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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
◇ 제목모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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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6월~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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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순신
 
2
9. (   )
 
 
 

1

 
4
순신이 제일차 출전이 끝난 뒤에 좌수영에 돌아와 일변 군사를 쉬이고 일변 전선과 병기를 수리하는 동안에 경상도 우수사 원 균으로 부터는 연해 적선이 여기있다, 저기 있다 하는 정보가 오고, 그때마다 주사를 거느리고 도와달라는 청병장이 왔다, 그러나 순신은 원 균의 말을 다는 신용하지 아니하였다. 그가 요전번에 같이 싸우러 다니는 동안에 원 균의 하는 말에 거짓이 많고 또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 놓고도 그 약속을 지킨 일이 없음을 본 까닭이다. 만일 원 균의 헛된 정보를 다 믿고 군사들을 동하였다가 말한 곳에 적선이 없을 양이면, 장졸에게 대하여 대장의 위신이 떨어짐을 알기 때문이었다.
 
5
『사또. 적선은 곤양에 왔다 하오. 어서 행선하시오.』
 
6
하고, 정 운이나 어 영담 같은 충용한 부하들이 순신을 재촉할 때에는 순신은,
 
7
『군사를 가볍게 동하면 장졸에게 신을 잃는 것이요.』
 
8
하고 탐보선을 보내어 알아 보라만 하였다. 그러나 옥포의 패전을 분하게 여겨 부산에 있는 적의 수군 본영에서는 아무리 하여서라도 이 원수를 갚고, 또 경상, 전라 양도의 제해권(바다를 제절 밑에 넣는 힘)을 얻으려 하였다. 원래 풍신 수길의 계획은 소서 행장(小西行長), 가동 청정(加謄淸正) 등으로 하여금 육로로 경성, 평양, 함경도를 공략하게 하고, 등당 고호(藤當高虎), 구귀 가륭(九鬼嘉隆), 협판 안치(脇坂安治) 등으로 하여금 수군 일만여 명과 전선 이백여 척을 거느리고 수로로 경상, 전라, 충청, 황해, 평안 제도를 공략하여 수륙 병진으로 조선을 석권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풍신 수길의 제일차 수륙군 계획이었고 또 끝까지 계속된 계획이었다.
 
9
그래서 육군은 수군의 예상 이상으로 무인지경같이 경성, 평양을 점령하였으나, 수군은 선봉이 옥포에서 부서지니 수군의 계획이 이에 틀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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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기 때문에 부산에 총본영을 둔 일본의 수군은 아무리 해서라도 조선 수군을 이겨 옥포의 패전의 수치를 씻고 조선의 제해권을 가지려고 애를 쓴 것은 자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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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도 여러 번 수륙으로 적군의 정세를 염탐한 결과로 대강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 그러나 순신은 이번에 오는 싸움은 결코 요전번 싸움과 같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짐작하였다. 왜 그런고 하면, 요전번에 깨뜨린 적의 함대는 선봉대일 것이요, 이번에 오는 것이 필시 주력 함대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옥포 싸움에 쉽게 이긴 장졸들은 벌써 교만한 마음이 생겨서 적선을 만나기만 하면 곧 때려 부수고 그 속에 있는 물건을 나누어 가질 것을 상상하여 어서 싸우기만 재촉하나 순신이 자중하여 좀체로 움직이지 아니하고 병선과 병기와 군사의 준비를 마치 태평 시대 같이 늘어지게 하려는 것이 이 때문이었다. 준비의 힘! 이것을 아는 것은 오직 이 순신 한 사람뿐인 것 같았다. 적선의 작은 부대가 경상도 연해로 돌아다니면서 여염에 불을 놓고 노략질을 하였다. 이것은 노략 그 물건이 목적인 것보다도, 조선의 수군에게 싸움을 돋구는 것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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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삼일 낮물을 기약하여 본영 앞바다로 모이라!』
 
13
하고, 순신이 관내 각 읍, 각 진에 발령한 것이 오월 이십 오일, 오월 이십 칠일에 경상 우수사 원 균으로 부터 적선 십여 척이 사천(泗川)·곤양(昆陽) 등지에 출몰하여 여염을 불사르고 민가를 노략하여 작폐 무쌍이나 원 균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으니, 곧 출병하여 달라는 관문이 왔다.
 
 
 

2

 
15
『이봐라. 우도 주사가 아직 안 보이느냐?』
 
16
하고, 전선에 앉은 순신은 탐보군에게 물었다.
 
17
『아직 오는 배가 안 보이오.』
 
18
하는 것은 타보군의 대답이었다. 순신이 전라 우사사 이 억기(李億祺)에게 속히 좌수영에서 만나자고 기별한 지가 벌써 닷새가 되는 까닭이었다. 오월 이십 구일! 적선이 사천, 곤양 등지에 횡항하므로 경상 우수사 원균이 적을 피하여 배를 남해 노량(南海露粱)에 옮겼다는 경보가 원 균에게서 왔다. 남해 노량진이면 경상 우도와 전라 좌도의 바로 접경이다. 이제는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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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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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순신은 전 함대에 영을 내렸다. 일시에 돛이 달리고 노가 움직였다. 전라 우도 주사가 오기를 기다릴 사이도 없이 순신이 직접 거느린 전선 이십 삼 척만을 거느리고 노량진을 향하여 떠났다.
 
21
순신의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원 균은 하동(河東) 편 노량진 산 그늘 속에 숨었다가 배 세 척을 끌고 나와 순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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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이 어디 있소?』
 
23
하는 순신의 물음에 원 균은 꼭 어디 있다고는 대답을 못하고 다만 손가락으로 노량 동쪽을 가리켰다. 함대가 노량진 목을 통과하매, 곤양(昆陽) 쪽으로 부터 사천(泗川)을 향하고 가는 듯한 적선 중선 한 척을 발견하였다. 그 중선은 바다 가운데를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는 듯이 바닷가로 붙어서 살살 피하였다.
 
24
『적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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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장졸들의 입에서 나왔다.
 
26
『따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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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순신의 명령이 내렸다. 전부장 방답 첨사 이순신(李純信), 남해 현령 기 효근(奇孝謹) 등이 북을 울리고 기를 두르며 노를 저어 따라 가고 다른 배들은 중류에 떠서 사천을 향하였다. 적선은 마침내 붙잡히게 되어 물에 배를 닿이고 군사들은 내려서 달아나고 배만 내어 버렸다. 이 배를 깨뜨려 불살랐다.
 
28
『이번에도 일수가 좋다.』
 
29
하고, 장졸들이 기뻐 뛰었다. 순신은 적병이 결코 우습게 볼 수 없음을 말하고 교만 하지 말기를 경계하였다.
 
30
창선도(昌善島)·사량도(蛇粱島) 등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을 띄워 놓은 남해, 고성 간의 바다 사량 바다는 호수와 같이 아름답고 고요하다. 잘 맑은 여름날의 고요한 바다로 소리 없이 미끌어져 가는 배들 그것이 싸움외 살기를 머금은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31
『적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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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척후선에서 누런 기를 둘렀다. 과연 바라보니, 사천 선창에 굼틀굼틀 철판이나 달아난 험한 산 밑으로 사백여 명이나 될 듯한 적병이 기다랗게 장사진(긴 뱀과 같은 진형)을 벌이고 진에는 붉은 기와 흰 기를 많이 꽂이 현란하기 그지없고, 진 안에 제일 높은 봉우리에는 따로 장막을 치고 그리고 군사들이 분주히 왕래하는 것을 보니 장수의 지휘를 듣는 듯하며, 선창에는 누각처럼 생긴 배 십 이 척이 바닷가에 매여 있고 진 친데 있는 장수 같은 자가 칼을 내둘려 교만한 양을 보인다.
 
33
이편 장졸이 분개하여 활을 쏘나 살이 저편까지 및지를 못하고 또 달려 들어가 불지르려 하나 주수가 벌써 썰물이 되어 판옥선이 들어 갈 수가 없었다.
 
34
『뱃머리를 돌려라. 』
 
35
하고, 순신이 영을 내렸다. 순신의 함대는 바다를 향하고 일제히 달아났다.
 
 
 

3

 
37
『적병을 살려 두고 어디로 가오?』
 
38
하고, 군관 송 한련(宋漢蓮)이 순신에게 물었다. 녹도 만호 정 운, 광양 현감 어 영담, 군관 송 희립 같은 이들도 싸우지도 아니하고 퇴군하는 것을 자못 불평하게 생각하였다. 경상 우수자 원 균 같은 이는 이것은 순신이 겁이 난 때문이라도 비웃었다.
 
