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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문단 합평회 ◈
◇ 조선문단 합평회 (제5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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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3~8
현진건
1
『조선문단』 합평회 [제5회]
 
2
- 6월 소설창작 총평
 
 
3
評者[평자]
4
廉想涉[염상섭] 玄憑虛[현빙허] 羅稻香[나도향]
5
方春海[방춘해] 崔曙海[최서해]
 

 
6
필자 최 학 송
 

 
7
상섭 : 김동인 군이 이번 합평에 참석키 위하여 온다더니 어째서 못 왔습니까?
 
8
춘해 : 오기로 작정되었다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서 못 왔는데 이 다음번에는 꼭 오겠지요.
 
9
도향 : 백화(白華)도 빠졌지!
 
10
춘해 : 인후병(咽喉病)으로 적십자병원에 입원하셨대요.
 
11
빙허 : 백화가 요새 병 때문에 퍽 괴롭게 지내는걸.
 
12
상섭 : 백화가 이번에 대기염을 토한다고 벼르더니 의외 빠지게 되어서 퍽 섭섭하군요.
 
13
빙허 : 나는 이번에 혁신호(時代日報[시대일보]) 때문에 너무 바빠서 여러분의 작품을 다 못 보았는데……퍽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14
춘해 : 글쎄, 그거 퍽 안됐습니다. 그런데 『생장(生長)』이 이달 호가 안 나오게 되어서 섭섭합니다.
 
15
상섭 : 어저께 석송(石松) 군을 만났는데 순전히 자금관계라고 하나 잘 활동하면 아마 내월 호부터 다시 속간되겠지요. 하여간 5호까지 끌고 나온 것도 순전히 석송 군의 성실한 노력으로 된 것인데 너무 물질의 원조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적막한 생각이 납니다.
 
16
도향 : 『생장』에는 원고 부탁은 많이 받고 마음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히 한 번도 창작을 쓰지 못해서 미안히 생각하던 바 불의에 휴간이 되어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새롭습니다. 다행히 계간이 된다 하니 그때는 무엇이든지 쓰려고 합니다.
 
17
상섭 : 그런데 이번에 합평회를 중심으로 하고 백화와 성해의 접전은 근래에 드문 재미있는 일이더군요. 가다가다 그런 일이라도 있으면 좀 활기를 도울지?
 
18
빙허 : 그래, 그 옳은 말이야! 진리를 위해서 싸우는 것은 언제든지 좋으니까요. 그런데 싸움을 위한 싸움은 어떨는지?
 
19
상섭 : 싸움을 위한 싸움이라도 없는 것보담은 나을지? 합평회가 누구의 말과 같이 농담이라도 없는 것보담은 낫다는 셈으로.
 
20
도향 : 싸움도 어떠한 경우에는 위대한 효과를 내는 때도 있지만 싸움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21
빙허 : 아니, 그런 것도 아니야. 현대는 쟁투의 시대니까!
 
22
도향 : 아모리 쟁투의 시대라 해도 그 싸움을 시인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23
빙허 : 이것, 우리도 또 싸움인가 허허.
 
24
일동 : 하하하.
 
25
상섭 : 그런데 나 보건대는 성해의 쓴 태도가 너무 심한 것 같더구먼. 백화의 태도도 점잖지는 않더군!
 
26
춘해 : 그런데 백화 개인에게 할 말을 우리 전체에게 연대책임이 있는 것처럼 취급한 것은 모를 일입디다. 연대책임이 무서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27
상섭 : 물론 연대책임이 있을 리가 있나요? 백화가 회월의 「사냥개」 전체에 대해서 부인하는 것은 백화의 자유의사요, 또 백화의 의사에 대해서 반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아서 연대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반대를 안했다면 각자의 자유의사로 동의했다는 것이겠고 반대를 했더라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사실 나는 그 작의 대두리로 봐서 백화의 의견과 일치되지 않았으니 나부터 반대한 모양이지만…….
 
28
빙허 : 나도 그런데!
 
29
상섭 : 그런데 하여간 「사냥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것이 부자연하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나도 백화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30
도향 : 합평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대개는 창작하는 사람들인데 그 중에 백화는 아직까지 창작이라고 하는 것은 없이 합평회에 참석을 하였었는데 창작하는 사람이 반드시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니요, 비평하는 사람이 반드시 창작하는 것이 아니지요. 만일 백화가 비평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이 부당하다 하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비평하는 자리에 앉는 것도 온당하다 하지는 않겠지요. 그런즉 창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창작만 하는 것이 아니겠고, 창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비평을 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31
상섭 : 하여간 그분네들의 싸움은 순전히 감정적으로 인신공격에 흐르는 것이 나보기에는 실답지 않습디다.
 
