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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문덕 ◈
◇ 고토 복귀(古土復歸) ◇
카탈로그   목차 (총 : 11권)     이전 11권 ▶마지막
1948
김동인
1
영양왕(嬰陽王) 칠년과 팔년을 승상은 제일관에 닻 준 채 그냥 있었다.
 
2
국내는 통일된 팔백 년 사직 아래 흔들림 없이 튼튼히 자리잡혀 있지만, 국제 정세가 미묘한 관계로 제일관을 잘 지키는 것이 당면의 큰 일이었다.
 
3
제일관의 가장 큰 목표가 계림이나 백제의 수나라와의 밀통 여부 조사에 있었다.
 
4
그런데 고구려의 승상을지 공이 몸소 제일관을 지킨다는 소문이 차차 퍼지자, 백제, 계림 등의 간첩들도 제일관 통과를 피하고 돌림길을 해서 다니므로, 제일관을 파수하는 용무도 차차 적어졌다.
 
5
"공주, 우리 도로 장안으로 갈까?"
 
6
"저는 바위가 보고 싶구료. 얼마나 자랐는지…."
 
7
패수(浿水) 함박뫼〔牧丹峰〕 등의 경개는 아마 천하 으뜸이야! 다른데 다녀 봐야 내 고향 내 서울만한 데가 없거든."
 
8
"참, 장안 패수에 배 띄우고 우리 조약이 낚시질 가르쳐 주지요."
 
9
사실 승상에게는 이제 이 제일관의 살림도 염증이 났다. 계림인 백제인이 나 있으면 그래도 심심파적은 될 것이건만, 지금은 간첩 걸리는 일도 없는 이 제일관은 승상에게는 낮잠 자는 일 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10
영양왕 구년 정월, 아직 정초의 기분이 가시지 않은 어떤 날 승상은 무료 히 조약이을 붙안고 집안을 거닐고 있다가, 무한한 일직선이 동쪽으로 뻗은 포도를 바라보았다.
 
11
"?"
 
12
곧 그 포도에는 무슨 한 새까만 점이 이쪽을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13
"저게 무얼까?"
 
14
그것은 융복(戎服)으로 몸을 차린 한 사람일시 분명하였다.
 
15
말도 쉽지 않은 명마인 듯, 그보다도 그 말 탄 사람의 말 다루는 솜씨가 또한 쉽지 않은 명수였다.
 
16
일찌기 석다선인 문하에서 십여 년을 무술을 닦은 승상이라, 그 기승자의 쉽지 않은 기승법을 알아보았다.
 
17
화닥닥 화닥닥 달리는 말은 어느덧 제일관 영문 삼문 앞까지 이르렀다.
 
18
거기서 기승자는 쏜살처럼 달리는 말에서 탁 땅으로 내리뛰었다.
 
19
말은 타력으로 꽤 저편 앞까지 가서야 섰지만, 기승자는 내리뛴 그 자리에 정연히 섰다.
 
20
삼문의 수위졸들은 우르르 기승자에게 모여들었다.
 
21
"을지 승상께서는 어디 계시오니까?"
 
22
기승자는 모여드는 수위에게는 대척도 않고 소리를 높여 부르짖었다.
 
23
(저게 연 서방이로구나!) 그것은 과연 연파대였다. 일천 수백 리 밖 장안 서울에 있어야 할 연파대가 무슨 일로 이렇듯 달려왔는가?
 
24
"공주, 저 연 서방 좀 불러들이오. 연 서방, 연 서방!"
 
25
승상은 문을 열며 고함쳤다.
 
26
"승상님, 거기 계시오니까?"
 
27
"연 서방 이리 올라오게."
 
28
"자, 들어오게."
 
29
승상은 연 서방을 불러들였다. 들어온 연파대를 보매, 그 입은 옷은 금색이 찬연한 장군복이었다.
 
30
"소인은 이번 정서 장군을 배명하였읍니다."
 
31
"장안은 나랏님이하다 무양하신가?"
 
32
"무고합니다. 나랏님께서는 이번이요서로 거둥하시옵니다."
 
33
"요서로?"
 
34
"네이, 말갈인 만여를 이끄시옵고 요서를 평정합고자…."
 
35
"그래서 자네는 그 선성인가?"
 
36
"네이!"
 
37
"그럼 나랏님께서는 지금 어디쯤 계신지 아는가?"
 
