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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
◇ 직장(職場)에서 (속(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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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11
채만식
1
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2
7. 직장(職場)에서 (속(續))
 
 
3
두식은 막 지금 교정 한 가지를 부지런히 몰아치면서, 거진거진 다 마쳐가고 있다. 맨 끝엣 장에서도 몇 줄이 남지 않았다.
 
4
일에 이 만큼이나 열심히(단 빨리) 서둘기도 드문 노릇이었다. 진실로 소진한테 편지를 쓰기 위하여 시간을 얻어내자는 일념이던 것이다.
 
5
공장은 물론 언제나 다름이 없이 요란하다.
 
6
그러나 해변 가까이 사는 사람은 파도 소리가 심상하고, 촌농군은 거름 냄새가 구리질 않은 법이다. 마찬가지로 두식도, 한참 시방 정신 못 차리게시리 삼십여 대가 죄다 뒤어우러져서 제마다 왈그닥철그럭 한꺼번에 떠들어대는 인쇄기계들의 무지막지한 소음이나, 또는 시큼한 납의 악취 같은 것은 늘 찌든 신경이라, 교정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이상, 그저 그런둥만둥이요 아무렇지도 않지, 조금도 그는 시끄런 줄을 모른다. 오히려 공장 안이 조용하고 냄새도 맡아지지 않고 하면 귀와 코가 차라리 싱거울 지경일 것이다.
 
7
교정은 어떤 농업잡지의 과수 해충구제법이었었다.
 
8
“……물에 풀어서 충분히 용해를 식혀, 으응, 식혀 가지고……”
 
9
두식은 연해 줄달음질치듯 읽어내려가면서, 번연히 시켜로 고쳐야 할 식혀를 잠깐 더듬다가는, 에잇 고만두라고 그대로 지나쳐버린다.
 
10
무릇 교정이라는 것이 심히 무책임한 게 조선의 언문 출판의 맹랑한 풍습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방금 두식도 그처럼 의식적으로 교정을 함부로 해치우는 수가 없질 않고, 해도 별양 상관이 없는 것이다.
 
11
두식과 바투 나란히 앉은 영감장이 한생원이, 일손을 뗀 계제에 불꺼진 골통대를 붙여 물고는 남은 사뭇 바빠 죽겠는걸 괜히 이야기를 청한다.
 
12
“종씨, 오늘은 웬 부지런이슈 ?”
 
13
성이 같은 한가라서 그들은 서로 종씨라고 부르던 것이다.
 
14
“……그것을 분부기로, 분무기로……”
 
15
두식은 마침 부짜를 죽 그어내다가 무짜로 고치면서, 일변 건성으로 코대답만
 
16
“네, 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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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여전히 계속하여……
 
18
“……과수 전체에 흡신 젖도록……”
 
19
“거 좀, 쉬엄쉬엄 하들랑 않구서 !”
 
20
“종씨나 어서 쉬십쇼 ! ……골고루 뿌리되. 3,4일 만에 한번씩……”
 
21
“오오 ! 인제 생각하니깐두루, 딴 의사가 있어가지굴랑 그리는군 그래 ! 흐흐 !”
 
22
“……3회 내지 5,6회를 계속적으로 반복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 끝. ……에잇, 정칠 !”
 
23
드디어 두식은 펜을 내던지고는 아까지를 착착 추리면서 두런두런……
 
24
“……개자식, 어디서 개소리두 늘어놔두쌌다 !”
 
25
애꿎은 필자가 귀먹은 욕을 먹던 것이다.
 
26
“사람이 의뭉하단 말야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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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얼 안다구 시방, 종씬 이리슈 ?”
 
28
“헤에따 ! ……오래잖애 승급 때가 돼 오니깐두루우 !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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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 여보슈 ! ……그런 소리 한 벌루다가 골련이나 한 개 인내슈 !”
 
30
“나두 이거야 ! ……그렇게 다아, 아니해두 종씬 이번에 승급되니, 보구료……”
 
31
“잔말 말구서 담배나 한 개 빌려요 ! 내 인제 다아 갚을 테니.”
 
