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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사람들 ◈
◇ 젊은 사람들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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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2월
이무영
1
젊은 사람들
 
2
16
 
 
3
이렇듯 한 사람이 서너 사람의 일을 담당하고서 피나는 노력을 한 보람 이 차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뿐이더니, 차차 이해 자도 생겼고 같이 일을 해보겠노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4
그럴수록에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모략도 없지 않았다.
 
5
그러나 칭찬에나 모략에나 그들은 일체 귀를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그 저 오직 묵묵히 일을 함으로써 모든 것은 밝혀질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6
네 시간밖에 안 되는 오전 과업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하나씩하나씩 깨우쳐 갔다.
 
7
더욱이 박건 자신 숙청을 당하기까지의 신상 이야기는 단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었다.
 
8
박건은 온순한 중지주였다. 그 자신 작인들한테 과한 부담을 시켰다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해방이 되어 소련군이 내리밀리자 툭툭 털고 일어났었다.
 
9
정말 담담한 심정에서였다.
 
10
그러나 각 소작인과 동리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그들 가족의 괴 나리 봇짐을 뺏고 말렸다. 당신 같은 지주가 뭣때문에 고향을 떠나려 드느냐는 것 이었다.
 
11
"아니오! 나를 놓아주시오."
 
12
"안 되오. 못 가오!"
 
13
"당신들은 내가 놈들한테 숙청당하는 꼴을 눈앞에서 보아야 직성이 풀리겠소?"
 
14
하고 박건은 동리 사람들을 뿌리쳤었다.
 
15
그러나 동리 사람들은 박건을 에워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16
"우리가 보증하리다!"
 
17
"박건이한테는 아무 죄도 없다는 걸 우리 면민이 연판장을 찍어서 보증 하겠소!"
 
18
이리하여 박건은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되었었다. 말하자면 면장이었다.
 
19
면장이 된 박건은 물이 못 나게 일을 했다. 모든 백성이 균등하게 잘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가 학생 때부터 품었던 생각이었다.
 
20
그러나 일을 하는 동안에 그것은 다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에는 너희가 잘살았으니 이번에는 우리가 잘살아야 한다는 것이 공산당의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는, 밤을 못 자고 고민했었다.
 
21
'이것이 계급을 없애는 정치냐? 이것이 민족을 통일한다는 정치라고? 아니다. 나는 빨리 이 마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22
이런 고민에 싸인 어느 날 아침녘이었다. 뜻밖에도 박건이한테는 곡산( 谷山) 무슨 면, 무슨 동리로 가서 살라는 추방령이 내렸었다. 이십사 시간 이내에 이 동리를 떠나지 않으면 체포한다는 것이었다. 체포만 당하는 날이면전 가족의 생명도 없었다. 부랴부랴 늙은 부모와 동생들을 끌고 이백리 길을 걸어서 곡산 지정한 동리에 이르렀다.
 
23
"미안하다. 진작 가게나 두었더면 옷가지라두 가지구 갈 것을 ─ 그러잖았나."
 
24
동리 사람들은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25
그러나 입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들은 작별 한마디 못하고 멀리서 바라다보기만 했었다.
 
26
그러나 곡산도 그들의 영주지는 못 되었다. 곡산에 이른 지 석 달 만에 이번에는 삼백리 길이나 되는 얼토당토않은 강원도 철원으로 이송이 되었던것이다.
 
27
박건이가 단신 38선을 넘은 것은 그 해 그믐께였고, 곧 데리러 갈 작정을 한 가족은 반동분자의 가족으로 몰리어 행방이 없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28
"이것이 모두 무엇때문인 줄 압니까? 오직 자기네끼리만 짜고 앉아서 영화를 누리자는 것입니다. 눈도 가리고 귀도 막고 입을 봉해놓고서, 죽으라면 죽고 앉으라면 앉아야만 하는 것이 인민의 권리요, 자유입니다!"
 
29
이렇게 시작하여 공산당 정치를 해부하는 것이다. 물줄기처럼 끝이 없는 박건의 학식와 열변에 학생들은 최대의 존경을 바쳤고, 진숙이는 폭포 그대로의 정열을 느끼는 것이었다.
 
