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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
◇ 장님끼리의 비밀(秘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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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11
채만식
1
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2
2. 장님끼리의 비밀(秘密)
 
 
3
소진이 이윽고 마음을 진정했을 때다.
 
4
“소진언니 미워!”
 
5
뜰아랫방 패들더러 실컷 악담을 해쌓던 남수가 엔간치 너끔했다가는 소진한테 이번엔 지덕을 부리던 것이다.
 
6
소진은 돌려다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려, 이리로 오라고 부른다.
 
7
남수는 우정 처뜨렸던 볼때기를 벌쭉 웃으면서 내려오더니 소진의 어깨에 깍지손을 걸고 매달린다.
 
8
“말려 주지두 않구, 구경만 하구 있구!…… 미워!”
 
9
“어머니한테 맞는 매두 아픈가?”
 
10
어린 사람을 어르는 셈으로 하는 소리지만, 소진으로서는 일변 뜻 곡진한 말이기도 했다.
 
11
“어이구 언니두! 매믄 매지 안 아픈 맨 어딨어!…… 좀 바요, 자아……”
 
12
엄살스럽게 그 퉁퉁한 다리를 쳐들어 무종아리를 배틀고 보이는데 빨갛게 자국이 불켜올랐다.
 
13
“……이거 안 아파?…… 오후꾸로 아주 딱정떼야!……”
 
14
그러면서 연방 안방께를 돌려다보면서……
 
15
“……아주 전 딱정떼 마나님야!”
 
16
“안 말려 준 대신, 내 그럼……”
 
17
소진은 남수의 저 하는 양을 빙그레 보고 있다가 푸뜩 생각이 나서……
 
18
“……무어 한탁 하지?”
 
19
아이가 하는 짓이 밉지가 않고, 둥싯둥싯 구성지게 노는 양이 언제나 귀여웠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단지 귀여움에 그치지를 않고, 나아가서 그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고 한 것은 어머니의 사랑 하나에 목 맺힌 소진으로 작히 남이라도 아무고 여러 사람을 사랑하며, 그와 친하여 그의 사랑을 받으며 하고 싶은 정의 소치일 것이다.
 
20
남수는 펄쩍 뛰면서 좋아한다.
 
21
“무어? 아이스크림?”
 
22
“두 먹구, 또오 영화 구경두……”
 
23
“부라보오!…… 그렇지만, 일요일이구 날이 좋구 하니깐 창경원이 좋잖아?”
 
24
“너무 시끄럽잖아?…… 쯧! 남술 위해 가는 거니깐, 그럼 남수 가구픈 데로……”
 
25
“오라잇! 그럼 창경원 가아, 응?”
 
26
“응.”
 
27
“응…… 인제 곧 오정 되니깐 즘심 먹구우?”
 
28
“나가다가 어디 들러서 안 먹구? 화신이나 또오……”
 
29
“하주! 마구 호화판이게…… 매두 더런 맞을 만해애! 하하하.”
 
30
“그렇게두 좋아?”
 
31
“하! 좋기만? 가만 있수, 언니…… 햄, 해앰…… 어쩐 말야, 좀 뻐게예지 햄……”
 
32
남수는 어깻짓 팔짓 커다랗게 뽐내면서 뜰아래웃방으로 쫓아가더니, 윤달도 같이서 셋이 모로 세로 질펀히 드러누웠는 꼴을 들여다보고는, 더욱 의기양양하여 우선……
 
33
“흥! 겨울 난 자반비웃 같구려? 앞 구멍가겟집……”
 
34
“끄은히 까부는 게 맬 좀 더얼 맞은 게다!”
 
35
윤달이 먼저 대꾸를 하고, 그러자 두식이 소리를 버럭, 후닥닥 뛰쳐 일어나 사팔눈을 부라리면서……
 
36
“작작 까불구, 인전 즘심이나 가져와! 정말 시집 못갈 양으로……”
 
37
“하아! 이 백성, 인제 보니깐 경끼두 있군?…… 근데 말야, 본인이 지금 출입을 하시게 돼서 즘심은 줄 수 없으니 그리 알란 말야. 근데 말야, 그 출입이 어떠한 출입이냐 하면 말야, 소진언니가 말야, 본인을 데리구 나가서 썩 호화판으루 한턱을 쓸 테란 말이란 말야.…… 즘심에…… 아이스크림에, 창경원에…… 자아, 감상이 어때? 자반비웃 제군, 감상이 어떠냔 말야?”
 
