 성난 주먹에 이 몸은 아주 가루가 될 것이다.
 
63
"아주머니가 한 번 옹색을 푸시지."
 
64
"에이 여보! 내가 온 색증이 생기면 김 서방네 수캐를 붙이겠소. 장서방도 그만하면 얼굴 판대긴 과히 흉물스럽지두 않아. 사내답게 서글서글하게 생겼지. 하는 짓이 수캐만도 못해 걱정이지만…."
 
65
한 말갈 부락을 지나서 본국인 부락의 초입에 색시네 집이 있었다.
 
66
색시는 마침 물 길러 나왔다가 국향이와 주인 마누라와 만났다.
 
67
"물 긷나? 또 선보러 왔는데."
 
68
주인 마누라는 색시더러 이렇게 말하며 국향이에게 눈짓하였다.
 
69
색시는 마음대로 보라는 듯이 동이를 끼고 턱 버티고 마주 섰다.
 
70
국향이는 그 색시를 보았다. 십인지상은커녕 백인 천인지상은 될 만한, 눈이 어글어글하고 코 죽지 않게 생긴 색시는 수줍어하지 않고 국향이를 마주 보았다.
 
71
왜 세 번이나 시집을 갔다가 소박을 맞았는지, 장 서방에게 이 색시를 보이기만 하면 코를 질질 끌면서 어서 중매해 달라고 야단할 것이었다.
 
72
"색시 몇 살이요?"
 
73
"열여덟 살이오."
 
74
"새서방가음을 한 번 마주 보려우?"
 
75
"서로 마주 봐야지요."
 
76
"그럼 한 번 데리구 올께―."
 
77
이리하여 국향이는 그 색시에게 만족하였다. 혼인은 곧 쉽게 결정이 되었다.
 
78
선을 보고 와서 국향이는 주인 마누라더러,
 
79
"색시색이 좀 과하게 생겼더군요."
 
80
하였다.
 
81
"그럼 색 미치광이 장 서방 녀석하구 꼭 서로 맞겠네."
 
82
이리하여 장량이더러 어떠냐고 물어 보았더니, 장량이는 춤추다시피 기뻐하며 그 색시 놓치지 말아 달라고 부탁부탁이었다.
 
83
이렇듯 서로 혼약은 성립이 되었다.
 
84
그러나 주인 마누라에게 있어서는 부젓가락으로 지진다고 장담은 하였지만, 사십 과부로서 젊은 남녀의 혼인에 아주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85
국향이는 모후의 유물(遺物)인 노리개를 혼인 축하로 제공하고, 부른 배를 부둥켜안고 동분서주하였지만, 주인 마누라는 이것을 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86
어떤날 저녁 주인 마누라는 오월 훈풍 무르익은 과부의 살을 내놓고 주무르다가 장량이를 불렀다.
 
87
"장 서방 들어와서 내 허리나 좀 쳐 주게나."
 
88
장량이는 들어와서 머리맡에 앉았다.
 
89
"여기요?"
 
90
"응, 허리에서 볼기짝 근처를 좀 골고루…."
 
91
국향이는 제 방에서 을지 상공의 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92
장량이는 이 흐무러진 과부의 육체를 손을 들어 두들겼다. 일찌기 이 과부를 한 번 건드리려다가 도리어 과부에게 깔려 봉변을 한 경험이 있는 장량이다. 겁이 앞서 딴 생각 먹지도 못하고 그 욕심 나는 육체를 고요히 두들기고 있었다.
 
93
주인 마누라는 속옷 한 벌만 입고 젊은 사내에게 허리를 두들기우고 있는 동안, 차차 기분이 상쾌하여 까마득히 잠이 들었다.
 
94
잠이 들다가 팔을 한 번 길게 펴며 몸을 뒤채었다.
 
95
팔을 폈다가 도로 가는 바람에, 장량이는 그 팔에 끌려 주인 마누라의 이 불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96
"장서방 이 녀석, 너 그 색시한테 장가들면 나 같은 늙은이는 싫어지겠구나?"
 