39
그러나 순신은 무슨 결심이 있는 듯이 제장의 불평도들은 체 아니하고 배를 끐으로 몰았다. 대개 육지 가까운 데서 싸우면, 적병이 뭍으로 올라서 도망할 근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40
순신의 주사가 사천 육지의 진중에 있던 적병 이백여 명이 진으로 부터 내려와 반은 배에 오르고 반은 육지에 모여서서 방포하고 날뛰며 싸우기를 청할뿐더러 마치 조선 병선이 물러 가는 것을 조롱하는 듯한 빛을 보였다.
 
41
이러한 광경을 보고 순신의 부하 제장은 모두 팔을 뽐내어 적병과 한번 싸우기를 청하였다. 제장이 스스로 싸울 마음이 나게 하는 것도 순신의 희망하는 바였다.
 
42
순신이 보니, 장졸이 싸울 뜻이 강하고 또 적병이 심히 교만한 것이 모두 순신이 바라고 기다리던 바와 합하였다. 적이 교만하고 내가 싸울 뜻이 있는 것은 반드시 이기는 비결이다. 게다가 저녁 밀물이 들기 시작하니, 징히 때를 만난 셈이었다.
 
43
『배를 돌렸라!』
 
44
하고, 순신의 명령이 또 한번 내렸다. 이십 삼 척의 병선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돛을 돌리고 키를 돌려 다시 사천 포구를 향하였다. 순신은 우선 거북선을 놓아 적선 중으로 돌진케 하여 천, 지, 현, 황, 각양 총통을 놓게 하였다.
 
45
적병들은 괴물과 같은 거북선이 입으로 불과 연기를 토하며, 전후 좌우로 갹양 총포를 놓으며, 횡행하는 것을 보고 산상에 있는 군사, 해안에 있는 군사가, 모두 경동하여 거북선을 향하고 철환을 빗발같이 내렸다. 적병들이 거북선 하나에 공격을 집하고 있는 틈에 다른 병선들은 점점 가까이 들어 왔다.
 
46
『사또. 저 배에는 조선 사람이 있소.』
 
47
하고, 어떤 군관이 순신을 보고 적선 하나를 가리켰다. 과연 그 배에는 조선 옷을 입고 조선 상투를 짠 사람이 간단이 섞이러서 조선 편을 향하여 총을 놓고 있었다. 그것을 볼 때에 순신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끓음을 깨달았다.
 
48
『이놈들! 조선의 우로를 먹은 놈들이! 네 저놈들부터 먼저 잡아라!』
 
49
하고, 순신은 소리쳤다. 그 소리가 우레와 같고 보통 사람의 음성 같지 아니하였다. 순신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몸소 조선 사람 있는 적선을 향하였다.
 
50
『빨리 저어라!』
 
51
순신은 몸소 앞장을 서서 싸움을 보고 제장들도 그 뒤를 따라, 순신이 향하는 배를 습격하여 순신을 도왔다.
 
52
철환, 장편전(長片箭), 피령전(皮翎箭), 화전(火箭), 천지자총통(天地字銃筒) 등이 터지고 나는 소리가 풍우와 같았다. 적병은 화살을 가슴에 안고 자빠지는 자, 등에 지고 엎어지는 자, 팔이나 다리에 맞고 미처 빼어 낼 사이도 없이 비칠거리고 달아나는 자, 피를 뿜고 물에 떨어 지는자, 그 부르짖는 소리가 실로 참담하였다. 마침내 적병들은 견디지 못하여 배를 버리고 물에 올라 달아나나 살아 난 자가 십에 일이 되지 못하였다. 적병 속에 끼어 적을 위하여 싸우던 조선 사람의 시체를 찾으려 하였으나, 배 속에서도 찾지 못하고 바닷물에 나 뜬 시체 중에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53
이 싸움에도 적병에게 사로잡혔던 조선 계집아이 하나를 찾았다. 사천에 있던 적선 십 이 척은 모조리 깨뜨려 불사르니, 적병들이 멀리서 바라 보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였다. 이것이 사천 싸움이란 것이다.
 
 
 

4

 
55
사천 싸움이 끝이 나니 날이 저물었다. 순신은 모자랑개(毛自郞漑)로 가자고 명하였다. 뱃머리를 돌려서 장졸이 의기 양양하였다. 다만 군관 나 대용(羅大用)과 전봉사(前奉事) 이 설(李渫)이 적의 철환을 맞아서 장졸들에게 위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 상처도 대단치는 아니하였다. 순신은 총 맞은 나 대용과 이 설을 자기가 탄장선으로 옮겨 손수 그 상처를 살폈다.
 
56
우후 이 몽귀(李夢龜)이하로 춘천 부사 권 준, 광양 현감 어 영담, 녹도 만호 정 운, 군관 송 희립 등이 전승 축하 차로 순신의 배로 모였다. 원 균도 찾아 왔다. 모시는 자가 순신의 갑옷을 벗기니, 적삼 등에 피가 흐는 것이 보였다.
 
57
『사또!』
 
58
하고, 곁에 모였던 장졸들이 놀랐다.
 
59
『왼편 어깨에 철환을 맞은 모양이야. 이쪽 어깨 쭉지가 조금 아프다.』
 
60
하고, 순신은 피 묻은 적삼을 벗었다. 적삼 밑에는 피가 더욱 많이 흘러서 고의까지 붉게 젖고 버선목까지 흘러들어가 끈적끈적하게 선지피가 되었다.
 
61
『어깨를 맞으셨소.』
 
62
하고, 정 운이 대단히 근심하는 어조다.
 
63
『그 보선 사람 탔던 큰 배를 칠 때에 뒤에서 뜨끔하였거든, 그놈의 철환이 나를 맞혔기로 뼈까지 뚫겠느냐. 자 칼끝으로 살 속에 박힌 철환을 파내어라.』
 
64
하고, 사람들 앞에 등을 돌렸다. 녹도 만호 정 운이 꿇어 앉아 칼끝으로 순신의 왼편 어깨에 밖힌 철환을 그리 힘들이지 아니하고 파내었다.
 
65
『그 철환이 여기 있소.』
 
66
하고, 정 운은 파내인 철환을 순신에게 주었다. 순신은 손에 받아 들고 두어 번 굴려 보더니 바다에 내어던지고 말았다.
 
67
『들어가 누우시오.』
 
68
하고 부하가 권하였으나 순신은 태연히 옷을 갈아 입고 장선에 모인 부하들과 더불어 술을 나누었다.
 
69
이튿날 유월 일일 새벽에 원 균이 배를 끌고 순신에게는 말도 없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같은 함대에 있으면서 말도 없이 먼저 행진한다는 것은 심히 옳지 못한 일이었다.
 
70
순신은 군사를 시켜 원 균의 배를 향하여, 「어디로 가느냐? 」고 물으라고 명령하였다. 원 균은 낭패하여 뱃머리에 나서며 순신의 배 곁으로 자기의 배를 저어 대게 하고,
 
71
『영감. 어깨의 상처가 밤새에 과히 아프지나 아니하시오?』
 
72
하고, 아침 문안을 하였다. 순신이 역시 뱃삼에 나서며,
 
73
『상처는 대단치 아니 하오마는, 영감은 이렇게 이른 새벽에 어디를 가시오?』
 
74
하고, 원 균에게 물었다.
 
75
『어저께 적선 두 척 남겨 놓으신 것이 있지 아니하오? 혹시 적병이 계교에 빠져서 들어 왔는지도 알 수 없으니, 소인이 가 보려오. 어찌 영감이 몸도 불편하신데 몸소 가실 수가 있소. 소인이 가더라도 얻은 수급은 영감께 바치오리다. 소인이 패군지장으로 영감의 후의가 아니면 거접할 곳이 없을 것이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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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원 균은 정성이 넘치는 듯한 어조로 말한다.
 
77
『그러하시거든 가 보시오.』
 
78
하고, 순신은 좋은 낯으로,
 
79
『우리네가 국가의 중하신 부탁을 받아 가지고 적군과 싸우는 처지에 어디 네요, 내요가 있소? 하나라도 적병을 없이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수급이 뉘 것이요, 공이 뉘 것인 것은 말할 것이 있소? 혼자 가시기 단약하시거든 적선 몇 척을 드릴 테니 데리고 가시오.』
 
80
하였다. 얼마 전 옥포 싸움에 원 균이가 노획물을 빼앗기 위하여 순신의 군사 두 사람을 살로 쏜 것을 순신도 기억하지 못함이 아니나, 인물이 없는 이때에 원 균 같은 재주라도 아무쪼록 버리지를 말려는 정성이었다.
 