32
춘해 : 글쎄, 개인감정으로 합평회까지 공격한다는 것도 실답지 않아요.
 
33
빙허 : 그런데 4월호 합평회 내 말에, 『개벽』 평하고 우리 평을 비교할 때에 “우리 평이 정곡을 얻었겠지요.”한 말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강렬한 당파적 의식을 가졌다는 것은 어떨는지? 만일 그때 내 말이 ‘우리 평’이라 하지 않고, ‘내 평’이라 했던들 그런 억울한 소리는 듣지 않을걸 갖다가 (허허)‘우리’를 붙였다고 당파니 뭐니 하는 것은 아모리 흥분한 끝이라도 회월 군의 말이 심하던 걸 말로써 뜻을 상하지 말아 주었으면……,
 
34
도향 : 당파라구 하니 만일 참으로 우리가 당파적 태도를 취했다 하여 분명하고 확실한 의론이라든지 실제를 지적하여 그런 말을 하였다 하면 혹 우리가 우리의 태도상 어디까지 변명할 필요도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그와 같이 애매몽롱한 말로써 당파니 뭐니 하는 것은 너무 경솔한 일이 아닐는지?
 
35
상섭 : 하여간, 백화의 하는 일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지 문예에 대한 감상력과 비판력이 있는 다음에야 왜 비판을 못하겠습니까? 설사 백화가 문단에 대해서 아모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독자로서 어떠한 작에 대하여 발언권이 있을 것인데 더구나 오늘날에 백화에게 향하여 합평회에까지 출석을 고만두라고 말한 것은 심한 정도를 지난 성해 자신의 큰 실언이라고 생각합니다.
 
36
춘해 : 말하려면 퍽 많겠지마는 어느 시간에 다하겠소. 그만 두고 평으로 들어갑시다.
 
 

 
37
「살인(殺人)」(『개벽』 6월호) 요섭 작
 
 
38
춘해 : 이건 「인력거꾼」보담 세련된 맛이 있습디다.
 
39
도향 : 작품의 대의는 가장 유린을 당한 한 청춘의 여성이 그 야수적 남성에 희생이 되어 참으로 생이라고 하는 것을 몰랐다가 그 어떠한 남성을 보고 비로소 사랑의 싹이라고 하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또한 자기의 참생이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되어 비로소 자기가 그 인간 이하의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닌 생활을 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 충동으로 말미암아 자기를 짐승과 같이 부리는 노파를 죽이고 나가는 경로를 그리려 한 것인데 작자가 생각한 구상은 무엇을 써 보려 하였으나 그 기교에 있어서 충분히 그것을 나타내지 못한 점이 보입디다.
 
40
상섭 : 작자가 체험이 없나 보더군요. 그래서 묘사가 그 묘사의 대상과 틈이 벌어지고, 그리고 결론에 대해서 급행 열차식을 한 것이 잘못 됐어요. 첫째 살인한 직접 동기가 박약하여요. 그리고 작자의 인생에 대한 태도는 도향의 말과 같이 좋다고 하겠지요. 즉 윤락의 밑에 있어서도 인간성을 자각할 수 있다는 작자의 태도가 좋단 말씀입니다.
 
41
도향 : 이것은 사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연상케 하지만 심각한 데 있어서 거기에 따를 수가 없고 도스토예프스키가 기교에 있어서 그리 감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박약합디다.
 
42
상섭 : 에 ─ 요섭의 작품은 처음인데 아직 터가 잡히잖은 것 같습디다. 하나쯤 보았으니 그 사람의 경향이나 태도를 모를 것은 물론이지만 기교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43
도향 : 사실 그렇습니다. 소설에서 기교를 뺀다 하면 다만 바삭바삭 하는 다른 논문 같은 것을 쓰는 것이 오히려 그 자기의 사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첩경이 되겠습니다.
 
44
빙허 : 이런 말은 안 해도 좋겠지만 기교에 두 가지가 있겠지요. 소위 기교파의 기교도 있고, 어떤 편으로 봐서 무기교하다는 중에 기교도 있겠지요. 자기의 쓰려는 주제를 가장 적당한 방식으로 잘 표현하는 것, 그것을 가리켜 나는 기교라고 불러요.
 
