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풍(延豊)
이승소(李承召) 〔1422-1484〕
고을은 퇴락하고 성도 없는데 邑居彫弊又無城 아득히 들린 건 물소리 뿐이네 邈邈唯聞澗水聲 사방으로 산 높아서 해 가리고 四面山高能礙日 나무가 빽빽해 꾀꼬리도 숨었네 千章木密可藏鶯
무궁화 울 판자집 이따금 보이나 槿籬板屋時時見 조밥에 명아주국 고생스러운 듯 粟飯黎羹若苦生 수령은 나라에 보답하길 노력하여 爲報明侯須努力 은부로 하여금 태평을 누리게 하소 更敎殷富享昇平
【삼탄집(三灘集)】
이승소(李承召) 〔1422-1484〕
석벽의 가파른 바위 하늘에 의지하고 石壁巉岩倚半空 냇물은 지면을 싸고 소리내며 흐르네 淸溪繞趾響淙淙 옆 사람 재촉 없어 곁마 오래 머무니 傍人莫訝停驂久 내 고향 삼탄과 물색이 하마 같구나 爲與三灘物色同
【삼탄집(三灘集)】
홍귀달(洪貴達) 〔1438-1504〕
고을을 산이 두르고 냇물이 감싸니 一區山擁更溪回 사방이 한 곳도 탁 트인 곳이 없네 四面都無一面開 현감도 주렴 걷고 대낮에 앉았는데 太守捲簾淸晝坐 새들만이 날아갔다가 다시 날아오네 幽禽飛去又飛來
【허백정집(虛白亭集)】
홍귀달(洪貴達) 〔1438-1504〕
삼월에 남쪽으로 가 사월에 돌아오니 三月南行四月回 산 꽃은 다 떨어지고 해당화 피었네 山花落盡野棠開 지나는 곳곳마다 아는 사람이 많아도 經過處處多相識 유랑과 뜻이 같아서 이제 다시 왔네 共指劉郞今再來
【허백정집(虛白亭集)】
5. 연풍으로 가는 길에서 본 바를 적다(延豊途中 記所見)
조 위(曺 偉) 〔1454-1503〕
흰 구름 단풍 숲이 모두 시재라 白雲紅樹摠詩材 고삐 잡고 천천히 읊으며 가네 按轡行吟不受催 가을빛 산 두르고 상기 엄숙한데 秋色壓山霜氣肅 숲빛 물에 흔들리니 물소리 애잔하네 林光搖水澗聲哀
험한 길 말을 몰아 몸이 피곤하고 崎嶇叱驅身應倦 강개를 수레에 묻고 돌아오지 않네 慷慨埋輪應未回 고인 향할 때마다 부질없이 탄식하고 每向古人空歎息 학업을 거칠게 하였음 탄식한다네 還嗟學業竟荒哉
【매계집(梅溪集)】
6. 연풍헌을 읊은 시를 차운하다 (次延豊軒)
황준량(黃俊良) 〔1517-1563〕
1 천지의 물색이 모두 읊을만 하건만 壺中物色儘吟材 글 짓기보다 바리 두둘기에 힘쓰나 藻思何勞擊鉢催 대 옆의 매화는 눈 속에 피었는데 竹外梅花披雪動 물가 솔소리 바람에 어울려 슬프네 澗邊松籟和風哀
연강 줄지 않은채 석양은 사라지고 練江不减玄暉賦 큰 폭포 맞이하니 태백성이 도누나 紳瀑須邀太白回 젊은이 부러워하며 새재로 나가는데 只恨五丁開鳥道 오솔길 연기나는 곳과 처음 이어지네 人烟線路始通哉
2 나라에 보답할 수 있는 재상감은 爲報經邦廊廟材 고을에서 안락하며 벼슬하지 않고 褊城安忍趁科催 수명을 재촉하니 좋은 신하 없어 蒼生命蹙波臣涸 서민의 시름 깊어 기러기도 우네 白屋愁深澤雁哀
전쟁 중에 하는 벼슬 편안치 않네 宦路征塵無日了 어느 때 태평성대가 찾아 올런지 康衢淳俗幾時回 쓸모없는 선비 군민을 돕지 못해 腐儒謾負君民寄 밤중에 눈물 흘리며 한숨 짓누나 揮涕中宵愾歎哉
【금계집(錦溪集)】
홍언충(洪彦忠) 〔1473-1508〕
내 가는 길 신이 가엽게 여기지 않아 我行不爲神所憐 삼일동안 성 감싸며 눈비가 이어졌네 三日聊城雨雪連 하늘의 힘을 빌은 듯이 날씨 개이고 一霽似蒙天借力 해가 높이 뜨면서 하늘로 오르네 三竿杲杲日升天
【우암고(寓菴稿)】
황 호(黃 □) 〔1604-1656〕
옛 벗이 원이 되어 길손을 반기니 故人爲政路人誇 지나가는 나그네 집에 온 듯 하네 客子經過似到家 천리 밖 타향에서 구월달 맞으니 九月他鄕千里別 새술 가득 담은 잔에 국화 띄우네 滿樽新酒泛黃花
【만랑집(漫浪集)】
강재항(姜再恒) 〔1689-1756〕
푸른 산이 옛 고을 감싸고 靑山擁古縣 밝은 해가 강마을을 비치네 白日照江村 말 머리에 구름이 일어나니 馬首煙雲起 용지에서 천둥 비 요란하네 龍池雷雨喧 먼 길 가는 몸 병 들었어도 長程身且病 나라 근심하는 마음은 있네 憂國心猶存 백로는 연꽃에서 먹이 찾고 飛鷺荷下食 고기는 거동을 다시 높이네 雅魚儀更尊
【입재유고(立齋遺稿)】
강재항(姜再恒) 〔1689-1756〕
산 비 조용히 내리니 나무들 그윽한데 山雨霏微山木深 숲 속의 새 곳곳에서 춘심을 희롱하네 幽禽處處弄春心 누가 갈림길에 고난이 많다고 말했던가 誰言歧路多艱苦 새해의 풍광을 나홀로 찾는구나 首歲風光我獨尋
【입재유고(立齋遺稿)】
11. 군회가 술을 보냈는데 빛과 맛이 모두 좋아 서 시를 지어 감사하다(君會送酒 色味俱佳 詩以 謝之)
정 철(鄭 澈) 〔1536-1593〕
연풍에서 술 한잔 마시니 一酌延豊酒 온갖 시름이 다 없어지네 令人萬慮空 맑은 이슬 먹어 무엇하리 何須吸沆瀣 바람 타고 하늘 오르려네 直欲御冷風
【송강집(松江集)】
12. 연풍현감이 보낸 술을 감사하여(謝延豊倅送酒)
정 철(鄭 澈) 〔1536-1593〕
연풍의 좋은 술은 신풍술보다 좋아 延豊美酒勝新豊 은잔에 따르면 맑아서 빈 잔 같네 色到銀杯泂若空 눈 온 뒤 먼 곳 친구 문병을 오니 雪後遠朋來問疾 험한 산 돌아가는 길이 어긋나리라 亂山歸路錯西東
【송강집(松江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