 
 

5

 
82
원 균은 순신의 허락을 받고 급히 배를 몰아 어제 저녁 싸우던 싸움터인 사천에 갔다. 거기는 순신이 적선 두 척을 성하게 남겨 둔 곳이다. 그것은 육지로 올라서 도망하였던 적병이 필시 배를 찾아 들어오리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83
원 균이 갔을 때에는 적병은 아마 육지로 멀리 달아났는지 배에는 하나도 없었다. 원 균은 분하여 비인 배에 불을 사르고 적군이 진 쳤던 곳을 두루 찾아 적군이 도망할 때에 내어 버리고 간 시체 세 개의 목을 베어 가지고 면목없이 본진으로 돌아 왔다.
 
84
원균이가 순신에게 물어봄도 없이 자의로 행선하려 한 것을 분개히 여겨 순신이 원 균으로 하여금 사천에 남겨 둔 배를 차지하게 한 것을 원망하였다. 그때에 순신은,
 
85
『나라를 생각하는 충성으로 싸우는 사람도 있고 공을 세원 상급을 받자는 사욕으로 싸우는 사람도 있소. 공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공을 주어야 잘 싸우는 것이요, 지금 나라 일이 급하고 싸울 사람이 적으니, 싸울 재주 있는 사람을 아끼는 것이 좋소.』
 
86
하며, 자기가 원 균을 우대하는 이유를 암시하였다. 원 균이 죽은 적병의 머리 셋을 베어 달고 돌아 오는 것을 기다려서, 순신은 모자랑개에서 행선하여 사량섬(蛇梁島) 앞바다에이르러 닻을 주고 밤을 지내며 사방으로 탐보선을 놓아 적선이 있는 곳을 엄타하였다. 자고 나니, 유월 이일 새벽에 적선 이십여 척이 당포(唐浦)에 정박하고 있다는 탐보를 듣고 제장에게 곧 당포를 향하여 행선할 것을 명하였다. 전함대가 사량 바다를 떠난 것이 진시, 당포에 닿은 것이 사시였다. 당포는 미륵도(彌勒島) 서남단에 있는 포구로 만호(萬戶)를 두었던 데다.
 
87
당포에 다다르니 과연 선창에는 적의 대선 구 척과 중선과 소선과 소선 십 이 척과 도합 이십 일 척의 배가 정박하고 있는데, 대선은 크기가 조선의 판옥선 만하였다. 그중에 큰 배하나가 있는데, 배 위에 삼사십 척이나 될 듯한 높은 누가 있고 밖에는 붉은 김으로 장막을 두르고 장막의 사면에는 대자로 누를 황(黃)자를 쓰고 그 속에 수장 한 사람이 있는데 앞에는 분홍 일산을 받았다. 적병의 수효는 모두 삼백 명이나 될까? 반은 성안에 들어가 노략하고 불을 놓고, 또 더러는 성 밖 요해처에 웅거하여 이편의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조총을 놓아 철환을 내려 부었다.
 
88
순신은 그 높은 누 있는 배가 적의 대장의 배인 것을 짐작하고 즉시 거북선을 명하여 그 층루선을 찌르게 하였다. 거북선은 살같이 달려가 용구(거북선의 입)를 번쩍 들어 굉연한 소리와 함께 현자 철환(玄字鐵丸)을 층루선을 향하여 올려 쏘고 또 천지 대자군전(天地大蔣軍箭)(화살의 이름)을 쏘아 그 배를 깨뜨리니 뒤에 따르는 모든 배가 일제히 총과 활을 쏠 제, 중위장 순천 부사 권 준(權俊)이 철환의 비를 무릅쓰고 배를 몰아 바로 그 층루선의 밑으로 달려 들어 활 한 방을 우러러 쏘니 그살이 바로 적장의 이마를 맞혀서 빨갛게 피가 쏟아지는 것이 보였으나 적장은 왼편 손을 들어 이마에 박힌 살을 빼어 던지고 태연 자약하게 여전히 칼을 두르며 싸움을 감독하였다.
 
89
그러나 군 준의 둘째 살이 그의 가슴에 박히매 그는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층루 위에 떨어졌다. 적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도 첨사 김 완(金浣), 군관 진 무성(陣武誠) 등이 그 배에 뛰어 올라 넘어진 적장의 머리를 베고, 우후 이 몽귀 등은 배에 올라 남은 군사를 사로잡고 배를 점령하였다.
 
 
 

6

 
91
오후 이 몽귀가 적의 층루선을 수색할 때에 선상의 적장의 거실(있던 방)인 듯한 방을 수색하였다.
 
92
배에 있는 방이라 그리 크지는 아니하나 심히 정결하고 또 바닥에 깐 것이든지, 방안에 놓인 물건이든지 모두가 극히 사치하고 화려하여 마치 사치한 귀인의 침실을 보는 것 같고 무장의 방을 보는 것 같지 아니하였다.
 
93
이 몽귀는 책상 위에 놓인 금빛 부채 한 자루를 얻었다. 보니 부채 한편에는 한가운데,
 
94
『戮月 八日 이吉』
 
95
이라고 쓰고 오른편에,
 
96
『(     )』
 
97
라는 다섯 자를 쓰고 또 왼편에는,
 
98
『(      ) 』
 
99
이라는 여섯 자를 썼다. 그래서 이부채를 소중하게 칠한 각에 봉해 둔 것이었다. 이 몽귀는 이것을 순신에게 바치었다.
 
100
또 소비포 권관(所非浦權管) 이 영남(李英男)은 이 층루선을 수색하다가 장수 있는 방 곁에서 어여쁜 여자둘을 발견하였다. 이 영남이 칼을 들어 치려 할 때에 그여자는 두 손을 들어 비는 양을 하며,
 
101
『장군님 살려주오. 소인은 조선 사람이요.』
 
102
하고 외쳤다.
 
103
당포에 있는 이십 일 척 배를 다 깨뜨리고 싸움이 끝난 때에(이때는 벌써 저녁때였다) 순신은 몸소 그 여자를 심문하였다.
 
104
『네가 조선 사람이야?』
 
105
『예. 그러하오.』
 
106
하고, 한 여자가 대답하였다. 그 여자가 두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107
『집이 어디냐?』
 
108
『울산(蔚山)이요.』
 
109
『울산서 무엇하던 계집이냐?』
 
110
『비자요.(남의 종이란 말이다.)
 
111
『이름이 무엇?』
 
112
『상전은 김생원이옵고 소인은 억대(億代)라고 하오.』
 
113
『그럼 어찌하여 적장의 배에 탔어?』
 
114
『날은 어느 날인지 모르겠소. 상전댁을 따라 피난 가는 길에 오늘 여기서 활 맞아 죽은 장수한테 사로 잡혔소. 』
 
115
『그래서 적장에게 몸을 허하였느냐?』
 
116
『그리하였소. 언제나 그 장수와 함께 있었소.』
 
117
『적장의 이름이 무엇이냐?』
 
118
『소인은 이름은 모르오.』
 
119
『적장이 어떻게 생겼어?』
 
120
『키가 훌쩍 크고 기운이 세고 매우 잘났소.』
 
121
『나이는 몇 살이고?』
 
122
『서른 살이나 되었소.』
 
123
『적장이 날마다 하는 일이 무엇이던고?』
 
124
『낮에는 배 상층 누에 올라가 누런 비단 전복에 금관을 쓰고 있고, 밤이면 소인의 방에 들어 와 잠을 잤소.』
 
125
『그놈이 얼마나 높은 장수더나?』
 
126
『얼마나 높은지는 몰라도 모든 배에 있는 장수들이 다와서 꿇어 앉아서 영을 듣고, 혹시 영을 어기는 놈이 있으면 용서 없이 목을 베어 죽입데다.』
 
127
『적장이 무슨 말을 하였어?』
 
128
『예, 혹 술도 가지고 와서 대접하고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지마는, 오롤오롤하는 소리를 소인은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었소. 간혹 가다가 울산(蔚山)이니, 동래(東萊)니 전라도(全羅道)니 하는 말은 조선말과 같읍데다.』
 
129
『오늘 그 놈이 죽기 전에는 어찌하였어?』
 
130
하고, 순신이 물을 때에는 억대는 낯이 붉어지고 눈물이 쏟아지며, 매우 흥분한 빛을 보였다.
 
 
 

7

 
132
적장의 바로 죽기전 행동에 대하여 그와 십 오일 간 부부 생활의 정을 바꾼 억대는,
 
133
『오늘 접전할 때에 그 층루선에 조선 화살과 탄환이 비오듯 떨어지는때에야 아! 소리를 치고 떨어졌소.』
 
134
하고, 적장이 죽을 때에 겁이 없이 태연하던 것을 자랑하는 듯하였다.
 
135
화살과 철환에 맞아 쓰러진 군사를 낭자하게 버리고 적병이 다 육지로 도망한 뒤에 적선에 있는 쓸 만한 물건을 수습하고 비인 배를 다 태워 버리고 장차 군사를 놓아 뭍으로 달아나는 적병을 소탕하려 할 즈음에, 탐망선이 들어 와서 적의 대선 이십여 척이 소선을 수없이 거느리고 거제로 부터 당포를 향하고 온다는 말을 과하였다.
 