45
도향 : 빙허의 말에 의하여 그 살인을 보면 작자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까닭에 기교에 있어서 아직 미흡합니다.
 
46
상섭 : 이것은 변명 같은 말이지만 합평회에서 기교 문제를 중요시하는 것을 책잡는 사람도 있는 듯하나 그것은 오해인 줄 압니다. 기교만을 중대시하거나 기교가 제일의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교 없이 예술품은 성립되지 않겠지요.
 
 

 
47
「시골 황(黃)서방)」(『개벽』 6월호) 金東仁[김동인] 作[작]
 
 
48
상섭 : 「시골 황 서방」은 어떠한 풍자로는 볼 수 있지만은 소설로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49
도향 : 작자의 생각은 인간사회 각 개인의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상섭 군의 말과 마찬가지로 풍자하려는 것인데 전에 본 김동인 군의 필치로서 보면 너무 표현이 박약한 것 같습니다.
 
50
상섭 : 동인 군의 작으로서는 너무 써 갈겨 버린 것같이 생각합니다. 더 논제를 삼을 점도 별로 없을 줄 믿습니다.
 
 

 
51
「자동차 운전수(自動車 運轉手)」(『조선문단』 6월호) 方仁根[방인근] 作[작]
 
 
52
상섭 : 별로 흠은 안 보이는군요.
 
53
도향 : 방 군의 소설로는 지난번 「살인」과 이번 「자동차 운전수」를 볼 뿐 인데 지난번 「살인」을 평할 적에 빙허 군의 말마따나 방 군의 필치는 재필(才筆)인 까닭에 더욱 세련할 필요가 있다고 한 말을 들었는데 이번 작품도 심각한 사상에 부딪치는 것이 아니요, 인간생활에 극히 미소한 점을 잡아서 우리에게 무슨 암시를 주려고 한 것인데 그 기교라든지 혹은 그 문체에는 지난번 「살인」에 비해서 훨씬 세련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나 맨 나종, 종결에 들어서 너무 틈이 벌고 또는 첨보담 긴장한 맛이 없는 까닭에 그 작품이 용두사미에 끝난 감이 없잖습니다.
 
54
상섭 : 양복을 사가지고 온 뒤에 맥주 한턱을 낼 때의 광경을 본다든지,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안에 주인공이 생각하는 점을 본다든지 하면 다소의 주인공의 생활에 대한 반성은 보이더군요. 그리고 현실의 일점에서만 집착하여 생명을 질질 끌고 나가는 그들의 생활은 엿볼 수 있지마는 거기 대한 작자의 관찰이 분명치 않아서 그리 흠이라고 할 것은 아니로되, 작자의 태도가 선명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 안해의 앞에서 양복을 감추는 것 같은 관찰은 윤리적으로나 기교상으로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55
「기아(飢餓)와 살육(殺戮)」(『조선문단』 6월호) 曙海[서해] 作[작]
 
 
56
도향 : 이러한 작품을 쓰는 데도 아주 치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한 구절구절이라도 적절한 그 문구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해 군의 작품은 지금까지 내가 본 것으로 힘있고 또는 피가 떨리며 인생의 가장 비참한 것 즉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것으로 말하면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 치밀하지도 않고 또는 적중하지도 않아서 부자연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57
상섭 : 전반부는 이분의 상투적이요 후반부에 있어서는 사건을 추이해 나가는 과정이 단축되기 때문에 실감을 주지 못합니다.
 
58
도향 : 전체로 보아서 긴장하지 못한 까닭에 소설을 읽는 것 같지 않고 어떠한 서사를 읽는 감이 없지 않아요. 어떻든 작자는 힘있고 또는 생의 가장 참담한 정경을 그리려고 한 데 있어서 이 작품의 특색이라 하겠지요.
 
59
상섭 : 그 전에 작을 통해서 본 작자의 인생관과 이번 작에 나타나는 그것과는 배치되는 것 같습니다. 즉 종래의 작으로 보아서는 굳세게 살자고 하는 점이 투철히 보였는데 이번에 있어서는 생활에 패배를 당하고 자기를 멸살시킨 점으로 보아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60
도향 : 이것은 지엽의 말이지마는 다만 서해 군의 작품뿐만 아니라 누구의 작품을 보든지 문장에 들어서 나의 눈으로 보건대 퍽 서투른 점이 많습디다. 더구나 서해 군의 문장은 나로서 난해할 점이 많은데 이것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여 일조일석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마는 문필에 저촉하는 사람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였으면 좋을 줄로 생각 하는 바이오.
 
