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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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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왕의 추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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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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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5일
손기정 선생님의 선물
about 바람처럼 스쳐간…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2018-08-27
【홍보】
【홍보】
▣ 바람처럼 스쳐간…     바람처럼의 지식창고 2018.06.13. 10:09 (2018.06.13. 10:09)

【여행】설악산 다녀오던 길에서…

2014년 6월 5일
 
신도 사무기 회사의 서울·지방 법인 총괄 사장인 (정 14)허용봉 님과 산행 약속으로 어제 한나절, 잠깐 설악에 다녀왔다.
(정 4)노승헌 님과 함께 가기로 했기에.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아침 아홉 시 출발하는 것으로 노 교수님이 티켓을 예매했다.
전날 밤 대전에서 출발하여 무박 산행으로 설악산을 오르는 허용봉 님과 그 일행은 비선대에서 마중하기로 일정을 잡는다.
 
강변역에 도착하니 시각이 아직 이르다. 아침 대용으로 포장마차 샌드위치와 믹스커피 한 잔을 곁들인다,
먹기 전에 먼저 혈당 약 한 봉지를 삼킨다. 올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당뇨 증세로 요즘은 식사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일찍 도착한 노 교수님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다 버스에 올랐다.
속초에 사는 (정 13)장남중 님과 통화하니 업무차 춘천 가는 길이란다.
모처럼 설악산 가는 김에 반가운 얼굴 좀 보려 했더니 타이밍이 안 맞는다.
 
속초행 버스는 의자가 널찍하고 앞뒤 공간이 편안한 우등고속 버스다. 속초까지 두 시간 십 분 만에 도착한단다.
두 시간 십 분의 시간과 만 칠천삼백 원의 요금, 잠시 사십오 년 전 설악산 등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다.
 

 
그때 강원도 방향 시외버스 터미널은 마장동(용두동 33번지)이었다. (후에 상봉동으로 이전하였다가 지금의 동서울에 자리 잡았지만…)
통금이 있던 시절이라 속초행 첫차를 타려면 터미널 근처 여관에서 숙박해야 했던 시절이다.
 
버스 배차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니었으며, (한 시간 간격이었나?)
아홉 시인가? 정오 전에 마지막 배차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피 크고 무거운 배낭을(기슬링 타입 륙색) 실어야 해서 그랬는지, 방학 때라 승객이 많고 좌석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였는지,
아무튼, 산악회나 학교산악부 등반으로 설악산 갈 때면 늘 전날 마장동에서 숙박한 뒤 첫차로 출발하곤 했었다.
70년 여름, 입석 승객이 있고 정류장마다 멈추었다 떠나는 완행버스의 남교리까지 운임은 오백 원 정도였나?
 
통금 해제 후 네 시 반쯤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일곱 시 반쯤 홍천에 도착하고 삼십 분가량 아침 식사 시간을 주었다.
허겁지겁 식사하고 차에 오르면 버스는 다시 서너 시간을 달려 설악산 입구인 인제, 원통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점심 시간을 준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해 두 끼 식사를 해결한 뒤에야 설악산 언저리에 닿는 것이다.
 
홍천과 인제 구간은-
지금은 강변으로 도로가 이어지지만, 소양댐 완공 후 물이 차기까지는 강바닥에 도로가 있었다.
(가끔 가뭄에 강바닥이 드러나면 지금의 삼팔선휴게소 언덕에서 그때의 도로 흔적을 볼 때가 있다.)
 
강변도로도 요즘에야 도로를 대부분 직선화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하였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등고선 굴곡처럼 난 도로를 따라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그러한 도로였다.
험로가 오죽했으면 운전기사 솜씨와 능력은 강원도 기사가 최고란 얘기까지 나돌았을까?
 
포장이 끊어진 채 자갈로 덮인 신작로도 군데군데 있었고
인제에서 설악산을 돌아 진부령 넘는 길은 '단일로'로 불리는 일차선 통행로도 몇 군 데 있어서
양쪽 검문소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일방통행을 시키곤 했었다.
 
검문소는 또 왜 그리 많았는지…
속초까지 가려면 서너 군데의 군경검문소에서 매의 눈길로 흩어보는 현병의 검문검색 절차를 밟아야 했고
인상 험악한 대원이 있던 산악부에서는 매번 검문에 걸리는 대원을 두고 내기를 걸고 놀림으로 에피소드를 가졌던 적도 있었다.
 
한계령 길은 그즈음 군사도로로 닦아만 놓은 채 도로포장을 하지 않아 거의 차량 왕래가 없었고
미시령은 능선으로 가로막혀 진부령 길을 넘어야지 속초에 입성할 수 있던 때이다.
 
