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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사람들 ◈
◇ 젊은 사람들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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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2월
이무영
1
젊은 사람들
 
2
17
 
 
3
"아니, 그럼 어떻게 된다, 인저?"
 
4
"어떻게 되긴 뭐 어떻게 돼. 임금님이 떡 들어서지!"
 
5
"자식두, 임금님이 어디서 들어서? 인저 대통령을 뽑는 거야."
 
6
"뽑긴 어서 뽑아? 이것아."
 
7
"모르건 구구루 있어, 이 자식아. 요전 선거할 때처럼 투표하는 거야."
 
8
이런 악다구니를 하는 옆에서는 유식해 보이는 또 한 패가 주고받고 둘레로는 수십 명의 군중이 모여섰다.
 
9
"과연 할아버지가 영웅이야. 벌써 3년 전에 이렇게 될 것을 다 알았거든."
 
10
"외교엔 귀신이니까. 정치에두 귀신이구, 인저 인재만 잘 골라 쓰면 우리 민족은 사느니."
 
11
"국회의원이 똑똑한 사람이 나얄텐데… "
 
12
"국회의원이 옛날 대신인가요?"
 
13
하는 말에 싱긋이 웃으니까 나무꾼은,
 
14
"자, 그러면 누가 된다?"
 
15
"뭐가?"
 
16
"우리 군에선 누가 국회의원이 되느냐 말야?"
 
17
"되긴 누가 돼. 나말구두 대의사 될 사람이 이 바닥에 또 있단 말인가? 이 사람 녀석아. 하하 하하… "
 
18
"하하 하하!"
 
19
웃음소리가 터진다.
 
20
또 한쪽에서는 이런 대화가 벌어지고 있다.
 
21
"어쨌든 한번 통쾌하다! 46 대 0 이거든! 46 대 몇이 아니라 0 이란 말야, 0 ! 세계에선 당신네가 독립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소 ─ 이런 말이거든. 일테면 빨갱이놈들두 46 대 0이란 데는 질렸을걸, 좀 ─"
 
22
"암, 질렸지! 질리구말구!"
 
23
이 나라 이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지 3년이 되던 해 가을 ─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단군기원 4천2백8십년 십일월 초엿샛날 아침, ㅊ읍내 버스 회사 앞 벽에 붙은 벽보를 에워싸고 읍민들은 제각기 떠들어대고 있었다.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총선거를 실시케 하라는 이승만 박사의 요구를 UN 총회는 UN이 생긴 이래로 일찍이 본 일이 없는 46 대 0이란 놀라운 숫자로 통과 시켰던 것이었다.
 
24
이 놀라운 성공은 이 박사 단 한 사람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소와 비방을 무릅쓰고 작년 십이월부터 금년 사월에 걸쳐 전 미국을 순회 하면서 이 박사는 우리에게 독립을 달라고 부르짖었었다.
 
25
이 위대한 연설이 반년 후에 공을 이룬 것이었다.
 
26
이 소식은 반동강이 난 채 아파서 아파서 못견디어하는 민족에게도 커다란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사십 년간 ─ 아니 수백 년을 두고 뼈에 사무치게 바라던 독립을 앞에 놓고 삼천만 민족은 미칠 듯이 날뛰었다. 이 뜻하지 못 한 기쁨, 너무도 어마어마한 행복을 어떻게 주체했으면 좋을지 모르는 형상 이었다.
 
27
"자 ─ 원, 우물쭈물하고 있는 거냐. 준비야, 준비, 선거 준비야!"
 
28
민족이 생긴 이래 처음 보는 이 경사 앞에 군중은 흥분부터 하고 말았다.
 
29
36년간의 긴 노예생활을 겪은 위에다 반동강이 난 채 이렇다 할 생산도 없는 이 땅의 겨레한테는 그 해 겨울도 역시 배고프고 추운 겨울이었다. 거기 다가 그 해 겨울은 또한 유달리도 춥기까지 했었건만, 손이 닿을 듯 닿을듯 싶으면서도 손 끝에 스쳐지지도 않던 어마어마한 행복을 품에 안은지라, 국민들은 추운 줄도 배고픈 줄도 모른 채 겨울을 났던 것이다.
 
30
이 기쁨의 겨울은 또한 혼란의 겨울이기도 했다. 정치적 훈련을 받아본 일이 없는 민중 속에서는 이렇다 할 주견도 자신도 없이, 나도 나도 하고 국회의원이 되겠노라고 나섰던 것이다.
 
31
세 청년단의 단장은 물론 같은 단 속에서도 둘씩 셋씩 출마를 했다. 면장도 나왔고 군수도 직을 헌신짝처럼 내어던지고 뛰어나왔다.
 
32
선거 연설을 하러 나와 서는,
 
33
"내가 할말은 다른 사람들이 다했으니 나는 시조나 한 수 읊겠소."
 
34
하고
 
35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36
하고 쇠 먹은 목청을 뽑아대는 사람들까지도 출마를 하는 형편이었다.
 
