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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문단 합평회 ◈
◇ 조선문단 합평회 (제3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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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3~8
현진건
1
『조선문단』 합평회 [제3회]
 
2
- 4월 창작소설 총평
 
 
3
評者[평자]
4
梁白華[양백화] 廉想涉[염상섭] 玄憑虛[현빙허] 羅稻香[나도향]
5
方春海[방춘해] 崔曙海[최서해]
 

 
6
잘못된 허물은 잘 받아 못 쓴 필자에게 있습니다.
7
필자 최 학 송
 

 
8
「적막(寂寞)의 반주자(伴奏者)」(『생장』 4월호) 牛步[우보] 作[작]
 
9
경개(梗槪) ─ 실연의 비애에 고적하고 불행한 청춘을 가진 일본 여자 영자(英子)가 자기의 사랑하던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에 누웠던 방주용전관(房州龍田舘)에 조선 남자 경순(景淳)이를 청하여 담화한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니 경순이도 인간고에 시들은 청춘이다. 그러나 시들은 이 두 청춘이 연애의 불길을 못 이겨서 상면한 것이 아니라, 피차 어떤 차 속에서 잠깐 만났던 것이 인연이 되어 청하였고 또 청함을 받아와서 쓰라린 지나간 자최를 추억도 하고 토로도 하여 일야를 지내고 상별하였다는 짤막한 것이다.
 
 
10
도향 :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나도 못 읽고 왔습니다. 대단히 미안합니다. 필기나 좀 도와 드리지요.
 
11
상섭 : 제목(「적막의 반주자」)이 말하는 것과 같이 남자는 조선 남자고, 여자는 일본 여자로 쌍방이 서로 실연을 해서 서로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여자가 남자를 청한 것이 농락하려는 것은 아니요, 작자가 주안점을 잡은 것은 영자가 방주용전관에서 자기 애인과 재미있게 지내던 것을 추억하여 그 애틋한 맘을 다시 맛보려는 변태적 욕구겠지요. 표현하려 한 점은 초연에 실연하여 냉랭해지고 또는 이지적이 되는 동시에 연애라는 것을 맛본 자의 다시 연애하지 못할 것을 침착하게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
빙허 : 상섭 군의 말같이 과거의 정경을 재현해 보려는 애틋한 일인데…… 하여간 통틀어 말하면 재료부터 순전히 기분적 작품이지요. 필치는 건실하지만 기분을 나타내리만큼 기분적이 못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회화 위에다가 ‘경(景)’이니 ‘영(英)’이니 한 것은 그렇게 쓰지 않아도 독자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3
상섭 : 그런데 그 작자의 「광야」란 작품을 2년 전인가 3년 전에 보고는 못 보았는데 그 새에 쓰지 않았는지 내가 보지 못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광야」)에 비하여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새 작자가 창작에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작자 자신의 격무가 그리하였는지 부족을 많이 느끼는 바입니다.
 
14
빙허 : 하여간 정묘(淨妙), 섬세, 경쾌하여 여운이 있는 필치가 아니고는 이런 재료를 표현시키기 어려운 줄로 압니다.
 
15
백화 : 빙허 군 말에 동감입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으나 읽고 난 뒤에 몹시 부족한 감이 있습디다. 전체 애수가 흐르도록 표현시켰더면 좋았겠는데 그것이 없고 또 남자 주인공이 분명하게 인상적으로 더 농후하게 나타났더면 좋을 뻔하였습니다.
 
16
빙허 : 일본 여자에게도 영자라는 이름도 있지마는 처음 독자가 볼 때 조선 여자로 속게 될 듯해요.
 
 

 
17
「가난한 부부(夫婦)」(『생장』 4월호) 金浪雲[김낭운] 作[작]
 
18
경개(梗槪) ─ 가난한 젊은 부부가 빈고로 인하여 맑은 하늘 밝은 달에 엷은 수운(愁雲)이 지나가듯이 인간의 쓰라린 맛을 몇 분(幾分[기분]) 느끼면서도 순진무구한 두 사람에게서 끓어나오는 천진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 쓰린 것을 즉석에서 잊고 다시 옥실옥실한 재미에 취하면서도 찢어버린 지폐를 머리를 맛대이고 붙이는 것을 재미있게 섬세하게 그린 것이다.
 