30
매양 이성의 장점은 동성의 장점보다도 돋보이는 법이지만 돋보아서가 아니라, 박건은 정말 한 여성의 감탄을 살 만한 지식과 정열을 갖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
 
31
오전 시간이 끝나면 그들은 떼를 지어 들로 나간다.
 
32
이 가뭄에도 물이 흥건하니 괸 열두 마지기의 논과 6천평의 바다처럼 넓은 밭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33
이 전답은 모두가 재덕이네 소유였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밭은 재덕이의 소유였고, 논 열두 마지기는 재덕의 부친 신구영 씨가 딸을 주기 위해서 떼어놓은 것이었다.
 
34
재덕이가 밭을 내어놓자 진숙이도 그 자리에서 논을 내던졌던 것이다.
 
35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36
회관에서부터 주먹을 불끈 쥐고 뛰기 시작하면, 그들은 단숨에 작업장까지가 서야 발을 멈추는 것이다.
 
37
"자식들, 애들처럼 뛰긴, 젠장 ─"
 
38
처음에는 이렇게 그들을 욕하던 읍민들도 열두시 삼십분 정각에 그들의 뛰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섭섭도 해했고, 궁금히도 여기는 것이다.
 
39
"아니, 이 사람네가 오늘은 웬일일까? 죄선 사람들이 모두 죽어가는 시늉인데 저 사람들만은 기운이 펄펄 나. 난 그 사람들 뛰어가는 것만 봐도 저절루 신바람이 나더라!"
 
40
이렇게 말하며 기웃거리다가 고요한 밤 파도소리처럼 발소리가 들리면,
 
41
"온다!"
 
42
하고 반겨준다.
 
43
그맘때는 아이들도 문간에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과 소리를 맞추어가며 뒤를 따라간다.
 
44
"재덕이네 청년단이야말루 ─"
 
45
어느새 청년단도 이렇게 부르게 되어 있었다.
 
46
"재덕이네 청년단이야말루 정말 청년단답거든. 씩씩하구 부지런하구. 그 사람네 들 몇 시에 일어나는지, 가게 문 열구 나오면 벌써 거리들을 쓸구 들어오잖던가 베. 일주일에 꼭 한 번씩 쓸군 하더라."
 
47
재덕이네를 추게 되니 자연 다른 청년단이 깎일밖에 없었다.
 
48
"아 그래, 저 두 청년단은 뭣한다는 거야. 낮에는 빈들빈들 놀다가, 저녁이면 술이나 처먹으러 다니구. 웬 돈이 늘 있나, 외상이지. 안 주면 시비 걸구. 툭하면 기부나 받으러 다니구."
 
49
사실 재덕이네는 금년 접어들면서는 단 한 푼 기부를 걷지 않았다. 가을에 갚을 셈 치고 재덕이가 일체 비용을 끌어다 대었던 것이다.
 
50
이것이 읍민들의 호감을 산 제일 큰 동기가 되었었다.
 
51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오후부터 훈련을 받는다. 그런 날은 아이들 이 단원들보다도 더 많이 따라나섰다.
 
52
"우리 청년단 간다!"
 
53
"우리 청년단이 또 훈련하러 간다!"
 
54
어른들한테는 '재덕이네 청년단’이요, 아이들한테는 '우리 청년 단’이다.
 
55
이 두 명칭은 다 그들에게 대한 호의에서 붙은 명칭이었다.
 
56
옷도 형형색색이요, 모자도 가지가지다. 신발이라야 구두에, 노동화에, 고무신, 한둘은 짚신도 신었다. 거기에다가 무기가 있을 턱도 없다. 학교에서 빌려 온 목총을 메었을 뿐이다. 그렇건만 뜻이 같고 마음이 합친 그들의 동작은 저절로 규율이 서는 것이었다.
 
57
재덕이네 청년단은 시작을 한 지 불과 석 달에 전 읍내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 전 군민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말았다.
 
58
"저도 좀 다니게 해주십시오."
 
59
하고 찾아오는 청년도 있었다.
 
60
"내 자식두 좀 뽑아주시오."
 
61
하고 아들을 끌고 와서 청 대는 아버지도 있게쯤 되어 8·15 기념식 때는 83명으로 늘었던 것이다.
 
62
그 대부분은 같은 청년단원이었지만, 다른 청년단의 단원들도 이십여 명이나 모여 들었던 것이다.
 