38
이 좋은 날을 놀러나가지도 못하고, 놀러나갈 밑천은커녕 담배조차 못피우고, 그야말로 겨울 난 자반비웃처럼 하숙집의 어둔 방구석에서 굼싯거리고 있는 세 사람에게는 과연 어금니에서 신침이 솟을 만큼 구미가 당기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물며 그들의 제각기, 마음속의 여왕인 소진과 동반인데야……
 
39
두식은 그래서 얼른 고지식하게
 
40
“거, 정말야?”
 
41
하고 딱지를 떼듯 달가와하는데, 그러나 윤달은 반대로 입을 삐죽……
 
42
“걸 무슨 자랑이라구 저다지 떠버려댈꾸?”
 
43
속은 다 당기면서도 기를 앗일까봐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 드는게 역시 윤달의 그 사람다운 구석이었었다.
 
44
“흥! 그 담을 좀 들어바요!…… 그게 내력이 웬 거냐 하면 말야. 자반비웃 제군이 본인을 놀려줘서, 대접을 깨뜨려서, 우리 딱정떼 마니님한테 맬 맞어서, 응? 그래서 그 위로루다가 소진언니가 한탁을 쓰는거란 그 말야! 자아, 어때? 속이 약간 좀 상헐걸?”
 
45
“거, 그렇다면 우릴 괄센 못하지!…… 이거 바요 남수?”
 
46
두식이 문턱 앞으로 조촘조촘 다가앉으면서 슬슬 구슬리자고 든다.
 
47
“사팔뚜기 애교 암만 피워두 머어 이쁠 거 없어!”
 
48
“아냐, 그리지 말구…… 자아 남수가 그런 호강을 하게 된 것이, 처억 춘추필법으루 말을 하자면, 그게 결국 우리 덕이어든! 그러니깐 응 우리두 어떻게 좀, 응?”
 
49
“에구 이 넉살!”
 
50
맨 아랫목에서 여태 아무 소리도 않고 누웠던 도영이 끙하고 일어나더니 책상 위를 둘레 둘러본다.
 
51
“면도가 어딜 갔나? 영양들 시종무관으루 따라스자면 수염은 좀 깎아야지?”
 
52
“어딜 따라와? 괜히 개쫓는 몽둥일 안 가지구 가나바라!”
 
53
“하아따 그 제엔장!……”
 
54
두식이 이렇게 한번 쇠고는 끼웃끼웃 마당을 내다보면서……
 
55
“……난 그럼 즉접 담판을 할걸?”
 
56
“흥! 누가 말래?…… 아따 소진언니?”
 
57
소진은 벌써 다 듣고 앉아서 웃기만 한다.
 
58
“아, 이 너줄한 물건짝들이, 시방 우릴 따라올 양으루 이런다우?”
 
59
“아, 저, 그런 게 아니라……”
 
60
두식이 소진더러 수작을 건다는 게, 오갈이 들어가지곤, 손이 연방 뒤통수를 만지면서, 떠듬떠듬……
 
61
“……그런 게 아니라, 저……”
 
62
“아따, 안 된다구 그리우, 언니.”
 
63
“……저 거시키, 그런 성대한 초대에 저 거시키……”
 
64
“걸인잔치두, 하란 말야?”
 
65
“네라끼!…… 그런 게 아니라 저 거시키, 변변찮으나마 배빈으루, 좀 ……”
 
66
소진은 웃음이 터지려고 하는 것을, 입을 오믈뜨리고, 남수만 연해 치어다 보곤 하다가 비로소……
 
67
“같이들 가시죠!”
 
68
“네? 정말입니까?”
 
69
두식이 와락 앞으로 몸을 쏫트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그러자 도영이 그의 엉덩짝을 발길로 툭 걷어찬다.
 
70
“이 작자야, 정말입니깐 뭐야? 무례하게…… 야시장이더냐?”
 
71
“오오, 참! 아, 참, 말씀이 잘못됐읍니다, 흐흐흐…… 감사합니다!”
 
