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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일기(馬島日記) (1908년) ◈
◇ 마도일기(馬島日記) (1908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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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환 의사
1
馬 島 日 記
 
 
2
1908년 1월 무신
 
 
3
정월 1일 정해.
 
 
4
이른 아침에 고국을 바라보고 四拜禮를 행하였다. 아침 식사 때 떡국 한 그릇을 보내오고 오후에 주번장교가 와서 思雲에게 각각 인사장을 주어 새 해의 인사를 하였다. 舍兄의 편지에 올리는 답장을 쓰고 여러 편지를 각각 함께 갖추어 우체국에 부쳤다. 舍兄에게 올린 답장 편지에 말하였다.
 
5
“이 달 17일에 보내주신 편지는 25일에 도착하여 받아보니 기쁨이 극진하여 슬픈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물며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있습니까? 편지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났고 새해가 되었는데 기체후 만안하시고 형수씨도 안녕하시며 조카들도 잘 놀고 잘 자랍니까? 엎드려 사모함에 구구한 마음 멀리서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舍弟는 객지 창가에서 몸 건강하게 지내고 책을 보면서 마음 편하게 지냅니다. 비록 스스로 터득하는 것은 없으나 근심을 잊는 것을 기대하겠고 함께 고생하는 여러 어른들도 별 탈 없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엎드려 아뢰건대, 당숙모 葬禮는 임시로 치르기로 이미 정하였는데 어찌하여 이같이 늦습니까? 탄식이 되는 일입니다. 弟가 석방되어 돌아갈 날은 이번 그믐 안에 있지 않으면 금년 11월이 석방되어 돌아갈 시기이고 그 때는 비록 사면령이 없더라도 틀림없이 자신할 수 있습니다. 보내주신 紙貨 1圓은 적시에 긴요하게 쓰겠습니다. 道灣里의 형님은 기체 만안하신지요? 각각 편지를 보내어 정성을 표하지 못하였으니, 이 말씀을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재종형 앞으로 두번이나 편지를 올렸습니다. 재종이 비록 글자는 알지 못하지만 의당 한 말씀이 晩鳳 편지의 왕래하는 데 있을 것이지만 끝내 반 마디의 말도 없으니 재종간의 처지에 어찌 이처럼 박절합니까? 다른 사람의 정지에 있어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심스럽고 답답합니다. 친구 崔儀敬은 부모님 모시고 잘 있는지요? 각각 편지를 하지 못하였으니 이 말씀을 전해주심이 어떠한지요. 나머지는 새해를 맞이하여 만안하소서. 이만 답장을 줄입니다.”
 
6
친구 조씨에게 부치는 편지에 말하였다.
 
7
“잠시 헤어진 지 10여 일이 되었는데 마치 삼년의 긴 세월 같습니다. 삼가 새해가 되었는데 부모님 모시고 복 많이 받으시며 자당님 기력 안녕하시고 온 집안이 편안하시고 자제들도 잘 자라는지 아울러 마음에 그리움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弟는 한결같이 보내고 새 해를 맞아 고향을 그리는 마음 간절할 뿐입니다. 아뢰올 말씀은 閔令監 어른의 일을 뒤에 온 편지를 보면 과연 형의 말씀과 같은데 그를 석방하고 우리를 여기에 두는 것은 그 속 맥락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일전에 답장을 보냈는데 그 간에 받아보셨습니까? 두 수의 絶句로 一端의 정을 펴 올리니 웃고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8
시에 말하였다.
 
 
9
江南又見歲灰新  강남에서 또 새해[歲灰]248)를 보니
10
忽憶相逢不有人  서로 그리워 만나려 해도 만날 사람 없네
11
料得煙波長有脚  안개 속 물결에 긴 다리가 있다고 하면
12
晴帆應載海中春  개인 돛대에 응당 바다 속의 봄을 실어다 주고 싶네
13
南冠數載寥寥地  몇 해 동안 낯선 곳에 南冠249)을 쓰니
14
絶島無人問我廻  絶島에서 내 돌아갈 날 물을 사람 없네
15
梅花猶識寒衣客  매화도 오히려 차가운 옷의 나그네를 알아
16
催着春心日夜開  春心에 마음 붙이라고 밤낮으로 피어 있네
 
 
17
金鳳賢에게 답한 편지에 말하였다.
 
18
“강산이 멀리 떨어져 소식을 묻고 들은 지 오래되니 내가 인편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고 내가 정이 없어 그런 것도 아닙니다. 혹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오해를 끼칠 염려가 있어 먼저 편지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뜻 밖에 먼저 나에게 편지를 주어 바다 속 산중의 적막한 곳에 떨어지니 문득 정이 넘치고 마음을 쓴 것을 깨닫겠습니다. 인하여 삼가 묻건대 새해에 글을 읽고 어른 모시는 일에 손상이 없고 春府丈의 기력이 좋다고 하니 위로되는 마음 끝이 없습니다. 나[硯下]는 어제 오늘 용렬하고 녹녹하게 지내면서 매달린 박처럼 외처럼 목숨을 보존하니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있으면서 鳳賢에게 바라는 바는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옛사람의 책을 읽어 힘써 뜻을 세워 물욕에 빼앗기지 말고 태산의 頂上에 걷는다는 마음을 가지면 立身하는 계단이 될 뿐만 아니라, 날라 구름 위로 올라가는 날을 기대할 수 있으니 세상의 일로 염두에 두지 말고 맹세하되 빠른 세월로 하여금 청춘에 배우지 않고 흰 서리가 머리에 생기는 한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고향에 돌아갈 길은 결단코 금년 내에 있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19
晩鳳에게 답한 편지에 말하였다.
 
