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동기(仙遊洞記) 이만부(李萬敷)〔1664-1732〕
회양산(曦暘山) 동구에서 나와 10여리, 남쪽으로 죽문촌(竹門村)을 지나 서쪽 완창(浣膓)으로 들어가니 완창(浣膓) 위로 푸른 시내가 몇 리에 걸쳐 있는데 물은 더욱 맑고 돌은 더욱 평단하다. 선유동(仙遊洞) 동구에 신원백(申元伯)의 산재(山齋)가 있고 산재 서쪽 수 십보 떨어져 한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 아래 위가 모두 돌인데 깨끗하고 반드럽고 윤이 나며 곧고 바르게 사방으로 물이 흐르는데 섬돌 같고 반석 같고 혹 돌이 등급을 더한 것 같았다. 그 가운데 쪼개진 한 곳에 이르니 오목하게 파이어 석조(石槽)를 이루고 물이 저절로 위에서 쏟아져 석조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치 은을 녹인 듯, 구슬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물에 손을 담구어 이를 닦고 오래도록 참아 일어나지 못하였다 노을과 구름이 서로 머리를 대었다가 구름이 잔잔히 잠깐 모이니 양쪽 언덕에 그늘이 드리워 서늘하고 돌 등이 밝으니 날듯한 기분이었다. 산재의 중이 점심을 준비하자 식탁을 치우고 돌 위에 차려 놓으라고 시키니 푸성귀 몇 가지인데도 맛이 좋았다.
仙遊洞記
自曦暘出洞十餘里 南過竹門村 西入浣膓 浣膓上綠溪數里 水益淸 石益盤陀 及仙遊洞口 有申元伯山齋 山齋西數十步 結紐一洞 上下 盡石淨潔 滑澤廉正 方衍砌如除如床茵如 或加石等級如 當中一到刳劃 而凹成石槽 水自上瀉入槽中 如溶銀屑珠 手激齒漱 不忍起 向晩 霞霱互端 霏微乍集 兩岸落陰凉 石背曠朗 有翰腋意 山齋僧具午飯 命去卓列石上 數品蔬亦佳焉 【식산집(息山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