32
“잘두 갚드라 !”
 
33
“아따, 종씨두 ! ……모아서 한목에 갚으면 받는 이두 요긴하지 않소 ?”
 
34
두식은 한생원의 턱밑에다가 손바닥을 바싹 들이대고는 버엉떼엥하면서 조른다. 연애편지도 급했지만, 우선 당장 담배 한대 피울 맛은 더 급하고 간절했다.
 
35
골통대와 담배쌈지 말고도 으례껀 궐련을 따로 넣고 다니는 한생원이, 졸리다 못해 흥아 한 개를 꺼내 주면서 다짐을 한다.
 
36
“이런다 치면 도토옹, 가마안 있자, 으음, 서른일굽 개째야 ?”
 
37
“치부만 잘 해두슈 ?”
 
38
“두 곽으루 갚어야 해애 ?”
 
39
“세 갠 이잔가 ?”
 
40
“이번 5월 월급엔 갚겠다 ?”
 
41
“ 그럽시다, 제엔장 ! ……그 대신 월급날꺼정 담배나 대슈 ?”
 
42
“어림없는 소릴 !”
 
43
“그럼 서른일곱 개, 안 갚구서 잘러먹지 !”
 
44
“다신 내게 담배 달랏 소린 못하지 !”
 
45
“제에길 ! ……빚이 이래서 무섭다는 거였다 ?”
 
46
두식은 그만해 두고서, 마침내 소진한테 연애편지를 쓸 차례로 우선 붙여 물었던 담배를 서너 모금이나 뻐끔뻐끔 연거푸 많이씩 빨고는(아끼기도 할 겸) 쓱쓱 비벼 꺼서 포켓 속에다가 집어넣는다.
 
47
그러고는 제물 테이블 서랍을 열고, 종이와 봉투를 꺼내놓는다. 아까 아침 나절에 넌지시 저편짝 옵셋엘 가서 썩 고급품으로 새하얀 모조지 전지 한장을 얻어서는, 단사이 직공을 졸라 곱게 잘 잘라다가 두었던 참이다. 봉투는 또 아래층 급사 사부로오를 달래서, 인쇄소의 자호가 박이지 않은 각봉투로 한 축을 구했던 것이고.
 
48
편지지나 봉투가 다 흰 바탕인 채, 줄도 없고 꽃도 뇌지 않고 하여 어린애들의 연애편지처럼 조색스럽지가 않아서 도리어 점잖고 좋다고 두식은 실없이 만족했었다.
 
49
창선에게서 빌려가지고 온 만년필을 두 겁을 뽑아 잉크를 시험해 본다. 알맞게 나오고 잘 써진다. 글씨야 특별히 자신이 있는 터……
 
50
모두 이렇게 남의 것을 빌리기 아니면‘비합법적으로’걷어 모으고 한걸로, 가뜩이나 소중한 연애편지를 쓰다니 자못 좀 치사스런 혐의가 없지 못하다 하겠으나, 당자 두식은 깜박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질 못한다.
 
51
아뭏든 그리하여 준비에는 별로 미진함이 없고, 드디어 숨을 깊이 한번 푸욱 들이쉬고는 잠깐 첫 허두를 어떻게 내느냐 싶어, 문득 고개를 갸웃하는데, 대체 오늘이라는 날이 무슨 날인지는 몰라도 두식에게는 일진이 와락 좋지가 못했던 모양이다.
 
52
털썩, 옆에 가 한 뭉텅이 떨어지는 건 보나마나 교정거리.
 
53
“간상, 것 좀, 얼른 해주시우 !”
 
54
뒤미처 교정부 주임 최곰보의 내시처럼 연연한 목소리가 지시를 한다.
 
55
더럭 그만 부아가 나는 깐으로 하면, 교정 뭉텅이를 집어서 도로 내동댕이를 쳐주든지, 이 제에기헐 작자야 ! 하고, 한바탕 부르대든지 했을 것이지만, 고즈너기……
 
56
“네에 !”
 