20
“편지를 받아 보니 기쁜 마음 어찌 끝이 있겠는가? 스스로 뛰는 듯한 마음을 깨닫지 못하겠네. 삼가 묻건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 부모님 모시는 여가에 글을 읽으면서 잘 있으며 춘부장의 기력이 신년에 더욱 건강하시기를 빌어 마지 않네. 弟는 이역에서 해를 보내니 더욱 옛날의 감회가 간절하게 느껴지네. 林川 仙湄에 사는 朴雅의 집은 작년 3월 이후로 이 섬에서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소요스러운 일 때문인가? 알 수 없어 의심이 나네. 松洞에 가서 李廓山丈을 찾아 뵈온 일은 가상함직하네. 任이 보낸 편지가 같은 날에 도착하였으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申緫巡이 신의 있는 사람으로 칭찬하고 나에게 한 마디의 말을 언급하라고 부탁하니 나에게 빛이 나게 한 것이 크네. 여기서 보내는 두 수의 절구는 동창들끼리 돌려가며 보기를 부탁하네.”
 
21
詩에 말하기를,
 
 
22
殊方事少興心處  이역 땅의 일은 마음을 내킬 곳이 없는데
23
惟見來書眼忽明  온 편지 받고 문득 눈이 밝았네
24
更將三復從容夕  조용한 저녁에 세번을 거듭 읽고
25
獨對琉璃一點燈  홀로 유리로 된 한 점의 등불을 대하였네
 
 
26
하고, 또 말하였다.
 
 
27
隆冬對馬蕭蕭雨  깊은 겨울 대마도의 보슬비 오는데
28
錯認中宵有雪來  밤중에 눈이 오는가 착각하였네
29
牕外早朝翹首看  이른 아침 창 밖을 머리 들어 보니
30
松杉倚舊碧山堆  소나무 삼나무는 산언덕에 전날처럼 푸르네
 
 
31
金寶物에게 답하여 말하였다.
 
32
“대마도는 남방에 가까운 지방이기에 비록 깊은 겨울 大寒, 小寒이라도 별달리 큰 눈도 없고 혹 두세 차례 눈이 오더라도 다만 하늘에서 날리는 그림자만 보이고 땅에 떨어지는 흔적은 볼 수 없네. 추워도 솜옷이 꺾어질 정도는 없고 겨울의 비는 봄비와 같으니 춥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는 온돌에 익숙한지라 찬 방에서 견디기 어려우니 이것이 生長하고 거처함이 다른 점이네. 그대가 이런 추위를 알고 이것으로 나에게 물으니 내가 어찌 말이 없겠는가? 정월의 첫 머리에 부모님 모시고 형제들도 잘 있고 부모님 기력이 안녕하시다고 하니 멀리서 염려됨이 끝이 없네. 나는 함께 고생하는 여러 어른들과 고금의 일을 논하면서 지낼 뿐이네. 요즈음에 읽는 책은 전날 부탁한 것에 부응하는가?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날에 조목에 따라 강하면서 어떠한가를 시험하면 그간의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네. 이것으로 이해하게.”
 
 
33
29일 250) 병술.
 
 
34
나이가 16~17세쯤 되는 아이가 있어 石田을 대신하여 점심밥을 지어 들이니 성이 역시 石田이라고 하였다. 이는 石田儀一의 族屬인가? 오후에 沐浴廳에 들어가 탕에서 씻고 밤에 두 수의 절구를 읊었다.
 
 
35
今年除夕又望京  올해의 除夕에도 서울을 바라보니
36
千里迢迢傷客情  천리의 멀고 먼 길 객의 마음 아프네
37
吹到寒風聽飛笛  찬 바람 불어오는데 슬픈 피리 소리 들리니
38
落梅一曲入邊聲  落梅의 한 곡조 변방의 소식 들려오네
39
殊方迎送際佳辰  객지에서 해가 바뀌는 좋은 때를 당하니
40
遙憶先壟一念新  멀리 先壟을 바라봄에 새로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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願言伯仲祖祥地  원컨대 伯仲의 선조 상서로운 땅에
42
唐棣花開百歲春  백 년 동안 봄마다 아가위 꽃 피었으면
 
 
43
정월 초2일 무자.
 
 
44
통역이 들어와 말하였다.
 
45
“어제 大坂新報에서 한국의 형편을 보았더니, 충남 定山郡에 그간 의병이 크게 일어나 승부를 결단함에 피차간에 살상자가 많았고, 또 일본군에 포로가 된 이가 있는데 어떻게 처결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開城府에도 소요스러운 사태가 크게 일어났고 서울의 龍山 부근에도 또한 이와 같은데 한국황제가 宣諭使 20인을 가려 뽑아 모아 장차 각 도에 파견하려 한답니다. 그런데 보낼 사람은 新進의 사람이 아니고 수구파의 사람으로 일을 할 만한 사람을 뽑아 日兵과 함께 거느리고 가서 각 도에 모인 자들로 하여금 곧 해산시키면서 나라의 일에 유익함이 없는 것으로 타이르라고 하였답니다. 지난번 閔令監이 석방된 것은 비록 신문의 보도는 없었으나, 생각컨대 이런 선유사에 참여되었기 때문에 먼저 사면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작년 7월로부터 섣달 사이에 이르기까지 의병의 魁首로 일병에게 포로가 된 자가 20명이 되는데 이미 사형으로 확정이 되어 일본의 군부대신에게 보고가 되었습니다. 還報하는 뜻도 사형의 율로 처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46
3일 기축.
 