38
"금명간 여기 도달하실 것이옵니다."
 
39
"어어, 그럼 나도 나랏님 맞을 채비를 해야겠군."
 
40
승상은 내실로 들어왔다.
 
41
"공주, 내 융복을 내어주시오."
 
42
국향이는 승상의 분부대로 승상의 융복을 내어 바쳤다.
 
43
평복을 벗고 융복으로 바꾸어 입은 승상ㅡ 국향이가 승상께로 시집온 이래 처음 보는 승상의 위용이었다.
 
44
평소 부질없는 농담이나 육담을 즐기는 승상이 일단 융복으로 바꾸어 입자, 거기는 사람까지 바꾸어 놓은 듯, 동방을 호령하고 천하를 위압하는 고구려 국내 승상 을지문덕 공의 위연한 자세가 나타났다.
 
45
공주는 그 위엄에 위압되어 앞에 넓적 엎드렸다.
 
46
"장군님!"
 
47
그리고는 곁에 있는 조약이를 돌아보았다.
 
48
"조약아, 아버님을 쳐다보아라. 승상님 대장군님이시다. 너도 이 뒤 자라 거든 저런 위엄 있는 장군이 되어라."
 
49
승상은 소매를 몇 번 떨쳤다.
 
50
"오래간만에 입었더니 몸을 결박한 듯 좀 빽빽한걸."
 
51
가장으로 지아버님으로 모시기 오륙 년ㅡ 그의 벗은 몸을 쓸어안고 쓸어안겨서 애무하고 애무받기 무릇 수천 번ㅡ 국향이는 한 부랑자, 오입장이 을지문덕만을 알았다. 옷은 그 인격을 구성하는 큰 요소가 된다는 것을 국향이는 여기서 비로소 직접 목도하였다.
 
52
이 위용 아래 삼국의 일억만 인종이 승복하였던 것인가? 진나라 수나라의 온 중국 오천만 인종이 치를 떨던 것인가?
 
53
몸집도 보통 예사 몸집이요, 그 육담이나 잘하고 아이들과 희롱이나 좋아하는 작다란 몸집이 한 번 우렁차게 호령할 때에는 산천초목이 떨며 몇 억만 인종이 치를 떠는 고구려 대승상을지 공 앞에, 국향이는 비로소 그 위엄을 보고 자신의 지위의 무거움을 깨달았다.
 
54
"야, 조약아! 아비가 융복을 입으니까 무서우냐?"
 
55
"조약이만 아니라 국향이도 무섭습니다. 승상님!"
 
56
"공주도 이제는 나를 정서대 장군으로 부르오. 입즉 상(入則相)이지만 출즉 장(出則將) 을지문덕의 아내진국향 공주, 지아비를 아껴 섬기오!"
 
57
본시 이 땅에는 단군 왕검께서 흩어져 있는 만성들을 불러서 조선 왕국을 건설하였다.
 
58
불함산(不咸山) 기슭에 자리잡고 조선 왕국이 차차 자리를 튼튼히 잡는 동 안에 그때의 선진국인 중국에는 벌써 그 인종 특유의 천자놀이로 제각기 천 자 되려는 영웅이 배출하여, 민생은 어지럽고 살기가 곤란하여, 모두 동방의 단군의 성국으로 밀려들어와서, 일변 조선나라에 투화하고 일변 번식하였다.
 
59
이리하여 단군나라의 일부분인 요서 땅은 중국인으로 충일되게 되었다.
 
60
중국인의 수령 되는 자서여(子胥餘ㅡ기자)라는 사람은, 그 일당을 모으고 차차 더 살기 좋은 기름진 땅을 찾아, 더 동쪽으로 이동하여 평양지방까지 흘러와서 거기 낙랑군을 건설하였다.
 
61
남과 다투기를 싫어하고 지극히 평화적인 단군 민족은, 이 중국인에게 땅을 빌려 주며 후퇴하였다.
 
62
중국인은 그들이 침입한 어귀에 연나라라는 나라를 이룩하고, 단군조선땅 안에 차차 커 갔다.
 
63
이 연인 가운데 위만(衛滿)이란 사람이 조국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자서 여의 후예를 내쫓고 위만조선이라는 나라를 이루었다.
 