97
"간간 오지요."
 
98
"간간 와? 내가 널 놓아 주지 않겠다. 이 되놈아!"
 
99
이리하여 주인 마누라는 장량이를 힘껏 쓸어안았다.
 
100
이튿날 아침 주인 마누라가 하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국향이가 미심결로 건너와 보니, 주인 마누라는 장량이를 힘껏 껴안은 채 아직 정신 모르고 자고 있는 것이었다.
 
101
이 광경에 국향이는 기가 막혔다.
 
102
'서방이 생각나면 부젓가락으로 지지지요.' 하고 호언하던 주인 마누라가, 제 아들뻘이나 되는 젊은 사내를 끼고 세상 모르고 자는 꼴에, 국향이는 남녀간의 정사라는 것은 모든 이론이며 경우를 초월하여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103
그 날 해가 꽤 올라서야 장량이와 주인 마누라는 일어났다.
 
104
주인 마누라는 일어나서 국향이더러,
 
105
"내가 그만 오입을 했구료!"
 
106
하고 호호 웃어 버렸다.
 
107
"아주머니 시집갔으면 한턱 내셔야지요?"
 
108
"하라면 하기야 하지만, 십 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더니, 이십 년 수절 이 하룻밤에 썩었구료! 장차 지하에 가면 선군을 무슨 면목으로 뵈옵지?"
 
109
주인 마누라는 무연히 이렇게 말하고는 어이없는 듯이 허허 웃어 버렸다.
 
110
"고구려 아낙의 처신 버렸구료."
 
111
이 말에는 지금껏 벗고 있던 웃통을 끌어당겨 입으면서,
 
112
"다시 씻지 못할 죄를 지었구나. 이 놈의 건 별 물건이라, 씻고 소금으로 닦아도 쓸데없고― 여보 색시, 저 장 서방 녀석을 어서 장가보냅시다."
 
113
"그게요 날짜까지 받은걸, 이제 불과 한 달 남짓이 있으면 되지 않아요?"
 
114
그런데 장량이는 주인 마누라와 성욕의 도수가 꼭 걸맞았던 모양으로, 그 뒤에도 연방 주인 마누라 방에 들어가서는 허리 또 두들겨 드리리까 하고 싱글싱글 하고 하였다.
 
115
그러나 주인 마누라는 한 번 불붙은 성욕에 장 서방을 보기는 보았지만, 문득 떠오르는 자책에 못이겨서 늘 고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116
장차지하의 선군을 어떻게 뵈랴?
 
117
고구려 아낙의 신분을 더럽혔다!
 
118
고구려 사람을 무슨 면목으로 대하랴!
 
119
이런 몇 가지의 자책 때문에 늘 고민하는 양이 분명하였다.
 
120
주인 마누라는 늘 장량이를 피하여 국향이의 방에서 지냈다. 밤에도 이부 자리를 국향이의 방에 옮기고 국향이와 한 이불을 쓰고 지냈다.
 
121
장량이는 몇 번 주인 마누라를 조르다간 종내 뜻을 못 이루고, 하릴없이 어떤 날 제 약혼자를 찾아갔던 모양이었다. 거기서 사흘을 지내서 눈이 퀭하니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122
주인 마누라는 여간 화를 내지 않았다.
 
123
"장 서방 녀석, 너 그 집에서 자고 왔구나!"
 
124
"예"
 
125
대답이 시원시원하였다.
 
126
"색시 품고?"
 
127
"예…."
 
128
"이 녀석, 이제 며칠만 있으면 싫도록 품을 색시를 그 며칠을 참지 못해 미리 잔단 말이냐? 망할 녀석같으니!"
 
129
"그래두 우리 색시가 자꾸자꾸 끄는 걸 어떻게 해요?"
 