 
47
통역이 신문을 가지고 와서 나로 하여금 보게 하였는데 어제 통역이 말한 바가 모두 실려 있었다. 또 충청북도 淸州 등지에 金奎漢이란 자가 있어 자칭 의병의 우두머리라고 하면서 군량과 재물을 모으고 장차 금년 봄에 크게 擧義한다고 하였다. 또 수령이 근무지를 바꾼 자가 많은데 庇仁郡守 姜元魯는 舒川郡守로 옮겼다고 하였다. 일본으로부터 점령된 農業地는 전라도 扶安ㆍ古阜ㆍ萬頃ㆍ興德ㆍ臨陂ㆍ玉阜 등지이고, 東津江으로부터 群山港에 이르기까지 모두 경영중에 있다고 하였다. 전라도 光州에 사건이 났는데 아직 참말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淸州 등지에도 또 사건이 있어 일본 순검이 병정과 함께 나아갔다고 한다.
 
 
48
4일 경인.
 
 
49
이 날은 立春이다. 눈이 한 점 두 점 내리고 동북풍이 불고 추웠다. 寺尾가 한국의 풍속사진 16장을 가지고 와서 살펴보았더니 安州 지방의 경관과 혹은 활터에서 활을 당기는 일, 혹은 학교에서 책을 읽는 일, 아낙의 옷을 다듬이하는 모습, 기생의 가마를 탄 모습, 거리 아이들의 서로 모여 노는 모습과 仁川 해관의 배가 어지럽게 모여 있는 모습이었고, 기타의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立春詩 一絶을 읊어 말하였다.
 
 
50
風打琉璃窓外樹  바람은 유리창 밖의 나무를 치고
51
霰如飛雪下靑霄  싸락눈은 눈처럼 날려 푸른 하늘에서 내리네
52
知有乾坤長萬物  乾坤이 만물을 기르려는 뜻이 있음을 알겠으니
53
春來得意始今朝  봄이 옴에 오늘 아침 처음으로 뜻을 가지리라
 
 
54
5일 신묘.
 
 
55
통역에게 들으니, 富士山은 일본의 큰 鎭山이 되기 때문에 나라의 명사와 시인들이 시를 읊는 일이 많다고 하였다. 상등병사가 東京 富士山의 絶句詩를 보냈는데 말하였다.
 
 
56
日出扶桑東海隈  해가 뜨는 扶桑의 동해 한 모퉁이에
57
長風忽拂嶽雲來  바람은 계속 불어 산에 구름을 몰아오네
58
凌霄一萬三千尺  일만 삼천 척이 하늘에 솟아
59
八朶芙蓉當面開  연꽃 여덟 떨기 얼굴을 대하여 피었네
 
 
60
나는 和韻하여 말하였다.
 
 
61
聞道擅邦日出隈  들으니 해 뜨는 모퉁이에 나라를 차지하여
62
八峰歷歷揷雲來  여덟 봉우리는 역력히 구름에 꽂아 놓았네
63
祖宗自有崑崙脉  산의 祖宗은 원래 곤륜산의 맥에서 시작되는데
64
祗作芙蓉海上開  다만 연꽃송이 만들어 바다 위에 피게 했네
 
 
65
통역에게 난로를 청하여 찬 기운을 막았다.
 
 
66
6일 임진.
 
 
67
7일 계사.
 
 
68
오후에 正尉 한 사람이 와서 통역과 더불어 말을 하고 묻기를,
 
69
“감금되어 있는 사람 중에 누가 글을 잘하며 누가 벼슬이 높으며 누가 글씨를 잘 쓰는가?” 하니, 통역이 그가 본대로 某某라고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70
“오래도록 움집같은 곳에 거처하여 마음과 생각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니 답답한 기분이 있을 것입니다.”
 
71
하니, 통역이 말하였다.
 
72
“한국 사람이 여기에서 처하는 것은 그 義理의 어떤가를 보는 것이요, 자신의 困阨은 관계하지 않아 거처하기를 평상처럼 합니다.”
 
73
“우리 집에 漢文의 볼 만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만일 보고자 하는 뜻이 있으면 빌려 주겠습니다.”
 
74
“한국 사람이 이 섬에 들어온 이후로 날마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이 없고 글을 외우지 않는 밤이 없습니다. 만약 빌려 보여주면 진중하게 아끼고 감사해할 것입니다.”
 
75
“後日에 무슨 책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76
또 思雲에게 일러 말하였다.
 
77
“내 들으니 公이 일어를 잘하여 조금도 의심이 나거나 어려운 곳이 없다고 하니 과연 그 렇습니까?”
 
78
“어찌 의심이 나거나 어려운 곳이 없겠습니까? 거칠게 그 대강을 압니다.”
 
79
“이렇게 사해가 뒤집히는 때에 태어나서 저들이 통하지 못하는 말을 알면 면하기 어려운 일을 면할 뿐 아니라, 또한 변고를 넘어가는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나는 공을 위하여 한번 축하드리겠습니다.”
 
80
“나도 이와 같을 줄을 알기 때문에 때로 배워서 그 만분의 일이라도 희망하는 것입니다.”
 
81
“잠시 공의 말을 들으니 과연 일어에 어려움이 없겠습니다.”
 
82
때가 지나서 작별하고 갔다.
 
 
83
8일 갑오.
 
 
84
통역이 공일이어서 오지 않았다.
 
 
85
9일 을미.
 
 
86
石田이 아침에 들어와 이르기를,
 
87
“어젯밤 嚴原에 불이 났는데 바닷가 낡은 집으로부터 처음 불이 나서 1백 2가구를 태웠고 불탄 집은 모두 가장 우수한 상가들이었습니다. 그 피해액이 40만 원을 넘었으니 그 경황이 비참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長崎의 郵社廳에 보고하고, 長崎의 郵社廳에서는 東京의 내부대신에게 보고하면 국가에서는 몇 백 원의 보조금이 있을 것입니다.”
 
88
라고 하였다. 그로부터 사흘 뒤 대마도신문을 보니 대마도 출신의 원근에 사는 사람들이 낸 보조금의 액수가 실려 있었다. 지난날 대마도주 宗重望은 현재 東京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는데 성금 3백 원을 내려 보냈다고 했고, 극빈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 집안의 빈부에 따라 그 액수가 달랐다. 통역 川上은 20금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풍속은 매우 아름다웠다.
 
