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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의 시인평 - 김억(金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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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5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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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家[소설가]의 詩人評[시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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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億[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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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文[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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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만나는 여편네에게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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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이뻐졌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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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편이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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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만 못하게 되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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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편이 좋은지 그것은 모르겠읍니다. 언젠가 어떤 중년 여자에게 전보다 썩 아름다와졌다고 인사를 드렸다가(간접으로) 욕먹은 일이 있읍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전의 얼굴은 괜찮았지만 지금 그 얼굴을 가지고 천하를 활보를 하오?’고도 또한 못할 일로서 여자에게 인사할 때는 시대의 전후라는 것은 입밖에 내지 않아얄 일이요 그것을 입밖에 내는 것은 큰 모험이라 할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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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이 살아 가노라면 어찌 모험이라는 것을 피하여서만 살겠읍니까. 당하는 때는 또한 정당히 그 앞에 正立[정립]치 않을 수가 없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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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조선 現詩人[현시인] 가운데 생각나는 대로 몇 사람을 붙들어서 (현대의 전후를 논하여서) 인사를 드리겠읍니다. ‘美[미]’로써 세상을 혹하기는 시인이나 미인이나 일반이겠으니 사실 이 시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은 미인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듭니다. 그러나 들려던 붓을 어찌 다시 내어던지겠습니까. 사내다이 정면으로 인사를 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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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號[제일호]…金 億[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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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으로 나는 나의 年來[연래]의 酒友[주우]이요 나의 가장 교활하고도 정직한 김억을 창살 위에 올려놓아 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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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혼잡히 널어 놓은 머리맡에서 「해파리의 노래」를 얻어 내어 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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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닯게도 다만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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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마 微笑[미소]를 띠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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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춤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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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도 깊은 한바다의 먼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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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운 (‘꿈의 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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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첫번째 눈에 뜨인 것이 이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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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 형용사! 형용사! 웬 형용사가 이리 많으냐고 부르짖고 싶습니다. 1924년 이전에 발표된 그의 작품은 십행시면은 팔 행 이상은 형용사에 허비되었읍니다. 그리고 그 형용사라는 것이 또한 모두 다 일률엣 것으로 예를 들자면 그의 사랑과 꿈은 모두 다 ‘잃어진’ 것이었으며 바람은 모두 다 ‘달끔한’ 것이나 ‘서늘’한 바람이었으며 그의 등불은 모두 ‘고요한 밤거리에 잃어진 꿈과도 같게 곱게도 졸고 있는’ 것이었으며 그의 심사는 모두 ‘고요하게도 조는 듯한 희미한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같은 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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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기한 시를 보아도 알겠거니와 그는 그 모든 형용사를 더욱 시답게 하려고 ‘도’ 자를 수없이 이용하였읍니다. ‘곱게도’ ‘하얗게도’ ‘희미하게도’ ‘말없이도’ 도, 도, 도, 도…. 다시 말하자면 이와 같은 ‘달끔한’ ‘잃어진 꿈’과 같은 형용사만 벌여 놓으면 그것이 즉 시라는 자신을 가진 시대가 億[억]에게 있었읍니다. 그러매 그때의 억의 모든 시는 마치 십오륙 세의 소녀들이 서로 꾹꾹 찌르며 ‘나, 너한테 이런 편지 썼단다.’ 하며 주고받는 작문체의 글과 같은 것이었읍니다. 달고 비리고 어리고 센티멘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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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또 하나 그저 넘기지 못할 것은 ‘그러하고’라는 것이겠읍니다. 