37
그러니 청년단의 합동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이 되고 말았다. 합동은커녕 제 단끼리는 그래도 합심이 되는 것 같던 청년단은 이 선거를 계기로 해서 서로 중상하고 모략해서 될 수만 있으면 상대자를 해치려 든다.
 
38
"박길현이 그 자식 요새 김익훈이한테서 운동비 받아가지구 잘 써대더라. 어제두 월성관에서 십만원어치나 때려먹었다는데!"
 
39
이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어떤 청년단에서는 단원이 매인당 만원씩 운동 비를 받아먹었느니, 백 표만 얻어주면 십만원을 주느니 별소문이 다 떠돌았다.
 
40
사실 또 조그만 읍내에 매인당 백만원에 가까운 선거운동비가 퍼진 터라, 요릿집마다 만원이었다. 출마한 사람이 이십여 명이나 되었으니 줄 잡아도 이 천여 만원이 이 조그만 읍내에 퍼진 셈이었다.
 
41
ㄷ청년단장이요, 버스회사 사장인 이승구는 운동비로 3백만원은 내어던진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리고 사실 또 무지무지하게 돈을 쓴다고 욕을 먹을 만큼 포스터에, 술에, 막 돈을 뿌려대는 것이었다.
 
42
'… 이래서 우리는 또 망한다!’ 하고 재덕이는 생각했다. 지금의 그 로서는 도리가 없이 된 몸이면서도 골똘한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43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나라를 세우는 이 좋은 기회에, 우리는 우리 손으로서 또 이 나라를 망쳐야 하는가?"
 
44
그는 이렇게 탄식을 한다.
 
45
"3천만이 합쳐서 나라를 이룩해야 할 이때, 이 하치않은 권리를 앞에 놓고서 이렇게들 모략을 하고 중상을 해야 하는가? 남을 해치고 남을 함정에다 몰아넣고라야만 자기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씨들 ─ 하느님은 우리 민족성에서 이 못된 근은 뽑아주시지 않으시나… "
 
46
재덕은 울고 싶었다. 땅을 치고 복장을 뚜드리며 통곡을 하고 싶었다.
 
47
─ 그러나 지금의 재덕은 울 자유조차도 없는 사람이었다. 땅을 치고 복장을 뚜드리기는 고사하고, 울음소리 한 번만 내어도 성스러운 규칙을 깨뜨리었다는 책망을 듣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 5·10선거 방해죄, 폭동 음모 미수 죄, 간첩죄, 살인미수죄 … 이렇듯 어마어마한 죄목을 쓰고 네모난 방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었다.
 
48
선거전이 무르익자 이승구는 선전부장을 끼고서 재덕이네 일파를 빨갱이로 몰아 넣고 말았다.
 
49
─ 총선거를 한 달 앞두고서였다.
 
50
그러면 경찰은 이승구한테 이용당한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승구 일 파의 모략은 실로 치밀할 것이어서 경찰로서도 어찌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51
그들이 밀고한 사연을 들어보면 이러했다.
 
52
첫째 5·10선거 방해공작을 했다는 죄목은, 재덕이네 일파가 아무런 역량도 자신도 없이 출마를 해서 돈으로 무지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하려는 운동을 반대운동이라고 뒤집어씌운 것이었고, 둘째로 간첩죄 란, 재작년 10월폭동 때 단장과 부단장 둘은 그 처참한 죽음을 했는데 셋이 잡혀갔다가 혼자만 살아온 데는 반드시 폭도들과 무슨 밀약이 있었다는 것, 그럴 이유가 폭동의 주범인 송종호는 재덕이의 친구였고 또 재덕이의 누 이진숙이는 그 송종호의 애인 ─ (아니 '계집’이라고 했다)이었다는 점, 지금 재덕이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박건이 또한 이북에서 지령을 받고서 내려온 놈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 청년운동을 가장하고서 동지를 모아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53
"놈들은 걸핏하면 합동을 말하지만 목적이 다르거든. 합동을 시켜야만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단 말야! 그놈들이 우리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그러는줄 알던가? 천만에! 천만의 말씀이지!"
 
54
그들이 꿰들고 나온 이 모든 사실은 모두가 또 의심을 하면 의심을 받을만한 일뿐이기도 했다. 송종호와 재덕이 사이도 그러했고, 재덕이만이 살아서 돌아온 사건만 해도 그렇게 덮어씌우면 썼지 별도리가 없다.
 
55
그리고 진숙이가 송종호를 사랑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박건이가 이북에서 일 년간이나 버티다가 월남해온 것도 사실이다.
 
56
물론 이러한 모든 사건들은 그때 경찰에서 전부 조사를 하고 의심을 푼 사건들이다. 재덕이는 사실 산에서 돌아와서 그 일로 하여 십여차를 경찰에 불리어 다녔었고, 그놈을 끌고 내려오지 못했다고 핀잔까지도 들었던 것이며, 하룻밤은 경찰서에서 잔 일까지도 있었던 것이다.
 