64
평화를 사랑하는 단군 후예는 중국인의 이 침략에 뒤밀리고 뒤밀려서, 부여라는 나라를 따로 이룩해 가지고 한편 구석으로 밀려가 있었다.
 
65
이러한 때에 해모수의 아드님인 고주몽이 일어나서, 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우고 단군 고토 회복의 기를 올렸다.
 
66
먼저 자서여에게 끊겼던 낙랑을 회복하여 단군 족속 통일을 꾀하였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중국인에게 활부리를 당겼다.
 
67
남쪽과 북쪽의 옛터를 회복하기 위하여 그 서울을 옛날 자서 여의 침략 서울이었던 평양으로 옮기고 이를 장안이라 칭하고, 이제는 북쪽으로 요의 땅을 회복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
 
68
요의 땅은 중국과 지경을 접했을 뿐 아니라, 그 인종의 대부분 중국인의 종자라, '연(燕)' 이라는 관계로, 중국서는 이곳을 중국땅으로 인정한다.
 
69
그러나 고구려 사람은 이곳을 단군님의 옛터라 하여 내 나라 땅으로 인정하 는 곳이다. 비록 국적(國籍)으로는 중국에 소속된다 하나 그곳 백성이 모두 중국의 난리를 피해서 단군 선인의 나라로 망명해 온 사람들이라, 따라서 그 마음보다 단군의 나라를 사모하는 무리들이다. 그러므로 믿지 못하는 무리들이다. 그 태수, 도독 등은 중국서 임명하는 원관이라 하나, 그들부터가 제 조국을 믿지 못해, 신선의 나라 동방 성국으로 망명해 온 무리들이라, 참으로 믿음직하지 못한 무리들이었다.
 
70
고구려에서는 이 요서땅 포옹은 오랫동안 벼르던 일이었다. 성역(聖域) 복귀라는 커다란 깃발을 앞세우고 들이치면, 한 군사도 꺾이지 않고 내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어 오던 땅이었다.
 
71
임금도 볼일 이곳에 오신다고 연파대에게 들었으므로, 을지 승상은 밤에 옷도 풀지 않고 자면서 기다렸지만, 임금은 그로부터 이틀 뒤에야 이제일관 앞을 그저 통과하여, 한 삼십 리 밖 되는 벌에 주둔하였다. 그리고 승상은 행궁까지 오라고 분부하였다.
 
72
왕정(王庭)을 하직한 지 이 년 가까이 멀리 되 땅에 와 있던 승상은, 왕정을 떠난 천 리 밖 되 땅에서 임을 뵙고자 수원 몇 명을 거느리고 행궁으로 달려갔다.
 
73
제일관성문 밖을 나서매, 무수한 만성들이 술과 고기를 들고 말갈병을 위 로하고자 연락부절이었다.
 
74
그 만성이라 하는 것은 고구려의 본종은 흔치 않고 대개가 중국 종족으로 동란의 중국을 망명하여 성국 고구려로 투화한 인종들이었다. 그 인종들이 말갈 병사들을 위로하고자 이렇듯 뒤끓는 것이었다.
 
75
단군님과 고주몽님의 두 거룩한 이름 아래 모인 말갈인과 중국인의 화목한 꼴에 을지 승상은 적이 감격하였다.
 
76
고구려 임금의 휘하에 말갈인이 이를 도와서 고토 회복에 협력하고, 중국의 귀화인이 또 이를 찬조하는 것은, 전혀 성인 단군님의 유덕에서 온다.
 
77
지난날의 거룩한 분들의 거룩한 땅을 물려받아 가지고 이를 옳게 바로 거느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오직 지금 사람의 부덕을 나타내는 것이라, 스스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 이 말갈인과 중국인 이 서로 즐기는 모양을 곁눈으로 보며, 승상은 그 앞을 지나서 임금의 행궁까지 이르렀다.
 
78
왕궁을 떠난 천 리 밖에서 승상은 임금님께 뵈었다. 승상이 장안을 떠난 그때보다도 훨씬 완숙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임금이었다.
 
79
"나랏님, 어떻게 이곳까지 거둥해 계시오니까?"
 
80
"단군님 옛터를 중국에 빼앗긴 지 천여 년, 아직 요서 땅은 고구려로 돌아 오지 않았기, 그것마저 찾고자 말갈 아이들을 이끌고 오는 길이외다,"
 
81
"왜 하필 말갈 아이들이오니까?"
 