 
89
10일 병신.
 
 
90
11일 정유.
 
 
91
본부에서 思雲과 愼懼堂을 불러 말하기를,
 
92
“근래에 공들이 위병의 말을 준수하지 않고 규칙을 어기는 일이 많으니 무슨 이유입니까?”
 
93
라고 하므로, 思雲이 말하였다.
 
94
“우리가 섬에 들어온 이후로 부대 내의 말은 대의(大義)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모두 따랐으니 이는 부대 내의 모든 사람이 아는 바이오. 위병이 한 말에 있어서는 따를 만한 것은 따르고 따를 수 없는 것은 따르지 않았으며, 또 근래 이후로 별도로 따라야 하거나 따르지 말아야 할 일이 없었는데 또다시 이런 말이 있으니 이 무슨 말이오?”
 
95
“위병에게 들으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하니 조심해서 행동하도록 하십시오.”
 
96
“위병에게 들었다는 말은 무슨 말이며, 병사는 어떤 병사인가? 그 병사를 불러 그 말을 다시 하게 하면 내 마땅히 그에게 질의하겠소.”
 
97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반드시 질의할 것까지는 없소.”
 
98
“이처럼 세세한 일로 사람을 이렇게 대하니 이 무슨 불경이오!”
 
99
“그만 둡시다.”
 
100
그리고 물러갔다고 한다.
 
 
101
12일 무술.
 
 
102
思雲이, 통역과 寺尾가 말하는 지난날 집이 불탄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르기를,
 
103
“큰 불이 났다 하더라도 부대 내의 것이 아니면 병사들이 부대 밖을 나가 민간의 화재를 구제하진 않는다. 다만 백성들이 재난을 구조해 달라는 뜻을 부대에 요청해야 만이 그때 비로소 병사들을 내어 구제한다. 그러나 구제를 요청하지 않으면 나가서 구제하는 법이 없다.”
 
104
고 하였다. 내가 이르기를,
 
105
“무슨 말인가! 불이 났는데도 구제하지 않는다면 이는 원수로 여기는 것이다. 만일 병사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큰 불이 났는데도 이를 구제하지 않는다면 백성들로 하여금 서로 권장하는 도리가 아닐 것이다.”
 
106
고 하자, 思雲이 말하기를,
 
107
“일본의 법은 軍部와 警部로 나뉘는데 군부는 군무만을 관리하고 민사는 관여하지 않으며 경부는 민사만 관여하고 군무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시급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구원요청을 기다리고 나서 구원을 하고 요청하지 않으면 구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8
라고 하자, 말하기를,
 
109
“옛날에는 이웃나라에 수재나 화재가 있을 때 서로 위로하는 우의가 있었다. 이웃나라끼리도 이럴진대 하물며 같은 이웃에 있어서랴.”
 
110
라고 하자, 말하기를
 
111
“저들 나라의 법은 軍部와 警部가 다르므로 비록 이와 같은 규칙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실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경부는 민사의 이해에 대해 모두 세심히 살피고 있으며 화재가 있으면 경부의 순검 등이 불을 무릅쓰고 위급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를 자기 일처럼 한다.”
 
112
라고 하므로, 말하기를
 
113
“저들 법의 규칙은 의당 부합될 만한 단서가 있겠지만, 나는 알 수 없는 바이다.”
 
114
라고 하였다.
 
 
115
13일 기해.
 
 
116
통역이 말하기를,
 
117
“어제 부관의 말을 들으니 石田이 머지않아 음식을 제공하는 임무를 그만 둘 것입니다.”
 
118
라고 하였다.
 
119
필담으로 寺尾에게 묻기를,
 
120
“대마도에도 볼 만한 고서가 있는가?”
 
121
라고 하니, 말하기를,
 
122
“우리 집에는 특별히 볼 만한 책이 없고 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약간의 책자가 있습니다. 이 친구에게 구하면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에게 또 다른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집안의 서적이 대마도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 사람에게 구하면 볼 만한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의 책은 제 친구의 입을 빌려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지금 병으로 입원해서 그 집을 나오지 않은 지가 이미 여러 날이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일이 지난다면 반드시 집을 나올 것이니 이 친구의 힘을 빌린다면 그 친구의 서적을 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며칠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123
라고 하므로, 말하기를,
 
124
“그렇게 된다면 매우 좋겠다.”
 
125
고 하였다.
 
 
126
14일 경자.
 
 
127
통역이 세 권의 책을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128
“이것은 지난날 어떤 사람이 공들에게 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129
라고 하였다. 제목을 살펴보니 「文章軌範校本」이었다. 열어서 펼쳐보니 당송시대의 문장을 싣고 있는 책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八子百選」과 같은 것이었다. 그 중에 諸葛武侯의 「出師表」와 胡澹庵의 「上高宗奉事」와 陶淵明의 「歸去來辭」 등이 더 실려 있었다. 이역에서의 진귀한 책을 기이하게 여기며 그 사람의 성명을 물으니 성은 倉掛이고 이름은 小三朗이라 하였다. 제갈무후, 도연명, 호담암의 글을 왼쪽에 베껴 기록해서 이따금 보는 자료로 삼았다. 思雲이 통역에게 이르기를
 
130
“倉掛라는 사람이 이 책을 팔 뜻이 없는가? 만일 판다면 내가 사고 싶다.”
 
131
고 하니, 말하기를,
 
132
“알 수 없습니다. 물어보겠습니다.”
 
