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젊은 사람들 ◈
◇ 젊은 사람들 (9) ◇
카탈로그   목차 (총 : 20권)     이전 9권 다음
1952년 2월
이무영
1
젊은 사람들
 
2
9
 
 
3
생리적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는 한 시간보다도 더 긴 일분 ─ 이 지루한 일분을 예순 번 보내야만 비로소 한 시간이란 공간이 흘러간다. 이런 한 시간을 40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 것이다.
 
4
재덕이는 정말 이 40시간 동안 굴에서 단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소변도 굴 어귀에서 보았다. 약간의 백설기 부스러기에 물을 두어 모금 먹는 것이 음식물의 전부였다.
 
5
송종호도 그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그도 대부분을 이 같은 굴속에서 뒹굴 면서 단 한 마디 말도 걸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이 천둥 벌거숭이를 내버려두자 함이었으리라.
 
6
둘은 마치 일생을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않고 지내는 두 개의 바위처럼 간섭이 없이 지냈다.
 
7
그러나 드디어 때는 왔다.
 
8
역시 송종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9
"재덕 군 자는가?"
 
10
재덕은 아무 말도 않았다. 누워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11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 나가보세. 지금 각처에서 봉화가 일기 시작 했으니 ─"
 
12
밖에서도 서성대는 품이 봉화를 올리고 있는 눈치다.
 
13
그러나 재덕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14
"안 나가보겠나?"
 
15
두번째 가벼이 흔들기까지 하더니만,
 
16
"그럼 누웠게나. 나만 다녀오지."
 
17
하고 나가버린다.
 
18
이 기나긴 사십 시간 동안에 재덕이의 생각은 딱 결정을 보고 있다. 놈들 앞에서 본능적인 비명이나마 아프다는 소리를 치고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19
무슨 방법으로든지 자기 자신의 의사로서 죽으리라 한 것이다.
 
20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무한히 긴 시간이었던 것도 같았고, 또 무척 짧은 시간 같기도 했다. 재덕은 지금 완전히 시간에 관한 관념을 잃어버리고 있는 터였다.
 
21
"자네, 인저 좀 나가보지 않으려나?"
 
22
하고 또 송종호가 와서 말을 건넨다.
 
23
"지금 읍내가 그대로 불바다일세!"
 
24
그래도 재덕은 들은 체도 않았다.
 
25
또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역시 길었는지 짧았던지도 분간키 어려운 시간 이었다.
 
26
종호가 또 들어왔다.
 
27
"날이 활짝 밝았네. 읍내는 아직도 타고 있네.
 
28
재덕이는 이번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29
또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했다. 역시 하루인지 이틀인지, 그렇지 않으면 한 시간이었던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오직 굴속이 어둡기 시작했다가 불이 켜지고 불이 꺼졌어도 그대로 밝은 채이고 한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을 뿐이었다.
 
30
재덕이는 요량도 못하고 있지만 그 지루한 일분 일분이 수천 수만이 흘렀던 것이다.
 
31
봉화가 일던 날 밤부터 만 닷새란 세월이 흘러갔던 것이다.
 
32
역시 재덕이는 누워 있었다.
 
33
공기가 달라진 것은 재덕이도 느끼고 있었다. 어제부터 몹시들 당황 해 한다. 서성대는 품이 다르기도 하다. 송종호도 전처럼 징커니 누워 있지도 못하고 들락날락 갈피를 못 잡는 모양이다.
 
34
"엥 ─"
 
35
무슨 짐승의 신음 소리 같은 것을 내면서 벌떡 일어서 나가기도 하고, 금방 또 들어와서 눕는가 하면 또 벌떡 일어서 나간다.
 
36
그때다. 몇 놈인지 황급히 들어왔다.
 
37
굴에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써 겨우 밤이란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38
"대대장님!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단양, 충주 다 실패를 했습니다."
 
39
"풍기는?"
 
40
"풍기두 전멸입니다!"
 
41
"음 ─"
 
42
그대로 화침 맞는 사람의 신음 소리다.
 
43
"대대장님! 어떻게 될 것입니까? 밖에서들은 모두 야단입니다. 옵니까 안옵니까?"
 
44
"뭐가?"
 
45
"우리 군대 말입니다! 우리가 일만 일으키면 붉은 군대가 오기로 되어 있는 게 아닙니까? 모두들 또 속았다구 야단입니다. 인저는 우리네 가족은 다 죽었습니다. 씨도 없이 다 죽었습니다… "
 
46
"듣기 싫어!"
 
47
"군대가 왔습니까, 안 왔습니까?"
 
48
"내가 알아? 나가!"
 
49
대대장 송종호는 사자처럼 나댄다.
 
50
굴속은 아까의 정적으로 돌아갔다.
 
