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의 강력한 경쟁 선수는 1932년 LA 올림픽 우승자인 후안 카를로스 사발라(아르헨티나)와 어니스트 하퍼(영국) 선수였다. 조선의 24살 청년 손기정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질주했다.
반환점을 돌 무렵에 남승룡 선수가 8위로 올라섰고 앞서 달리던 사발라는 30㎞ 지점에서 기권했다. 손기정은 영국의 하퍼 선수를 따돌리며 계속 달려 1위로 들어왔고, 남승룡 선수는 2시간 31분 42초의 기록으로 3위로 들어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 영국 어네스트 하퍼 선수가 은메달, 남승룡 선수는 동메달을 받았다. 마라톤 역사의 새로운 금자탑을 쌓는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을 모두 촬영하여 남긴 영화감독이 있다.
독일의 헬레네 베르타 아말리에 레니 리펜슈탈(Helene Bertha Amalie Leni Riefenstahl, 1902~2003) 감독은 영화 촬영 기술에서 혁신을 일으킨 역사상 중요한 인물이다. 나치 독일의 선전 영화를 만들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에는 영화계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자, 사진가로 활동했다.
그녀는 1902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댄스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스위스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많은 공연을 하였다. 1924년 무릎 부상으로 댄스를 관둔다. 우연히 무성 방식의 산악영화를 본 뒤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배우가 되기 위해 등산과 스키를 배우면서, 산 영화를 만든 감독을 찾아간다.
산악영화 감독 아놀드 팬크(Arnold Fanck)
독일의 산악영화 감독인 아놀드 팬크(Arnold Fanck, 1889~1974)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채고 산악 영화에 검은 머리의 의지가 강한 여성으로 출연시켰다. 아놀드 팬크는 지질학자로 산에서 영감을 받아 많은 산악영화를 만들었다.
레니 리펜슈탈은 1926년 알프스를 배경으로 하는 무성영화 <위대한 산>에서 배우로 데뷔한다. 그녀는 배우로 높은 명성을 얻자 욕심을 내어 아놀드 팬크 감독에게 영화 제작 기술을 배우고, 슬로우 모션, 트래킹 샷과 같은 새로운 선진기술을 체득한다. 그리고 영화사를 설립하여 1931년 장편영화 <푸른빛>의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1932년 공개집회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듣다가 매료되어 히틀러에게 편지를 보내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는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두 사람을 연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히틀러를 유명한 영화배우로 만들었다.
히틀러는 레니 리펜슈탈 감독을 만나면서 그녀를 바그너의 힘과 아름다움의 모티프가 깃든 강력한 독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미학을 사용할 줄 아는 천재로 여겼다. 히틀러는 레니 리팬슈탈에게 1933년 뉘른베르크 나치당 전당대회를 촬영해 신앙의 승리(Der Sieg des Glaubens) 영화 제작 요청을 한다.
그녀는 나치 전당대회를 다큐멘터리로 촬영 기록한 의지의 승리(Triumph des Willens)를 선보인다. 이 다큐멘터리 작품은 그림에 대한 완전한 예술적 라이센스. 감동적인 이미지와 혁신적인 영화 기법을 갖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의 서사적 작품으로 평가되며 지금까지 제작된 선전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널리 알려졌다.
레니 리펜슈탈 감독은 독일 올림픽 조직위로부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제작 의뢰를 받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무제한의 자원과 지원을 받자 마음이 조금씩 약해졌다. 그녀는 직접 경기장들을 돌아보고 최고의 촬영기사들을 확보하고 그들과 함께 경기장을 돌며 카메라 위치 선정을 협의한다.
올림픽이 끝난 후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편집을 하면서 다큐멘터리인 2부작 제1부 〈민족의 제전〉과 제2부 〈미의 제전〉을 완성하여 히틀러 생일날인 1938년 4월 20일에 개봉되었다. 이렇게 하여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 《올림피아 1938》이 탄생하였다.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는 올림픽의 전 과정을 묘사한 다큐멘터리로 올림픽이 추구하는 인간의 강인한 신체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고 독일 게르만 민족의 인종적 우월함도 잘 표현되어 있다. 현재 레일에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하여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오늘날애는 일반적인 추적 샷 촬영 기법이지만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처음으로 개척했다. 수많은 영화 기술이 탄생한 것은 올림픽에서였다.
이 작품은 뛰어난 촬영과 편집 기술로 현대 기록 영화 연출의 교과서로 불린다. 다큐멘터리 《올림피아 1938》은 미학, 스포츠, 선전을 강력하게 결합하여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외국영화상, 스포츠의 즐거움을 묘사한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레니 리펜슈탈 감독은 영화에서 새로운 미학을 달성하고 획기적인 영화적 기법을 도입했지만, 결코 나치 선전가로서의 연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많은 작품들로 인하여 나치 협력자로 투옥되었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1945년 히틀러가 자살한 이후에 예전에 촬영했던 〈저지대〉 필름을 복원하여 10년 만에 완성하고 1954년에 프랑스 극작가이며 영화감독인 장 모리스 외젠 클레망 콕토(1889~1963)의 후원으로 칸영화제에 출품했지만, 나치 전범이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칸영화제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1957년에 손기정 선수와 레니 리펜슈탈 감독은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군인마라톤대회에서 재회하며 지난날을 추억했다.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 레니 리펜슈탈감독
그녀는 헤밍웨이의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푸른 언덕》을 읽고 아프리카에 건너가 노예에 대한 새로운 영화를 구상한다. 1960년 이후부터는 사진작가가 되어 스틸 사진으로 많은 사진을 찍고, 수단 중부의 원시 누바(Nuba) 부족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
70대 후반에 그녀는 스쿠버다이빙하며 수중 영화 촬영에 새로운 관심을 두고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였다. 2002년 8월 22일 100살 생일을 앞두고 해저를 그린 극장용 다큐멘터리 <바다속의 인생>을 발표하였다. 2003년 8월 22일, 101살 생일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은퇴를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화가 고흐의 삶을 하고 찍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15일 후 세상을 등졌다.
레니 리팬슈탈 감독은 비록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많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죽을 때까지 오명에서 벗겨주지 않았다. 지금도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나치 정권을 선전한 더러운 부역자 찬양자라고 생각한다.
레니 리팬슈탈 감독과 누바족 (사진: 레니 리펜슈탈)
생활문화아카데미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