이제 그의 시집 「해파리의 노래」가운데서 ‘林檎[임금]과 복숭아’라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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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檎[임금]은 그밑이 새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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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복숭아도 그것이 새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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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檎[임금]은 속 과육이 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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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복숭아는 속 果肉[과육]이 붉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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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林檎[임금]과 그러하고 복숭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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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새빨하게 익는 것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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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林檎[임금]과 같이 새빨하게 익는 그대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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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복숭아와 같이 새빨하게 익는 나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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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林檎[임금] 그리고 나는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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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잃어진 사랑의 魂[혼]을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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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억 자신이 자기의 이전에 발표한 시 가운데 자신 있는 몇 편을 골라 낼 때에 아까 형용사 조에서 예를 든 ‘꿈의 노래’며 이제 예를 든 ‘林檎[임금]과 복숭아’가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다만 억의 그 애교에 감복할 따름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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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억에게는 곱다란 형용사만 나열하여 놓으면 즉 시라는 시대가 있기는 있었읍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이것뿐으로 전부일까요. 그의 시에서 上記[상기]한 것을 뽑아 내면 넌센스가 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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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는 그 온갖 군잡스런 형용사 아래 감추어 있는 그의 본래의 면상을 희미하나마 발견할 수가 있읍니다. 더덕더덕 쥐어바른 화장을 뜯어 버리면 그 아래는 질박은 하나마 이쁘지는 못하나마 굳세지는 못하나마 어떤 힘이 감추어 있는 것을 잊을 수가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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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위에 기록한 ‘林檎[임금]과 복숭아’라는 시 한 편을 집어 내어다가 억 특유의 온갖 화장을 뜯어 버리고 벌거벗기면 어떤 것이 되겠읍니다. 남의 창작을 개작을 한다는 것은 무서운 죄악이지만 우리는 눈을 감고 이 ‘죄악’을 한 번 범하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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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도 익으면 발갛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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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도 익으면 빨갛게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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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껍질아래 감추인 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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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은 희되 복사는 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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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같이 익은 두가지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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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과 복사로 비유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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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사랑은 능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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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복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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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은 하나마 견실한 그의 시상과 사상을 우리는 이 (벌거벗긴) 그의 시에서 발견할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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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라 우리는 항상 그를 위하여 걱정하였읍니다. 그가 언제든 이러한 모든 ‘썩어진 장미꽃과도 같이 구역나게도 내음새 나는’ 온갖 형용사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시인으로서의 억을 볼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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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전의 그의 시에는 쓸데없는 말이 너무도 많았읍니다. 혹은 이 ‘쓸데없는 말’이 ‘시’와 ‘산문’의 구별점이라는 견해를 그가 가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시의 파탄이 여기 있는 것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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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억은 酒狂[주광]은 간간 부리지만 영리한 사람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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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의 파탄을 마침내 발견하였읍니다. 그의 시에서는 형용사가 차차 적어지기 시작하였읍니다. 1924년경에 발표된 그의 시에는 쓸데없는 형용사는 발견하기가 힘들게 되었읍니다. 시집 「해파리의 노래」가운데서 ‘低落[저락]된 눈물篇[편]’에 편입된 그의 시를 보면 이를 알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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祈禱[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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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著者[저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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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팔배하면 팔십팔 되게 하시는 전능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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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죄인이 장에 갔다가, ‘우정’이란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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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으로 사서 죄인의 소유를 만들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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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는 오늘은 술한잔 값이 없어 그것을 잃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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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죄인의 맘이 섧고 서오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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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비옵나니, 잃어진 ‘우정’이란 그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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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다시 찾아서 죄인의 것을 만들어 줍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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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저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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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하고 견실하고 풍자적인 그의 시상이며 그 표현 방식 리듬 모든 것은 아까 이 동인이 참람되이 개작한 억의 원작 ‘林[임금]과 복숭아’와 異工同曲[이공동곡]인 것을 아무도 발견할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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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억의 길이 있었읍니다. 