82
"차마 고구려 아이들을 내 아이들이라 이런 데 내세우기가 민망하구료!"
 
83
실지 회복의 거룩한 일에도 고구려의 피를 흘리기를 아까와하는 임금의 심경에 승상은 감격하였다.
 
84
"말갈 아이도 사람의 종자올시다. 그들도 피도 있고 부모도 있는 사람의 종자올시다."
 
85
"그러나 수제의 마음보가 사나와서 피만 흘리는 이상에는, 말갈은 의붓자식 같아서, 말갈의 피를 약간 흘려서 단군님 옛터를 찾으면 값이 덜 들겠기에…."
 
86
"그래도 말갈도 하늘의 자손이옵니다. 형아 아우야 할 우리 동포이옵니 다."
 
87
"우리 승상의 마음보가 저렇듯 어지니까 계림이나 백제가 아직 그냥 숨을 쉬고 살지. 승상! 큰 것을 위해서는 작은 것은 희생하는 것이 왕자의 도리 외다. 게다가 위협상 말갈병을 이끌고는 왔지만, 가만히 시세 형편을 보니, 피 한 방울 안 흘리고도 일은 될 듯싶구료!"
 
88
"한 방울 반 방울 안 흘리고도 일은 될 것이옵니다."
 
89
"승상, 이번 이 길의 길흉이 어떨까?"
 
90
"고주몽님의 유덕에 의지하와 하옵는 일에 길흉을 어찌 가리오리까?
 
91
길해도 하옵고 불길해도 결행하여야 하옵지…."
 
92
"내게는 자꾸 길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만 생각되는구료!"
 
93
"단군성조의 옛터를 회복하는 일이오라, 조상님의 영도도우실 것이옵니다."
 
94
이리하여 임금은 승상과 의논하고, 요서땅의 각 수령에, 방백 등 태수들에게 고구려 왕의 이름으로 피를 흘리지 말고 귀순하라는 글을 모두 보내기로 하였다.
 
95
그리고 온 요서의 만성에게 보내는 방을 또한 수백 장 써서 방방곡곡의 큰 길가에 모조리 붙였다.
 
96
이것은 큰 효과를 나타내었다. 벌써 고구려를 상국으로 섬기려고 마음먹고 있던 요서의 만성들은, 고구려 왕의 이 글에 모두 흔연히 지금껏 지배자이던 중국 계통의 방백들을 배격하고 모두들쳐 내고, 고구려 왕이 친명하는 지배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97
중국 천자님의 임명으로 이곳을 지배하던 방백들은, 모두 자기네의 본국인 중국을 배척하고, 새 주인 고구려의 임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양왕은 몸 소 을지 승상을 데리고 새로 돌아붙은 지역을 순시하며, 지방관을 임명하고 민심을 안돈시켜 이 지역을 위무하였다.
 
98
예로부터 중국족과 고구려인의 쟁패의 목표로 되어 있던 요서땅은, 이렇듯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구려로 복귀가 되었다.
 
99
그 사이 천여 년간 고구려에서는 단군님의 옛터이니 마땅히 고구려땅이라 주장하고, 중국 측은 사람 사는 곳은 모두 천자의 땅이라 하여, 중국이 종 주권을 가졌노라고 주장하던 요서 천 리의 땅도, 고스란히 고구려로 복귀가 된 것이다.
 
100
"이것이 모두 우리 승상 위무의 덕이외다."
 
101
"소신이 무슨 공이 있사오리까? 우리 조상님의 넓은신 헤가림의 덕으로 조상님 땅이 오늘날 복귀가 될 것이옵니다."
 
102
"견(堅ㅡ 隋帝[수제])이가 가만 있을까?"
 
103
"수제의 심술로 보아서 가만 안 있으오리다. 반드시 무슨 거조가 있을 것 이라 소신은 생각하옵니다."
 
104
"그러면 어쩌나?"
 
105
"우리들의 한 일은 천의를 따라서 한 일이오라, 천의를 거스르는 자는 자멸하는 것이 또한 하늘의 뜻이옵니다."
 
106
"그러나 견이의 뜻을 막다가, 내만성 단 한 명이라도 상하면 그 또한 애석치 않으오?"
 
