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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꿀벌 한 마리가 이 꽃 저 꽃으로 돌아다니면서 꽃 속에 모여 있는 달콤한 꿀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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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화창하고 사방에 꽃들은 얼마든지 많이 피었으므로 꿀벌은 마음이 대단히 유쾌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꿀벌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입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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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조그만 실개천 너머 야트막한 언덕에 함박꽃나무 하나가 그 보기 좋은 큼직한 꽃송이 속에 향내 나는 꿀을 담뿍 담고 벙실벙실 웃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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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보기만 해도 침이 꿀떡꿀떡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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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꿀벌은 앞뒤 돌아볼 새 없이 그 함박꽃나무를 향하여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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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너무 좋아서 가다가 소나무 가지에 이리저리 얽어놓은 거미줄에 그만 탁! 걸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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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큰일났습니다. 음흉한 거미는 흉측스러운 웃음을 웃으며 엉금엉금 기어옵니다. 꿀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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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치면서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으나 두 날개와 다리들은 점점 더 얽히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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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벌써 꿀벌 앞까지 내려와서는 기다란 다리로 가여운 꿀벌을 움켜 잡으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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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꼭 죽었습니다! 꿀벌은 눈을 딱 감고 온몸을 발발 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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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습니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아주 어리고 예쁜 소녀 한 사람이 조그만 거미줄대를 들고 봄노래를 부르면서 아장아장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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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니 꿀벌이 걸려 있는 거미줄을 거미줄대로 홱 걷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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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통에 거미는 고만 달아나버리고 꿀벌은 아가의 거미줄대에 옮겨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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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아가는 꿀벌이 어떤 것인지 처음 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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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두 손가락으로 꿀벌의 두 날개를 꼭 집어 잡아서 거미줄에서 떼냈습니다. 그리고 벌에게는 무서운 침이 있어서 쏘면 몹시 아플 것도 모르고 영채나는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꿀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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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치면서 날려고 날개를 펄럭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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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게 달아나려고 하네. 날개를 떼어놀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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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아가는 꿀벌의 날개를 찢으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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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났습니다! 거미줄에 얽히어 죽을 뻔하다가 이제는 다시 아가의 손에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꿀벌은 고만 심사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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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보드랍고 예쁜 아가의 손을 차마 침으로 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 아가 때문에 그 무서운 거미에게 잡혀 죽을 것을 면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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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거미에게 죽는 것보다 차라리 아가 손에 죽는 것이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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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꿀벌의 마음을 모르는 아가는 두 손으로 날개를 떼어버리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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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언덕 너머로 아가의 오빠가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아가의 손에 뭐를 가진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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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아가는 꿀벌을 높이 들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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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벌이다. 벌이야! 침으로 쏘면 큰일난다. 어서 버려라.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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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질겁을 하여 꿀벌을 놓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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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기뻐서 아가의 머리를 윙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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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침으로 아가를 쏘지 않기를 참 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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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상쾌한 마음으로 꽃을 찾아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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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125호, 1948.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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