51
재덕은 송종호의 긴 한숨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52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번의 시간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만은 알 수 있었다.
 
53
"재덕 군, 인저 정말 일어나야겠네."
 
54
종호의 손이 가벼이 어깨를 흔든다.
 
55
목소리도 그지없이 부드럽다.
 
56
"내가 졌네. 자, 일어나게. 나는 곧 이 자리를 떠나야겠네. 어디 로든지 가야겠어. 자, 일어나주게, 일어나서 패자일망정 나를 좀 전송해주게 ─"
 
57
그 말을 듣고는 재덕이도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58
재덕이가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종호는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듯 하며,
 
59
"자, 일어나게. 일어나서 나가세. 여기는 더 지체할 데가 못 되네. 나도 날이 밝기 전에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겠네."
 
60
재덕은 종호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언제부터 준비를 했는지 륙색에 물병까지 메고 있었다. 이 길로 바로 떠날 모양이다 둘은 밖으로 나왔다. 달은 없으나 별이 총총하다.
 
61
"조용히 하게."
 
62
종호는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63
"지금 부하들이 몹시 흥분이 됐네. 이리로 와."
 
64
종호는 재덕이를 어떤 골짜기로 끌고 들어가더니 큰 바위를 등지고 선다.
 
65
"부하들은 지금 눈이 뒤집혔네. 자넬 본다면 그대로 두지 않으려고 들지두 몰라."
 
66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67
"인저는 대대장의 명령이 서지 않거든!"
 
68
잠시 쉬었다가 그는 다시 말을 한다.
 
69
"깨끗이 손을 드네. 난 졌네. 아니, 나도 속았네. 나는 빨리 산을 타고 가야 하겠어. 자네두 여기 있는 건 위험하니 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게.
 
70
지금이 어느 경인진 몰라두 밝을 때까진 동리에 내려가지겠지!"
 
71
"종호!"
 
72
재덕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
 
73
"아니야! 더 말하지 말아주게. 말하지 않아도 잘 아네. 나두 같이 내려가잔 말이겠지? 안돼, 안 돼. 난 이 길로 부하들을 데리고 가야겠네."
 
74
"누굴 위해선가?"
 
75
"민족을 위해서 ─"
 
76
"민족?"
 
77
"민족을 위해서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민족을 위해서 내려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자, 가세."
 
78
"아니야."
 
79
"자네가 내 생명을 보호했듯이 나도 자네 생명을 보호함세. 이만하면 자네네 공산주의의 정체도 알았을 것이 아닌가. 그 경험을 살려 나와 같이 일 할 수도 있잖은가? 우리는 민족을 위해서 ─"
 
80
이렇게 가자거니 못 간다거니 승강이를 할 때다. 바로 멀지 않은 장소에서,
 
81
"대 대장님!"
 
82
하고 찾는 소리가 난다.
 
83
"그놈이 튀었습니다. 대대장님!"
 
84
"자, 들어보게. 빨리, 빨리! 모두들 안부해주게."
 
85
"대대장님 ─"
 
86
"어 ─"
 
87
대답을 하고 마지막으로 재덕의 손을 잡는다.
 
88
"어서 가게! 밑으로!"
 
89
"어디십니까? 그놈을 놓쳤습니다."
 
90
"뭐야! 잡아라! 잡아. 그놈만은 끌고 가야 한다."
 
91
이렇게 소리를 치며 다시 한번 재덕이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92
"어서 가게. 들키지 않게 골을 타고 내려가라구!"
 
93
그때 이쪽을 향해서 한 떼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달아났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에, 난 죽어두 집에 간다는 소리에 왁자하다.
 
94
재덕이는 미끄러지듯 골을 타고 내렸다. 그러다가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려니 뭐라고인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95
"대대장놈을 잡아라!"
 
96
"거짓말쟁이를 없애라."
 
97
"산을 내려가는 놈은 반동이다!"
 
98
분명히 산을 내린다는 패와 산으로 들자는 두 패가 어우러져 싸우는 모양 이었다. 그러더니,
 
99
"빵!"
 
100
"빵!"
 
101
"빵!"
 
102
연거푸 총소리가 세 번이 난다.
 
103
'아! 또 하나의 비극이 벌어졌구나!’
 
104
재덕은 귀를 막았다.
 
105
그러나 막은 귀에도 총소리는 그대로 자꾸 볶아치는 것이었다.
【원문】젊은 사람들 (9)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104
- 전체 순위 : 68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100 위 / 882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85) 삼대(三代)
• (23) 적도(赤道)
• (20) 탁류(濁流)
• (20) 어머니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젊은 사람들 [제목]
 
  이무영(李無影) [저자]
 
  1952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20권)     이전 9권 다음 한글 
◈ 젊은 사람들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