57
“빨리 좀 몰아치시우 ?”
 
58
“네에 !”
 
59
테이블 위를 거덤거덤 도로 걷어치우면서 문득 생각을 하자니, 마음은 무연히 서글펐다.
 
60
무슨 그리 우난 노릇을 한다고. 우난 노릇은커녕 청춘과 정력을 온통 갖다가 바치고서, 하루의 용처와 한 달치 보리밥에 밀가루범벅을 간신히 벌고 있느라고 담배조차 여일히 사 피우질 못하고서, 줄창 남한테 비럭질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글쎄 긴하고 급한 연애편지 한 장을 쓸 시간이 없고서 이 모양을 하다니.
 
61
생각이 여기까지 골똘히 미친즉은, 막연하게 서글프던 마음은 어디로 가버리고 물큰 다시 화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이었었다.
 
62
“에잇 그 제에길헐 !……”
 
63
두식은 이렇게 역정을 내떨면서, 교정 뭉텅이를 와락 끌어당긴다.
 
64
“이건 또 무어란 명색인구 ?”
 
65
신문잡지에서 자주 대하곤 하는 어떤 중견작가의 작품으로, 먼저의 해충구제법과 더불어 역시 그 농업잡지에 들어갈 단편소설이었었다.
 
66
소설은 그래도 반가왔다.
 
67
실상 두식은, 요샛날 조선의 문학 ─ 소설이나 작가들이라면, 통히 아무것도 아니게 여기는 젊은이 가운데, 그중에서도 유난한 한 사람이다.
 
68
그는 물론 누구의 작품이고 읽고 나서는 으례껀 하는 소리가 있다. 이건 물만 먹고 쓴 소설이지 밥을 먹고 쓴 소설은 아니라고.
 
69
쑬쑬히 읽기는 읽는 축이었지만, 읽는 작품마다 이렇게 그는 흉을 하며 시뻐하여 마지않는다. 하되 그로서는 절절히 환멸을 느끼는 때문이지, 막상 종작 없이 씨워리는 방언은 아니었었다.
 
70
그러므로 방금도 그는 한갓 문학이라는 이름이 반가왔지, 결코 누구라고 하는 작가의 소설 그 자체가 반갑거나 더우기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문학의 뜻이 간절한 만큼, 삭막한 이 직장에서 종종 더러 소설(문학)이라고 위안스런 심정의 일단이었을 것이다.
 
71
“끙 ! 샌님은 또, 무슨 너저분한 수작을 하시느라구 !……”
 
72
두식은 하릴없이 아까지를 펼쳐놓는다, 펜을 집어든다 하면서 혼자서 내내 꿍얼거려쌓는다.
 
73
“……농업잡지에 순문학이 어디 당한 거라구, 남 제에길 성가시게 ! …… 거저, 거저, 모두들 소견머리가, 실리는 샌님네나 쓰는 샌님네나, 모두들 소견머리 허군, 끙 !”
 
74
“건, 무얼 가지구, 비 맞인 중놈처럼, 응 ?……”
 
75
옆에서 한생원이 넘싯 넘겨다보면서 참견을 하던 것이다.
 
76
“……으응 ! 개설이구면 !”
 
77
한생원은 조선의 신문학 ─ 소설을, 소설이 아니라 개설이라고 비웃는 늙은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78
“머요 ?”
 
79
두식은 버럭 볼먹은 소리를 지르면서 사팔눈을 흘긴다.
 
80
두식은 저 자신은 비록 조선무학을 얕보고 대단찮아하고 하기는 할값에,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무단시리 들어서, 그것을 멸시를 하고 비방을 하고 하는 데는 결코 유쾌할 수가 없었다. 항차, 그야말로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한생원 따위가 말이다. 아마 저는 제 동기간을 못났다고 구박을 하면서도, 남한테 괄시를 당하거나 얻어맞거나 한다치면 분하고 성벽이 나고 하는 그 비슷한 일종의 애정이었을 것이다.
 
