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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사람들 ◈
◇ 젊은 사람들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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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2월
이무영
1
젊은 사람들
 
2
19
 
 
3
이것이 송종호라고 믿자 하니 송종호지, 이태 전 모습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도록 무참해진 송종호였다. 머리는 언제 깎았는지 귀를 덮고, 세수를 한 지도 여러 날 되는지 얼굴은 그대로 숯장수다. 꺼칠한 수염은 송종호의 모습을 전혀 딴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4
"자네가 틀림없는 송종혼가?"
 
5
재덕이는 손도 내어밀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6
"그러네, 틀림없는 이태 전의 송종호네."
 
7
송종호는 이렇게 대답하고 좌중을 쭉 둘러본다. 그러고는 진숙이를 향 해서 인사를 한다.
 
8
"놀라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9
진숙이는 아무 말도 없이 송종호를 쳐다보고만 있더니,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10
"자넨 내가 이렇게 또다시 남쪽 땅을 밟을 줄 몰랐겠지?"
 
11
하고 재덕이가 미처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12
"자네뿐만이 아니지, 나 자신도 몰랐었네,
 
13
"이렇게 말하며 양복바지에 손을 푹 찌른다.
 
14
말이 바지요 저고리지, 무릎도 없고 등바대도 반쪽이나 떨어져나갔다. 오직 성한 것이라고는 국방모자뿐이었다.
 
15
"아니야."
 
16
하고 재덕이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어 보인다.
 
17
"자네 자신은 몰랐을지 모르지, 그렇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네. 자네가 언제든지 우리 남쪽 하늘이 그리워서 돌아올 날이 있을 줄 믿고 있었네."
 
18
"믿고 있었다?"
 
19
"믿고 있었지! 나는 자네라는 사람이 영원히 남쪽 땅을 하직하도록 어리석지는 않다는 것을 믿고 있었네. 이태 전 ─ 그때 산에서만 하더라도 나는 자네를 끌고 내려오려구만 들면 끌구 내려올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그때도 생각 했었네. 그때 자네는 벌써 북쪽에서 온 그 지령이란 것이 얼마나 맹랑한 거짓말로 꾸며졌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았으리라고 믿었네. 그때 내가 좀더 자네 팔을 잡아끌었더라면 자네두 날 따라서 내려왔었을지도 모르지. 그런 자네를 다시 산으로 들어가게 내버려둔 것은 그때만 해도 아직 자네는 꿈에서 덜 깨었거든. 한 번쯤 속은 정도로서는 홱 돌아설 수 없을 만큼 자네는 놈들 마술에 중독이 되었었거든. 자네 북에서 내려왔지?"
 
20
종호는 할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인다.
 
21
"그럴 줄 알았네. 그 길로 바로 38선을 넘어갔을 것두 알았구, 가서 놈들 하는 짓을 몇 달만 본다면 반드시 발꿈치를 돌려서 남쪽으로 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네. 내 예상보다두 자넨 1년이나 늦게 온 셈일세. 무슨 이유가 있었던가?"
 
22
"반년은 좀더 보느라구 그랬구, 반년은 넘어올 수가 없어서 그랬구 ─"
 
23
"내 추측이 맞았군."
 
24
재덕이는 우습게까지 보였다. 송종호로부터 보고 온 이북 정치에 관한 긴 보고가 있었다. 토지개혁을 해서 농민이 얻은 것은 땅이요, 잃은 것은 생존권이라는 것, 2할 5부의 현물세는 정반대로 7할 5부의 세금이라는 것, 이남에서 들어간 신문이 2백원, 3백원으로 몰래 돌려보아진다는 것, 농촌의 전기화니 인권옹호니 언론자유, 집회자유 등 말과는 완전히 반대라는 것 등등 이었다.
 
25
그러나 그것은 하나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나에서 열까지가 전부 남쪽에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26
이북 정치가 이렇다는 것을 모르고 있은 것은 오직 송종호 하나 뿐이었던것이다.
 