136
순신은 당포는 좁아서 잡전하기 불편하니 큰 바다로 나가자 하여 뱃머리를 돌렸다. 함대가 사량 바다에 나서매, 오리쯤 되는 곳에 과연 적전 대소 오륙십 척이 장사진으로 오다가 이편 함대를 보고 방향을 돌려 도망하려 하는 것을 이편 배들이 따라가 난바다로 쫓아 버렸다. 제장은 가는 데까지 따라 가서 때려 부수기를 주장하였으나, 순신은 날이 저문 것을 이유로 군사를 돌렸다. 대개 적선이 이편을 보고 싸우지도 않고 마치 미리 계획하였던 것닽이 어떠한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이 반드시 무슨 흉계가 있을까 함이었다. 이날 밤은 창신도(昌信島)에서 군사를 쉬었다.
 
137
이튿날 유월 초삼일 이른 새벽에 배를 떼어 싸리섬(  ) 근방의 여러 섬들을 두루 찾았으나 적병의 그림자도 없었다. 이날 밤을 고성 땅 고둔개(古屯漑)에서 쉬이고 초사일 조조에 그저께 싸우던 터인 당포 앞바다에 이르러 소선을 보내어 적선의 유무를 바라보게 하였다.
 
138
사시나 되어 웬 사람 하나가 산으로서 뛰어 내려와 순신의 주사를 보고 기쁜 듯이 아뢰었다.
 
139
『그저께(초이일)접선 후에 적병이 죽은 자기네 편 군사들의 목을 베어 한 무더기로 모아 쌓고 불에 태워 버리고 그리고는 육로로 달아났소, 달아날 때에 우리 사람을 만자도 죽일 뜻은 없고 길에서도 통곡을 하며 달아났소.』
 
140
하였다.
 
141
『그때에 구원 오던 적선은 어디로 갔다더냐?』
 
142
하는 물음에 다하여서는 그는,
 
143
『당포 밖에서 쫓겨난 적선은 거제로 갔답디다.』
 
144
하였다.
 
145
이 사람은 강 탁(姜卓)이라고 부르는 토병이었다. 순신은 곧 거제로 가서 당포에서 달아난 적의 주사를 치고, 가덕, 부산의 적의 소굴을 소탕하고 싶으나, 아직도 전라 우수사 이 억기(李億棋)의 함대가 오지 아니하니 너무도 형세가 고약하였다. 게다가 순신의 왼편 어깨의 총맞은 자리가 여름살이라 용이하게 낫지를 아니하여 고통이 적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적이 있는 곳을 알고도 뒤로 물러 갈 수는 없었다. 순신은 제장을 불러서 거제로 행선할 뜻을 말하고,
 
146
『이번 길에는 적의 소굴을 소탕할 터이니 제장은 각기 힘을 다하라.』
 
147
하고 약속을 선명하였다.
 
148
제장도 첫째로는 번번이 이기는 싸움에 자신을 얻고 또 순신의 지혜와 용기에 신뢰심이 굳어 기뻐 뛰며, 싸우러 갈 것과 죽을 힘을 다하여서 싸울 것을 약속하였다. 저녁 들물을 기다려 막 배가 떠나려고 할 때에 멀리서 쪽으로 전라 우도 수사 이 억기가 거느린 이십 오 척이 위풍 당당하게 오는 것이 보였다.
 
 
 

8

 
150
『사또. 우도 주사요.』
 
151
하고, 군관 송 희립이 순신에게 고하였다.
 
152
『우도 주사다!』
 
153
하고, 기쁨의 부르짖음은 장졸의 입으로 쏟아져 나왔다. 불과 이십 삼 척의 고약한 주사로 날마다 싸움에 피곤한 장졸에게 우도 주사가 온다는 것은 비길 데 없는 기쁨이었다.
 
154
순신이 몸소 뱃머리에 나와서 이 억기를 맞았다. 과연 전라 우도 수사 이 억기는 전선 이십 오 척을 거느리고 순풍에 돛을 달고 달려 왔다.
 
155
『영감 웬 일이시오? 왜 이렇게 늦으셨소?』
 
156
하고, 순신은 억기의 손을 잡았다.
 
157
『풍우에 막혀서 길이 늦었소. 그동안 연전 연승하신 소식은 좌우영서 들었소. 소인이 돕지 못한 것이 죄만하오.』
 
158
하고, 이 억기는 유감의 뜻을 표하였다. 이 억기는 자기보다 연치도 높고 지략도 많고 인격도 높은 순신을 속으로 깊이 존경하였다. 더구나 지난 사월에 적군이 국내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로 대소 제장이 싸우기도 전에 다투어 달아나는 이때에, 오직 이 순신 한 사람이 단약한 주사를 가지고 담연히 적과 싸워 연전 연승하는 것을 볼 때에 억기는 더욱 순신을 흠모하였다.
 
159
좌우 양도 주사 연합 함대 오십 척은 위풍이 당당하게 당포 앞바다를 떠나서 판대목(   )에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밤을 지내는 동안에 순신은 억기로 더불어 맹세코 적군을 소탕할 것을 약속하고, 억기는 기쁘게 순신의 절제를 받기를 자청하였다.
 
160
이튿날 유월 오일.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지척을 분별할 수가 없었다. 배를 놓아 적의 정체를 엄탐케 하면서 안개가 개이기를 기다렸다.
 
161
저녁때나 돠어서야 안개가 걷혔다. 순신은 배를 떼어 거제(거제)로 가기를 명하였다. 당포에서 동망한 적선이 거제에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배가 한산도 앞에 다다랐을 때에 어떤 작은 배 하나가 마주 나오며 무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것이 마치 무슨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162
『배를 세워라.』
 
163
하고, 순신은 그 작른 배가 오기를 기다렸다. 작은 배는 노를 바삐 저어 순신이 타고 앉은 장선 곁으로 왔다.
 
164
그 작은 배에는 어민 칠팔인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순신의 배를 보고 대단히 기뻐하는 모양을 보였다. 그리고 순신을 향하여 연방,
 
165
『사또. 사또.』
 
166
하고, 반가움을 못 이겨 하는 양을 보였다.
 
167
『사또께서 이리로 오실 줄을 알았소. 그래서 소인네가 어저께부터 여기서 기다렸소. 』
 
168
하고, 김 모란 사람이 대표로 나서서,
 
169
『당포 싸움에 쫓겨 달아난 적선들이 거제에 와서 하루를 묵고는 어제 낮물에 당목개(唐목개)로 갔소.』
 
170
하고, 손을 들어 적선들이 수없이 가던 방향을 가리켰다. 이 말을 고하고는 김 모와 그의 동무들은 무수리 순신을 향하여 수없이 절하고 배를 저어 한산도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순신은 이 백성들이 밤을 새워 가며 자기를 기다려서 적의 행동을 보고하는 그 충성과 그들이 자기와 및 자기가 거느린 주사를 보고 잃었던 부모를 본 듯이 반가와하는 양을 보고 깊이 감동되었다.
 
171
『당목개로 놓아라.』
 
172
하고, 순신은 함대의 침로를 북으로 돌렸다. 견내도(見柰도)를 지나 고양이 바다를 건너 당목개 앞바다에 이르러 남을 바라 보니, 진해성 밖에 이삼리쯤 되는 곳에 벌판에 갑옷 입고 말탄 군사 천여명이 기를 꽂고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순신은 사람을 보내어,
 
173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아 올리라. 』
 
174
하였다.
 
 
 

9

 
176
탐문 갔던 사람의 보고에 의하면, 함안군수(咸安郡守) 유 숭인(柳乘仁)이 말탄 군사 일천 일백명을 거느리고 적병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당목개 형세를 물으니 멀기는 여기서부터 십리나 되고, 넓이도 배가 자유로드나들 만하다고 하였다.
 
177
순신은 전선 세 척을 단목개로 보내어 당목개의 지리를 살피라 하고, 만일 적이 따르거든 결코 응전치 말고 거짓 달아날 것을 엄칙하고, 다른 배들은 산굽이에 숨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였다.
 
