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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랑사 (玉娘祠) ◈
◇ 3. 인력(人力)으로 못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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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채만식
1
玉娘祠[옥랑사]
 
2
3. 인력(人力)으로 못하는 것
 
 
3
삼월…… 예사 사람도 무단히 마음이 싱숭거리는 봄이었다.
 
4
정월부터 벌써 잠을 잃어버린 선용은 오늘 밤도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부질없이 몸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였다.
 
5
사람의 그런 중에도 젊은 사람의 정(情)이란 것은 사리(事理)대로만 좇지를 않는 것이었다.
 
6
사리대로 한다면 선용은 진작에 옥봉을 잊어버려야 할 것이었었다. 그리고 미워하였어야 할 것이었었다.
 
7
백생원 내외는 선용에게 참지 못할 치욕을 주었다. 그것으로 인하여 선용은 분과 한이 뼈에 사무쳤다. 한주먹으로 박살을 내고 싶을 만큼 분하여 하지 않았던가.
 
8
옥봉은 백생원의 자식이요 양반의 씨였다. 백생원이 밉고 양반이 원수스러울지면 그 감정이 백생원의 자식이요 양반의 씨요 한 옥봉에게도 자연 미쳐 갔어야 할 것이었다. 가사 미워하고 원수스러워하고 토록은 아니 가더라도 적어도 그를 사모하는 정은 깨끗이 잊어버렸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선용은 조금도 옥봉을 잊지를 못하였다. 영롱한 눈동자를 하고 방긋 웃는 양이 눈앞에 서언히 떠오를 적마다 그만 미칠 것 같고 하였다.
 
9
옥봉은 지나간 이월 그믐께 시집을 갔다. 불시로 서둘렀는지 혹은 진작부터 혼담이 있던 자리인지는 모르되 버드실(細柳洞)이라고 읍에서 삼십 리 상거의 촌 선비 권씨(權氏)네 과부집의 열한살박이 애기신랑과 혼인을 하였었다.
 
10
이미 시집까지 가고 한 터이니 아무리 생각을 한들 별 수가 없었다.
 
11
선용도 옥봉이 혼인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부터 무가내 하로라고 잊으리라 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애써 잊으리라 하여도 정작 잊혀지지가 아니하는 데는 또한 무가내한 노릇이었다.
 
12
잊혀지기는 고사요 한가지를 더하여 질투하는 마음까지 생기었다.
 
13
머리 곱게 빗고 곱게 쪽 짓고 노랑 저고리에 남치마 받쳐 입고 고 영롱 한눈으로 마주 보면서 방긋 웃는 앞에 가 웬 조막만한 초립동이 녀석이 앉았는 고녀석…… 함부로 손길을 만지고 얼굴을 만지고 살뜰한 시중을 어엿이 받고 앉았는 모양…… 가슴이 뭉클하고 푸르르 주먹이 떨렸다.
 
14
'고걸 그저, 칵……’
 
15
집어 태질을 친다는 것이 선용 제가 베고 눈 베개가 퍽하고 방바닥을 갈겼다.
 
16
놀라 선용은 정신이 들어가지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17
선용의 모친은 나이도 밤잠이 없을 나이려니와 가뜩이나 아들로 인하여 또한 밤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18
아래윗방이라 선용이 베개를 태질치는 소리에 샛문을 열고 건너왔다.
 
19
"여태두 아니 자느냐?"
 
20
모친은 방안을 둘러본다. 모친이 건너오는 기척이어서 선용은 태질 친 베개를 도로 집어다 놓아서 방안은 별 달라진 것이 없었다.
 
21
"젊은 사람이 제발 잠을 푹신 자야 아니하느냐. 조석두 변변히 뜨지두 않구…… 얼굴이 저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22
모친은 들기름 불에 꺼칠하니 비추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다 보면서 탄식이었다.
 
23
선용은 민망하여 강잉히 태연한 말도 대답한다.
 
