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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성대(帝星臺) ◈
◇ 기우는 일천년(一千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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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5-1939.4
김동인
1
제성대(帝星臺)
2
기우는 一千年[일천년]
 
 
3
도선사(道詵師)에게서 마음의 길을 닦고 스승께 하직을 하고 홀로이 떠난 견훤은 인제는 졸(卒)과 장(將)으로서의 무력적(武力的) 힘을 닦으려 다시금 말을 채찍쳐 무정처한 길을 더듬었다.
 
4
본시 체격이 과인한 위에 마술과 궁술에는 벌써 그다지 축박힐 데가 없을만한 실력이 있지만 검술 창술이며 나아가서는 병법 등이 아직도 앞길이 망연 하였다.
 
5
고구려 없어지고 백제 없어지고 신라 일천 년의 사직도 흔들리기 시작 한 이 때라 이곳저곳에 효웅들이 들끓어 소란키 짝이 없는 시절이었다.
 
6
산간이나 혹은 궁곡에 몇천 명씩의 부하를 모아 가지고 조련하며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7
견훤은 이러한 데로 찾아다니며 일변 자기의 무술를 닦으며 일변 이 방면의 높은 스승을 구하느라고 애썼다.
 
8
이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태백산 줄기 어떤 절간에서 견훤은 우연히 궁예와 해후 할 기회를 얻었다. 동수산 줄기에서 서로 동서로 나누인 뒤에 견훤 자기는 목적하였던 바 높은 스승을 만나서 적지 않은 도를 닦았지만 궁예는 그때의 그 모양대로 역시 선종(善宗)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의 왁 살스러운 중으로서 이 절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9
"세상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는구나."
 
10
"그렇게 모두 다 뜻대로 되려면 못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
 
11
간단한 탄식으로 거기서 또 다시 작별하였다.
 
12
신라의 천지를 무술을 닦으며 돌아다니던 견훤은 신라 천지에서는 자기보다 높은 재조를 가진 사람을 발견치를 못하고 생각을 달리 먹고 당나라로 건너가기로 하였다. 천하의 중원이라 하고 또한 워낙 그 바닥이 넓은 당나라에는 좀 색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나라 천하로 돌아다니며 좀 높은 재간을 가진 사람을 찾아 보자. 이리하여 견훤은 아직 소녀의 몸으로서 멀리 수학하러 그의 몸을 바다에 띄웠다.
 
13
우리는 견훤이 당나라로 건너가서 그이 목적한 바 병법, 무술 등을 수도 하는 동안 잠시 눈을 돌이켜서 당년의 신라의 정국을 살펴보기로 하자.
 
14
견훤이 처음 제 집을 떠나서 수도의 길에 오른 그 해 여름에 승하한 임금은 경문왕이었다.
 
15
경문왕에게는 제일 왕후 제이 왕후- 이렇게 두 분의 왕후가 있었다.
 
16
그 가운데 제일 왕후는 재상 위홍(魏弘)과 특별한 새가 되었다. 위홍은 야심이 만만한 위에 탐욕이 세고 그 위에 특별히 여인을 후리는 천재를 가진 사람 이었다. 이 특별한 재간을 이용하여 왕후에게 가까이 나아간 것이었다.
 
17
경문왕이 삼십 세 내외의 청춘으로 승하한 데 대해서도 말썽이 적지 않았다.
 
18
제일 왕후에게는 아드님이 한 분 따님이 한 분 이렇게 남매의 소생이 있었다. 제이 왕후게는 아드님이 한 분 있었다.
 
19
경문왕이 승하하자 두 왕후는 각각 당신 소생의 아드님을 보위에 올리고자 맹렬한 운동을 하였다. 그러자 제일 왕후의 뜻으로 당시 상대등(가장 높은 대신)으로 있던 위진이 파직되고 위홍이 그 대신 상대등이 되었다.
 
20
인제는 제일 왕후의 지위는 반석과 같이 되었다. 그의 아드님은 임금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대재상이었다.
 
21
임금(후일 헌강왕(憲康王)이라 한 분이다)은 현철한 분이었다.
 
22
임금은 위홍을 신임치 않았다. 위홍을 파직하려고도 여러번 하여 보았다.
 
23
그러나 태후의 세력을 배경으로 삼은 위홍의 당당한 권력은 임금으로도 좀체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위홍의 빚어내는 난정 때문에 신라의 천지는 여간 어지럽지를 않았다.
 
24
당시의 신라의 판국은 동쪽과 서쪽과 남쪽은 바다로써 한계를 삼았으니까 분명하였지만 북쪽의 경계선은 아주 모호하였다.
 
25
옛날 고구려의 경계선은 남으로는 한수(지금의 경성 근처)까지, 서쪽으로 만리장성까지 동과 북으로는 모호하나 북으로 흥안령까지 동으로 바다까지 쯤 이었다.
 
26
고구려가 망한 뒤에는 아리나레(압록강) 이서의 고구려의 구역에는(대부분이) 고구려 유민들로 조직된 발해국(渤海國)이 섰다. 고구려 구역의 동부에는 여진(女眞)족이 웅거해 있었다.
 
27
신라의 북부 국경선은 지금의 경성 혹은 개성 근처까지였다. 압록강 이남 신라 국경 이북은 이곳저곳 성(城)이 있고 그 성안의 호족(豪族)들이 성주(城主)가 되어 백성을 다스렸지 어느 국가에 소속되지 않았다.
 