61
상섭 : 아까 말한 것으로 보아서 작자는 사상상 다소의 동요가 있는 것같이도 보이지마는 그렇다고 자기의 사상을 무리하게 어떠한 틀에 박아 넣으려고 할 필요는 없겠지요. 또 그 작에 기교로 보아서 반드시 주인공이 살인을 하거나 미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은 그러한 경우라도 작자의 관찰과 표현 여하에 따라서는 종래의 태도를 엿보게 하여 줄 수도 있었겠다는 말입니다.
 
 

 
62
「꼬맹이 선생」(『조선문단』 6월호) 呼螢兒[호형아] 作[작]
 
 
63
상섭 : 전반분은 벌써 전에 읽다가 두었더니 누군가 재미있다고 하는 바람에 다 ─ 읽었는데, 작자가 여자인 듯싶더군요.
 
64
빙허 : 아까도 말했거니와 극무(劇務)로 말미암아 6월 창작 중에 본 것은 이것 한 편밖에 없습니다. 제목의 호기를 느껴서 몇 줄 읽다가 끝끝내 다 보고 말았지요. 그만큼 그 작품은 나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원시에 가깝도록 야성적이면서도 현대인이 아니면 가지지 못할 예민한 신경이 전편을 통해 흘러요.
 
65
도향 : 이 작품이야말로 그 내용이라고는 아모 것도 취할 것이 없으나 그 기교로 보아서는 장래를 촉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더욱 의미가 깊고 힘있는 작품을 쓰기를 권고하고 싶은 동시에 너무 기교에만 흐르지 않게 하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66
상섭 : 사실 재미있어요. 퍽 섬세하기도 하고.
 
67
빙허 : 꼬맹이 선생과 돌 차는 놀이를 하면서 서로 친해 가지고 일전씩 받고 수건 빨아주는 것은 철없는 어린 계집애의 할 것이거니와 그것이 발단이 되어 저보담 나이많은 처녀인 소저(小姐)로 꼬맹이 선생의 마음이 기울어진 줄 알 때 그 애틋한 동녀의 질투심이 그럴듯하게 표현되었어요. 내 생각 같아서는 다시 돌이키랴 돌이킬 수 없는 어릴 때의 추억 까닭 모를 이성에 대한 사랑의 그림자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동녀(童女)의 스스러운 마음을 명암 많은 필치로 그리고 말았던들 더욱 가련한 작품이 되었겠다 합니다.
 
68
상섭 : 기교에도 재조가 있고 여성다운 심리를 잘 그린 데가 눈에 많이 뜨이더군요. 다만 말을 쓰는 법이 서투르고 본문에 서도 방언이 많아서 모르고 넘긴 구절이 있었지만.
 
69
빙허 : 장성한 뒤에 사랑의 원수 소저를 꿈으로 죽이기까지 하고 마츰내 사랑의 승리자가 되는 구절은 너무나 노골적이었습니다. 그 대신 조금도 위선적 기분과 회의적 태도가 없이 자기의 성욕을 긍정하는데 주인공의 강렬한 생에 대한 욕구가 넘쳐요.
 
70
상섭 : 「꼬맹이 선생」이 꼬맹이 시대에 하던 일과 심리에 대한 관찰은 잘못은 아니지만(장성한 ‘나’라는 여성으로 보아서) 그때의 어린아이로서는 너무 조숙해 보이더군요. 또 ‘나’라는 여자가 S에게 대하여 단념한 동기가 분명치 못하고 따라서 ‘꼬맹이’에게로 애욕이 이앙(移秧) ─ 이란 말이 우습지만 동기와 경로가 몽롱해요.
 
71
빙허 : 어린 자기를 껴안고 소저를 생각하는 데는 모파상의 수완으로라도 삼사(三舍)를 피할 만합디다.
 
72
상섭 : 허 선생 방에 처음 들어간 후로 얼마 동안 멸시하는 심리, 소저에 대한 질투심 ─ 실상은 소저 때문에 허 선생에게 더 끌리었지만 ─ 따라서 허 선생을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들은 소녀답게 예민하고 ‘델리케이트’하게 잘 되었더군요. 어떻든 20전후의 소녀의 심리를 보여준 것은 유쾌합니다. 꿈도 잘 되었고 꿈 꾸는 자리도 적당하다 하겠는데 일인칭 소설이라 하여 그러는 게 아니라 어떠한 정도까지 작자의 직접적 체험이 있는 듯싶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그만큼 되었다면 그 수완에 대하여 더욱 감복하겠지요.
 