인제, 원통을 지나 진부령에 힘겹게 올라서면 올라온 거리의 두 배쯤 되는 굽이굽이 협곡을(아찔하고 오줌마려운) 돌아내린 후
간성, 고성, 토성을 지나야 속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속초 도착이 네다섯 시쯤 되었나?
서울에서 열두 시간 이상을 달려야 속초에 들어서고 또 한 시간 이상 시내버스로 이동해서 겨우 설악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종일 버스를 타고 있다 보니 누이 같은 차장은 어느새 정이 들어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다음 만남을 기대하는 사이가 되었다.
 

 
잠깐 두 시간이 지나자 버스는 미시령 터널을 지난다. 사십여 년 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울산바위의 수려한 자태를 볼까 했으나 설악산이 모두 구름 안개에 가렸다. (영동지방은 어제부터 비가 내렸더래요.)
 
속초 시내 들어서기 전 한화콘도 사거리에 버스를 세워주기에 그곳에서 택시로 설악동 국립공원 매표소까지 왔다.
연휴라 그런지 설악동 A 지구를 지나자 공원 입구까지 도로가 정체다.
지체하는 동안 운전기사는 어제 지방선거에 따른 강원도 정치판 예기로 침을 튀긴다.
 
천천히 걸어올라 열두 시 반쯤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에 들를 때마다 늘 보던 그때의 주인장이 아직 비선대 산장을 관리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오색에서 출발한 허용봉 님과 일행은 중청산장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이제야 선두가 희운각에 도착했노라 연락이 온다.
동동주와 감자 부침개로 허기를 달래며 설악을 찬찬히 음미한다.
 
우쿨렐레를 조율하고 낮은음으로 가만히 설악가를 불러본다.
며칠 전 사별한 정훈 형의 청량한 노랫소리가 생각나고 그의 환한 미소가 그려진다.
 
잠시 뒤에 뒷자리에서 귀 기울이던 부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설악가를 어찌 아시느냐고?
으잉? 나더러 설악가를 어찌 아느냐고?
 
말씀을 들으나 75년도쯤 젊었던 시절의 부인이 설악산 백담산장 정취에 반해 가끔 들렸었는데 그때 알았던 설악가이고
Alpinist로 등산 활동을 한 적이 없어 설악가를 당시 어울리던 분들끼리의 노래로만 알아 왔다고라…
자신들 몇몇만 알았던 40년 전의 노래를 이방인이 부르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반가움에 조심스레 여쭈어 본 것이란다.
 
나와 설악가의 관계를 말씀드렸더니 남편이 다시 설악가를 청한다.
부인과는 달리 처음 설악가를 듣는다는 남자의 감긴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아쉬움에 이별을 고하는 부부는 우리가 마신 술값까지 대신 치르고 다음에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했다.
 
네 시 가까이 되어 허용봉 님과 회사사원 사십여 명의 일행이 비선대에 도착했다.
대전서부터 다섯 시간 걸려 이동한 뒤 새벽부터 오색약수 쪽에서 대청을 올라 열두 시간 이상을 걸어 설악을 넘어온 이들이다.
 
무척 지친 표정이다. 비선대에서 길게 휴식하며 동동주와 부침개, 비빔밥과 잔치국수로 뒤풀이를 대신한다.
비록 몸은 피곤하더라도 설악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낀 분들이라 그런지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허용봉 님의 부탁으로 설악가와 산노래 몇 곡을 통해 산으로 알아보는 자연과, 등반 수련으로 깨닫는 자아를 들려준다.
처음 듣는 산노래지만 설악을 그리는 시구 절이라 그런지 두 번째 부를 때는 발로 장단을 맞추고 조금씩 따라 부르며 느낌을 가져간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전으로 가는 일행과 헤어지며
(정 14)허용봉, 박진철, (22기)최태영 님 등 몇 분과 노 교수님만 함께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요즘 속초-서울 간 고속버스는 강릉-서울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동홍천- 춘천으로 그리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로 다닌다.
덕분에 버스가 미시령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돌아오는 길,
 
아침과 달리 구름 안개가 걷혀 시야가 트였다.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예쁘게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로 마등령 아래 세존봉(노인봉)까지 뚜렷하게 펼쳐있다. 참 잘생겼다.
미시령을 넘어가며 볼 수 있는 설악의 실루엣, 무척 아름답고 벅차게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손에 잡힐 것 같은 울산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보는 파노라마는 어떤 대가의 풍경화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그림이다.
 
그림을 채 가슴에 새기기도 전에 버스는 무정하게도 터널로 들어선다.
늘 설악을 다녔으면서도 비선대까지만 올라 설악을 보고 돌아선 것은 한두 번 손꼽을 정도였다.
Alpinist 길에서 내려선 지 불과 이 년이 넘을 뿐인데 그동안 설악의 품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 언제쯤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년쯤 전에 고교 동창들과 한계령에서 서북 능으로, 대청봉에서 오색으로 내려온 적이 한 번 있었던가?
 
모처럼 설악과 눈 맞춤 하며 추억을 더듬고 설악을 노래하였다.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작성】 전두성의 산과 삶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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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