24
"과히 근심하실라 마세요. 차차루 나어 갈테지요."
 
25
"나어 가는 게 다 무엇이냐. 나는 보게 나날이 더 수척해 가드구면."
 
26
"내려가 지무세요. 밤두 늦구 했는데…… "
 
27
"……… "
 
28
모친은 한숨, 그리고는 오래도록 말이 없다.
 
29
선용도 말이 없고.
 
30
들기름 불 심지에서 가다오다 빠지직 소리만 일고.
 
31
얼마를 그러던 끝에
 
32
"얘야?"
 
33
하고 모친이 무겁게 입을 연다.
 
34
"네."
 
35
"마땅한 규수를 골라 사람을 맞어 들이자꾸나!"
 
36
"………"
 
37
선용은 한동안 침음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선선히
 
38
"네. 그럭허시지요."
 
39
한다.
 
40
장가를 들면 자연 마음이 새사람에게로 쏠리고 따라서 이것 저것을 다 잊게 되려니 하여 모친은 권을 하던 것이었으나 막상 아들이 그렇게 선뜻 대답을 할 줄은 몰랐었다.
 
41
선용도 모친과 같은 요량이었다.
 
42
장가라도 들어서 아무려나 새댁을 맞아 거기에다 마음을 붙여…… 하느라면 모든 것이 다 잊혀지기라도 하겠거니 할 것이었다. 겸하여 조만간 장가를 들기는 들어야만 모친을 위해 도리가 될 터이고 한 계제요 하였었다.
 
43
모친은 기뻐하면서 다시 말하였다.
 
44
"너두 알리라만서두 저어 남촌 사는 서이감(徐里監) 있잖으냐? 너이 아버지 도서원 때 종종 집에두 오구 했지."
 
45
"네."
 
46
"그 집에서 벌써 십여 일 전에 청혼이 왔드구나."
 
47
"………"
 
48
"그 집이 아들은 없구 딸만 삼형제를 두었다, 위로 둘은 다 여위구 막내딸인데 을해생(乙亥生) 올해 열여덟 살이라구…… "
 
49
"……… "
 
50
"궁합(宮合)두 맞구. 그래서 내가 엊그제 나가 보았드니라. 인물두 도렴직한 것이 무던하드라. 또 저 이 어머니 되는 이는 늙구 해서 제가 안 살림을 도맡아 한다는데 집안에 티검불 하나 어지러지지 않구 여간 깔끔스러 뵈는게 아니드라. 음식두 촌 솜씨 같지 않구. 그래서 내 맘에는 두루 다아 가합하드라만서두."
 
51
"어머니 맘에 드시면 제게두 졸 것한데요?"
 
52
"그러구 참 이런 말 너는 들으면 마땅찮어할 테지만, 이왕 말이 왔길래 하는 말인데, 그 집이 한 오백 석 했다드라. 그런데 서이감이 노상 하는 말이 물려줄 사내자식두 없는 터에 양자나 해다, 아깐 재산 양자한테 죄다 물려주면 무슨 생광이냐구. 차라리 딸자식들이나 노나 주어서 고생 아니 허구 살두룩 하는 게 생색이지야구. 그래서 맏딸한테두 백석거리를 주었구 둘째딸한테두 백석거릴 주었구 이번 막내딸두 한 백석거리 줄테라구."
 
53
"흔히 그 험집이 있거나 병신 딸자식을 여윌 제 재산을 얹어주어 보내는 법인데…… "
 
54
"맏딸 둘째딸은 아니 주구서 느닷없이 막내딸만 준단다면야 그런 의심두 할 만하지만 이 집에서야 어디 그러느냐? 있는 재산 양자한테만 죄다 물려주느니 차라리 딸자식들 한테두 좀씩 노나 주어 고생 아니하게 하자는 노릇이라는데."
 