81
계제에 그런데, 달리 잔뜩 심성이 편안치가 못한 판이라 화풀이를 할 언턱거리가 좋았던 것이고.
 
82
“소설이 어째 개설이란 말요 ?”
 
83
“그럼, 개설 아니구 머야 ?”
 
84
한생원은 그러나 두식이 성구는 것쯤, 서먹어서 연해 더 빈들거리기만 한다.
 
85
“문학을 알어요 ?”
 
86
“문학인지 대문간인지 !”
 
87
“주제넘게 ! 늙은이가 ?”
 
88
“개설두 아깝지 !”
 
89
“영감의 고추상투라더니 !”
 
90
“소설을 볼려거든 삼국질 바아 !”
 
91
“무어나 좀 알구서 그런다면 !”
 
92
“수호지나 옥루몽을 보던지 ! ……소설이란 다아 그래야 하는 법이지, 요새 시체, 건 무어람 ? 모두……”
 
93
“죄와벌 읽었소 ?”
 
94
“맨 어디서, 깨알 같은 잔소리만 ! ……도무지 무슨 맛이 있어예지 !”
 
95
“파르사크를 읽었소 ?”
 
96
“난 그런 개설을 일없어……”
 
97
“진작 어서, 공동묘지루 가슈 !”
 
98
“담밸 못 얻어 피워서 어떡헐 양으루 ?”
 
99
“내, 종씬지 막걸린지 꼴 좀 안 봤으면, 춤을 추겠드라 !”
 
100
“이따가 보자 ! ……다신 담배 한대 달랏 소리 못해 ?”
 
101
“강제루다 뺏어먹지 ?”
 
102
끝은 자연 이렇게 농이 되어버리고 말았고.
 
103
두식은 또다시 교정을 보기는 보면서도 그새처럼 다급히 서둘지는 않는다. 무슨 일정한 분량이 시간적으로 배정이 되어 있는 바 아니요, 한가지 일을 아무리 빨리 해서 쉽게 마쳐놓더라도, 뒤로 연방 다른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차례가 돌아오곤 하여, 인쇄소 그 자체가 바쁜 이상, 도저히 틈이라는 것이 날 가망이 없다는 이치를 겨우 깨달았던 것이다.
 
104
이윽고 오정이자 녹슨 벨이 울면서 기계 소리가 씻은 듯 뚝 그친다. 직공들은 일각도 지체함이 없이 순간에 일손을 떼고는 저마다 벤또를 챙기느라 우세두세 오락가락, 한 새로운 동요가 인다.
 
105
두식도 냉큼 하던 일을 밀어젖히기는 했으나, 벤또 대신 편지지와 만년필 등을 꺼내놓기가 바빴다. 점심보다는 연애편지가 더 요긴했을밖에. 연애를 위해서는 밥 한 끼쯤 열 번 굶어도 좋다는(실로 비장한) 각오를 했었다.
 
106
그게 나을 성싶어서 딴 종이에다가 우선 초를 잡기로 했다.
 
107
“사랑하는 소진씨……”
 
108
허두를 이렇게 써놓아 본다.
 
109
“사랑하는 소진씨……”
 
110
그러나, 덮어놓고 첫꼭대기에다가 불쑥, 사랑하는……이라니 너무 멀쩡한 것 같아서 그 넉 자는 뭉그려버린다.
 
111
“소진씨……”
 
112
민두룸해서 싱거웠다.
 
113
“소진양……”
 
114
양이라고 하면들 쑥스럽다고 하는데, 저편에서도 그렇게 생각할는지 모르니 역시 양자는 쓰지 말기로 하고.
 
115
“우리 소진씨……”
 
116
훨씬 친근스러워서, 당기기는 당기나 그건 나 혼자 말이고 처음 편지론 좀 넉살스러웠다.
 
117
대관절 그러면 무어라고 첫머리를 내느냐 싶어 잠깐 턱을 고이고 침음을 하는 것이나, 썩 그럴 듯한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118
시간이 자꾸만 가니, 우선 그것은 보류를 하고, 그 다음……
 
119
그 다음은 무슨 말을 쓴다 ?
 
