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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조선이 신라·고려 이래의 세간살이를 물려 가지고 그것을 늘이고 변통하여서 태조·태종의 두 대에 나라 다스리는 규모를 정돈하고, 세종· 세조의 두 대에 나라를 빛낼 만한 문화를 건설하여 이미 백 년 가까운 세월을 맞이하매, 아홉째 임금 성종(成宗)의 대에 이르러서는 차차 각 방면의 장만 해 얻은 바를 정연(整然)한 제도로 조직하여서 후세에 전할 때가 되었읍니다. 성종이 또한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하여 이러한 소임을 맡기에 적당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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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의 창업 당초에 예로부터 내려오는 것과 새로 마련한 바를 모 두어서 일국의 법전(法典)을 만들기에 착수하여, 대대로 보태고 고치되 오히려 미비한 것이 많더니, 성종 二[이]년, 四七[사칠]○여 년 전에 이것들을 정리 완성 하여 <경국대전(經國大典)>이라는 이름으로써 세상에 반포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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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국대전>은 뒤에 <대전통편(大典通編)><대전회통(大典會通)> 등으로 변통 되어 가면서 이씨 조선 五[오]백 년 동안 정치의 기준이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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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나타난 관제의 대략을 말씀하건대, 중앙에는 임금의 밑에 의정부(議政府)를 베풀고 영의정(領議政)·좌의정(左議政)·우의정(右議政)의 대신(大臣) 세사람(이것을 三[삼]정승이라 이른다)이 있어 일국의 정치를 총 할하며, 의정부의 아래 행정 기관으로 이조(吏曹)· 호조(戶曹)· 예조(禮曺)· 병조(兵曹)· 형조(刑曹)· 공조(工曹) 여섯 마을(이것을 六[육]조라 이른다)을 두고 거기 판서(判書)·참판(參判)·참의(參議)·랑(郞) 등 관리를 배속 하여 정부를 살피게 하며, 이밖에 사법·경찰·산업·기술 등 온갖 관청 이따로 있으며, 지방은 경기· 충청· 경상· 전라· 강원· 황해· 평안· 영길(永吉)(뒤에 함경이라 고친다) 등 팔도(八道)로 나눠서 도에 관찰사(보통 감사라고 이른다)를 두고, 도의 아래 있는 각 고을을 주(州)· 부(府)· 군(郡)· 현(縣)으로 구별하여, 주에는 목사(牧使), 부에는 부사(府使), 군에는 군수(郡守), 현에는 현령(縣令)·현감(縣監) 등을 임명하여 직접 백성을 다스리는 소임을 맡겼는데, 목사 이하를 보통으로 원이라고 일 컬었읍니 다(주· 부· 군· 현은 뒤에 통틀어 군 하나로 만들고 따라서 목사 이하의 여러 이름을 군수 하나로 통일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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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기관으로는 중앙에 중추부(中樞府)가 있어 군국 대사를 참모하고(그러나 뒤에는 한 명예직이 되었다), 따로 오위도총부(五衛都摠府)가 있어 군무의 실제를 살피고, 훈련원(訓練院)이 있어 그 교육을 맡고, 군대로는 五[오] 營門)이 있어서 도성과 궁궐의 수호에 당하고 있었으며, 지방에는 각도(各道)에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를 최고 지휘 관으로 하고, 그 밑에 첨사(僉使)·만호(萬戶)·우후(虞侯) 등 분대장을 배치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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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고려 이래의 과거법(科擧法)으로써 시험하여 채용하되, 거기 문과 (文科)· 무과(武科)· 잡과(雜科)의 구별이 있으니, 문과는 한문 짓는 능력을 시험하는 것으로서 여기 등제하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요, 그 출신이 문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무과는 장교 되는 길로서 그 출신을 호반(虎班) 이라 하여 문과에는 떨어지되 문·무 두 계급 합한 것을 양반(兩班) 이라 하여 한가지 사회의 상층이 되고, 잡과는 천문· 지리· 의학· 외국 어학· 서화· 회계 등 기술관의 시험으로서 이 출신을 중인(中人)이라하여 양반에 버금하는 계급이 되었읍니다. 이 세 가지 과거는 다 三[삼]년마다 한번씩 모임이 정기요, 나라에 특별한 경사가 있을 때에 임시로 설행하는 것은 드리없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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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치르지 않고 특별히 문관에 임용하는 것을 음(陰), 또 남행(南行)이라고 일러서 똑같은 벼슬이로되 남행은 대수롭지 않게 알았읍니다. 