133
라고 하고서 본부를 나가 시간이 흐른 뒤 돌아와 말하기를,
 
134
“思雲의 의사로 倉掛에게 물었더니 ‘한국 사람이 이 책을 사려는 것은 반드시 스스로 사랑한 때문일 것이다. 내 어찌 괴로움에 얽매어 고달픔 속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나를 대신해 사람에게 알리기를 돈은 내가 받지 않을 것이고 책은 영원히 책 상자에 넣어두고 시간을 보내는 자료로 삼을 것이며 다시는 돌려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135
라고 하였다. 思雲이 말하기를,
 
136
“해외에서 얻기 어려운 물건을 이처럼 허락해 주어 괴로움 속에서 보게 된다면 천금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바라건대 나를 대신해 倉掛에게 사례를 표해 달라.”
 
137
고 하니, 통역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138
15일 신축.
 
 
139
靜觀亭이 절구 한 수를 지어 세 개의 ‘人’ 자를 중첩해 사용해서 운을 만들었다. 내가 그 시에 화답하여 말하였다.
 
 
140
海上遙戀湖上人  海上에서 멀리 湖上의 사람을 그리노니
141
湖中應憶海中人  湖中에서도 응당 海中의 사람을 그리워하리라
142
淸宵惟有天邊月  맑은 밤 하늘가에 달만 떠 있어서
143
爲我相思照兩人  우리 그리는 사람을 위해 두 사람을 비추리라
 
 
144
靜觀亭의 시는 다음과 같다.
 
 
145
去年此日別故人  지난해 이날 친구를 이별하였는데
146
今年此日憶故人  올해 이날은 친구를 그리워하네
147
況是寒梅春又至  더구나 寒梅 핀 봄이 또다시 이르렀으니
148
旅窓俱是斷膓人  나그네의 창엔 모두가 애끊는 사람들이로다
 
 
149
○ 오후에 주번 소대장이 감금실로 들어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했는데 때마침 병정이 와서 그 옆에 서 있자 잠시 주저하고서는 나갔다.
 
150
思雲의 시는 다음과 같다.
 
 
151
客裏遠思故國人  객지 중에 멀리 고국 사람을 생각하노니
152
八人安作未歸人  여덟 사람은 어찌하여 돌아가지 못한 신세가 되었는가
153
惟時歸雁向西叫  오직 돌아가는 기러기만이 서쪽을 향해 울어대어
154
故寄尺書憑故人  짐짓 편지를 부쳐 친구를 의지하노라
 
 
155
眉湖의 시는 다음과 같다.
 
 
156
萬里春風七八人  만 리 춘풍에 여닐곱 사람이
157
去年今日去留人  지난해 오늘에 떠나고 머문 사람 되었네
158
四時惟有庭前竹  사계절 변함없는 뜰 앞의 대
159
閒趣故疑是故人  한적한 뜻은 짐짓 친구인가 싶네
 
 
160
16일 임인.
 
 
161
고용인 寺尾가 근래에 손자를 낳은 경사가 있어 나에게 한 마디를 요청하기에 두 수의 오언절구를 지어주었다.
 
 
162
落地呱呱日  땅에 떨어지며 울어대던 날
163
英馨厥貌先  모습 앞에 꽃다운 향기가 울려 퍼졌다
164
文章餘事業  문장은 나머지 사업일 뿐일지니
165
誰知是謫仙  누가 謫仙임을 알겠는가
166
天上玉麒麟  천상의 옥기린이 내려와
167
降生寺裏春  절 안의 봄 속에 태어났다
168
厥祖多淸福  그 할아버지 淸福이 많아
169
晩懷不世珍  만년에 세상에 흔치 않은 보물을 얻었도다
 
 
170
오후에 靜觀亭 伯氏의 편지가 왔다. 특별히 들을 만한 내용으로 ‘비와 이슬이 국경 밖에는 내리지 않겠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사면이 있지 않겠다는 말인 듯하였다.
 
 
171
17일 계묘.
 
 
172
맑았다. 본대에서 寺尾로 하여금 우리들의 옷을 빨게 하라 해서 가져갔다.
 
 
173
18일 갑진.
 
 
174
통역이 말하기를,
 
175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해 조금 피곤합니다.”
 
176
라고 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177
“무슨 일 때문에 자지 못했는가?”
 
178
라고 하니, 말하기를,
 
179
“嚴原에 지난번 실화가 있은 뒤에 또다시 뜻하지 않은 화재가 있다 하므로 매일 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야경을 돌며 화재에 대비하는데, 하룻밤에 네 집을 돌아다닙니다. 어젯밤 순찰은 내가 담당자 중 하나여서 잠을 자지 못하였습니다.”
 
180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181
“어떻게 나지 않은 불을 미리 알고서 예방할 수 있겠는가?”
 
182
라고 말하니, 통역이 말하기를,
 
183
“지난번 실화가 있던 밤에 특별히 바람이 크게 분 일도 없어서 당연히 바람이 불을 돕거나 불이 바람을 타는 형세는 없을 것인데도 마치 신이 그렇게 하도록 하듯 하였습니다. 불이 나는 밤에 바람도 없는 불이 별안간 공중을 날아다니며 이 집을 건너뛰어 저 집을 태우고 동쪽 집을 건너 뛰어 서쪽 집을 태우는 것이 마치 그 집을 미워하여 화재를 일으키고 그 사람을 좋아하여 화재를 일으키지 않은 듯 한결같지 않은 불타는 형상을 보였으니, 귀신이 그렇게 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그날 화재를 구제하는 사람이 밤에 바람이 없는 것을 보고서 그 집은 개천 멀리에 있어서 서로가 우리 집은 먼 곳에 있으므로 불날 염려가 없어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는데, 화재를 구원할 때쯤 불이 시내를 넘어가 우려하지 않았던 사람의 집까지 많이 태워버렸으니 이것이 귀신이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화재가 이처럼 괴이한 것을 보고서 갖가지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지난번 실화가 일어나기 전 꿈속에 八幡宮 神社로 들어갔는데 신이 나타나 嚴原에 머지않아 화재가 있을 것이라고 하기에, 꿈에서 깨고서는 황홀하여 감히 이 일을 말하지 않았는데, 이제 과연 꿈처럼 일이 벌어졌다.’고 하였습니다. 실화가 있은 뒤 또다시 신사로부터 어두운 밤중을 향해 말이 들려왔는데, 또다시 화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가운데 더러 이 소리를 들은 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불이 일상적이지 않아 혹시 우려스러운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당번을 바꿔가며 예비하는 것입니다.”
 