 
19
상섭 : 요새 너무 분주해서 못 본 것이 미안합니다.
 
20
백화 : 내 역시도 그렇습니다.
 
21
빙허 : 「영원한 가책」이나 「어느 회사원」보담도 여러 가지 점이 퍽 진보가 되었습니다. 필치, 구상이 모두 좋습니다.
 
22
춘해 : 퍽 아름답고 간결합니다.
 
23
빙허 : 주인공이 어린 맛 있는 것이 묘합디다. 그 남주인공이 집세에 몰려서 돌아다니다가 20원을 주고 3,300원을 은행에 저금하였다고 거짓말한 것이라거나 그 안해가 기뻐 뛰면서 옷감 바꾸러 가자고 하는 데가 퍽 묘하던데요. 그러고 여자가 나종에 알고 보니 거짓말이라, 홧김에 돈을 찢는 것이든지 또는 끝에 가서 “그들은 머리를 나란히 하고 찢어진 지전을 붙이었다.”한 것이 더 무어라 할 여지없이 잘됐어요.
 
24
춘해 : 그런데 그 가난한 부부생활에 고통미는 없고 그 부부 사이에 애정이 농후하게 흐릅디다. 어찌 보면 문제와 모순이 되었다고 하겠지마는 참된 사랑으로 그린 것이 성공이요 또 독자를 끕디다.
 
25
빙허 : 춘해 군 말에 동감이오.
 
26
서해 : 가난한 부부의 쓰라린 맛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의사는 생활조건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과 같이, 그만큼 순진하고 뜨거운 사랑에 재미가 옥실옥실하게 살아간다 하면 봄비에 젖는 싹같이 많은 희망을 따라서 아모 거리낌 없이 되어 나갈 텐데 그렇지 못한 것도 가난한 때문이겠고, 또 그네들이 가난치 않았으면 잠깐 새이라도 ‘돈’이라는 데 호기심을 가졌다가 절망하는 그 찰나에 농이건만 안해를 속인데 가슴 쓰리거나 속은 것으로 인하여 눈물 뿌리는 안해의 짜릿한 한 장면이 없을 것입니다.
 
27
빙허 : 서해 군의 말도 옳은데, 작자가 그 작품에 부부간의 애(愛)를 그려 가지고 그 빈궁에 쪼들리는 것을 고조하려고 하였느냐? 또는 그 빈곤으로 인하여 부부의 애를 고조하려고 하였느냐? 그것을 생각할 때에 물론 가난한 부부니까 그런 빈곤에 쪼들리는 맛이 나타났겠지만 내 생각 같아서는 그 빈곤이고, 부부간의 싸움이고, 모두가 사랑을 고조하는 수단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러고 그 작품으로 보아서 그만큼 독자에게 통일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부부애를 초점을 삼아 가지고 모든 사상이 발전된 까닭에 단일적 효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28
서해 : 부부간의 사랑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빈곤으로 생기는 쓰린 맛이 없다하니 말한 것입니다. 그 농을 주고받는 대로 말하더라도 빈곤이란 배경만 없었더면 그 결과까지라도 퍽 경쾌하고 순진할 텐데 눈물을 짜게 된 것은 빈곤으로 나오는 쓰린 맛이란 말입니다.
 
 

 
29
「X체조교사(體操敎師)」(『생장』 4월호) 李鍾鳴[이종명] 作[작]
 
30
경개(梗槪) ─ 이것은 『생장』에 당선된 소설이다. X체조선생(기숙사 사감 겸임)과 학생(말썽꾸러기)들 사이에 충돌이다. X선생이 편애하는 R이란 학생과 ×선생의 딸인 정자 사이에 편지 거래를 K⋅M이란 학생들이 음모하여 R을 쑥들어가게 하고 선생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분풀이한 것으로 일종 풍자적 태도로 그린 것이다.
 
 
31
상섭 : 같은 잡지 속에서 「가난한 부부(夫婦)」를 보지 않고 「X체조 선생」을 본 것은 당선 소설이라는 호기심에 끌려서 보았습니다.
 