120
더욱 막연했다.
 
121
“나는 소진씨를 사랑합니다.”
 
122
원은 도통 이것인데, 그대로 쓰자니 싱겁기라곤 다시 없다. 가령 또(눈을 지그려 감고서) 쓴 약 먹는 셈으로
 
123
“나는 소진씨를 사랑합니다 !”
 
124
고 써버린다손 치더라도, 다시 그 다음에다가는 ?
 
125
더우기나 할 말이 없고 만다.
 
126
“소진씨도 나를 사랑해 주시요 !”
 
127
옳은 소리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무런들 그 따위로 멋대가리 없이 수작을 붙이고 앉았을 법이야 있으리.
 
128
세계적 대문호의 후보자와 연애편지라고 하는 것과는 대범 파계가 다른 물건인 모양이었다.
 
129
해서 조선 최초의 노벨상 문학을 자신하고 있는 우리 한두식 군으로도 점심조차 궐해 가며 소중한 시간을 30분이나 소비한 결과는 겨우
 
130
“소진씨.
 
131
나는 소진씨를 사랑합니다.
 
132
소진씨도 나를 사랑해 주시요.”
 
133
이 석 줄의 시안(試案)을 가지고 골치를 앓았을 뿐이었었다.
 
134
“휘유우 !”
 
135
두식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고개를 쳐든다. 오죽하면 연애편지 한 장을 수월히 쓰지 못하는가 싶은 회심이 들고, 10년을 문학을 공부했다는 것이 속절없었다.
 
136
뜨락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실컷 햇볕을 쪼이고 하던 한생원이, 천천히 교정실로 돌아왔다.
 
137
두식은 넋을 잃은 듯 우두커니 한데를 바라다보고 앉았고.
 
138
“즘심두 아니 먹굴랑, 무어야 ? 건……”
 
139
한생원이 이런 소리를 하면서 끼웃이 테이불을 굽어다볼 제야 두식은 비로소 소스라치게 놀라, 편지 초 잡던 것을 덥석 손바닥으로 가린다.
 
140
“연애편질 쓰나 ?”
 
141
“아냐 ! 우리 어머니한테……”
 
142
들킨 줄 알고서 얼른 둘러댄다는 것이 그만 망발을 한다. 그러나 문득 그 끝에 생각이다. 소진이 만일 어머니처럼 정답고 임의로울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 거냐고.
 
143
삼십 사십을 먹어도, 막막한 때면 아기적같이 어머니가 아쉰 것이 역시 인정일는지도 모른다.
 
144
딴 경황에 팔려 오후부터는 일은 건성으로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가 그럭저럭 세시가 되었다. 그러자 어찌어찌 그는 묘한 방법을 한가지 퍼뜩 발견을 했다.
 
145
어지빨리 연애편지보다도 월등 나을 것 같았다.
 
146
차분히 앉아서 좀더 상량을 해볼 여부도 없이, 곧장 교정부 주임 앞으로 가서 조퇴를 시켜 달라고 사정을 했다.
 
147
최곰보는 찜찜해하면서
 
148
“일이 이렇게 몰리는데에 ! ……무슨 소간이시우 ?”
 
149
하고 내시처럼 묻는다.
 
150
두식은 애꿎이 어머니를 또 손쉬운 대로 파느라고……
 
151
“저 거시키, 내 자친께서 병환으루 시굴서 올라오시게 돼서요 !”
 
152
“그럼 여러 날 결근을 하게 되나요 ?”
 
153
“아뇨 ! 오늘 오후만 잠깐……”
 
154
“쯧 ! 가보시우 !”
 
155
마치 어디서 큰일이나 난 것처럼 두식은 허둥거리면서 집을 향해 두 달음질을 치고 있다.
 
156
버스가 달리고 전차가 얼마든지 있고 한데 다만 5전 한푼이 없은 것이 원망스러웠다. 괜시리 급하게 납뛰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돌이켜서 한번 생각을 해보는 대신.
【원문】직장(職場)에서 (속(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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