184
라고 하였다. 말하기를,
 
185
“이상한 일이다. 이를 책으로 기록하여 후일에 결과의 증거로 삼겠다.”
 
186
고 하였다.
 
 
187
19일 을사.
 
 
188
오후에 통역이 대대로부터 돌아와 말하기를,
 
189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또 공들이 밖으로 나와 운동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대대로부터 허가를 받아 왔으니 잠시 嚴原 시내로 나가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90
라고 하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통역과 병사 셋과 함께 嚴原 거리로 나가 지난날 불에 탄 곳을 찾아가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바야흐로 가옥 등을 새로 짓고 있는 중이었다. 바닷가 나루에 이르러 남쪽을 바라보니 바다는 끝없이 푸르렀고 다만 어선과 상선이 안개 낀 물결 사이에 돛을 걸기도 하고 바닷가 머리에 닻을 풀기도 하였다. 물가에서 잠시 머물렀는데 나라를 떠나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八幡宮으로 돌아와 보니 軒廳에 遼陽戰과 樺太戰의 사진판이 걸려 있었는데, 모두 일본과 러시아가 서로 싸우는 것으로서 또한 볼 만한 것이었다. 문을 나가 石橋에 이르자 통역은 僑次를 향해 갔고 우리는 병정을 따라 감금실로 돌아왔다. 그때 학교의 학도 4-5명, 또는 7-8명이 나이는 17-8세였다. 모두 군대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사람마다 걸망을 지고 있었다. 열 한두 살 먹은 애들은 모두 해당 복장을 입고 또한 걸망을 지고 있었다. 저들 군대의 옷을 입은 자들은 아마도 군대에 들어갈 나이가 가까워 미리 학교에서 군사와 관련된 일을 익히는 것으로 보였다. 해당 복장을 입은 아이들은 나이가 아직 어리므로 그렇지 않았다. 四韻詩를 지어 읊었다.
 
 
191
是路今年第一遊  올해의 이 길은 첫 번째 일이니
192
只緣滌鬱少風流  다만 답답하여 부족한 풍류를 씻기 위함이다
193
嗟我行裝來別地  아, 나의 행장은 별도의 곳으로 왔는데
194
憐渠舊業寓荒邱  저 옛날 별장은 거친 언덕에 기탁되어 있구나
 
 
195
島主의 옛 터는 西山 아래에 있다.
 
 
196
萬樹連雲依北壑  온갖 나무는 구름과 이어져 북쪽 골짜기에 기대어 있고
197
一川挾屋向南洲  한줄기 냇물은 집을 끼고서 남쪽 물가를 향하여 흐른다
198
故鄕此去三千里  고향은 이로부터 삼천 리나 되니
199
窮日滄波也自愁  종일 푸른 물결 위에 스스로 시름에 겹다
 
 
200
思雲의 시는 다음과 같다.
 
 
201
借得新年又一遊  신년에 또다시 한번의 노는 것을 얻었으니
202
出門西向逐川流  문밖을 나가 서쪽 시냇물을 따라 걸어가노라
203
小泉春到因消凍  작은 샘물엔 봄이 와 얼음이 풀리고
204
古基人無便作邱  옛 터엔 사람이 없어 문득 언덕이 되어버렸다
205
斜風客屐靑山路  비껴 부는 바람에 나그네는 청산의 길을 가고
206
暮日漁舟白鷺洲  석양의 고깃배는 백로의 물가로 다가온다.
207
誰識此時望故國  누가 지금 고국을 바라봄을 알까.
208
歸雲滄海倍生愁  바다 위로 돌아가는 구름 수심은 갑절이나 더 생긴다.
 
 
209
眉湖의 시는 다음과 같다.
 
 
210
半日敍情暇日遊  반나절 정을 펼치는 틈을 얻어 노니니
211
短笻不覺是風流  짧은 지팡이는 그것이 풍류인 줄도 모른다
212
蚕樓猶感三年地  蚕樓에는 오직 3년의 땅임을 느끼고
213
神社專依萬樹邱  神社에는 오로지 온갖 나무 푸른 언덕에 기대어 있다
214
俄伴樵娥驅馬路  조금 전엔 땔나무 하는 아낙네와 함께 길을 달리다가
215
更從漁客洗魚洲  다시금 어부를 따라 고기 씻는 물가로 간다
216
夕煙影裏歸帆速  저녁 연기 그림자 속에 돌아오는 뱃길은 빠르나니
217
其奈轉深故國愁  갈수록 깊어지는 고국의 시름을 어찌할까
 
 
218
愼懼堂의 시는 다음과 같다.
 
 
219
和風暖日做閒遊  화사한 바람 따뜻한 날씨에 한적한 놀이를 하여
220
短策空隨小瀆流  짧은 지팡이 짚고 부질없이 작은 시냇가를 따라간다
221
地化雲光聳白嶽  땅은 구름 빛과 동화되어 흰 산악 위로 솟고
222
海涵春色接靑邱  바다는 봄빛을 머금어 靑邱와 인접해 있다
223
一聲牧笛來新界  목동의 피리 소리 새로운 경계로 들려오고
224
數曲漁家出遠洲  두세 곡 어부의 노래는 먼 물가에서 나온다
225
若使睡翁生此世  만일 睡翁251)이 이 세상에 태어나신다면
226
寬容說盡赤心愁  마음 속 수심을 모두 이야기하시리라
 
 
227
眉湖가 또 다시 운을 부쳐 읊은 시가 있었으므로 그 시에 화답하였다.
 