32
상섭 : 이 작품이 기대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만족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출점은 물론 장난 좋아하는 중학생들의 일종의 결점이라고 할 만한 배타적 심리, 음모 등의 사람의 한 결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데 거기 대하여 작자의 태도가 분명히 나타나지 못하였어요. 이렇게 말하면 자기 생각만 가지고 제 고집만 세운다고 하겠지만 그런 사람의 약점을 그릴 때에 적극적으로 그리어서 그러한 것을 미워한다는 태도가 나타나야 할 텐데 그것이 희미합니다. 이런 것은 「夏日[하일]」의 ‘坊[방]らん’같은 것을 쓰듯이 남을 미워하거나 부인하거나 하는 것이 은밀한 중에 나타나야 할 텐데 그것이 없는 것이 유감이며 표현으로 보아서 말이 퍽 산뜻해요. 작자는 말의 맛을 잘 알고 쓰는 이예요.
 
33
춘해 : 처음서 끝까지 재미있게 보았는데 읽고 난 뒤에 아모 감흥이 없어요. 다만 빙긋하는 웃음이 입가에 남아질 뿐이외다.
 
34
상섭 : 끝이 좀 어설픈 데가 있어요. X체조선생이 사랑하는 생도 R이 X선생의 딸 정자에게 편지를 한 것처럼 해서 모해한 것인데 X선생은 그것을 사실로 신빙하고 R만 나무라니 그것은 딸에게 물어보고 R에게 물어보면 판명될 사실인데 그것을 곧이 듣는다는 것이 좀 재미없고 그렇게 말고 다른 방면으로 발전시켰더면 더 성공하였으리라고 믿습니다.
 
35
춘해 : 그만치 복잡한 사건을 간결하게 순순하게 쓴 작자의 수완에 감복합니다.
 
 

 
36
「사냥개」(『개벽』 4월호) 懷月[회월] 作[작]
 
37
경개(梗槪) ─ 첩을 3,4인이나 두고 전장(田莊)도 많이 가지고 남에게 갖은 행악(行惡)을 다 부리는 당나귀 발통보담도 더 굳은 인색한 부호 저오가 어떤 무거운 침묵에 잠긴 밤 돈을 생각하고 강도를 생각할 때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가슴이 두근두근함을 못 이기어서 벽장에 두었던 돈 3만원을 가지고 슬그머니 본마누라 방으로 가다가 마당에서 자기가 호신용으로 사 둔 사냥개에게 물려죽는 것을 짤막하게 쓴 것이다 ─
 
 
38
빙허 : 그 사람의 작품을 대개 보았는데 이번 것이 그중 낫습디다.
 
39
상섭 : 4월 창작 몇 본 중으로는 제일 좋아요.
 
40
춘해 : 아주 산뜻한 단편입디다.
 
41
상섭 : 제일 새로운 방면을 독자에게 보여준 것은 부호의 인색한 심리예요. 그것을 우리가 상상은 하나 몽롱한 것을 현저히 보여준 작자의 공로에 감사를 드립니다.
 
42
빙허 : 인색한 심리란 것보담도 자본가의 공포심을 그린 것입니다.
 
43
상섭 : 자본계급에 반항하는 계급투쟁을 목표삼은 것이겠지요.
 
44
백화 : 계급투쟁이니 자본가이니 그것은 말고 전편을 보면 그렇게 훌륭한 창작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사냥개가 주인을 물어 죽인다는데 모순이 있습디다.
 
45
빙허 : 작자는 그것을 무시했겠지요.
 
46
백화 : 그러면 소설이 아니지!
 
47
빙허 : 내가 어떤 사람이 소개해 놓은 데서 보니까 러시아의 안드레예프의 작에 어떤 지배계급에 있는 자가 군중을 압박타가 나종, 군중이 자기한테 달려드는 공포에 죽었다던지 한 작품이 있다는데 이(「사냥개」) 힌트를 거기서 얻은 듯해요. 자연주의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상징주의까지는 갔다고 할 수 없고, 자연주의를 벗어나려고 애쓰느니만큼, 개가 주인의 말소리만 들어도 안다는데 그것을 몰랐다하니 부자연스럽습니다.
 
48
백화 : 개가 없이는 그 작품이 성립될 수 없다 하는 이가 있으나 인색한 부호를 목표로 그리려면 개가 아니고 다른 것으로도 나타낼 수 있겠지요. 그런데 개를 써서 그렇게 부자연하게 만든 것은 작자의 실책이에요.
 