27
구태여 새로운 소식이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같은 노동당 속에도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소련파와 박헌영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파, 무정을 중심으로 한 연안 중공파간의 알력이 날로 심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실로 처참한 숙청이 단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28
그러나 이 사실만 해도 이남에서는 벌써부터 들어 알고 있던 사실이다.
 
29
"그때 산에서 자네는 내가 이 고을의 군수나 서장이라도 하나 얻어 하려고 내가 폭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말을 한 일이 있었지만 ─"
 
30
하고 송종호가 말을 꺼낸다.
 
31
"그러나 그것만은 자네의 오해였네. 물론 지금 남북을 통틀어서 그런 것을 바라고 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고, 또 내가 어리석고 유치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네가 말하듯 그렇도록 유치하지는 않았네.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의 모든 행동은 나 한 개인의 명예라든가 이익만에 눈이 어두워서 한 노릇은 아닐세. 나는 확신하고 있었네. 이 것은 애국 운동이요,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고. 자네와 헤어지는 것도 폭동을 일으키는 것도 북으로 다시 넘어간 것도 모두가 민족의 행복을 위해서 한일 이었네. 지금 나는 동지들을 배반하고 이렇게 남으로 내려왔네. 아니, 나의 동지들은 지금 여기서 오십리도 못 되는 산속에까지 내려와 있네."
 
32
그 말에 재덕이는 깜짝 놀란다.
 
33
"이번에 새로?"
 
34
"새로 왔네. 중대한 지령을 받고 온 부대일세. 그러나 안심하게. 그들의 운명도 길지는 않지. 대부분이 귀순을 할 줄로 믿네. 그렇지 않은 자는 죽을 따름이지."
 
35
그는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하고서 결론을 맺는 것이었다.
 
36
"오늘 그 동지들을 배반하고 자네 앞에 이렇게 자수하는 것도 나는 이 것이 민족을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네!"
 
37
"어쨌든 고마워. 나는 무한히 기쁘다!"
 
38
하고 재덕이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손을 잡고서야 그는 자기가 지금까지 송종호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39
"고맙다!"
 
40
하며 재덕이는 손에 힘을 부쩍 주어 흔들어대며 부르짖었다.
 
41
"고맙다! 잘 돌아와 주었다! 너는 너는… "재덕은 갑자기 목이 탁 메이고 마는 것이었다.
 
42
"너는 너는 조국을 버리지 않았다! 너는 조국을 배반하지 않고 돌아와 주었다!"
 
43
재덕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좔좔 흘러내리고 있다.
 
44
"나는 믿었었다. 네가 돌아올 줄 믿었었다! 네가 아무리 스탈린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걷고자 한대도, 너의 혈관 속에 흐르고 있는 피는 내 혈관 속의 피와 똑같은 피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 피가 같은데 운명만이 다를 수는 없었다! 너는 너는 역시 단군의 피를 받은 우리 한족 이었더니라… "
 
45
이렇게 말하며 신재덕은 폭포 같은 울음을 터뜨리었던 것이다.
 
46
송종호도 따라 울고 진숙, 경애 다함께 울고 말았다.
 
47
"정말 잘 돌아와 주었다."
 
48
얼마만에야 겨우 울음을 그치고 재덕이는 나직하니 이렇게 말한다. 생각 할 수록에 고마웠다.
 
49
"자네 한 사람이 돌아와 준 것이 우리한테는 수천 수만이 돌아와 준 것보다도 더 고맙다. 자네는 많은 죄를 졌지만 보다 더 많은 공을 이 민족한테 끼쳤다.송종호의 공적은 영원히 우리 민족 위에 살아 있으리라… "
 
50
피도 다르고 사상도 다르고 운명도 다르고 ─ 아니 달라야 한다고 생각 한두 사나이는 비로소 모든 것이 같았음을 생리로써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둘뿐이 아니라, 방안에 있는 다섯 사람은 자기네의 혈관이 한데 잇대어져 있 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것이다.
 
51
그것은 피의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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