72
남수는 나갈 채비를 차리러 건넌방으로 올라가는 소진의 뒤를 따라, 저도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연해 불평이다.
 
73
“언니두 아주 악취미야! 저 부랑당팰 데리구 어딜 가우?”
 
74
“번화해 좋잖아?”
 
75
“시끄런 거 싫여하믄서!”
 
76
“더런 좀……”
 
77
“시끄러두 이만저만한가, 머!…… 생철동일 주욱 차구 나왔다구 애들이 따라다닐걸!”
 
78
“입두 어디서!……”
 
79
“하하하!”
 
80
“처녀가 입이 그렇게 험해서 어떡허누? 정말 시집 못갈까바?”
 
81
말은 그러해도 소진은 탄을 하자는 게 아니라, 아직 어리면서 그의 굴진 풍자와 위트를 오히려 가상해하는 탄복이었었다.
 
82
뜰아랫방에서는 두식이 아랫목으로 숨어 서서 춤을 한바탕 덩실덩실 춘다.
 
83
춤을 추는 건 두식 하나지만, 비쌔던 윤달도 그리고 도영도 다같이 마음은 춤을 추고 싶게 날개가 돋치는 것 같았다.
 
84
윤달은 소진처럼 안존한 여자와, 그러니까 바로 소진과 결혼을 했으면 하고 있었다.
 
85
견습을 부지런히 공부하여 마치고 나면, 인제 오래지 않아 금융조합의 이사가 될 터, 그러고 나면 지위와 생활이 한가지로 자리가 잡힐터, 비로소 안해와 더불어 가정이라는 게 필요할 터, 하되 그 안해라는 여자는 화려하거나 건방지거나 게덕스러서는 못쓰고 되도록 수수하고, 점잔하고 안존해야할 터, 한데 소진이란 여자가 몸치장 같은 걸 약간 화려히 하는 흠이 없진 않으나, 점잔하고 안존한 품은 더 바랄 게 없고, 겸하여 불소한 재산이 딸렸다고 하고, 해서 차라리 마음 번뇌스럴 만큰 눈에 안기고, 가격은 과만할 만큼 충분했었다.
 
86
불가불 그와 결혼을 하고가 싶었고, 차차로 보아나느란즉 매양 저한테 유독 상냥히 구는, 오다가다간 매우 은근히 구는 색다른 눈치가 보였고, 하던 끝에 오늘 일은 결국 저에게 대하여 한 고패 더 발전된 향의의 표적으로서 (그렇더라도 다른 축들을 따돌릴 수는 없는 계제라) 여럿과 같이 놀러(데리고) 가 줄 것을 쾌히 응락했을시 분명한 것 같았다.
 
87
무던히 일은 잘 마음 먹은 대로 되어가는 게 번연하여, 그러니 속으로 좋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고.
 
88
두식은 소진과 연애를 부디 했으면 좋겠었다.
 
89
소진이 지나간 겨울 이 집으로 옮아오던 첫인상이, 영락없이 제가 기다리던 그 여자, 즉 마음에 임의로운 품이 진작부터 준비되었던 애인 그인 것만 같아 어떻게는 신기하고 즐거웠던지 모른다.
 
90
미상불 차차로 보아나느란즉, 매양 저한테 유독 상냥히 구는, 오다가다간 매우 은근히 구는 색다른 눈치가 보였고, 하던 끝에 오늘 일은 결국 저에게 대하여 한 고패 더 발전된 호의의 표적으로써(그렇더라도 다른 축들을 따돌릴 수는 없는 계제라) 여럿과 같이 놀러(데리고) 가 줄것을 쾌히 응락했을 시 분명한 것 같았다.
 
91
무던히 일은 잘 바라고 있던 대로 되어가는 게 번연하여, 그러니 춤을 출 수밖에 없던 것이고.
 
92
도영은 소진이 반드시 연애를 하리라 했었다. 그리고 물어보나마나 제가 소진이 연애할 그 사람이리라 했었다.
 
93
여자가, 오늘의 젊은 여성으로는 범백이 침울하고 정물적(靜物的)이어서 명랑치 못한 게 흠은 흠이라도, 그러나 연애와 사람은 다른 물건이니까, 쯧! 연애만은 받아주어도 무방하리라 했었다.
 