49
빙허 : 기교는 퍽 세련이 되었어요.
 
50
백화 : 또 개를 그렇게 굶길 수도 없는 일이 아닙니까?
 
51
빙허 : 다른 것은 그만두고 호신용으로 사 둔 개를 굶길 수도 없고, 만일 개가 배 부르면 도적을 잘 지키지 않을까 보아서 굶겼다 하면 표현으로 한마디 집어넣어야 할 건데 그것이 없는 것이 재미없어요.
 
52
춘해 : 처음은 좋은데 마당에서부터 개한테 물려 죽는 데가 억지인 듯하고 침통한 맛이 덜하고 집안 사람들이 몰랐다는 거기가 모순인 듯합디다.
 
53
서해 : 아니! 침통하고 처연한 기분은 퍽 있던데요. 개 짖는 데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 될는지 모르지만, 정신은 퍽 좋아요.
 
54
빙허 : 그것이 모순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고 하면 큰 집안에 개가 컹컹 짖으니 다른 사람들은 예사로 알았을 것이고 또 잠에 취해서 그렇기도 쉬울 것이고, 주인공은 공포심에 싸였으니 벌벌 떨었을 것이지요.
 
55
춘해 : 그만치 공포심에 싸였고 그만큼 생명과 재산을 위한다는 사람이 개에게 물릴 때에 찍소리 한 마디도 없이 죽는다는 것이 우습잖아요? 하하.
 
56
일동 : 그래 찍소리 한 마디는 있을 텐데, 하하하.
 
57
상섭 : 하여간 강박한 관념이 지긋지긋하게 그려지고, 작자의 주안점은 어떠한 자본계급에 암시를 주려고 한 것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성공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만 흠되는 것은 후반부에 가다가다 모순이 있고 치밀하게 못 된 것은 구상이 주도(周到)치 못한 까닭이겠지요.
 
58
빙허 : 삼척(三齣)은 무용한 것이에요. 그것은 위에다가 몇 마디 집어넣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떡 써놓고 보니 그것이 빠졌기에 다시 써서 붙인 듯이 군것 같습니다.
 
59
상섭 : 지금 계급문학이라는 것이 말만 있고 실제 그 방면의 작품이 없는 조선에 있어서는 그것으로 계급문학의 첫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60
「염인병 환자(厭人病 患者)」(『조선문단』 4월호) 東 園[동원] 作[작]
 
61
경개(梗槪) ─ 허영과 위선의 생활을 하던 윤병오란 청년이 자기가 하여온 생활이 허위인 것을 깨달아 세상과 인연을 끊고 방에 꾹 박혀서 세상의 불공평에 대하여 번민하던 끝에 하로는 하인이 패던 장작을 패는 것으로 끝을 막았다.
 
 
62
상섭 : 이것은 소학교의 수신서나 목사의 일요일 설교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 작자가 이런 인생관을 가지고 나간다 하면 톨스토이주의자가 되거나 이상촌을 만들거나 할 것입니다. 즉 이마에 땀을 내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예수의 교훈을 적은 것인데 그것은 한 이론이고 사상이고 주의라고는 할 수 있으나 소설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의미로 설교나 수신용으로 적당하다는 말입니다.
 
63
상섭 : 윤이란 사람이 허영에 싸인 생활에서 벗어나 가지고, 현대생활의 실지를 확실히 보고 생활 태도를 변하였다 하면 내적 성찰이라거나 주위에 대한 큰 딜레마가 있을 텐데 동기가 퍽 흐리머리합니다. 전체로 표현과 구상이 너무도 단순하고 아직 미성(未成)해요.
 
64
춘해 : 동원의 작품은 늘 주의나 사상, 일종 설교식 정신에만 머리를 쓰고 소설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결점이 있기는 있으나 좀더 주의하면 독특한 든든한 작품이 생길 줄 믿습니다.
 
65
서해 : 작자가 표현해 보려는 정신을 고귀하다고 생각합니다.
 
