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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 달리는 아담과 긴빠이

about 바람처럼 스쳐간…

(2018.06.13. 01:07) █

◈ 달리는 아담과 긴빠이

순검, 해병창고, 긴빠이, 이 말은 해병대를 상징하는 용어들이다. 그 중 긴빠이는 해병대의 본능적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행동으로 해병 전통에 녹아있다. 해병대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전역할 때까지 긴빠이는 해병대원이 터득하고 간직해야 할 기술이다.

순검, 해병창고, 긴빠이, 이 말은 해병대를 상징하는 용어들이다.

그 중 긴빠이는 해병대의 본능적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행동으로 해병 전통에 녹아있다.

해병대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전역할 때까지 긴빠이는 해병대원이 터득하고 간직해야 할 기술이다.

작게는 양말, 팬티부터, 크게는 소총과 탱크, 미사일까지 그 대상 품목은 다양하다.

영화 더록(The Rock)에서 보듯이 군부대에서 미사일을 훔쳐내는 프란시스 허멜(에드 헤리스) 장군과 대원은 바로 해병대원이다.

진해 해병 훈련소 시절,

훈련병은 일주일인가 두어 주일마다 한 차례씩 중대병력 단위로 목간통에 들어가는 시간이 있다.

지금의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아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물만 대충 처바르고 나와야 하는 목간이다.

어떤 순진한 훈련병은 머리에 비누질하다 거품을 헹구지도 못한 채 목욕 종료 소리에 떠밀려 나가야 했던 그런 목욕이었다.

목욕탕 로커에 옷가지를 집어넣고 잠그는 시설은 꿈에나 그려보던 그때,

중대가 목욕탕에 도착하면 마당에 열을 지어 옷가지를 벗어 잘 개어놓고 벌거벗고 바깥에 서서 기다려야 했고,

잠시 후 앞 차례 중대의 목욕이 끝나면 욕탕에 뛰어들어갔다가 나와서

마른 수건 질도 못하고 서둘러 정렬하여 군가를 소리 높여 불러야 하던 때다.

하필 일 년에 한 번 있는 군수검열(지급한 장비의 수량과 보관상태 검열)이 그때 돌아왔다.

겨울에 훈련받던 훈련병들이 빨래할 여유나 있었겠는가?

대부분 훈련병은 추운 날씨에 빨래하기가 귀찮아 더러워진 양말과 속옷을 소각장에 버리고 모른 척하고 있었으니,

군수검열은 낭패 중의 낭패였다.

어느 날 목욕하던 중대에서 난리가 났다.

중대원이 모두 목욕탕에 들어간 사이에 옷가지를 지키던 당번을 습격하여 묶어놓곤

속옷과 양말을 몽땅 긴빠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범인은 오리무중, 심증은 있으나 확증이 없으니 찾기는 틀렸다.

하지만. 해병대가 누구인가?

옷을 잃은 중대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사실을 감추고 역시 목욕탕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중대를 습격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이런 소동을 있은 후 훈련소에는 새로운 풍속이 나타났다.

목욕할 때면 옷가지를 모두 내무실에 벗어 잠그고 발가벗고 목욕탕을 구보로 달려가는 행렬이 생긴 것이다.

20대 건장한 사내들이 발가벗은 채 한 손으로 덜렁거리는 거시기를 부여잡고

군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목욕탕으로 뛰어갔던 것이다.

이 사건은 1960년대 중반, 해병 주보에 달리는 아담들이란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실렸던 고사이다.

등산학교 겨울과정을 시작하기 얼마 전, 장비를 점검하다 보니 아이스바일 두 자루가 없어졌다.

블랙 다이아몬드 사의 카본 코브라 아이스바일이다.

아이스바일 중에 가장 비싼 장비로 등산학교에서도 애지중지하던 장비였다.

불과 이틀 전에도 확인했었는데 누가 가져갔는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열린캠프 가족이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훈련센터 열쇠 두는 곳을 공개했던 터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처음엔 화가 치밀고 배신감에 몸이 떨렸다.

그때 옛날 해병대 선배에게 들었던 훈련소 긴빠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등산학교 교육 훈련이 해병대 스타일이니 그새 긴빠이란 문화도 생겼나 싶어 혼자 껄껄 웃고 말았다.

오죽 갖고 싶었으면 그렇겠는가?

아무튼, 누군가 필요해서 가져갔으니 언젠가 돌려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하였다.

긴빠이, 공동체와 가족의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여행】 바람처럼 스쳐간…

• 설악을 뛰어다니던 시절

• 달리는 아담과 긴빠이

• 천화대 암릉, 74년 겨울 개척등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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