55
"그렇다면 몰라두요. 아뭏든 처재(妻財)라는 게 창피한 거라구 아니해요? 며누리 교만하기 쉽구."
 
56
"그야 그렇지만서두…… 허긴 그것두 사람 나름이지, 친정 논 타가지구 시집 왔다구 제마다 거만 부릴래서야 어디…… "
 
57
"좌우간 범백을 어머니가 다 알아서 좋두룩 하세요. 어머니가 마음에 드시구, 어머니가 가타구 하셔서 하신 노릇이면 저야 무어…… "
 
58
"오냐. 그만해두 내가 한시름 논 상 싶으구나."
 
59
모자 이렇게 상의가 되어 이튿날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사월 초생에는 혼인을 치렀다.
 
60
그날로 부터 선용은 전신껏 새로이 맞이한 아낙에게 정을 들이기와 일변 집안 살림을 보살피고 하기에 노력을 하였다.
 
 
61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철이 되었다.
 
62
선용의 아낙 서씨는 미상불 좋은 며느리였었다.
 
63
음식 범절, 바느질, 놉(人夫) 치르기, 다 꿇릴 데 없이 잘 감당해 내었다.
 
64
시어머니의 뜻을 잘 받들었다.
 
65
남편을 잘 공경하였다.
 
66
언제나 화평스러운 얼굴이요 불편한 낯꽃을 지니는 적이 없었다.
 
67
이렇게 모두가 막상 열여덟 살짜리 소부(少婦)런가 싶지 아니하게 능란하고 어른스러웠다.
 
68
선용의 모친은 못내 기뻐하였다.
 
69
인제 쉬이 손자나 한 놈 보게 되면 이상 더 바랄 것이 없었다.
 
70
선용은 그러나 실패를 하였다.
 
71
선용은 아낙에게 정을 들이려고 들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간대로 정은 들어지지를 아니하였다. 옥봉이 종시 잊혀지지를 않기 때문이었다.
 
72
옥봉은 이미 남의 품으로 날아간 사람이었다.
 
73
아낙은 나의 앞에 있어 나와 나의 집을 위하여 온갖 것을 다 바치며 시중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74
인물로 하더라도 하나는 얼굴이 갸름한데 하나는 도렴직하고 하나는 콧날이 날씬한 것이 당돌스러 보이는데 하나는 눈과 입이 크막한 것이 순탄하여 보이고 하는 차이는 있을 망정 옥봉이 반드시 아낙보다 월등히 인물이 솟는 것도 아니었다.
 
75
그러하건만 사람의 정이란 몹시도 야속한 것이어서 끊자 끊자 하는 정은 끊어지지가 않고 들이자 들이자 하는 정은 들여지지가 않고 하던 것이었었다.
 
76
선용도 겉으로는 천연하였다.
 
77
평온한 얼굴을 지니고 농사와 집안일을 보살피면서 부드러운 말과 다정스런 태도로써 아낙을 대하고 하였다.
 
78
그것은 그러나 짐짓 지어서 하는 노릇이요 다만 겉뿐이었다. 속에서는 여전히 옥봉에 대한 미망과 질투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망과 질투의 불길은 그를 억지로 참고 누르고 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밖으로 솟구쳐 나오려는 세력은 더 심하여져 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79
사람의 참고 견딤이란 한정이 있는 것…… 참고 참고 또 참고 하다, 영영 견디지 못하겠는, 무슨 거조든지 최후의 거조를 내고 말아야만 할, 정 고패에 다다른 선용은 드디어 떨치고 일어섰다. 가을도 저으기 깊어가는 구월 그믐이었다. 모친과 아낙더러는 이리저리 둘러 서울 매가에까지 다녀오겠으니 더디더라도 기다리지 말라는 부탁을 한 후에 집을 나섰다. 품에는 한 자루의 비수를 품고.
 
80
가는 곳은 물을 것도 없이 옥봉이 시집 간 버드실 동네였다.
 