73
도향 : 꼬맹이 선생과 어렸을 적에 사방치기 하고 놀 적에 심리라든지 또는 다시 꼬맹이 선생이 일본 다녀온 뒤에 자기와 그 선생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에는 어느 정도까지 잘 되었으나 자기와 S라는 남성과의 연애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독자에게 나타내 주지 않은 것이며 또는 자기의 어떻게 되는 형하고 꼬맹이 선생 사이를 똑똑하게 그리지 않았고 또는 자기와 꼬맹이 선생을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힘이 없고 박약한 듯합니다. 그러고 꿈으로써 자기의 심리를 암시하려는 것이 너무 부자연한 듯 합니다. 어떠한 의미에 있어서 이 작품을 통하여 작자를 유망하다고 하나 또 다른 의미로 보아서 너무 얼음 위로 지나가는 것같이 조심이 됩니다. 또는 문장은 아직 세련을 더 많이 할 필요가 많다고 합니다.
 
 

 
74
「동경(憧憬)」(『조선문단』 5월호) 韓秉道[한병도] 作[작]
 
 
75
춘해 : 「동경」은 저번 달에 밀린 것인데 이번에는 평을 해야지요?
 
76
상섭 : 예술에 대한 의견을 볼 수 있는 점에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77
도향 : 혹은 이 작품이야 말하자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하겠지요.
 
78
상섭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도향의 말에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볼 지경 같으면 예술이 연애를 조성하고 연애가 예술을 낳는 감격을 도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9
도향 : 그런데 표현하는 데 들어서 너무 몽롱하고 애매한 점이 있습디다.
 
80
상섭 : 그 엉성하다는 점은 몇 군데 사실이 있어요. 여자하고 방에서 만나서 예술상 자기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데 가서는 중간에 말이 빠졌는가 생각할 만치 너무나 무두무미하게 나온 것이 큰 결점이에요. 그리고 여자의 그림을 벽에 그린 것을 고무로 지웠는데 자기 얼굴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기교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
 
81
도향 : 작자가 아직 틀이 잡히지 않고 또는 사건을 끌고 나가는 데 미숙한 점이 있는 까닭에 너무 엉성한 점이 있습디다.
 
82
상섭 : 그런데 이 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작자의 예술에 대한 견해와 연애에 대한 태도라 할는지요? 위에도 잠깐 한 마디 하였지만 어떻든 매우 혼동된 것 같습니다.
 
83
춘해 : 글쎄, 그래서 어근버근한 곳이 있는 듯해요.
 
84
상섭 : 거기서 어데인가 보면 S와 K와 그림이 대류적(對流的)으로 돌다가 한데 버물린다거나 그림 가운데서만 자기를 찾을 수 없고 셋이 합체가 된 데에서만 자기를 찾는다는 말은 살아있는 K ─ 모델인 K가 우연히 자기의 애인이기 때문에 그리할지 모르지만, 예술가인 S가 예술적 감격을 얻는 다거나 예술을 통하여 자기를 발견한다는 것은 그 그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일이요 반드시 삼자의 대류를 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85
상섭 : 그와 반대로 연애하는 S로서 느끼는 감격이라든지 그 상대 형상 내에서 자기를 발견한다는 것은 오직 K라는 산사람을 통하여서만 가능할 것이지요. 혹은 그림 속에서 양개(兩個)의 효과를 한꺼번에 얻는 경우라도 애(愛)에 대한 동경이나 정열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부작용이요, 따라서 애인을 통하여 예술품에서 감득하는 효과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역 부작용적으로 생기는 예술적 감격의 추억에서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 혼조(混條)된 것을 더 생각하여 달라는 말이외다. 어떻든 군데군데 어설픈 곳이 보이지만 대체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86
「상환(想換)」(『조선문단』 5월호) 自我靑年[자아청년] 作[작]
 
 
87
상섭 : 그런 일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아모 감흥을 느끼지는 못하였습니다. 작이 살지를 못한 탓과 작자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못한 데에 이유가 있겠지요. 순연한 객관 묘사라도 사건과 인물이 활동한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주관이란 체(篩)에서 받쳐 나온 자최가 보여야 하겠지요.
 
88
도향 : 이 작에 대해서 나도 상섭과 같이 생각하는 바니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89
(『조선문단』, 1925. 7.)
【원문】조선문단 합평회 (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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