178
이윽고 아까 보냈던 배가 포구 밖으로 달아 나오며 신 만일 이차돈이 그 잘 쓰는 칼로 고구려 임금의 목을 베인다 하면, 고구려가 필시 대군을 가지고 우리 나라를 엄습할 것이니, 고구려가 비록 장수왕 이래로 약하여졌다 하니마는 아직도 장수로는 메주한가 같은 사람이 있고, 옛날 한나라를 때려 부시던 기운이 아직도 다 스러지지 아니하였으니, 오늘날 우리 나라의 힘으로 고구려를 당해 내기는 어려운 일일 뿐더러, 저편은 임금의 원수를 갚는 다는 의분심이 강할 것이온즉 더욱이 우리보다 기세가 높을 것이옵고, 또 만일 메주한가의 은란한 솜씨에 저 백제 장수들을 제 것을 만드는 모양으로 이차돈을 달래어 고구려 장수를 만드는 날이면 이것은 원수에게 보검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요, 이차돈 같은 재조를 고구려에 준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옵고, 또 고구려에는 지금 불법이 왕성하다 하온즉, 이차돈이 불법을 배우게 되면 우리 나라에 불법을 편 근심이 있사오니, 그 또한 무서운 후환이 아니오니까? 이런 모든 모로 보옵선댄, 이차돈을 고구려에 두는 것은 무서운 후환이 아니오니까? 이런 모든 모로 보옵건댄, 이차돈을 고구려에 두는 것은 무서운 후환이 될 근심이 있는 줄로 아오.』
 
179
공목의 이 말에 임금은 고개를 끄떡끄떡하시며,
 
180
『공목 바돌손의 말씀이 옳소.』
 
181
하고는 한참 침음하시다가,
 
182
『그렇기로 한마로 이손의 손자 이차돈이 우리 나라를 배반하고 고구려에 가 붙기야 하겠소.』
 
183
하고 공목의 수염 많은 늙은 얼굴 경난도 지혜도 많은 듯한 얼굴을 바라보신다. 임금은 고옥이 한마로를 좋아하지 아니함을 아신다. 한마로는 어디까지든지 옳은 것을 내세우는 의리의 사람이요, 공목은 옳은 것이란 다 무엇이냐? 이롭고 해로움이 있을 따름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나라 일에 대하는 의견은 서로 어그러지는 일이 많았다.
 
184
그런데 임금은 어느 편에 치우친 성격인고 하면, 한마로와 같이 이해 관계보다도 옳고 옳지 아니한 것을 따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임금은 공목의 싸늘한 지혜에는 매양 경의를 표하고 계시었다. 임금의 입에서 그러한 말씀이 나올 줄을 미리 알아 차렸던 듯이 공목은 곧,
 
185
『상감마마, 한마로 이손은 과연 충, 효, 신, 용, 인(忠孝信勇仁) 다섯 가지를 겸한 우리 나라의 큰 스승이오, 그러하오나 이차돈은 아직 어린 아이, 비록 그 조부의 훈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아직 뜻이 서지 못한 어린 아이옵고, 게다가 이마로 이손의 딸과 살지 못하게 된 것이 상감마마 처분이시라 하여 원망을 품고 있지 아니하오?』
 
186
배로서 화전을 쏘아 충무선의 김 장막과 돛을 맞히니, 장막과 검은 돛에 불이 당기러 불길이 하늘에 달았다. 그래도 까딱 없이, 깨어지고 남은 층루 위에 칼을 짚고 앉아서 독전하던 적장까지도 마침내 살을 맞아 층루에서 굴러 떨어졌다.
 
 
 

10

 
188
층루선의 층루가 깨어지고 불이 붙고 또 장수가 활을 맞아 죽어 떨어지는 양을 보고 남은 적선 네 척이 이창황한 틈을 타서 돛을 달고 북으로 달아나려 하였다. 순신이 이 억기로 더불어 제장을 거느리고 달아나는 적선을 딸 에워싸고 활과 불로 치고 적병들은 견디지 못하여 혹은 물에 뛰어 들어 헤어서 육지로 나가려 하고, 혹은 큰 배를 버리고 종선을 타고 달아나 산으로 기어 올라서 달아났다. 이편 군사들은 부실부실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무릅쓰고 혹은 창을 들고, 혹은 활을 끼고 적병을 따라 가혹은 물에서 혹은 발 가운데서 혹은 산에서 둘씩 셋씩 단병 접전을 하여 적병의 머리 사십 삼 급을 베어 가지고 피 흐르는 창과 칼을 두르며 돌아 왔다.
 
189
순신은 적선을 전부 불사르고 오직 배 한 척만을 남겨 푸구에 두어 상륙하여 피신하였던 적병들이 도망할 기회를 주게 하고 군사를 거두니, 이때에 벌써 날이 저물어 검은 그림자가 싸움 뒷바다를 덮었다.
 
190
그날 밤을 당목개 앞바당에서 지내고 이튿날 평명에 방답 첨사(防踏僉使) 이 순신(李純信)이 순신의 명을 받아 그 부하에 달린 배를 거느리고 어젯밤 당목개 어귀에 남겨 둔 배에 적병이 탔나 아니 탔나를 보러 갔다.
 
191
방답 첨사 이 순신의 배가 다옥개 어귀에 다다르니 아니나 다를까, 적선 한 척이 당목개 어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어제 싸움에 져서 배를 버리고 뭍으로 도망했던 적병들이 이편의 계교대로 밤 동안에 돌아와서 한 척만 남겨 놓은 배를 잡아 타고 장차 부산으로 도망하려 하는 것이었다.
 
192
방답 첨사 이 순신이 불의에 섬 그늘에서 나서서 그 배의 앞길을 막고 지현자 총통(地玄字銃筒)을 놓아 아직도 어두운 당목개의 새벽을 흔들었다.
 
193
불의에 포향을 들은 적선은 창황하게 뱃머리를 돌려 동쪽으로 달아나려 하였으나 동쪽으로서도 또 이편 배가 내달으며 우선 방포하여 적선의 기운을 지르고 연하여 장편전(長片箭)·철환(鐵丸)·질려포(蒺藜砲)·대발화(大發火) 등을 쏘고 던지었다.
 
194
적선은 좌우로 협공을 받으매, 달아나기 어려울 줄을 알고 대적하여 싸우려 하였으나, 이편의 공격이 자못 맹렬하여 다수의 군사가 사상하매, 도저히 견디지 못할 줄 알고 화전에 뚫어진 돚과 총통에 부서진 뱃머리로 죽기를 무릎쓰고 달아나려 하였다. 방답 첨사 이 순신은 군사를 시켜 쇠갈고리를 던져 적선을 끌어 내었다. 적선은 그 쇠갈고리를 벗으려고 만단으로 애를 썼으나, 아무리 하여도 벗을 길이 없이 바다로 끌려 나갔다. 바다 가운데로 끌려 나갔으니, 물르로 내려서 도망하려 하나 도망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선중에 있던 적병들이 반이나 살은 맞아 죽고 반이나 물에 빠져 죽었다.
 
195
그중에 이십 사오 세나 되는 적장 하나가 부하 여덟 명을 데리고 끝까지 싸웠다.
 
196
그는 키가 크고 얼굴이 준수하고 화려한 군복을 입고 긴 칼을 짚고 우뚝 섰다. 이편에서 그 장수를 향하여 활을 쏘아 살을 칠팔 개나 맞아서 전신이 붉은 핏빛이 되어도 그는 까딱 아니하고 여전히 칼을 짚고 섰다. 살아 남은 여덟명 부하도 죽기까지 그의 명령을 복종하여 싸웠다. 그러나 마침내 살십여 개를 맞으매, 그 장수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는 듯한「으흑」하는 한 소리를 지르고 물에 떨어졌다. 이편 군사들은 곧 그 장수의 머리를 베었다.
 
197
살아 남았던 여덟명 장수는 칼 짚은 장수가 죽은 뒤에 다 죽을 때까지 칼을 두르고 활을 쏘았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엎어졌다가는 다시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싸웠다. 죽을지언정 사로잡히지는 아니할 결심인 듯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군관 김 성옥(金成玉) 등의 손에 다 죽어 버리고 말았다. 싸움이 다 끝난 뒤에,
 
198
『괴시 용사다!』
 
199
하고, 방답 첨사 이 순신은 아홉 적장의 머리를 앞에 놓고 술을 따라서 혼을 위로하였다.
 
 
 

11

 
201
진시나 되어서 전선을 불사를 때쯤 해서 경상 우수사 원 균(元均)과 남해 현령 기 효근(奇孝謹) 등이 배를 달려 와서 바당 빠져 죽은 적병의 세체를 건져 분주히 목을 잘랐다. 모두 오십개나 잘라 가지고 의기 양양하여 뱃머리를 돌렸다.
 