 
81
새서방이라고는 하지만 말이 새서방이지 겨우 열한 살. 그러니 오죽할 리가 없었다.
 
82
볼때기에는 면주털이 송알송알, 콧물 졸졸 흘리면서 어머니 치마꼬리에 매달려 군것질 내라고 응석이나 부리고. 그러는가 하면 천방지축 뛰어다니면서 들입다 장난질이나 치고. 글방엘 가면 아침에 말쑥이 갈아입고 간 옷에다 저녁 때면 벌써 시커멓게 먹을 쥐어발라 가지고 오고…… 마침 이 잡이였다. 미처 새서방이 무엇이며 각시가 무엇인지를 알 턱이 없었다.
 
83
웃목으로 놓인 장롱과 반닫이에서는 잘 닦은 백통장식이 놋촛대에 환히 밝힌 육초 불빛을 받아 은은히 번쩍인다.
 
84
아랫목으로는 산수병을 둘러치고 연두빛 이불이 그들먹히 펼쳐 있다.
 
85
이불 머리로는 베개가 나란히 두 개.
 
86
글방에서 늦도록 밤글을 읽고 마악 돌아온 참이리라. 가느다란 목이 금시로 휘기라도 할 듯 커다란 상투가 머리 위에 올라앉은 새서방은 펴논 이불 자락에 가 상관없이 퍼근히 주저 앉았다.
 
87
머리 곱게 빗고 노랑 저고리에 남갑사 치마 받쳐 입고 치마끈에 단 노리개(佩物)를 차고 손가락에 단 굵다란 은가락지를 끼고 한 각시 ——— 옥봉이 그 앞에 가 마주 앉았고.
 
88
둘이는 종알종알 이야기였다.
 
89
"오늘 저녁은 밤참 무어유?"
 
90
"오늘 저녁 밤참은요, 으음 약과 허구…… "
 
91
"밤낮 약과?"
 
92
"그럼 저어 연시허구."
 
93
"응 연시…… 그리구?"
 
94
"그리구 으음 삶운 밤허구."
 
95
"또?"
 
96
"또오…… 물호박떡허구."
 
97
"싫여이!"
 
98
"그럼 밤엿?"
 
99
"응! 얼핀 가지구 와요."
 
100
"내 내."
 
101
옥봉은 사풋 일어서 대청 샛문으로 나가더니 한 쟁반에단 새빨간 연시와 삶은 밤을 곁들이고 한 쟁반에단 콩가루 묻힌 밤엿을 담고 하여 가지고 들어온다. 치렁거리는 남갑사 치마 끝으로 보얀 버선등이 연방 알찐거리고.
 
102
새서방은 연시 한 개를 덤쑥 쥐어다 입에 대고 빨다가 옆을 터뜨려 손과 볼따구니에 온통 감칠을 한다.
 
103
옥봉이 수건을 찾아다 닦아준다.
 
104
새서방이 밤엿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면서 묻는다.
 
105
"안 먹우?"
 
106
"먹구푸잖아요."
 
107
"가지뿌렁."
 
108
"………"
 
109
옥봉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110
"어머니가 아시믄 꾸지람 들을까 바서 그리죠?"
 
111
"아뇨."
 
112
"난 모르는 줄 아는감 머. 새루 시집 온 새 각신 주점부리허믄 숭이라구?"
 
113
"내."
 
114
"그래두 난 숭 아니보께. 자아…… "
 
115
그러면서 새서방은 밤엿 하나를 집어 옥봉의 입 앞에다 바싹 대어 준다.
 
116
"내 집어 먹으께요."
 
117
"이거 받아 먹구우."
 
118
옥봉은 입을 벌려 밤엿을 받는다.
 
119
그리고는 둘이는 마주 보고 또 웃는다.
 
120
아무 사심도, 물욕도, 세상 근심도 섞인 것이 없는, 단지 소년과 소부의 정갈하고 사랑스런 한폭의 산 그림이었다.
 