또 과거 없이 채용하는 하급 사무원을 아전이라 일러서 한문으로는 서리(胥吏)라는 글자를 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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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나라 다스리는 규모에 있어서는 정치보다 더 예(禮)와 악(樂)을 소중하게 아는데, 세종 대왕 때에 그 대강이 마련되고 뒤에 부족한 것을 보태 오 다가, 또한 성종 때에 이르러 완성됨을 보니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와 <악학궤범(樂學軌範)> 두 책이 그것입니다. <경국대전(經國大典)>과 이것을아울러서 한 나라의 제도가 이에 완전히 구비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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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예약 법도(禮樂法度)의 근본이 되는 것은 곧 유학사상(儒學思想) 이니, 이것들이 정리되고 완성되었다 함은 곧 유교 문화(儒敎文化)가 융 성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저 그전 고려 시절에 불교를 숭상하여 나중에는 여러가지 폐단이 있게 되니, 이씨조선에서 이에 증계하여 태조 이래로 차차 유학을 장려하다가, 세종의 집현전을 지내고 성종 때에 이르러서는 유학의 발달이 크게 현저하여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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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 시절에 김종직(金宗直)(점필재(佔畢齋))이 학문과 문장 두 가지로 다 빼어나서 그 제자를 유명한 이가 많았으며, 이에 이어서 중종조(中宗朝)의 조광조(趙光祖)(정암(靜菴)), 명종조의 이황(李滉)(퇴계(退溪)), 선조 조의 이이(李珥(율곡(栗谷)) 등의 큰 선비가 굼치를 이어 나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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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문화의 성행함은 문학을 발달시키고 풍속을 정제하게 하는 위에 큰 효험이 있었읍니다. 그러나 이때에 숭상한 유학은 지나의 송나라에서 전 해온 새 학문법으로서, 실행보다도 이론 캐기를 좋아하여 그 폐단이 자칫하면 남을 나무라기 잘하고, 크게는 나라 일로부터 작게는 친구끼리의 교제상에까지 옳으니 그르니 하고 말썽부리는 데로 흐르기 쉬운 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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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큰 선비는 많이 시골서 나서 서울의 벼슬아치로 더불어 지기(志氣)가 서로 합하기 어렵고, 더욱 학자의 이상을 앞세움과 벼슬아치의 현실을 주 장함이 언제든지 서로 충돌할 기틀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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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랫동안 바깥 걱정이 없었으니까, 안에서의 티격태격이 생기기 쉬운 형편인데다가, 마침 임금의 집안에 말썽스러운 사단이 많으매, 조정 안에서 려 있던 불안한 기운이 이것을 빙자하여 가끔 모진 비바람을 빚어 내었읍니다. 연산주(燕山主)로부터 중종·명종에 걸치는 전후 七[칠]○년 동안에 생긴 여러 번 사화(士禍)란 것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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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라 함은 학문 있는 사람들이 권력만 아는 벼슬아치들의 희생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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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가 여러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사회의 도의가 크게 무너지고, 한 옆으로 벼슬 자리는 그냥 있는데 벼슬해야 할 사람의 수는 자꾸 늘어 가매 어느 한 편이 다른 한편을 몰아내야 벼슬 맛을 보겠으므로 조정의 위에는 끼리끼리 패를 짓는 조짐이 생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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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선조 八[팔]년, 三七[삼칠]○년쯤 전에 변변치 아니한 일로써 벼슬 하는 이 사이에 동인(東人)이니 서인(西人)이니 하는 편당이 생겨서, 서로 잡아 뜯고 걸어 넘어뜨리는 동안에 차차 편당 싸움만 있고 나라 일은 없게 되며, 처음에야말로 서로 옳다 그르다 하는 이유들이 없지 아니하였지마는, 나중에 서로 싸우고 떠다미는 것이 목적이지, 옳고 그른 아무 표준이 없기에 이르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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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해가 서로 달리지는 대로 편당끼리 또 편당을 만들어서 동인· 서인의 밖에 또 남인(南人)·북인(北人)이라 하는 파벌이 생기고, 훨씬 뒤의 일 이지마는 다시 노론(老論)·소론(小論)이라 하는 명목이 일어나서 이 끄 덩이 저 끄덩이를 거의 정신 차리기 어렵게까지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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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문화가 농익어 들어가는 때에 보통으로 보는바 부패한 현상이지마는, 조선의 그것에는 항상 사상적 또 이론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 세력이 남보다 더 강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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