94
아닌게아니라, 차차로 보아 나느란즉, 매양 저한테 유독 상냥히 구는, 오다가다간 매우 은근히 구는 색다른 눈치가 보였고, 하던 끝에 오늘 일은 결국 저에게 대하여 한 고패 더 발전된 제스처의 표적으로서(그렇더라도 다른 축들을 따돌릴 수는 없는 계제라) 여럿과 같이 놀러(데리고)가 줄 것을 쾌히 응락했을시 분명한 것 같았다.
 
95
무던히 일은 잘, 짐작했던 대로 되어가는 게 번연하여, 그러니 속이 느긋할밖에 없던 것이고.
 
96
무릇들 이러했다.
 
97
물론 그들은 다 각기 저만의 비밀이었고, 일찌기 제 심경을 저편들에게 설파를 한 적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98
그러나, 그렇지만서도 그들은 저마다 나머지의 다른 둘을 두고서 혼자, 즉 윤달은 두식과 도영을, 두식은 윤달과 도영을, 도영은 윤달과 두식을 이렇게 서로가 서로들을, 흥! 인석들 네녀석들이 대단 염이 꿀안같은 모양일다마는, 괜히 대감은 여기 기신 양반 내시니라고, 속으로 시뻐하며 저만 자신하기를 마지않았었다.
 
99
해서, 말하자면 장님만 모여 장님잡기를 하고 있는 판국이랄 형용인데, 그도 역시 꿈 많은 젊음과 로만의 탓이거니 하면, 우습기보다는 오히려 가엾은 재롱일 것이다.
 
100
때 묻고 오그라붙은 칼라에다가 배배 꼬이는 인조견 넥타이를 가까스로 매고 난 두식은, 그 다음, 오뉴월 무엇처럼 축 처져가지고 벽에 가걸린 낡은 동복을 바라다보면서 한숨을 짓는다.
 
101
면도를 한다던 도영은, 그건 짐짓 하는 소리였고, 일어나서 교복을 내려입고 각모를 떼어 쓰고 한다.
 
102
“한두식의 저 고색 창연한 덕석이 오월의 거리를 사뭇 모욕을 할 테니 좀 딱하지 않나!”
 
103
“오월의 거린 둘째루, 훤한 소진양의 호살 유린할 테니 그게 걱정일 세마는…… 머어 자네두 그닥 말쑥하던 못허이!”
 
104
“내야 이걸루 영양의 시종은 말구 궁정연회에두 참예하질 않나?”
 
105
“인석, 둘러다댄긴! ……”
 
106
두식은 내키잖게 양복바지를 꿴다. 그게 구식의 기성복이 돼서 부렁구는 나팔처럼 벌었는데, 엉덩이는 방금 터질 듯 패앵팽하다.
 
107
“……거, 허긴 나두 학생복이나 채렸드라면 십상이겠다! 자네 하복있지?”
 
108
“입겠거든 맘대루 하게마는, 가짜 핵생으루 취체에 걸려서 유치장이나 가지 말게!”
 
109
“네라 인석, 재수 없다!…… 어디 들었나?”
 
110
“그놈 꾸려 들구, 마라손 선수루 채리구서 전당국에 가서 이레까에 해가지구 오게!”
 
111
“망할 녀석! 여보, 아랫방 장주사?”
 
112
샛벽으로 대고 부르는데 윤달이 말쑥한 춘복을 챙겨 입고 들어선다. 말쑥하다지만 두식이며 도영의 복장에 비해서지, 옛날 회사원 시절의 물림이라 별양 스마트한 스타일이나 천은 못된다. 그뿐더러, 사람 생김새가 천생 시골 사무원으로 생겨놔서, 말끔하니 때가 벗은 ‘아스팔트 활량’의 풍채랄 수는 없다.
 
113
“……혼자만 호살 할려우? 기왕이니 강주사 동복일랑 날 좀 빌리시우?”
 
114
“구리닝 준걸!”
 
115
“허어!……”
 
116
낙담을 하면서 양복 저고리를 꿰는데 소매 안이 해진 구멍으로 팔이 들어가서는 말썽을 부린다.
 
117
“……이놈의 제기헐 덕석, 거지나 집어가잖구!…… 강주사 그럼, 여름 양복을 빌리시려우.”
 