121
광경을 문 틈으로 엿보고 있던 선용은 후유 한숨을 지으면서 물러섰다.
 
122
선용은 일찌기 이 세상에서 이다지도 아름답고 재롱스런 것을 보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123
'저런 것을 죽이자고 하다니! 피를 묻히다니! 하느님이 아셨을까 무선 노릇이지!’
 
124
선용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125
참으로 아슬아슬하였다. 이마와 등으로 땀이 흥건히 배었다.
 
126
선용은 그 밤을 중로에서 주막에서 자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갔다.
 
127
집에서는 뜻밖에 일찍 돌아오는 것을 기뻐하였다.
 
128
십여 일을 지나, 밤 조용한 틈을 타, 아낙을 앞에 앉히고 이야기를 하였다.
 
129
"내가 훠어훨 좀, 세상 바람을 쏘이고 다녀야 하겠소. 그러니, 어머니는 저렇게 춘추가 높으셔, 당신은 젊은 여인의 몸이여, 고달프고 각다분하기 유로 말을 할 수가 없을 테지만, 부디 내 대신 어머니 봉양 잘 좀 해 주시오."
 
130
"네."
 
131
아낙은 나직이 대답한다.
 
132
"이번 나가면 일 년 이태가 될는지, 오 년 십 년이 될는지, 혹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는지, 도무지 기약이 없소. 그찜 알고. 나도 어머니께는 이런 말씀은 사뢰지 못하고 떠나니 당신도 혼자만 알아두구려."
 
133
"네."
 
134
"………"
 
135
선용은 이윽고 저미를 하다, 다시 입을 연다. 무어라고든 한마디의 발명이 없기가 차마 박절하였던 것이다.
 
136
"안존히 살림을 하고 있던 사람이, 별안간 이런 거조를 하니 작히 궁금도 하고 하겠지만, 다음날 가서 알 계제가 있으면 아는 것이고…… "
 
137
이 말에 아낙은 얼굴에 쓸쓸한 웃음을 띄우고
 
138
"전들 그 눈치 모르구 있었겠어요?"
 
139
하고는 고개를 숙이면서 볼 위로 눈물이 흐른다.
 
140
선용은 문득 놀랐다. 그 다음 탄복하였다.
 
141
'단지 얌전한 줄만 알았더니, 또한 영리하기도 하구나!’
 
142
선용은 거듭 고개를 끄덕이었다.
 
143
그동안 내가 남편으로서 자기에게 대하는 범백이 짐짓 겉으로만 그렇듯 흠선히 하는 것이요, 진심과 진정이 아닌 줄을 번연히 알았을진대, 속으로 혼자 오죽이나 애닯고 슬펐으랴 하고 생각할 때에 선용은 한량없이 아낙이 측은하고 일변 민망스러웠다.
 
144
이런 어진 아내를 박대를 하다니, 내 장차 천벌을 받으리로다 하였다.
 
145
"이왕 안다 하니 말이오마는, 도시에 가슴에 불을 묻은 사람이 남의 댁 귀한 규수를 맞아오기가 크나큰 잘못이지요. 아마 당신이 끔직 기구하게 팔자를 타고났든가 보오."
 
146
"가시드래두 어디를 가시거나 부디 몸조심하세요. 집에서는 늙으신 어머님이 늘, 몸이나 편히 잘 있는고 하시면서 근심하시는 일을 생각하셔서…… 그리구 저는 일 년 이태는 말구 십 년 이십 년은 말구, 늙어 죽두룩까지라두 저는 돌아오시는 날을…… "
 
147
하다가 아낙은 목이 멘다.
 
148
선용은 내 늙으신 편모를 저버리고 나서는 불효보다도, 이 아내를 저 버리는 죄가 오히려 크구나 하였다.
【원문】3. 인력(人力)으로 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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