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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 당이 바다를 넘어서 친밀히 교제하던 관계를 받아서, 고려와 남방 지나와의 사이에는 정치상 또 무역상으로 여전히 밀접한 관계가 계속 하여 내려왔읍니다. 당나라가 망한 뒤 五四[오사]년 동안에 지나 중원에서 양(梁)· 당(唐)· 진(晋)· 한(漢)· 주(周) 다섯 대가 불풍이 나게 갈마들어 임금 노릇한 동안을 五[오]대(代)라고 이르는데, 이 난리에 견디지 못하여 그 글 잘 하는 선비의 고려로 와서 살기를 원하는 이가 많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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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변, 반도의 끝에서 마주 바라보는 장강(長江) 어귀의 남방 일대에는, 五[오] 대의 시절에 오월(吳越)이라는 나라가 따로 있어서 항주(杭州)를 도읍으로 하여 풍부한 물산과 편리한 지세로써 해외의 무역에 힘썼는데, 신라 말년으로부터 후백제와 고려 처음에 걸쳐서 서로 교통이 잦았읍니다. 고려 광종(光宗) 十一[십일]년, 九九[구구]○년쯤 전에 송(宋)이 五[오]대 중의 마지막인 주(周)를 대신하여 일어나고, 이 뒤 二[이]○년에 오월(吳越) 도송에게 합병되어 지나 중원이 다 송의 것이 된 뒤에도, 이 항주를 중심지로 하는 고려·송 사이의 교통·무역 관계는 언제든지 활발하였읍니다. 예 로부터 강남(江南)이라는 말을 이웃 동리처럼 가깝게 생각함은 이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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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종 칠(七)년에 주(周)로부터 온 사신의 일행 가운데 쌍기(雙冀)라는 이가 있어 문학이 유여함을 보고 왕이 그를 붙잡아서 한림 학사(翰林學士)를 삼았더니, 이듬이듬 九(구)년, 九九[구구]○년쯤 전에 그가 왕에게 권하여 과거법(科擧法)을 시행하게 하니, 과거라 함은 글과 ·학문·기술 등의 시험을 보여서 벼슬할 사람을 뽑아 쓰는 법인데, 워낙 글 숭상을 대단히 하던세 상이 므로 과거라 함은 보통 글짓는 시험을 가리키는 것이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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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글을 배워서 이 과거에 뽑히면 평생의 귀현 영달이 약속되는 것 이 매, 과거법이 행한 뒤에는 거의 인생의 목적이 글 배워 과거하는 한 가지 일에 그치는 양하게쯤 됨이 무리한 일 아니었음니다. 우리나라는 본디 말타고 활 쏘고 싸움 잘함으로써 사람 뽑는 표준을 삼아 오더니, 과거법을 시행한 뒤에 이것이 뒤집혀서 글 배우기 위주하는 세상이 된 것은 진실로 전에 없는 큰 변혁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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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종의 다음다음 임금 성종은 옛날의 나라 다스리던 규모를 고치고 당· 송의 제도를 본떠서 벼슬 자리를 왁자하게 벌이고, 벼슬 이름을 허울 좋게 지으며, 이밖에 지나의 예의(禮義) 교화(敎化) 범백을 그대로 옮겨다가 시행 하여, 고려 일대 뿐 아니라 이 뒤 一[일]천 년 반도의 정치 제도를 마련 한이라고 칭송을 받아 왔는데, 성종의 이러한 개혁이 한 진보가 아닌 것 아니지마는, 간단하고 실지에 맞는 옛 법을 함부로 없애버린 허물이 있을 뿐 아니라, 작은 나라에 왜자한 제도를 떠벌렸기 때문에 공연한 형식에 흐르고 무익한 경비를 쓰는 등 여러 가지 폐단이 생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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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는 당·송 이래로 다만 지나에서 뿐 아니라 남방·서방 먼 외국의 장사 하는 사람이 모여들어서 전세계의 물건을 교역하는 큰 장사터이어늘, 피차의 장사하는 배가 이리로 자주 드나듦은 우리의 문견을 넓히고 생활상 필요를 채우는 데 매우 유조도 하였지마는, 한옆으로 긴치 아니한 사치품을 사들이기에 요긴한 물자를 내어놓음이 많은 것은 국가의 큰 손실도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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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한창 시절 고려의 바다 위에는 송은 무론이오, 아라비아의 유착 한 배가 돛대를 쳐들고 다니며, 개성 서울에는 여러 나라의 장사아치가 삘 새 없이 찬란한 물건의 저자를 벌이고 있었읍니다. 그 결과로 고려의 대궐 안에는 송나라 판각의 귀중한 서적이 수북수북 쟁여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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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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