118
“하얀 린네르니 생각대루 하슈.”
 
119
“사사이!”
 
120
“이 작자야, 저 체격에 옷은 좋게 입언 뭘 하는 게야?”
 
121
도영이 지청구를 하던 것이다.
 
122
“인석아, 내 체격이 어때서?…… 눈이 좀 할끔하고, 등이 약간 굽구, 키가 얼마쯤 적구 해서 유감이지, 그 밖에야 참 호남아루 생겼지!”
 
123
“아무렴! 눈만 할끔하잖구 등만 꼿꼿하구, 키만 후리후리하구 했으면 백점째리 호남아지! 그게 소위, 성냥이 있었드라면 담뱃댈 빌려서 한대 피울텐데 담배가 없단 격이겠다?”
 
124
“팥이 있더라면 시루를 빌려다가 떡을 해먹을 텐데 남구가 없구?”
 
125
“그러나저러나, 돈이 모두들 한푼두 없어서 어떡허나!”
 
126
윤달이 아까부터 혼자서 생각생각 궁량을 하다못해 둘에게 걱정을 내던 것이다.
 
127
두식이나 도영도 역시 걱정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었다.
 
128
두식은 그러나, 없는 거야 목을 딴들 별수 없는 거라 해서
 
129
“나두 허너니 그 말이요마는 그러니 어떡허겠소?”
 
130
하고, 도영은 배포 유하게……
 
131
“초댈 했으니 쥔이 알아서 하겠지. 남녀가 교제하는데 반드시 남자가 돈을 쓰란 법이야 있나?”
 
132
“그래두 여보, 어디……”
 
133
“정 그렇거들랑 강주사가 돈을 좀 만들구려?”
 
134
“만들 도리가 있으면 걱정을 하나요?”
 
135
“거, 하복이 있다면서 좀 꾸리시우그려?”
 
136
두식이 한마디 쑤시는 소리고.
 
137
“전당을 잡혀가지구 유흥을 해욧?”
 
138
“유흥인가? 남아 대장부의 기개지!”
 
139
“전당 잡혀가지구 기갤 뽐내요?”
 
140
“목적이 좋은 바에야!”
 
141
“여보, 시끄럽소!”
 
142
윤달은 하기야, 전당이라도 잡혀가지고 여자에게 전비용을 쓰게 하는 마음 옹색스럼을 메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쓴 그 비용이 그렇게 되면 결국은 저 혼자의 부담이 되고 말게 억울해, 그럴 생각이 내키지 않았다.
 
143
“강주가, 여보?……”
 
144
도영이 한참 무엇을 생각하더니 정색을 해가지고 의논성 있이 수작이다.
 
145
“……거, 그렇잖은 일이 있소.”
 
146
“무엇이?”
 
147
“난 아직 서생이구, 이 한두식인 거진 줄야 천하가 다아 아니깐 소진 양두 그렇구나 하구서 허물을 않겠지만, 강주사야 어디 그렇소?”
 
148
“그러니 날더러 군자금을 마련해라?”
 
149
“점심이야 못이기는 체하구 얻어먹는대지만, 그래두 한 2,3원 준빌 했다가 전차삯이던지 창경원 입장권 같은 것두 처억척 사구, 또오 돌아 올 길엔 커피라두 한잔 내구, 그래야 할게 아니요? 그래야만 다아 저런 신사의 도리두 되구, 체면두 서구 응?”
 
150
“왜 시방, 연목골 나막신을 신기구 이래요?”
 
151
“아냐! 진정 그래요!”
 
152
“허긴 글쎄, 나두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지끔 불시루 전당을 잡히우? 어떡허우?”
 
153
“쥔어머니……”
 
154
“있을까?…… 내 그럼, 이따가 넌지시 물언 보지.”
 
155
약은 사람이 의뭉한 사람한테 판판 속아떨러지는 게 세상이다.
 
156
도영은 윤달을 꾀어 돈을 마련하게 했다가는, 십상 소진이 비용을 죄다 쓰거들랑, 돌아올 길에 그놈으로 저희끼리만 처져서 대포집이고 배갈 좋은 춘발원이고 가서, 그야말로 유흥을 하자는 계책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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