63
이것이 무서운 오해를 가져왔다. 다른 청년단에서는 재덕이가 자기네 단원을 유인해가는 것으로 오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오해라기보다도 그것은 고의였다.
 
64
그들만 해도 재덕이가 자기네 단원들을 꾄다든가 자기네 청년단을 헐뜯는다 든가 해서가 아니라, 무료하니 앉았기가 맥이 빠져서 재덕이네를 찾아가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65
그러면서도 그들은 말끝마다 재덕이와 박건이를 욕했다.
 
66
"파괴분자야. 우리 읍내 청년운동은 그 자식들이 완전히 파괴해버렸어! 돈으로 낚고, 땅으로 낚고 ─"
 
67
이 정도는 그저 욕 이었지만,
 
68
"재덕이와 박건은 모 방면의 지령에 의해서 우리 읍내 청년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69
이런 소문을 퍼뜨린 것은 벌써 욕 정도를 지났었다.
 
70
이 모 방면이란 말할 것 없이 공산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71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군그랴! 작년 10월폭동 때 단장과 부단장은 그 꼴이 되어서 놈들한테 희생이 되었었는데, 신재덕이만 감쪽같이 살아온 까닭이 뭐냐? 여기엔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주 모자가 신재 덕이네 친구요, 또 그 집에 와서 있던 놈이 아니냐?"
 
72
"그래, 내 첨부터 쿠리다구 안 그랬나."
 
73
"박건이 그놈도 이북에서 넘어온 놈이다. 제 말은 숙청을 당해서 넘어왔다구 하지만, 해방 후 일년 동안 북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게 뭐냐!"
 
74
여기에 또 한 가지 재료가 있었다. 그것은 재덕이의 누이 진숙이가 송종호의 애인이라는 것이었다.
 
75
"진숙이가 송종호의 애인이랬지?"
 
76
이렇게 하는 말에 그들은 펄쩍뛰었다.
 
77
"애인? 애인이 무슨 애인! 송종호 계집이었지!"
 
78
이러한 재덕이에 대한 모든 오해는 작년 재덕이가 산에서 돌아왔을 때 충분히 밝혀졌던 것이다. 경찰에서도 일단 재덕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것이다.
 
79
그러나 그 당시의 서장과 수사주임 등 전부가 전근이 되어 없었다. 그런데다가 형사 중의 한 사람은 재덕이를 가장 미워하는 ㄷ청년단 선전부장과 실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80
"몇 번만 달구쳐보지? 솰솰 불어대잖나. 아니건 내 손가락에 불을 켜시오. 셋을 잡아갔다가 둘만 그 꼴을 해서 죽이구 한 놈은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서 살려보낼 젠 까닭이 있지!"
 
81
"암, 있지!"
 
82
재덕이 일파에 대한 이런 음모는 그들이 심은 곡식과 함께 날로 날로 익어가고 있었다. 열두 마지기의 벼톨이 댈그락 소리가 나도록 여물었을 때는 그들에 대한 음모도 흠씬 익었었다.
 
83
그러나 재덕이는 퍼뜩퍼뜩 들려오는 이러한 음모에는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정의는 언제든지 이긴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재덕이는,
 
84
"우릴 모해하는 놈들이 자꾸 늘어가는 것 같아요. 인저는 아주 적의를 가지구 보거든요! 오늘두 조합 앞을 지나려니까 새끼 빨갱이니 어쩌니 숫제 절 보구 하는 소리처럼 떠들어대겠지요."
 
85
박도진이가 이렇게 와서 근심을 하건만, 재덕이는 딴청을 썼던 것이다.
 
86
"암만해두 올 가을엔 찔끔댈 것 같아. 이렇게 날이 덥구야 비가 안 올 수 있나. 우리두 찔끔대기 전에 모두 베어치우게 하지?"
 
87
가르치고, 배우고, 갖은 모략과 중상과 싸워가면서도 어떻게든지 청년 단체를 합동해보리라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재덕이네한테는 또한 걷음새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농부로서의 가을이 찾아와 있었던 것이다.
 
88
'부지런히 걷어치우고서 올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든지간에 합쳐야지!’
 
89
지금의 재덕이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코에서 단내가 물씬 거리 건만 저녁만 한술 뚝 떠먹고는 합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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