130
일찌기 자기가 자진하여 장량이를 끌어 품은 과거가 있는 주인 마누라는, 여기는 할 말이 없었다.
 
131
"너 좋았겠구나."
 
132
"예 좋았어요."
 
133
"또 갈래?"
 
134
"예, 이번두 놓아 주질 않는 걸 달아나왔는데요."
 
135
장량이는 국향이에게 향하여,
 
136
"공주님, 참 고구려 색시는 좋아요."
 
137
"장서방 한턱 하오."
 
138
"예, 한 턱 아니라 열 턱이라두 하겠읍니다."
 
139
초가을 어떤 날 장서방은 장가를 갔다. 부여 풍습에 의하여 새서방이 색시 집으로 장가를 가서 아이가 생겨야 아내를 맞이하는 습속을 따라서 장서방만 장가를 간 것이다.
 
140
그 혼인 날 국향이는 몸 뿌듯하고 말째서 집에 누워 있었고, 주인 마누라 도 웬 까닭인지 참석하기 싫다고 하여 장서방 혼자서 가기로 된 것이다.
 
141
주인 마누라는 역시 마음이 좋지 않은 모양으로,
 
142
"장 서방 녀석 오늘 참 좋겠다. 새색시 붙안고 자려면 참 좋겠다!"
 
143
누차 이런 말을 하였다.
 
144
사흘 만에 장서방은 옛 집으로 인사를 왔다.
 
145
와서는 국향이 더러,
 
146
"공주님, 참 고맙습니다. 좋은 마누라 얻어 주셔서…."
 
147
하고 인사를 하였다.
 
148
"장 서방 마음에 드오?"
 
149
"들구 말구가 있읍니까? 꼭 마음에 맞습니다. 공주님은 어떻게 그렇게 소인의 마음을 아시는지?"
 
150
"잘 되었소."
 
151
"공주님만야 하겠읍니까마는 그래두 소인 마음에는 흡족합니다."
 
152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주인 마누라가 말 참견을 하였다.
 
153
"망할 녀석 같으니! 계집을 보면 오금을 못 쓰더니 꼭 좋겠군. 이봐요 색시, 색시 말이 새색시색이 세겠다더니, 장 서방 어때? 색이 세던가?"
 
154
"색은 과연 셉디다. 내가 남에게 그다지 지지 않는 편인데, 내가 겪기 어려운 정도던걸요."
 
155
그리고는 어떠어떠하게 색이 세더라는 설명을 한참을 떠벌이는데, 국향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뱃속이 불편하여 이리저리 몸을 비꼬며 있다가,
 
156
"아주머니, 내가 오늘 산기(産氣)가 있나 봐요."
 
157
하고 호소하였다.
 
158
"장 서방, 임자는 어서 색시한테루 가게. 공주가 몸이 좀 불편한 모양이니―."
 
159
"공주님, 어디가 불편하세요?"
 
160
"뭐 과하진 않아. 아이 배야―."
 
161
국향이는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혀서 몸을 꼬며 돌아갔다.
 
162
"소인 물러가겠읍니다."
 
163
"잘 가오. 가서 잘 사오. 내 언제쯤 깨끗해지면 마나님과 함께 찾아 볼께.
 
164
신부 과히 부려 먹지 말고 잘 사랑해 주오."
 
165
"공주님 은혜 감지덕지합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166
장량이는 물러갈 때 국향이에게 절을 너붓이 하였다.
 
167
국향이는 어머니다운 부드러운 심정으로 장량이를 보냈다.
 
168
장량이를 보내느라고 대문간까지 따라 나갔다가 들어오는 주인 마누라를 국향이는 마음 초조히 기다렸다.
 
169
"그 녀석 제법 사람답게 인사도 할 줄 아네. 장가들더니 철도 든걸."
 
170
주인 마누라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들어올 때, 국향이는 괴로운 듯이 꼬며,
 
171
"아이구 배야―."
 
172
하며 부르짖었다.
【원문】주인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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