57
그러나 그때의 경찰진은 지금은 싹 갈리고 모두가 새사람뿐이니 일단 의심을 받아도 할 도리가 없다.
 
58
"그만 자백을 하지, 박건이가 다 분 사실을 그대 혼자서만 아니라고 버티면 되나. 진숙이와 박건의 자백한 사실이 딱 부합되는 걸 보면 우리로 서는이 이상 더 추궁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백을 한 경우와 자백을 하지 않은 경우가 다르거든. 다 임자를 위해서야, 알겠지?"
 
59
하고 형사도 추궁이 심하다.
 
60
"네, 잘 알겠습니다."
 
61
"알았으면 다 말해버려."
 
62
"박건이와 진숙이 한 말이 똑같았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한 말은 물론 한마디도 다르지 않을 것이요, 또 내가 한 말도 그들이 한 말과 똑같을 것입니다.이 세 사람을 따로따로 취조했는데, 셋의 말이 똑같다면 이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이 엄연한 사실을 알고서도 내게다 없는 사실을 시인하라는 그 까닭을 나는 도시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나는 이 이상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요. 무엇이고 또 어떤 방법이고 원하시는 대로 처리 하시지요."
 
63
재덕이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입을 딱 봉하고 말았다.
 
64
이 문초는 십여 일을 두고 계속되었다.
 
65
그동안에 박건 남매는 물론 진숙이와 유달성과 박도진 자기네 일당이 전부 불려와 서 문초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이 여섯 사람을 매인당 오륙 차씩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이니 날짜가 걸릴밖에는 없다. 똑같은 내 용의 질문을 순서만 바꾼다. 털끝만한 거짓말을 했었대도 이같은 질문을 되풀이 해놓으면 어디서고 한 군데는 먼저 말과 어긋나기가 십상팔구다.
 
66
그러나 전부가 사실 그대로이니 열 번 아니라 백 번을 되풀이하기로니 한치, 한 푼 틀릴 까닭이 없다.
 
67
주모자인 그들 여섯과 함께 처음부터 일을 해온 스물일곱은 대부분이 한두 번씩은 불리어 다니었고, 그중 몇은 재덕이네처럼 구금이 되어 있었다.
 
68
이 단원들에게 대해서도 재덕이네와 똑같은 질문이 되풀이되었다.
 
69
"사회 시간에 뭔 이야기를 했지?"
 
70
이렇게도 물었고 민족 이야기,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 재덕이와 박건이가 시간에 한 이야기를 이야기한 사람에게 물어서 적고는 들은 단원들 말과 낱낱이 대조를 하는 것이다.
 
71
재덕이 자신은 더 말할 것도 없었지만, 읍민들도 며칠이면 의심이 풀릴 줄 알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취조는 한 달이 지나도록 끝이 날 줄을 모른다.
 
72
"아까운 사람 잡지 않나?"
 
73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남의 일에 발을 벗고 나서주는 사람도 없었다.
 
74
"그러기에 옛말 그른 데 없느니. 모난 돌이 정 맞는다잖던가?"
 
75
"잘나도 걱정 못나도 걱정 ─ 자식 둔 사람은 다 불쌍한 거야."
 
76
이렇게 슬픈 체념을 하고 나면 그만이다.
 
77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시일을 지나니 말하는 사람조차 없다.
 
78
이럴 즈음에 출처도 모르는 낭설이 떠돌았다.
 
79
재덕이와 박건이는 벌써 사형이 집행되었는지도 모른다는 풍설이었다.
 
80
"재덕이와 박건이는 사형, 유달성과 박도진은 무기징역, 진숙이와 경 애두 여자는 여자래서 십 년 ─"이런 풍설이었다.
 
81
그러나 물론 그것은 터무니없는 낭설이었다. 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죄없는 사람이 사형까지 될 리도 만무거니와, 설사 죄가 있다 치기로니 재판도 받지 않고 사형집행이 되었다는 것을 믿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82
그러나 그렇다고 무사히 풀려나오리라는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은 채 한 달이 지났고 역사적인 저 5·10선거도 이제는 끝이 났었다.
 
83
그렇건만 유치장 안에서고 밖에서고 재덕이네 일파는 재판을 한대도 최소한도 무기징역 이하로 떨어질 가망은 없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84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이었다. 읍민들 귀에는 난데없는 총소리 두 방이 들렸다. 먼 산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였다.
 
85
이 총소리가 재덕이와 박건의 사형을 집행한 소리였다는 소리가 떠돈 것은 바로 그 이튿날이다.
 
86
사실 또 그날 저녁때 재덕이와 박건이 감옥에서 경찰서로 끌려가는 것을 읍 사람들은 보기도 했던 것이다.
 
87
"아깝다. 죄도 없는 사람이 죽다니 ─ 청춘들이 아깝다… "
 
88
죽음을 앞에 놓고야 읍민들은 이렇게 그들을 아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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