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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가 병으로 누운 지 닷새 만에야 성재의 부인이 네 살 먹은 딸과 금년에 낳은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서 왔다. 그 오라비와 함께 인력거를 타고 하인에게 우육과 과일을 들리고 들어오는 길로 성순에게 나무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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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 모친에게 한 불평이언마는 차마 직접 모친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성순에게 한 것이다. 그리고는 입을 실룩거리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모친은 외속의 품에서 뛰어나오는 손녀를 안아 쳐들면서 말없이 며느리를 슬쩍 보았다. 그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명주 저고리를 입었으며 분까지도 바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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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이도 몸치레를 하고 싶어한다.) 하고 성순은 속으로 악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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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어멈은 앞치마를 손을 씻으면서 부엌에서 뛰어나와서 어린애를 받으려고 팔을 벌렸으나, 부인은 본체도 아니 하고 성훈의 부인의 인사하는 것도 본체 만체 하면서, 한번 더 성순을 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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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분하여서 못 견디어 하는 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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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순은 '그런 소리를 말고 친정에를 가지 말지'하려다가 꿀떡 참았다. 연일 앓는 오빠를 간호하기에 안색이 초췌한 것도 동정할 줄 모르는 그 올케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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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아기를 안고 들어올 때에, 성재는 잠간 눈을 떠서 슬쩍 보고는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부인의 오라비는 병실에 들어와서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하는 듯이 사방을 살펴보다가 도로 문 밖에 나섰다. 모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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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성재의 추췌한 안색을 대할 때에 아까 분하여서 고였던 눈물이 슬퍼서 쏟아졌다. 모친은 병인의 이불을 덮어주면서 며느리에게 병의 결과를 대강 말한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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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 나았다. 아무 걱정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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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일생의 영광을 의탁하던 남편이 저렇게 빈궁하게 되고, 병약하게 된 것이 슬펐다. 실로 그의 명주 옷은 몇 날 가지 못할 것이다. 아직 친정에 가서 석일(昔日)의 부자의 영화를 유지하지마는 친정은 결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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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동생네와 올케들이 듣지 못하는 데서 소곤소곤 하는 소리도 몇 번 들렸다. 그러나 그는 그 명주 옷을 차마 벗을 수가 없어서 아직도 친정에 유(留)한다. 부인은 소매로 눈물을 씻고 어린애에게 젖꼭지를 물리면서 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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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가 이 말을 듣고 번쩍 고개를 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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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깜짝 놀라서 성재의 움쑥 들어간 눈을 보고 말이 나오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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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어? 병이 좀 나을 만하니까 그것을 더치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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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어, 보기 싫어! 어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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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기 싫거든 가지요. 내가 이 집 아니면 밥 굶어 죽겠소? 아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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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부부의 새에 들어서는 모친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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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모르고 지아비도 모르는 계집이 무엇하러 내 집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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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야,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 말법도 있느냐?" 자, 드러 누워라. 바람 쐬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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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도 부인은 차마 일어나지 아니하고는 몸을 벌벌 떨며 울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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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떠드는 소리에 성순이도 나왔다. 부인의 오라비는 언제 갔는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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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순씨! 동경 오빠께서 나는 보기 싫다고 가랍니다. 가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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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도로 자리에 눕는다. 세 사람은 우두커니 서로 바라보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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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은 부인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와 손자를 자기가 받아 안고 무수히 불그레한 손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손자는 울면서 할머니를 떠밀고 어미를 향하여 팔을 벌렸다.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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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부인에게 도로 주면서 속으로 울었다. 네 살 먹은 손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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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자기의 목에 매어달리는 것으로 겨우 위로를 삼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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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의 부인도 형님의 곁에 와 앉아서 여러 가지 말을 물었다. 그러나, 부인은 아직도 아까 분함과 슬픔이 스러지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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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내를 한번 돌아보았다. 더러운 장판, 도배가 여기저기 떨어진 벽, 찌그러진 문, 게다가 자기의 방에 놓였던 세간이 여기저기 유리(流離)하여 놓인 것을 볼 때에 가슴이 터지는 듯하였다. 자기는 암만해도 이러한 집에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 앉은 모친과 성훈의 부인을 볼 때에,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자기를 억지로 이 집에 몰아 넣고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사방에 철벽을 두르는 듯하였다. 지금 성재에게 그러한 책망을 들을 때에 일시의 분을 참지 못하여 반항도 하고 '가지요, 가지요' 하기도 하였지마는, 기실 자기는 여기 밖에 갈 곳이 없다. 아무리 더러워도 이것이 내 집이다 할 때에 한껏 정다운 생각도 나거니와 또 한껏 억제할 수 없는 울분도 났다.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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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때에, 그는 '응' 아니할 수 없었다. 또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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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제는 외가에 안 가구 할머니하고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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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때, 그는 '네 말이 옳다'하고 시인 아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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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빈궁을 싫어하는 외에 성순을 미워한다. 성재가 자기에게 냉담한 듯할 때에는 그 책임은 성순에게 있는 것 같이 생각하였고, 자기는 집에 있어서 집 일을 볼 때에 성순은 하여 주는 밥 먹고, 곱게 차리고 책보 끼고 나서는 것이 밉기도 하였다. 왜, 나이 이십이나 되도록 시집도 아니 가는고 하기도 하였다. 원래 부인에게는 자기의 자녀 밖에 별로 고운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다만 성재는 자기의 남편이니까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면서도 속으로 끔찍이 그를 생각하였다. 그의 생각에 성재는 일찍이 자기에게 애정을 준 적이 없는 듯하였다. 한 자리에 자면서도 별로 정다운 말도 아니하고, 힘껏 껴안아 주는 일도 별로 없었으며, 될 수 있는 대로 자기와 동침하기를 피하여 사랑에서 혼자 자기를 좋아하였다. 어떤 때에는 이삼 개월이나, 연달아 방에 들지를 아니하였다. 그에게는 그것이 제일 큰 고통이요 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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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이 집의 방 수효를 계산하여 보고, 또 성재가 행랑에 있는 것을 보고 낙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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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는 한 방에 모친과 성순이가 있고, 한 방에 성훈이가 있고, 그러고 보니 자기와 성재의 거처할 처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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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밤에 남편을 찾아 행랑방으로 들어가고 아침에 거기서 나올 것을 생각할 때에 말할 수 없이 분하고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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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돌아온 후로부터 살풍경이던 가정은 더욱 살풍경하게 되었다. 부인은 매사에 불평이요, 불평이 좀 심하여지면 몸부림을 하고 울었다. 다른 가족들은 아무쪼록 그의 불평을 아니 일으킬 양으로 될 수 있는 대로 침묵을 지켰고, 그 중에도 어멈과 고양이는 잠시도 몸을 펼 새가 없었다. 걸핏하면 어멈을 책망하고 고양이를 때리므로...... 남향으로 된 이 집의 잘 드는 볕을 홀로 향락하는 고양이의 낮잠도 여러 번 부인의 발길에 해여서 깨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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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성순을 대신하여 성재에게 약을 먹이고 밤에도 병실에서 잤다. 성순은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앓는 오빠를 간호하였다. 성재는, 처음에는 그 아내를 배척하였으나 차차 환영도 아니 하는 대신에 배척도 아니하게 되어 약을 먹이면 약을 받아 먹고, 머리를 집으면 그냥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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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날로 덜해 가던 성재의 병이 하루 아침에는 갑자기 더쳐서 열이 높아지고 헛소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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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불러 온 백의사는 진찰을 하고 나더니 성순을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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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순은 얼른 알아차렸으나 모친에게는 아무 말도 아니 하고 부인더러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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