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지식창고 - (괴산군 시문집 (2000)) 풍락헌기(豊樂軒記) / 정실(鄭宲)

하루는 현감 이덕부(李德溥)가 글을 보내어 나에게 말하길 “연풍 고을의 운수가 불행하여 위엄을 잃었으며 연이어 굶주림에 시달려 관청이 쓰러지게 되었어도 중수할 수 없었다. 동헌(東軒)이나 청사당(聽事堂)도 들어가 앉기에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목재을 모으고 장인을 불러 먼저 동헌을 세우고 문루(門樓)와 다른 청사는 고칠 수 있는 것은 차례로 중수하였다. 그리고 ‘풍락헌(豊樂軒)’이란 편액을 동헌에 걸려고 하니 그대가 기문(記文)을 써 달라”고 하였다.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쓴다. 관청을 수리하는 것은 본래 수령의 책임이나 지금 이런 일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런즉 주부자(朱夫子)가 어째서 유중영(柳仲郢)의 일을「소학(小學)」에 실어 편찬하였는가? 이(李) 현감의 이번 일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이미 풍락헌이라 이름한 것은 구공(歐公)이 ‘저정(滁亭)’이라 이름한 것과 서로 맞는 것이니 대개 구공의 뜻은 백성으로 하여금 풍년이 들어 편안할 수 있는 것은 다행히 태평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저 함이다. 지금 이현감이 지은 이름도 구공과 같은 뜻이리라. 무릇 나라를 위하여 풍년을 기원하고 백성과 더불어 쉬는 것은 원이 그들의 즐거움을 기뻐할뿐만 아니라 장차 온 고을 백성을 볼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모두 말하기를 “우리 원님이 사람 살리는 덕은 우리들로 하여금 풍년이 드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게 함이다”라고 하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연풍의 서쪽 2․3리쯤에 작은 정자와 샘과 돌이 있으니 곧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거닐면서 쉬던 곳이다. 아침 일찍 또는 늦게 이 산에 올라가 현감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하고 이어서 격양가(擊壤歌)를 화답하는 것은 연풍 백성들이 어진 원을 만났다고 하례하기 위한 것이다. 관청이 묻혔다가 헐어지고 엎어진 것을 맡기려 하였더니 다행히 어진 원을 만나 몇 해만에 비 새는 데만 가리고 지내다가 이제 며칠 안가서 환하게 준공되었다. 병술(丙戌) 6월 1일

一日李使君德溥移書於余曰此縣邑運不幸喪威連仍饑饉洊至官廨之傾歪者不能重修者多矣若東軒是聽事堂而亦不堪入處遂鳩財募工先建東軒如門樓及他廨之可改者亦次第新之仍以豊樂額于東軒子其記之余謂修茸館舍是固官長之責而今世無此事久矣然則朱夫子何以柳仲郢事載之於小學編乎李侯此擧可尙事也已且豊樂之云與歐公名滁亭者相符盖歐公之意欲使民知所以安此豊年之樂者幸生於太平之世也今李侯之以此名軒亦歐公當日之意也夫爲國願豊與民休息者不但太守之樂其樂而已將見一邑之民咸曰吾君生生之德俾吾輩共享此穰穰之樂云爾則豈不美哉縣之西數里許有方丈泉石卽我先王考杖屨攸憩也早晩入山一登斯軒與太守同其樂而仍和擊壤之歌爲延民賀得賢太守也埋役齋官任毁顚經營幸賴使君賢幾年架漏虛過了不日僝功已奐焉丙戌季夏初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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