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가면 씨엔 비라는 라이브카페가 있다. 장승일 님이라는 요들러와 부인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운영하는 식당 겸 라이브 카페다. 사장 장승일 님이 직접 여러 종류의 멋진 악기를 연주하며 요들송을 들려주는 곳이다.
장승일 님은 대략 삼십여 년 전부터 요들송에 매료된 뒤로 평생 요들송을 배우며 공부하며 가르쳐온 분이다. 워낙 공부가 깊은 분이라 요들러 세계에서는 무척 잘 알려지고 유명한 가수 겸 연주자다.
이 년 전쯤 광주에 사는 고교 후배 덕분에 한번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었으나 그간 교우가 없었다. 부인 또한 칠십 년대 후반부터 산과 어울리기 시작했던 산아가씨로 그 시절 산행의 감성을 간직하고 산노래와 어울린 로망을 마음에 새긴 로맨티시스트다.
고교 산악부 후배로 특히 나를 따르는 허정일 님과 경찰대학 25기 산악부원으로 우리 등산학교에서 공부한 (정17)박요한 님이 광주에 살고 있다. 일요일(16일) 오후에 여수에서 있었던 친척 혼례 행사에 참석하며. 귀로에 광주 씨엔 비 카페에서 모처럼 약속을 하였다.
주말 저녁이라 카페는 텅 빈채 한산하다. 카페 사장님은 집안일로 자리를 비웠고 부인이 혼자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몇 잔 술이 돌아가고 처음 대면하는 두 사람의 인사를 돕고 그간의 안부를 나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뒤 4년 만에 만나보는 요한 님은 이 년 동안 제주에서 전경대 소대장을 마쳤고 지금은 여수경찰서 수사과에서 일한다. 대학 시절 일 학년 때부터 산악부원으로 열린캠프와 어울려 등반수련을 했던 사랑스러운 제자이다.
허정일 님, 고교시절부터 산을 오르며 자연과 벗하였던 삼 년 후배다. 몇 년 전부터는 우쿨렐레에 반해 연주를 배우고 합창팀과 어울려 노래를 즐긴다. 우쿨렐레를 꺼내어 조율을 시작하자 부인이 반색한다.
어느새 연락했는지 요들러 장승일 님이 여유로운 풍채를 자랑하며 카페로 들어선다. 대뜸 기타를 들고 옆자리에 앉더니 C.C.R의 cotton field와 죤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멋지게 불러준다. 우린 그렇게 노래를 통해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확인했다.
삼십 년 이상 요들에 빠져 노래와 어울렸던 동안 음악에서 삶의 가치를 찾고 자신의 철학으로 정리한 요들러다. 내가 산에서 지내왔던 옛날을 조금 이야기하자 이심전심이란다.
노래 몇 곡을 함께 부르며 우린 서로의 흉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인 역시 내가 들려주는 산의 나그네와 산 이야기를 열심히 적어가며 옛 산행과 설악의 추억에 빠져든다.
장승일 님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열다섯 종류 이상이다. cowbell과 saw, 알프혼 연주도 수준급이다. 한번 기타를 들면 대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좋은 목소리까지 지닌 천상 음악가이다.
특히 요들은 그의 운명이자 업이다. 요들에 매료되어 음악인생을 시작하고 평생을 요들송 연주와 가르침으로 살아왔다. 오랜만에 요들송을 합창하고 크리스마스 캐럴 이어부르기로 화음을 맞춘다. 캠프송을 듣고 산노래로 화답한다.
노래에 어울린 세상 이야기와 함께 화음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었다. 행여 카페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들어서 분위기를 망칠까 내심 걱정했다며 부인이 환하게 웃는다. 그동안 마음에 쌓아두기만 했던 산의 그리움이 산노래 화음으로 말미암아 예쁘게 녹아 내렸다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후배와 제자가 멀지않은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한다. 이렇게 갑작스런 만남에서 아름다운 화음으로 어울렸던 것을 자랑으로 간직하겠다며 기뻐한다.
깊은 밤 버스터미널의 플랫홈은 적막하다. 후진으로 조용히 플랫홈을 빠져나가는 버스가 흡사 포구에서 밤바다로 떠나가는 보트처럼 느껴진다. 좌석 베게에 머리를 묻고 꿈속으로 들어간다.
<지리산 축제에서 SAW와 COWBELL 연주 중인 장승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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