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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사람들 ◈
◇ 젊은 사람들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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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2월
이무영
1
젊은 사람들
 
2
14
 
 
3
이튿날부터 재덕이네의 활동은 시작되었다.
 
4
그들 계획에 찬동하고 나선 단원도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스물일곱이나 되었다. 이 스물일곱에다 재덕이네 일파 여섯을 넣고 나니 그 수효가 우연히 33이었다.
 
5
"오빠, 참 묘한 숫자가 나오잖았어요?"
 
6
하고 이 신기한 숫자를 먼저 발견한 경애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까지 되는것이었다.
 
7
"26년 전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33인과 오늘 모인 33인 ─ 일부러 이렇게 모 이자 해도 어려울 거야요."
 
8
"참 희한한데 ─"
 
9
하고 재덕이도 감탄을 했다.
 
10
"33이란 숫자두 묘하지만, 경애 씬 그걸 또 어떻게 발견하셨습니까?"
 
11
"오빠 좋아하시라구!"
 
12
하고 진숙이가 놀려댄다.
 
13
"망할 것!"
 
14
눈은 흘기나 노한 것은 아닐 것이다.
 
15
경애는 금세 얼굴이 새빨개졌다.
 
16
아무래도 또 사무실을 아주 없이할 수가 없어서 조그맣게 칸을 막기로 하고 나니, 두 단원이 썩 나선다. 목수라는 것이다.
 
17
"그럼, 당장 송판을 사옵시다."
 
18
하고 돈을 내어놓으니까 이번에는 또 딴 손이 썩 나와서 받아쥔다. 제재 소집 작은아들이었다.
 
19
"구색이 척척 들어맞는군. 목수가 나서자 제재소 주인이 나서고 ─"
 
20
하고 한 단원이 좋아하니까,
 
21
"어디 그뿐인가, 나도 쓸모있을걸그랴?"
 
22
하고 튀어나오는 단원이 또 하나 있다.
 
23
가구점을 하던 청년이었다.
 
24
"됐어 됐어, 책상은 없더라두 걸상은 짜야거든!"
 
25
모두들 와 웃어댔다.
 
26
"그러면 우리 일을 나눕시다그려. 어디 농사에 경험있는 분들 나서 보시지?"
 
27
"꼭 경험이 있어야 합니까?"
 
28
하고 한 단원이 묻는다.
 
29
"꼭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단원 말입니다."
 
30
하고 박건이가 고치려니까,
 
31
"선생님, 이 사람은 농업학교 출신이랍니다."
 
32
하고 뚱겨준다.
 
33
"농업학교 출신이면 더 좋지. 농업학교 출신 또 계십니까?"
 
34
둘이 또 썩 나선다.
 
35
"전 수지결산을 보겠습니다."
 
36
하고 나온 것은 상업학교를 삼년에서 그만두었다는 소년단원이었다. 상업 학교 이학년 때에 조합 주최인 주산대회에서 일등을 탔다는 소년이었다.
 
37
"참 고루들 모였군."
 
38
재덕이가 감탄을 하고 있다. 더없이 흡족한 모양이다.
 
39
그 나머지가 거의 다 많고적고간에 농사에 경험이 있었고 네 사람이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었다.
 
40
"트랙터를 사게 되면 저도 쓰이지요."
 
41
그 넷 중의 하나는 운전 조수로 면허는 없으나 트럭을 끌고 서울까지 두 세번이나 왕복을 했다는 것이다.
 
42
오후부터 서른셋은 제각기 맡은 일에 달라붙었다. 목공일에 익은 단원들과 조 수로서 다섯이 붙었다. 말이 조수지 시골 살자면 대패와 톱 못 만져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한쪽에서 연필을 귀에다 꽂고 말라놓으면 한쪽에서는 쓰윽쓰윽 밀어 내던진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서는 척척 못질을 하는것이다.
 
43
거짓말처럼 일이 쉽다. 한쪽에서 이렇게 뚝딱거리는 동안, 한쪽에서는 풀을 뽑는다 길을 닦는다, 회관 주위가 금세 훤하게 치워놓고, 여자들은 남자 단원들한테 핀잔을 맞아가면서 화단을 만든다고 수선이었다.
 
44
"야단만 치지들 마시구 이담엔 꽃구경할 생각 하세요."
 
45
그래도 무관한 진숙이가 연신 대꾸를 하면서 괴석도 갖다놓고 썩은 나무고 주 박을 끙끙대며 날라다가 구명에다 흙을 메꾸기도 한다. 거기에다 꽃을 심을 작정인 모양이다.
 
46
"거 어디서 묘한 돌을 찾아오셨군요. 할일없이 청전(靑田) 그림에 나오는 도승 같습니다그려."
 
47
하고 재덕이는 경애가 주워온 돌을 집어서 이모저모로 뜯어본다.
 
48
"묘하죠, 선생님?"
 
49
경애도 재덕이가 자기 한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운 눈치다.
 
50
"참 묘합니다."
 
51
"난 오빠가 더 묘하우. 사람이 이렇게 생긴 사람두 있구 저렇게 생긴 사람도 있듯이 돌도 그런 게지. 뭐 묘하구 자시구. 그런 오빠가 난 더 묘하다니까요."
 
52
진숙이가 놀리니까,
 
53
"망할 것!"
 
54
하고 물러서버린다.
 
55
"흥, 이북 같았으면 두 여성은 부르주아 취미를 가졌다구 또 교양소 행이다."
 
56
하고 박건이가 판장에다 못을 주면서 하는 말이다.
 
57
"설마, 그렇게까지 할라구요?"
 
58
진숙이가 박건을 쳐다본다.
 
59
"설마? ─ 가 아닐걸요."
 
60
"아이, 무식한 자식들."
 
61
하더니만 소리를 치는 박건이한테로 달려간다. 박건이가 주머니 속에서 못을 꺼내려다가 발판이 쓰러지며 마룻바닥 위에 나동그라졌던 것이다.
 
62
일들 하다 말고 웃음이 터졌다. 진숙은,
 
63
"이리 주세요. 제가 하나씩 집어드릴게요."
 
64
하더니 못을 뺏어서 못그릇에다 담고서 달라는 대로 하나씩 집어주고 있다.
 
65
이러기를 만 사흘 동안 하고 나니, 나흘째 되던 날은 일찌감치 일손이 떨어졌다.
 
66
"우리하구 3자하구는 참 큰 인연이 있나보이. 시작두 33인, 일끝두 3, 3일, 안 그런가."
 
67
하고 재덕이가 박건을 본다.
 
68
"글쎄, 그렇게 듣고 보니 그런데. 우리네 독립운동두 33인이 3월에 시작 해서 삼천만 민족이 한 덩어리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이렇게 독립이 되었으니 우리 일두 그렇게 성공이 될 징조야, 이 사람아."
 
69
"하나가 둘이 되었고 둘이 넷 되었다."
 
70
진숙이가 노래나 부르듯 오라비의 말을 받는다.
 
71
"넷이 또 여섯 됐구, 여섯이 서른셋까지 됐으니까, 이제 3년만 지나면 3천만 이 한 덩어리가 될 거야요 ─"
 
72
"3년? 아이구, 멀어라. 기왕 되려거든 1년 안에 되려무나!"
 
73
단원 하나가 발치의 돌 하나를 집어서 멀리 팽개를 친다.
 
74
돌은 윙 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포물선을 5월 하늘에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 이었다.
【원문】젊은 사람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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