202
방답 첨사 이 순신은 몸소 적선에 올라 수험하였다. 뱃머리에 정결하게 꾸민 방 하나가 있는데, 방에는 화려한 장막을 둘렀고 방안에 조그마한 궤 하나가 놓였는데 열어 보니 무슨 문서가 들었다. 펴 본즉 사람의 성명을 적은 발기인데, 성명 밑에는 모두 피를 발랐다. 사람 수효가 모두 삼천 사십여 명이요, 군기를 갈라서 성명을 적었다. 아마 피를 내어 죽기로써 서로 맹세한 것인 듯하였다. 이 발기가 여섯 축이요, 그 밖에 갑주, 창검, 활총, 표피, 말한장 등물도 있었다. 방답 첨사, 창검, 활총, 표피, 말안장 등들도 있었다. 방답 첨사 이 순신은이 물건들을 다 봉하여 순신에게 바치었다. 순신은 피로 수결된 삼천 사십여 명의 발기 여섯 축을 차례로 내려 본 후에,
 
203
『과시 독한 무리로고나!』
 
204
하고, 감탄하고 방답 첨사 이 순신이 베어 온 적장의 머리 아홉 개 중에서 화살 십여 개를 맞도록 까딱 없이 칼을 짚고 싸웠다는 젊은 장수의 머리를 보고는 정색하고 찬탄하는 뜻을 표하였다. 그리고 적장의 머리들을 왼편귀를 베어 소금에 저려서, 왕께 보낼 때에도 이 젊은 장수의 머리는 특별히 정하게 싸고 표를 하여서 보내었다. 왼편 귀는 베어서 이편에 보관해 두어서 중간의 협잡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205
이날 검은 구름이 바다를 누르도록 하늘을 덮고 비가 퍼부어 도무지 배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목개 앞바다에서 군사를 쉬다가, 석양에 비가 개는 틈을 타서 고성지경 머루장(   ) 앞바다에 진을 옮겨서 밤을 지내었다.
 
206
이튿날은 유월 칠일이다. 아침에 일찍이 배를 띄워 웅천(熊川)땅 시루섬(  ) 바다에 진을 치고 탐망선을 보내어 천성(天城)·가덕(加德)의 적의 종적을 엄탐케 하였다.
 
207
이윽고 탐방선장 진무(  ) 이 전(李전)과 토병(土兵) 오 수(吳水) 등이 적병의 머리 둘을 베어 가지고 돌아 왔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건댄, 그들이 탐망선을 타고 가덕 이편을 보고 북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 가서 셋을 다 목을 베었으나, 그중에 하나는 경상 우수사 원 균의 군관에게 강제로 빼앗기고 둘만 가지고 온것이라고 하며, 원망스럽게,
 
208
『경상 우수영 놈들은 산 대적은 하나도 못 잡으면서 죽은 대적의 머리 주워 모우기만 할 줄 아나. 경을 칠......』
 
209
하며 떠들었다.
 
210
순신은 말을 삼가라고 책망하고 이 전과 오 수 등에게 술과 안주를 주어 먹게 하고, 다시 척선을 돌아 적병의 종적을 알아 오라고 명하였다.
 
211
순신은 함대를 끌고 적선의 유무를 살피면서 거제도 기슭을 돌아 오기에 영등포 앞바다에 다다랐다.
 
212
『왜선이야!』
 
213
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214
과연 검은 돛 단 대선 오 척과 중선 이 척이 밤개(밤개)에서 나와서 부산(釜山)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편에서는 바람을 거슬러 노를 재촉하여 오리쯤 가서 밤개 밖에서 적선들을 따라 잡았다. 그 배들은 실었던 짐을 물에 풀러 버리었다. 아무리 하여도 면치 못할 줄을 알아 차린 모양이었다.
 
215
우후 이 몽귀(李夢龜)가 대선 일 척을 바다에서 온이로 잡고, 머리 아홉을 베고,
 
216
한 척을 하륙하는 것을 불사르고, 사도 첨사 김 완(金浣)이 대선 한 척을 온이로 바다에서 잡고, 머리 이십 급을 베고,녹도 만호 정 운(鄭運)이 대선 한 척을 바다에서 온이로 잡고, 머리 아홉을 베고, 광양 현감 어 영, 가리포 처사 구 영담(魚泳潭)이 동력하여 대선 한 척이 하륙하는 것을 불사르고, 구 사직이 머리둘을 베고, 여도 권삼 김 인영(金仁英)이 머리 하나를 베고, 소비포 권관 이 영남(李英男)이 소선을 타고 돌입하여 머리 둘을 베고, 공선 하나를 바다에서 살라 버렸다. 이리하여 혹은 베이고 혹은 물에 빠지어 적병이 하나도 없이 다 죽어 버리고 말았다.
 
217
『어 쾌하다!』
 
218
하고 제장들은 심담이 쾌연하였다.
 
 
 

12

 
220
순신은 함대를 둘로 갈라 가덕(가덕), 천성(천성), 좌도 몰운대(左道沒雲臺) 등지를 좌우 양편으로 수사하였으나 적선의 그림자도 없었다. 그 지방 사람들에게 물으면 이곳저곳에 집을 잡고 웅거하던 적선들이 그동안 자기네 주사가 연전 연패하는 소식을 듣고는 모두 부산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221
『그놈들 다 달아났소.』
 
222
하고, 녹도 만호 정 운은 들먹거리는 팔을 둘 곳이 없는 듯이 멀어 가는 목운대를 바라 보고 뽐내었다.
 
223
초저녁에 거제 온천도 송진개(溫川島松津개)에서 밤을 지내고 이튿날 유월 팔일에 창원(昌原)땅인 마산포(馬山浦)·안골포(安骨浦)·제포(薺浦)·웅천(熊川) 등지에 탐망선을 보내어 적군의 종적을 엄탐케 하고, 본진은 창원 시루섬 남포(  )바다에 옮겨서 탐방선들의 회보를 기다렸다.
 
224
저녁때에 탐망선들이 다 돌아 왔으나 적군의 종적을 보지 못하였다는 보고뿐이었다.
 
225
도로 송진개에 돌아와 그날 밤을 지내고 이튿날인 유월 초구일 조조에 배를 띄워 고므내( ) 앞 바다에 진을 치고 한번 더 소선들을 가덕(加德)·천성(天城)·안꼬래(安꼬래) 등지에 보내어 적의 종적을 엄탐케 하였으나 그림자도 없다는 보고뿐이었다.
 
226
『이제는 어찌할꼬? 적의 수군의 소굴인 부산을 칠까 또는 고만하고 파진할까?』
 
227
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정 운(鄭運), 어 영담(魚泳潭) 같이 기운찬 장수들은 이 길로 가서 부산의 적의 소굴을 무찌르자고 주장하였으나, 순신의 이유는 이러하였다. 첫째로 지난 오륙일간 거의 하루도 쉬일 사이 없이 큰 싸움을 하여서 양식도 진하였거니와, 사졸이피곤하고 그뿐더러 사졸 중에는 죽은 자도 있고 상한 자도 적지 아니하니, 이렇게 피곤한 군사를 가지고 오래 준비하여 가만히 쉬고 있는 적과 싸우는 것은 병가의 이른바 이아지로 적피지일(    ) 이라 백 번 패함이 있고 한번 이김이 없다는 것이요, 둘째는 양산(梁山)을 가려면 낙동강이 좁아서 배 하나를 용납할둥 말둥한데, 적선은 미리부터 험한 자리를 잡고 웅거하였으니. 내가 싸우려 하면 저가 나오지 아니할 것이요, 싸우지 못하고 물러 오면 도리어 나의 약함만 보일 것이니, 육지로 부터 함께 치는 군사가 없이는 수군으로는 도저히 양산의 적군을 칠 도리가 없고, 또 만일 양산의 적을 그냥 두고 부산으로 향하면 부산의 적군과 양산의 적군이 서로 응하여 타도의 객병이 앞뒤로 적의 엄습을 받게 될 것이니, 이것은 만전지계가 아니요, 셋째로 또 전라 좌병사 이 과에 의하건대 서울을 점령한 적병의 조선(漕船)(세납쌀 싣고 다니는 나랏배)을 빼앗아 타고 서강으로 부터 호남을 향하여 내려 온다 하였으니, 경기도, 충청도에도 수군이 있거던 어느 새에 조선을 빼앗길 리는 만무하지마는 의외지변도 없으란 법은 없으니, 그것도 생각하지 아니할 수는 없은 즉 아직 가덕(加德) 이서에 있는 적을 소멸하고는 이번의 싸움을 거두자는 것이었다. 또 순신은 말하기를, 이번 싸움을 거두자는 것이 삼천 명은 넘을 것이요, 또 살아 나서 육지로 도망한 적병들이 우리 주사의 위엄이 어떠한 것을 말하였을 듯 하니, 필시 적병이 겁을 내어 가벼이 가덕 이편을 엿보지 못할 것인 즉, 아직 돌아가 죽은 군사를 치료하고 군사와 군량을 더욱 준비하여 다시 적의 소굴을 소탕할 준비를 하자고 하였다.
 