아직껏 발표한 모든 작품은 여기 도달하려는 고심이었으며 통곡성이었으며 탄생의 아픈 부르짖음이었읍니다. 아직껏 발표한 억의 모든 시의 그 군잡스럽고 구역나고 싫증나는 모든 형용사 안에 감추어 있는 그의 본래의 면상은 이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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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를 위하여 만세를 불렀읍니다. 억아, 용타, 장하다. 너는 마침내 너의 길을 얻어 내었으매 인제는 곧추 곁눈질 말고 너의 길을 걸어 나가라. 너는 거기서 네 시의 천국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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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을 형용사 판매인이라 하여도 옳을 비참한 경우에서 헤매던 억이 마침내 형용사와 절연을 한 것은 사실 상쾌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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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참히도 우리의 기쁨은 잠깐 새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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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은 역시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었읍니다. 십여 년의 고심 후에 겨우 발견한 자기의 길을 그는 잠깐 새에 잃어버렸읍니다. 의식적으로 내어버렸는지도 모르겠읍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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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모방성이라는 것이 너무 많았읍니다. 그의 시 ‘잃어진 봄’이며 ‘참살구’ 등은 요한의 어떤 시와 끔찍이도 같은 것을 볼 수가 있읍니다. 그의 시집 「봄노래」에 편입된 ‘봄노래’ 같은 것은 오말 카이암의 시의 한 구절과 흡사하외다. 그 외 시 가운데서 李太白[이태백]이며 杜甫[두보]의 시와 너무도 같은 시를 수없이 발견할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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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방성’이란 것이 억을 다시금 바보로 만들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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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경에 시단에 갑자기 뛰쳐나는 한 이채가 있으니 그는 金素月[김소월]이었읍니다. 억의 舊門弟[구문제]인 소월은 아직껏 스승 억의 시풍을 그대로 본받은 試作[시작]만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틈에 자기의 길을 발견하였는지는 모르나 1924년경에 홀연히 ‘민요’라는 자기 독특의 무기를 들고 뛰쳐나왔읍니다. 그리하여 혜성과 같이 나타난 그는 잠간 새에 민요시단의 유일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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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부럽게 보았는지 욕심을 내었는지는 모르지만 억도 또한 민요를 써 보려 하였읍니다. 그의 모방성이 활동을 한 셈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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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자신은 그를 부인하여 ‘그때부터가 자기의 한 전환기’라 하되 이 말은 우리가 무시할 수가 있읍니다. 그의 민요의 용어며 用句[용구]며 謠想[요상](?)이며 표현 방법이 모두 소월의 개척한 길을 傳踏[전답]하는 데 지나지 못하매 우리는 그의 민요를 그의 모방성의 활동으로밖에는 볼 수 없읍니다. 더구나 지금은 때때로 아까 내가 지적한 바의 ‘본래의 억의 면상’이 나타나는 것(가까운 예로서 〈東光[동광]〉금년 2월호에 발표된 억의 시)을 보아도 그의 본래의 면상은 따로이 있고 그 위에 그의 모방성이 되는 것이 덮히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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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臺[영대]〉에 그의 처녀 민요가 발표되었읍니다. 아무 반향도 없었읍니다. 동아일보, 〈개벽〉, 〈조선문단〉, 연하여 그의 민요시가 발표되었읍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 반향은 없었읍니다. 그러나 용감한 억은 이를 다만 세상의 무지로만 생각하고 ‘외국 철학문을 직역하여 律[율]맞춰 도막도막 잠궈 놓은 듯한’ 혹은 ‘논문을 미문으로 써 놓은 듯한’ 소위 민요시에 심취하여 십 년 고절 위에 겨우 발견한 자기의 길을 낡은 신과 같이 내어버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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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浦[황포]의 바다’와 ‘보슬보슬 실비’와 ‘南浦[남포]의 사공님’ ‘갈매기’ ‘떠도는 몸’, 이 몇 구가 그의 민요의 전체이며 겸하여 이 몇 구가 소월의 민요의 도처에서 발견할 수가 있는 구외다. 그 밖에는 간혹 억 특유의 구가 있기는 있으니 예를 들자면 ‘이 내 맘이 휘감돕니다’ ‘맑은 하늘엔 눈물집니다’ 등 철학자도 해석키 힘드는 구가 간간 있을 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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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민요(민요시를 含[함])라 하는 것은 어떤 운이며 율이 있어야 할 것이외다. 그리고 산촌의 아낙네들이 베를 짜며 혹은 밥을 지으며 애를 재우며까지라도 작은 소리로 부를 수 있을 만치 민중화되어야 할 것이외다. 억에게서 나오는 모든 철학적 혹은 생리학적 言句[언구]가 과연 여기 적합 되겠읍니까. 7·7, 4·4, 7·5의 아무 조도 따르지 않은 자유시와 같은 억의 민요시가 여기 적응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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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억의 민요시라 하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설운 희극’에 지나지 못합니다. 이런 부질없는 일 때문에 자기의 귀중한 詩途[시도]를 잃어버린 억을 나는 따귀라도 때리고 싶습니다. 나의 친구 억아, 너는 네 사명을 알아라, 네 길로 다시 들어서라. 나는 조선 사람을 대표하여 억에게 이렇게 명령하고 싶습니다. 억은 이러한 각종 모방적 일시적 誤途[오도]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도저히 시인이라는 이름을 바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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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는 언제나 이 오도에서 정도로 들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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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일을 압니다. 억은 교활하고도 정직한 양극단의 성질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또한 미련하고도 영리한 양극단의 성질을 가진 것을, 그러니까 나는 기다릴 줄을 압니다. 지금의 미련한 억도 또 다시 영리한 억이 될 줄을 그리고 그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金億條[김억조] 完[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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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評論[현대평론]〉, 1927.5)
【원문】소설가의 시인평 - 김억(金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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