107
"애석하옵지만 또 하늘의 뜻이라면 무가내하한 일이올시다. 뒷일은 모두 소신께 일임해 주시면, 고구려 만성과 그 재물은 할 수 있는껏 다치지 않고 수제를 물리치도록 애써 보오리다."
 
108
"일임하오. 그저 눈감고 뒷일은 승상께 일임합니다."
 
109
"소신 죽기로 애써, 성은에 보답하도록 하오리다."
 
110
"하여 간단군님 옛터, 주몽님부터 대대의 고구려 임금 된 이가 벼르고 벼르던 일을 달성했으니, 나는 그저 흡족하오, 이게 모두 천의겠지?"
 
111
"그러하옵니다."
 
112
승상은 커다랗게 대답하였다.
 
113
이리하여 이번의 행동으로서 단군님 이래로 천여 년 간을 중국인에게 비워 주었던 옛터는 전부가 고구려로 복귀가 되었다.
 
114
이야말로 고구려 일천 년의 숙망이었다. 그리고 고구려 사천만 만성이 한결같이 바라고 그리던 일이었다. 고구려 건국의 목표요, 겸하여 고구려 국 시였다.
 
115
이 소식이 국내에 퍼지자, 온 고구려는 경축 기분으로 충일되었다.
 
116
가가호호에 모두 경축하는 깃발을 내어 걸고,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기쁩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사괴었다.
 
117
고구려 왕은 이번 개선할 때에, 이번의 공로자인 말갈병들을 서울 장안으로 이끌고 왔다. 고구려 처녀들은 지금껏 일종의 야만인으로 알고 있던 말갈병사에게로 흔연히 시집을 갔다. 그들은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는 뜻으로, 제 사 사 사정을 버리고 말갈인에게 출가하여 자기의 충성의 뜻을 나타낸 것이었다.
 
118
이리하여 고구려 국내에 꽤 많이 들어와 있던 말갈 종족은, 완전히 고구려 만성으로 편입이 된 것이다.
 
119
한 임금의 유다른 시책은 종족 분포상으로도 적지 않은 변동을 일으켰다.
 
120
이때에 고구려로 편입된 말갈 인종은, 후일 금국(金國)을 세우고 청국을 이룩한 때에도, 옛날 조국 고구려를 남으로 보지 않고 끝끝내 친하게 지냈다.
 
121
단군님 이래로 화외의 사람(化外人)이라 하여 도외시하던 말갈인도, 이번의 이 거사로 고구려 내지인과 동등의 지위를 획득하고, 국가 공로자로 고구려에서 거기 적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122
그러나 이번의 일은 을지 승상에게 있어서는 적지 않게 불안을 느끼게 하였다.
 
123
'내 세상도 다 갔구나! 하늘이 나를 내시기는, 내 나라 단군님 옛터를 도로 복귀시키려는 큰 사명을 지니었거늘, 단군님 고역이 복귀된 오늘에 있어서는 내 사명의 대부분이 달성된지라, 나는 이제는 세상에 할 일 다 하고 쓸데없는 걸레거니!' 하는 일종의 쓸쓸한 회포가 일어남을 막을 수가 없었다.
 
124
어떤날 저녁, 승상은 사랑하는 아내 공주와 자리에 누워 있다가 쓸쓸한 한 숨을 지었다.
 
125
"공주, 나도 이제는 죽을 날이 가까왔구료!"
 
126
"그게 무슨 말씀이오니까?"
 
127
"사내 세상에 났다가 할 일 다 했고, 이젠 죽을 일밖에는 남자 않았구료!"
 
128
"할 일 다 하시다니요?"
 
129
"주몽님 건국 이래의 숙원이었던 고토도 다 복귀시켰고 수, 부, 귀, 다 남자가 인간의 복인데, 내 나이 오십이니 수 부족이 없고, 부귀 또한 고구려 사천만의 으뜸이니 더 바랄 것 없고, 이제 더 살다가 망신스런 일이나 당하면, 내 팔자 스스로 깨뜨리는 일이라 더 살아서 무얼 하겠소?"
 
130
"승상님, 장차 견이가 가만 있지 않으리다. 견이가 내침할 때에 견이의 광포스런 칼끝에서 고구려 사천여 만성을 보호하고 건져 낼 큰 역사가 승상님께 남아 있읍니다. 이 역사를 겪기 전에는 승상님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131
(未完[미완])
 
132
(太陽新聞[태양신문], 1948.10.1 ~1949.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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