228
이리하여 유월 초열흘날에 메주목 앞바다에서 파진하고 전라도 우수사 이 억기와 경상도 우수사 원 균이 각각 제 고장으로 돌아 갔다.
 
229
원 균은 물에 빠져 죽은 적병의 머리 이백여 급을 순신에게서 허락받아 얻어 가지고 의기 양양하게 거제도 우수영으로 돌아 갔다.
 
 
 

13

 
231
당포 싸움 이래로 총과 활에 맞아 죽은 사람과 상한 사람은 이러하다.
 
232
장선 정병(將船正兵) 김 말산(金末山)
233
우후선 방포 진무(虞候船防砲鎭撫) 장 언기(張彦己)
234
순천 일선 사부 사노(順天一船射夫私奴) 배 귀실(裵貴實)
235
순천 이선 격군 사노(順天二船格軍私奴) 막대포작 내은석(莫大砲作內隱石)
236
보성 일선 사부 관노(寶城一船射夫官奴) 기이(기이)
237
흥양 일선 전장 관노(興陽一船箭匠官奴) 난성(難成)
238
사도 일선 사부 진무(蛇渡一船射夫鎭撫) 장 희달(張希達)
239
여도 사공 토병(呂島沙工土兵) 박 고산(朴古山)
240
동상 격군(格軍) 박 궁산(朴宮山)
 
241
이상은 철환을 맞아 죽었고,
 
242
흥양 일선 사부(興陽一船射夫) 목 자손(牧子孫)
 
243
은 장수(長水)에서 하륙한 적병을 따라가 베이다가 칼을 맞아서 죽고,
 
244
순천 일선 사부 보인(順天一船射夫保人) 박 훈(朴訓)
245
사도 일선 사부 진무(蛇渡一船射夫鎭撫) 김 종해(金從海)
 
246
의 두 사람은 화살에 맞아 죽고,
 
247
순천 일선 사부(順天一船射夫) 유 귀희(柳貴希)
248
동상 포작(砲作) 남 산수(南山수)
249
흥양선 선장 수군(興陽船船獎水軍) 박 백세(朴百世)
250
동상 격군 포작(格軍砲作) 문 세(文世)
251
동상 사부 정병(射夫正兵) 김 복수(金福壽)
252
동상 내노(內奴) 고 붕세(高朋世)
253
낙안 통선 사부(樂安統船射夫) 조 천군(趙千軍)
254
동상 수군(水軍) 선 진근(宣進近)
255
동상 무상 사노(無上私奴) 세 손(世遜)
256
발포 일선 사부 수군(鉢浦一船射夫水軍) 박 장춘(朴長春)
257
동상 토병(土兵) 장 업(張業)
258
동상 방포 수군(放砲水軍) 우 성복(禹成福)
 
259
등은 철환을 맞았으나 중상에는 이르지 아니하였고,
 
260
방답 첨사 솔노(防踏僉使率奴) 언룡(彦龍)
261
광양선 방포장(光陽船放砲匠) 서 천룡(徐千龍)
262
동상 사부(射夫) 백 내온손(白內縕孫)
263
흥양 일선 사부 정병(興陽一船射夫) 배 대검(裵大檢)
264
동상 격군 포작(格軍匏作) 말 손(末孫)
265
낙안 통선 장흥 조방(樂安統船長興助防) 고 희성(高希星)
266
동상 능성 조방(綾城助防) 최 난세(崔蘭世)
267
보성 일선 군관(寶姓一船軍官) 김 익수(金益水)
268
동상 사부(射夫) 오 언룡(吳彦龍)
269
동상 무상 포작(無上匏作) 흔손(欣孫)
270
사도 일선 군관(蛇渡一船軍官) 진 무성(陳武晟)
271
동상 군관 임 홍남(林弘楠)
272
동상 사부 수군(射夫水軍) 김 억수(金億壽)
273
동상 사부 수군 진 언량(陳彦良)
274
동상 사부 신선(射夫新選) 어 복남(許福男)
275
동상 조방(助防) 전 광례(田光禮)
276
동상 방포장(防砲匠) 허 원종(許元宗)
277
동상 토병(土兵) 정 어금(鄭於金)
278
여도선 사부(呂島船射夫) 석 천개(石千介)
279
동상 사부(射夫) 유 수(柳修)
280
동상 사부(射夫) 선 유석(宣有石)
 
281
등은 활을 맞았으나 증상은 아니었다. 이상에 낙안 통선(樂安統船)이라 함은 장수 낙안 군수가 탄 배를 이르리요, 일선 이선 하는 것은 어느 진에 매운 배의 번호다.
 
282
이렇게 이번 큰 싸움 삼사차에 죽은 군사가 모두 열세명인데 총에 죽은 이가 열이요, 활에 죽은 이가 셋이며, 총 맞아 상한 사람이 열 셋이요, 활 맞아 상한 사람이 스믈 하나이니, 모두 합하면 죽은 군사가 십 삼명이요, 상한 군사가 삼십 사명이다.
 
283
죽은 군사의 시신은 소선에 실어 각기 고향으로 운구해 매장하도록 순신이 각 부장에게 명령하였다. 영광스러운 전사자의 사여는 군사들과 백성들에게 매우 장엄하게 고향의 촌락으로 들어 왔다. 고향에 남은 부모와 부녀 아동들은 마치 친부모나 형제의 장례와 같이 찬양하고 슬퍼하였다.
 
 
 

14

 
285
싸워 죽은 이의 처자들은 각기 관에서 구휼하기를 명하고, 상하기만 한 사람들은 순신이 친히 의문하여 상한데를 만지고 약을 주어 치료하게 하였다.
 
286
그리고 파진할 때를 당하여 순신은 각 배의 장수들을 불러 술을 주고 그동안 나라를 위하여 시석을 무릅쓰고 싸울 때에 죽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피곤함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진실로 용사답게 잘 싸운 것을 칭찬하고,
 
287
『이번에 파진하는 것은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요, 우리는 적의 배와 병기를 보아서 알거니와 적은 우리와 같이 준비가 없지 아이하오, 적이 이제 두 번 우리에게 졌거니와 필시 전보다 더 많은 세력을 가지고 복수하러 올것이요, 들은즉 적병이 벌써 평양을 점령하였다 하니 부산에서 황평 양서로 가는 수로를 얻지 못하고는 적병이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인즉 적병은 필시 이를 위하여 죽을 힘을 다할 것이요, 그런데 이것을 막을 자는 오직 우리 수군이요, 우리가 만일 적의 배를 영남과 양호의 바다에 놓아 보내는 날에는 나라의 목숨이라 할 양호가 적의 손에 들어 갈뿐더러 평양에 있는 적의 육군이 수군의 응원을 받아서 의주까지 들이칠 것이요, 그리 되면 우리나라는 영영 없어지고 마는 것이요, 이 때를 당하여 우리네가 한번 죽음으로써 나라에 갚지 아니하면 언제 갚소?』
 
288
할 때에 순신의 어조는 심히 비장하였다. 듣고 섰던 장졸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289
『그러므로.』
 
290
하고, 순신은 일단 소리를 높이어,
 
291
『그러므로 이번 파진하고 돌아 간 뒤에도 제장은 더욱 배와 군사를 힘써 준비해서 문변 즉부 종시 여일(聞變卽赴如一)(일이 있다면 곧 나오고 처음이나 나중이나 한결같이 하라.)하시오.』
 
292
하고 엄칙하였다. 듣는 장수들은 다「예!」하고 그리 하기를 맹세하였다.
 
293
『(母  .   .   .   .   . ) (한번 이긴 것으로 마음 놓지 말고 군사를 위로하고 배를 더욱 준비하여 일이 있단 말을 듣거든 곧 나아가되 처음과 나중이 한결 같이 하라.) 』
 
294
하는 스무 글자를 명주 폭에 크게 써서 돛대에 높이 달았다. 최후에 순신은 이번 싸움의 공을 논하여 일등으로 부터 삼등까지 일일이 발표하되 적병의 목을 베인 수효를 따라서 하지 아니하고, 싸우기에 힘쓰던 성적을 보아서 하였다. 이렇게 조정의 명령을 듣지 아니하고, 순신이 스스로 논공 행상을 한 데 대하여 순신은 왕에게 이렇게 상소하였다-
 
295
『논공 표창하는 일을 만일 조정의 명령을 기다려서 마련하기고 하면 왕복하는 동안에 시일이 지연할 것이요, 또 행재소(왕이 떠나 있는 곳)가 멀리 떠나 있고 길이 막혀서 사람이 통행하지 못하고 또 사나운 적병이 아직 물러 가지 아니하였사온지라 상주는 때를 넘길 것이 못되오니 군사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여 앞에 닥칠 일에 힘을 쓸 것 이옵기로 위선 공로를 참작하여 일, 이, 삼등에 나누어.......』
 
296
하고 하였다.
 
