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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양(大首陽) ◈
◇ 12 (十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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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김동인
1
대수양(大首陽) 12 (十二)
 
 
2
『백부님. 주상전하의 환후가 심상치 못하시옵니다.』
 
3
『음. 지금 어소에서 나오는 길이냐?』
 
4
『네……』
 
5
마주 앉은 숙질.
 
6
양녕은 조카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7
『네 얼굴은 근심에 쌓이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펴라.』
 
8
수양은 고소하였다.
 
9
『백부님은 언제던 참 근심이 없으셔서 다행이올씨다.』
 
10
『내게 무슨 근심이 있겠느냐. 내 신분이 왕형(王兄)이요, 불형(佛兄—孝寧大君의 兄)이고……』
 
11
『그렇지만 저도 왕자(王子)요. 장차 왕제(王弟)가 될 신분이라도 근심이 태산같읍니다.』
 
12
수양은 적적한 듯이 머리를 숙였다.
 
13
『그다지 근심 말어라. 동궁도 마음이 약할 뿐이지, 악인은 아니다. 호랑이도 새끼를 많이 낳으면 한 마리는 스라소니가 있는 법이니라. 스라소니가 毗이 된 게 좀 탈이지만 ……』
 
14
양녕은 쾌활히 웃었다.
 
15
『자. 노루고기나 좀 먹어 보련?』
 
16
『싫습니다.』
 
17
『네가 노루고기를 싫다니 웬 일이냐?』
 
18
수양은 머리를 숙였다. 한숨이 입에서 새려 하였다.
 
19
『백부님. 백부님의 심경이 부럽습니다.』
 
20
『일반이니라. 나는 왕형. 너는 왕제니 네나 내나 다를 게 무에 있느냐. 마음 하나 먹기에 달렸지.』
 
21
『그럴까요? 백부님의 왕형은 편히 놀읍시고 사냥이나 다니시면 그뿐이겠지만 제 왕제 노릇은 그렇지 못할까 하는데요.』
 
22
양녕은 잠시 뚫어져라 하고 조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3
『야. 낸들 네 마음을 왜 모르겠느냐. 다 안다. 알지만 할 수 없지 않느냐. 네 팔자 고약해서 그런 걸 어쩌겠느냐. 너도 동생을 두려면 나 같은 동생을 두었더면 좋지. 이왕에 그렇지 못한 이상에는 근심이나 하면 무얼 하느냐? 근심 걱정 다 버리고 오늘은 네 삼촌이 잡아온 노루를 안주 삼아 술이나 먹자. 음식은 먹으면 없어지지만 근심은 한다고 덜 어지는게 아니다.』
 
24
수양은 눈을 고요히 들어서 삼촌의 호활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25
일찍이 장래의 이 국가의 주인으로 세자로 책봉까지 되었다가 그 고귀한 세자의 위를 헌신같이 내어던지고 한 개 왕자로 그 뒤는 한 개 옹형으로—사냥을 소일삼아 여생을 보내는 이 쾌활하고 호협한 노인의 얼굴을 우러러 볼 동안 수양의 마음에도 얼마만큼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는 듯하였다.
 
26
수양은 밤이 꽤 깊도록 이 집에 있었다. 삼촌과 술을 나누었다.
 
27
자정이 지나도록 삼촌의 술을 얻어먹으며 삼촌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 득도한 노인의 기분이 전염된 탓도 있겠지만, 술에 얼근히 취한 수양의 마음은 꽤 가벼워졌다.
 
28
백부께 하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댓돌에 나서서 우연히 하늘을 우러러보니 이마 꼭 맞은편 하늘에는 경오년 살별(彗星)이 꼬리를 길게 뻗치고 있다.
 
29
『살별이다. 길조(吉兆)냐, 흉조냐.』
 
30
수양은 잠시 그냥 서서 그 괴상한 광휘를 내고 있는 살별을 우러러보다가 뜰로 내렸다.
【원문】12 (十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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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양(大首陽) [제목]
 
  김동인(金東仁)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4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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