 
228
觸景繁華桃李春  부닥치는 경치마다 화려한 복사꽃 오얏꽃 핀 봄
229
景光無限一時新  한없는 경광이 한 순간 새롭구나
230
鐵籠養免非渠性  철장 안에 기르는 토끼는 본성이 아닐 것이나
231
粉堞栽梅是可人  흰 성가퀴에 심은 매화는 사람에게 괜찮다
232
烟蘸茶樓浮翠馥  연기 잠긴 茶樓엔 푸른 향기 떠 오고
233
風薦漁戶動腥塵  바람 부는 고기 파는 집엔 비린내가 풍겨온다
234
譯官言旋時猶晩  역관이 돌아가자고 말할 때 시간은 이미 늦어가고
235
警備營深屬一隣  경비영 깊은 곳을 한 마을에 부쳤다
 
 
236
眉湖의 시는 다음과 같다.
 
 
237
遊笻又是遠方春  지팡이 짚고 나서는 곳은 먼 타국의 봄이거니
238
曲曲心懷步步新  굽이굽이 회포 안고 걷는 걸음 새롭구나
239
荒落市村前夜火  荒落한 마을은 지난밤의 불 때문이고
240
丹靑畵鏡昔年塵  단청의 그림 거울은 지난해의 먼지 끼었다
241
烟消日暖粧梅路  노을 사라지고 날씨 따뜻한 매화 치장한 길이요
242
海闊天長望國人  바다는 넓고 하늘은 먼데 고국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243
惟有漁歌如解意  오직 어부의 노래만이 그 마음 아는 듯하여
244
夕陽歸路暫爲隣  석양 돌아가는 길에 잠시나마 이웃하는구나
 
 
245
愼懼堂의 시는 다음과 같다.
 
 
246
强出營門賞早春  營門을 벗어나 이른 봄 감상하니
247
一島風光滿目新  온 섬의 풍광은 눈에 가득하여 새롭구나.
248
少女依墻僑畵月  어린 소녀는 담장에 기대어 아리땁기 달 그림 같고
249
群兒爭道亂生塵  아이들 앞 다투어 달리자 먼지가 어지러이 일어난다.
250
籠前莫看籠中兎  우리 앞에서 우리 속 토끼를 보지 말지어다.
251
海外誰憐海內人  바다 밖에서 그 누가 바다 안 사람을 가련해할까.
252
斜陽客散歸停所  석양에 객들은 흩어져 머물 곳으로 돌아오니
253
園竹庭松是我隣  동산의 대나무 뜨락의 소나무만이 나의 이웃이로다.
 
 
254
思雲의 시는 다음과 같다.
 
 
255
六花春去百花春  六花(눈)의 봄이 가고 百花(온갖 꽃)의 봄이 오니
256
海外景光花裏新  바다 밖 경광이 꽃 속에 새롭구나.
257
梅送暗香添宿雨  매화는 은밀한 향기를 보내오며 묵은 비가 더해지고
258
溪消殘氷絶纖塵  시내는 남은 얼음 녹이며 가는 먼지마저 끊어졌다.
259
寺古應知多道士  절은 옛 것이어서 응당 도사들이 많을 테고
260
島貧均是伴漁人  섬은 가난하여 모두가 고기 잡는 이들이다.
261
已而夕照歸來晩  어느덧 석양이 지고 돌아오는 길은 늦어가니
262
數點靑烟四五隣  몇 점 푸른 연기가 너덧 집에 끼어있다.
 
 
263
20일 병오.
 
 
264
21일 정미.
 
 
265
통역이 밖으로부터 매화 두세 가지를 꺾어와 유리병에 꽂고서 말하기를,
 
266
“이 꽃은 사랑함직하며 그 향기가 좋으니 공 등이 완상하기에 적당할 것입니다.”
 
267
고 하므로,
 
268
“그렇겠다. 우리를 위해서 찾아왔는데 어찌 한 마디 말이 없을 수 있겠는가.”
 
269
라고 하고서 ‘問梅花梅花答’이라는 칠언절구 한 수를 각기 지어 이를 기록하였다.後集에 있다.
 
 
270
22일 무신.
 
 
271
우리들이 이 섬에 들어왔는데 작년 2월 이후로 부대 안에서 우리들에게 말하기를,
 
272
“오랫동안 답답하게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 어찌 울적한 마음이 없겠습니까? 한 달에 한두 차례씩 밖에 나가 회포를 풀어도 됩니다.”
 
273
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매월 한두 차례 또는 서너 차례 4-5리쯤 떨어진 가까운 곳의 정자나 누대가 있는 곳에서 바람을 쐬었다. 사찰이 있기도 하고 언덕과 동산이 볼 만한 곳이 있어서 모두 눈을 붙일 만 했지만 시인들의 글귀가 걸려있는 것은 보기 드물었으니, 이는 함께 놀 만한 자들이 그 안에 관계되는 일이 없어서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를 애석해 하며 새롭게 ‘嚴原八景’이라 하여 각각 칠언절구 한 수를 읊고서 후인들이 이를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하였다. 첫번째는 龜岩暮潮, 두번째는 寂庵寂照庵曉鐘, 세번째는 松院萬松院金盤, 네번째는 幡宮八幡宮石門, 다섯번째는 岐島歸帆一岐島, 여섯번째는 河濱漁笛河湏濱, 일곱번째는 白嶽落照白嶽照, 여덟번째는 有明山瀑布이다. 寺尾에게 들으니 명산에는 폭포가 없다고 하였다. 비록 폭포가 없지만 이미 그 의미를 읊었다면 지은 의도에 해될 것이 없으므로 이를 기록한다.
 