297
이리하여 메주목에서 경상 우수사 원 균, 전라 우수사 이 억기 등과 작별하고, 이 순신은 전라도 소속 병선 삼십여 척을 끌고 해안에 피난하여 굶주리는 피난민들에게 적선에서 얻은 양식과 필육을 나누어 주어 생명을 유지 하게 하고, 또 가족을 끌고 주사를 따라 오기를 원하는 무리 이백여 명은 농토 많고 일거리 많은 장생포(장생포) 근처에 분접시켰다.
 
 
 

15

 
299
싸움에 나아갈 때마다 이 순신은 제장에게 신칙하여 적병에게 붙들렸던 우리 나라 사람을 힘써 찾아 사로잡되 적선을 무찌를 때에도 각별히 수색하여 한 사람이라도 우리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적에게 잡혔던 우리 사람 하나를 찾아 오는 것은 적 하나를 베는 것과 공이 같다고 약속하였다.
 
300
그래서 모든 장졸들은 혹시 우리 사람을 상하지나 아니할까 하여 적선을 점령한 때에는,
 
301
『조선 사람 있거든 나서라. 사또께서 조선 사람은 살리라신다.』
 
302
하고, 크게 외치었다. 그러면 그 배에 조선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303
『소인이 조선 사람이요. 살려 주시오.』
 
304
하고, 합장하고 나섰다.
 
305
이렇게 찾은 사람이 이번 싸움에 남녀 합하여 여섯 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이가 어려서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그중에 하나, 녹도 만호 정 운(鄭運)이가 당목개 밖 바다에서 사로잡은 동래(東萊) 사노 억만년(私奴億萬年)이라는 십세 된 아이 하나는 매우 영이라여 묻는 말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었다. 억만년은 머리를 꿇어 왜 모양으로 차렸다. 순신은 이러한 적에게 사로잡혔던 사람을 얻은 때에는 반드시 몸소 심문하였다.
 
306
『어디 살어?』
 
307
하고, 순신이 물으면,
 
308
『동래 동문 밖 연못골(東萊門外연못골) 사오.』
 
309
하고, 억 만년이가 대답한다.
 
310
『몇 살이니?』
 
311
『열 세 살이요.』
 
312
『어찌하다가 적병에게 잡혔어?』
 
313
『부산에 난리가 났다고 하기로, 어머니 아버지를 따라서 성내로 들어 왔소.』
 
314
『어느 날?』
 
315
『날은 모르겠소- 사월이라오, 성내에 들어 갔는데 왜병이 수없이 와서 성을 다섯 겹을 쌌더라오, 그리고도 남은 군사가 땅에 꽉 덮였더라오, 그중에 왜병 한 백여명이 대강이가 커다란 방패를 들고서 백여 명이나 넘어 들어 왔더라오, 그리고 한편으로 대 사다리를 성내다 놓고는 성을 넘어 들어와서는 성안에 있던 우리 사람들을 막 죽였다오, 소인은 그 통에 친형을 잃고 갈 바를 몰라서 엉엉 우노라니깐, 어떤 왜병 한 사람이 소인의 손을 붙잡고 소인을 끌고 부산으로 갔소. 부산에서 오륙일을 지나서 그 배(자기가 정 운에게 잡히던 배)에 옮겨 실렸는데, 그 배에 있던 사람 칠팔인이 소인을 보고 무에라고 지껄이며, 검을 둘러서 소인을 치려고 하겠지요, 그러는 것을 소인을 데리고 가던 사람이 팔을 벌리고 가리워 주었소. 그리고는 소인을 배 창널 윗집 밑에 숨겼소.』
 
316
『그때에 부산에 배가 몇 척이나 있더냐?』
 
317
『왜선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은 모르겠소.』
 
318
『그래 어찌했어?』
 
319
『배를 타고 한 오륙일이나 있다가 대선 삼십여 척이 한때에 떠나서 우도(경상 우도를 가리키는 말)로 간다고 합데다. 그 중에 여러 층으로 지은 배가 있는데 그것이 장수가 탄 배라오, 총각선 밑에 여러 배들이 모여서 무슨 영을 듣고는, 두 배씩도 가고 세 배씩도 가는데, 도네에 들어가 소랑 말이랑 돼지랑 닭이랑 곡식이랑 아니가지고 오는 것이 없읍데다. 어떤 때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대가리도 둘씩 셋씩 상투를 풀어서 맞매어서 가져다가 장수에게 바치기도 하는데, 그런 때에는 배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좋아라고 떠듭데다.』
 
320
억 만년은 진저리 치는 모양을 보였다.
 
 
 

16

 
322
『그래서?』
 
323
하고, 순신은 억 만년의 이야기를 재촉하였다. 억 만년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하는 듯이 멀거니 순신을 치어다보더니,
 
324
『왜인들은 저마다 총과 검을 가졌소. 철환도 가지고,』
 
325
하고, 또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 생각난 듯이,
 
326
『조석 밥에는 모래가 반이나 섞였읍데다.』
 
327
하고 일을 다물었다. 말을 듣던 사람들은 이 말에 모두 웃었다.
 
328
『그 밖에는 또 본 것이 없느냐?』
 
329
하는 말에 억 만년은,
 
330
『그 밖에는 말이 달라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읍데다.』
 
331
하고는 피곤한 빛을 보였다.
 
332
억 만년의 심문이 끝난 뒤에는 밤개(밤개)싸움에 녹도 만호 정 운이가 잡아 온 천성 수군(天成水軍) 정 달망(鄭達望)을 불렀다. 정 달망은 억 만년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열 네 살이지마는, 똑똑한 품은 억 만년만 못하였다. 정 달망의 공초는 이러하였다 -.
 
333
난리가 나서 적병이 횡행하므로 정 달망은 그 부모를 따라서 산으로 피난을 갔다. 수군에 이름은 두었지마는 아무도 그에게 군복과 배를 주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산에 들어가서 얼마를 숨었다가 가지고 갔던 양식도 다떨어져 풀뿌리와 나무 껍질로 연명하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천선 근처 벌로 보리 이삭을 주어 먹으러 내려 왔다가 붙들렸다고 한다. 그날 왜인들은 밤개에 배를 세우고 노략질해 온 물건을 볕을 또이고 거풍을 하고 있을 때에 우리 주사가 왔다. 왜인들은 우리 주사가 오는 것을 보고, 거풍하던 물건도 다 내어 버리고 엎더지며 자빠지며 배에 올라 미처 닻을 감을 새가 없어서 닻줄을 끊어 버리고 달아나다가 고만 우리 주사에게 잡힌 것이라고 한다.
 
334
순신은 곁에 섰던 정 운을 돌아보며,
 
335
『어린것들이 적병에게 잡혀서 어버이를 잃고 집을 잃고 보기에 긍측하니, 각각 사로잡은 광원에서 갈라 맡기어 의식과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주어 살게 하다가 난리가 평전한 뒤에 제 향으로 돌려 보내도록 하오.』
 
336
하였다.
 
337
순신의 함대는 사량 바다를 거쳐 사천(泗川), 진주(晋州), 곤양(곤양), 남해(南海) 등 여러 고을의 포구와 섬들이 다 무사한 것을 살펴 보고 노량진(露梁津)을 지나 십 일일 석양에 본영에 돌아 왔다. 순신이 지나 오는 길에 포구와 섬에 들를 때마다 백성들이 이 순신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아지라고 배에 모여 물었다. 백성들은 마치 전쟁이 아주 끝나기나 한 것 같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다「이수사」의 재주 때문이라고 백성들은 풍운 조화를 부리는 날개 돋힌 신인같이 생각하였다. 그렇게 백성들이 많이 모인 것을 보면, 순신은 뱃머리에 나서서, 첫째로, 그동안 백성들이 적병에게 시달리고 애졸하던 것을 위로하고, 둘째로, 농사하는 자는 농사에 힘을 쓰고 고기잡이 하는 자는 힘써 고기를 잡고, 소금구이 하는 자는 힘써 소금을 구워 양식을 많이 저축하여야 할 것을 말하고, 셋째로,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으니, 항상 적병이 오나 조심할 것과 적병이 보이거든 곧 주사에 알릴 것을 말하고, 넷째로, 싸움이 오래 끌면 장정들은 군사가 되어야 할 터이니, 평소에 활 쏘기와 배젓기와 헤엄치기 같은 재주를 많이 배워 둘 것을 말하고, 끝으로,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은 그 백성의 기운에 있으니 결코 마음이 죽지 말고 누가 나를 당하겠느냐 하고 기운을 가지라는 것을 말하였다. 그러면 백성들은 다 사또의 분부대로 하기로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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