28
신라의 북부 국경선에 연(沿)하여 있는 성들도 어떤 때는 신라 조정의 호령에 복종할 때도 있고 또한 자기네 마음에 틀리면 마음대로 반기(叛旗) 를들 기를 주저치 않았으매 신라 조정에서도 어디까지가 자기네 국경인지 똑똑히 몰랐다.
 
29
더우기 신라의 정치가 차차 난맥이 되어 가매 나날이 반기를 드는 성이 많아 가서 국경선은 나날이 줄어들었다.
 
30
임금은 위로는 태후와 아래로는 상대등 위홍의 틈에 끼어서 움찍들썩 할 수가 없었다.
 
31
삼대등 위홍은 위로 태후의 신임만 잃지 않고 일변 뇌물을 받으며 많은 처첩들을 거느리고 일신상의 부귀영화나 도모하였지 국경를 돌아보지 않았다.
 
32
게다가 조정에 직속된 군대는 그 수효도 얼마 되지 않거니와 여러 해 문약(文弱)에 흐르는 동안 군대의 실력을 잃었다. 조정에 심복하는 주(洲)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조정에서 이렇다 하는 지휘가 없는 위에 그 군대조차 보잘 것이 없는지라 반기(叛旗)를 드는 주며 성에 대하여 아무런 방책도 쓸 수가 없었다.
 
33
사실 일천 명의 심복 군사만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한 군사를 꺽이지 않고 온 신라를 엎을 수가 있을 만치 당년의 신라는 아래는 군사가 없고 위에는 장수와 대신이 없었다.
 
34
이 위홍의 천권(擅權) 아래 어지러운 몇 해가 지났다.
 
35
이렇게 지나는 동안 어느 틈에 위홍은 제이 왕후와 가깝게 되었다. 위홍 이 먼저 손을 쳤는지 모르지만 위홍의 입장으로 보자면(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 자색의 점으로도 제이 왕후가 나았거니와 차차 늙어 가는 제일 왕후보다 아직 그래도 청춘미를 유지하고 있는 제이 왕후가 나았을 것이다.
 
36
위홍이 제이 왕후와 가깝게 되었다는 풍문이 대궐 이 구석 저 구석서 궁녀들의 입으로 수군거리울 때 임금은 보수 이십오 세라는 한창 청춘으로 갑자기 승하하였다.
 
37
제일 왕후는 승하한 임금의 친누이 되는 당신의 따님으로써 보위를 계승 케하여 그냥 당신의 지위와 권세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38
제이 왕후는 당신 소생의 아드님(승하한 임금의 이복아우)으로 보위를 계승 케 하여 아직껏 제일 왕후에게 눌려 오던 당신의 세력을 펴보려 하였다.
 
 
39
이 계쟁을 조정할 실력을 가진 사람은 재상 위홍이었다. 위홍은 현재 제이 왕후와 가까이 지내느니만치 제이 왕후의 몸에서 난 왕자를 추대하기로 주청 하여 제이 왕후의 소원이 이루어지었다. 이 신왕이 즉 정강왕(定康王) 이었다.
 
40
정강왕이 즉위를 하였다.
 
41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법이라 이 신왕이 즉위할 때쯤(지금껏 어린애로 보아 오던) 제일 왕후 소생의 따님이 어느덧 무르익은 훌륭한 처녀가 되었다.
 
42
경문왕 승하한 이래 십여 년간을 대궐을 자기 집삼아 묵고 먹고 하던 위홍이라 아직 이 공주를 어린애로만 여겨 두었다.
 
43
그 어느날 그 날도 역시 대궐에서 제이 태후와 함께 조반을 먹던 위홍은 맞은편 문 열린 틈으로 웬 커다란 처녀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44
문틈으로 보인 바라 단 한 순간이었다. 위홍은 그 처녀가 이편 쪽 활짝 열어 젖힌 문 앞으로 지나갈 때에 누구인지 자세히 보리라 하고 그편을 주의 하였다.
 
45
처녀는 그(열어젖힌) 문 앞으로 지나갔다.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공주 였다.
 
46
어느 틈에 저렇게도 컸는가. 호색한 위홍의 눈은 공주의 뒷모양이 안보이게 되기까지 눈을 가늘게 하고 바라보았다.
 
47
얼마 뒤에는 위홍은 어느덧 공주에게 가까이 되었다. 과시 이 방면에는 놀라운 천재였다.
 
48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왕은 등극한 지 만 일 년 만에 갑자기 승하 하였다. 그리고 공주가 여왕(女王)으로 신라에 군림하게 되었다. 즉 진성(眞聖) 여왕 이었다.
 
49
제일 태후는 당신 몸에서 난 공주가 임금이 되었는지라 다시 위홍이 당신에게로 돌아오고 권세와 권력이 당신에게 다시 이를 줄 믿고 기대하다가 어떤 궁녀에게 위홍이 신왕(제일 태후의 따님)의 방에서 신왕과 함께 조반을 나눈다는 말을 듣고 상기할 듯이 놀랐다. 그러나 임금과 재상과의 합친 세력에는 태후의 권력으로도 또는 어머니로서의 권병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50
젊은 여왕과 탐욕 센 재상과의 합작 정치- 이 아래 눌린 백성이야말로 ' 도탄’ 쯤의 형용사로는 형용치 못할 참혹한 경황이었다.
 
51
일천 년 사직이라는 대하는 인제는 더 버틸 수 없이 기울었다.
【원문】기우는 일천년(一千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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