 
274
23일 기유.
 
 
275
통역이 말하기를,
 
276
“올해 4월에 헌법 발포의 의식이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277
라고 하였다. 말하기를,
 
278
“무슨 말인가?”
 
279
라고 하니, 말하기를,
 
280
“한국의 옛 제도를 바꾸어 개화의 새로운 법을 쓰는 것입니다. 헌법을 발포하는 날에 크게 사면하는 은정이 있을 것이라 합니다.”
 
281
라고 하였다. 일본 明治 5년에 처음 개화의 새로운 법을 사용하여 미국에게 절제를 받은 때와 헌법을 발포하는 날에는 국내의 죄인들은 경중을 막론하고 모두 석방의 은혜를 입었다.
 
 
282
24일 경술.
 
 
283
25일 신해.
 
 
284
통역이 말하기를,
 
285
“음력 2월 8일 양력 3월 10일은 嚴原에 장관이 펼쳐질 것입니다.”
 
286
라고 하므로,
 
287
“무슨 말이오?”
 
288
라고 하니, 말하기를,
 
289
“이 날은 곧 일본 명치 37년에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했던 시기입니다. 그 성대한 연회는 작년보다도 갑절이 더하며 경비대의 병정 역시 사적으로 싸우는 연습을 크게 시행한다고 하니 장관이라고 말할 만합니다.”
 
290
라고 하여, 말하기를,
 
291
“그렇겠소.”
 
292
하니, 말하였다.
 
293
“어제 본대로 들어가니 부관이 말하기를 ‘이날 한국 사람에게 술을 준다고 했는데 혹시 술주정하는 이는 없는가?’라고 하여, 내가 말하기를 ‘비록 한 말의 술을 준다 하더라도 지나친 양이 되지 않습니다. 설령 취한다 하더라도 결코 술주정을 하여 남의 웃음을 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부관이 말하기를 ‘만일 그렇지 않다면 川上이 어찌하겠는가?’라고 하므로, 내가 대답하기를 ‘내가 한 말과 같지 않게 되면 내가 마땅히 그 벌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하니 부관이 말하기를 ‘좋다’고 했습니다.”
 
 
294
26일 임자.
 
 
295
통역 및 세 사람의 병사와 함께 밖을 나가 光淸寺에 이르렀는데 매우 정결했으며 불상은 휘황찬란하였고 그림은 살아있는 듯하였다. 가는 길에 島雄莊介의 처를 만났는데 나에게 과자 한 함을 주어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으나 뜻대로 되지 못해 받고 돌아와 四韻을 읊었다. 또 ‘光淸寺卽景’ 사운을 읊었다.
 
 
296
27일 계축.
 
 
297
28일 갑인.
 
 
298
중대장 山田이 찾아와 思雲에게 이르기를
 
299
“근래 아픈 사람이 없습니까?”
 
300
라고 하므로, 말하기를,
 
301
“없습니다.”
 
302
라고 하니, 말하기를,
 
303
“입고 있는 의복에 더러운 부분이 많으니, 寺尾가 빤 옷이 오면 즉시 갈아입고서 몸에 더러운 일이 없게 하십시오.”
 
304
라고 하였다. 또 이불 등을 살펴보고 화롯불을 조심하라고 부탁하였다. 또 말하기를,
 
305
“이곳에서 어떻게 소일합니까?”
 
306
라고 하므로, 말하기를,
 
307
“옛 책만 읽을 뿐입니다.”
 
308
라고 하였다. 山田이 물러갔다. 이 날은 眉湖의 생신이다. 절구 한 수를 지어 무료한 정이나마 나타내었다.
 
 
309
嚴原館裏又逢春  嚴原館 안에서 또 다시 봄을 만나니
310
爲惜佳辰白髮新  좋은 계절에 백발만 새로워짐을 애석해하노라.
311
欠賀一樽稱壽酒  한 동이 술로 獻壽의 잔 올리기에 부족하거니
312
祗將詩句屬芳隣  다만 詩句로써 아름다운 이웃에게 부탁할 뿐이로다.’
 
 
 
313
29일 을묘.
 
 
314
30일 병진.
 
 
315
이 누각의 남쪽은 많은 나무들이 꽉 들어차서 때때로 꾀꼬리가 울어대기도 하므로 잠시 절구 한 수를 지었다.
 
 
316
樓南樹色翠連空  누각 남쪽의 나무 빛은 푸르게 하늘까지 이어졌거늘
317
近聽黃鶯送晩風  근래에 꾀꼬리소리 저물녘 바람에 보내는 것을 들어보노라.
318
弄過簧舌春山去  생황을 불며 봄 산을 지나가니
319
百鳥驚飛亂夢中  온갖 새들 어지러운 꿈속에서 놀라 날아가는구나.
 
 

 
320
각주)
 
321
248)  옛 사람들은 冬至의 시각을 알기 위하여 밀폐된 방에서 갈대의 속 얇은 막을 태운 재를 갈대의 통속에 넣고 세워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동지의 시각에 재가 살짝 올라오는데, 그 때가 지구가 북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남으로 기우는 시각이라 하여 동지의 시각을 알았다고 한다. 동지가 지나면 해가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여 새해라고 하였다.(「事文類聚」 前集 冬至條)
322
249)  남방의 초나라 사람이 쓰는 관으로, 포로를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韓服을 입은 포로라는 말이다.
323
250)  1907년 12월 29일의 일기가 追記된 것이다.
324
251)  睡隱 姜沆(1567~1618)을 말하는 듯하다. 정유재란 때 왜적에게 잡혀가서 성리학을 전수하고 돌아왔다.
【원문】마도일기(馬島日記) (19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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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도일기 (1908년) [제목]
 
◈ 참조
  19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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