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캠프와 등산학교 (2002년 12월 27-9일 하얀 능선에 서면....)
오랜만에 장거리 드라이브를 떠났습니다. 박순복(정 5) 님이 한 달여 일정의 뉴질랜드 여행을 떠나기 전, 소유하던 9인승 차량을 등산학교에서 사용하도록 배려한 덕분에 차량 징발을 위해 아쉬운 부탁을 할 걱정을 덜었습니다.
오후 4시, 어렵사리 시내를 빠져나온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횡계를 향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춘천에서 따로 내려온 이선화 님을 둔내 톨게이트에서 픽업하여 횡계에 도착한 시간은 19:30분입니다. 용평 황태회관, 매년 스키캠프 때만 맛볼 수 있었던 황태구이와 오징어불고기를 안주 삼아 백설나라 입성을 축하합니다. 얼어붙은 빙판을 조심스레 달려 매봉, 선자령 등성이 아래에 있는 “숲 속의 산장”에 도착합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가을동화에 나오는 준서와 은서가 살았던 집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크리스마스트리 닮은 나무숲 사이를 지납니다. 백두대간 능선을 향한 산길이 잘 다져져 있었지만 우리는 애써 무릎까지 빠지는 눈벌판으로 내려서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 쪽으로 루트를 만들었습니다.
해가 떠오르며 하늘은 새파랗게 눈은 더욱 새하얗게 빛납니다. 하얀 설원과 하늘이 맞닿은 곳을 오르는 대원들은 자연을 수놓는 예술가들입니다. 북서편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능선을 따라 달렸고 그 바람에 피어오르는 눈 연기가 호숫가의 물안개처럼 우리를 감싸고 하늘로 밀어 올립니다. 산악스키 보행 연습을 위해 신발을 바꾸어 신던 영섭 님은 스패츠를 바람에 날리고, 신발 끈을 풀기 위해 잠깐 장갑을 벗었던 성수 님은 그 사이에 손이 얼어버렸습니다.
두어 시간을 능선을 따라 선자령으로 향하다 적당한 가지 능선을 택해 8부 능선으로 내려섰습니다. 임도를 따라 돌아가는 루트를 선택하여 다시 눈을 헤쳐갑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을 교대로 선두를 바꾸며 길을 다집니다. 전화벨 소리가 그렇게 반갑습니다. 전화를 받는 대원, 그 틈을 타 슬쩍 선두에서 빠져 후미로 위치를 바꿉니다.
(허걱…, 허걱…)형이야? 응, 나야, 지금 눈 속에서 뺑이치고 있어! (헉, 헉.)최고야…, 죽여줘…, 근데 힘들어 죽겠어! 전화 끊어…
옆에서 스키를 이용하는 우리의 리더는 가벼운 몸짓으로 미끄러지듯 벌써 저만큼 멀어져 버립니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모퉁이를 찾아 잠깐 허기를 달랩니다. 시에라 컵에 술을 따라 차가운 눈 속에 잠시 잔을 묻어 둡니다. 진한 안주 한 점을 먹고 들이키는 한 모금, 알코올의 짜릿함이 싸늘한 느낌과 함께 목젖을 따라 내려갑니다. 코끝을 스치는 한기가 오히려 상큼하게 느껴지는 백설나라 입니다.
멀리 제설작업으로 쌓인 눈더미가 보이는 게 백설을 지운 도로에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눈을 말끔히 치운 아스팔트로 들어서자 허벅지가 날아오를 듯 가볍습니다.
빛나는 태양, 파란 하늘, 하이얀 능선, 피어오르는 눈 연기 눈꽃, 상고대, 눈 처마, 깊은 눈, 글리세이딩, 슈풀
7시간의 백설나라 탐방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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