 

 
66
「죽지 못하는 사람들」(『조선문단』 4월호) 方春海[방춘해] 作[작]
 
67
경개(梗槪) ─ 순경(順境)에서 자라난 경철이라는 주인공은 원래 암상하던 자가 야소(耶蘇)를 믿어서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변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종교에서 어떠한 진리를 찾으려고 애쓰던 끝에 찾지 못하고 타락적 생활을 하다가 명애라 하는 음분(淫奔)한 여자를 만나서 하기휴가에 석왕사로 금강산으로 돌아 원산 해수욕장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에 경철은 그의 전재산인 천여 원이란 돈을 없앤 것을 후회하고 자기를 배반하려는 명애의 일이 분하기도 하고 세상만사가 공화(空華)에 지나지 못한다 하여 죽으려다가 죽지 않고 다시 명애를 만나 피차에 간담을 토하고 기뻐 즐기는 것이다.
 
 
68
백화 : 이 소설을 보고 느낌이 나는 것은 싫증이 나는 것을 색책(塞責)으로 쓴 것이 분명해요. 남주인공 성격이나 여주인공 성격이 흐리머리할 뿐더러 모순이 많고 전편에 타태(墮怠)한 기분이 흘러서 독자에게 아모 것도 주는 것이 없습니다.
 
69
상섭 : 성실하게 힘 안 들인 것은 분명해요. 그리고 주인공의 성격들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나 같아서는 서로 발길로 차버렸으면 그만일텐데 죽으려다 말고 서로 붙잡고 울고 하는데 그네들 성격 여하가 나타났어요.
 
70
상섭 : 여기서 작자가 목표 삼은 것은 금전과 사랑으로서 사랑이 금전을 이겼다는 것인데 그 정로(程路)가 흐릿해요. 끝에 이렇다 하고 떡 갈라놓지 못한 것도 흐릿하고, 경철의 타락하는 동기가 퍽 몽롱합니다. 그 몽롱한 이유는 주인공의 내적 생활이 튼튼치 못한 데 있겠지요.
 
71
백화 : 끝이 퍽 부자연스러워요.
 
72
빙허 : 한 부르주아 계급이 부모 덕택에 아모 고생도 모르고 자라나서 모든 고통을 모르는 점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데 그렇게 된 게지요.
 
 

 
73
「영생애(永生愛)」(『조선문단』 4월호) 白洲[백주] 作[작]
 
74
경개(梗槪) ─ 서울 와서 공부하는 창수란 청년이 미워하고 싫어하던 본처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 너무도 시원하고 기뻐서 날뛸 듯이 시골집에 갔다가 다시 서울 와서 영애라는 사랑하던 여자를 찾아가서 내 처는 죽었으니 이제부터는 너하고 살게 되었다, 나는 너 때문에 살겠다 하고 기뻐하다가 “나 때문에 살다니……나는 나를 위하여 당신을 사랑한 것입니다.”하는 여자의 말에 버티어서 나가다가 다시 여자에게 사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75
빙허 : 나는 이 작자의 태도에 퍽 불쾌합니다. 미워하던 여편네가 죽었다니 기뻐 뛰어가고 올라와서 애인하고 만나서 좋아하고 하는 것이 여간 불쾌하지 않습니다. 작자는 인간미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76
빙허 : 만일 처가 죽은 것이 그렇게 기쁘다면 유미파나 악마파와 같이 때려 죽이도록 맨들어 놓고 인생의 어떠한 일면을 깊이 그렸더라면 더 나았을 터이지요. 표현으로 어슷비슷한 점이 많아 전체를 통해서 흐르는 것이 개인주의인데 그것이 흐리머리해서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작자는 인생을 좀 더 깊이 보시기를 바랍니다.
 
77
서해 : 『조선문단』에 실린 「과부」는 퍽 좋던데 이번 것은 그만 못해요.
 
78
춘해 : 글쎄 그것은 퍽 좋았는데. 이번 것은 작자의 정신이 그런지는 모르나 일부 현대청년의 심리를 풍자려는 마음으로 흥미에 끌려서 줄줄 함부로 쓴 것 같습디다.
 
79
빙허 : 동아일보에 실은 「구두장이」(?)를 백주가 쓴 것이라는데 나는 못 읽고 다른 이들이 말하기를 퍽 좋다고 합디다. 그리구 이것두(「永生愛[영생애]」) 그 문장은 매우 부드러워요. 그 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사실입니다.
【원문】조선문단 합평회 (제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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